해당판결
가.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09도743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증권거래법위반〕
검사의 상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40억 원 자금대여 관련 배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 150억 원 사채 발행을 위한 담보제공 관련 배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무죄판단을 유지하였다.
- 위 담보제공 관련 증권거래법 위반: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무죄판단을 유지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사건번호·판결 결과 및 환송된 부분의 최종 확정 여부는 미확인이다.
나. 서울고등법원 2009. 7. 10. 선고 2007노2684 판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만 이 판결 중 자금대여 부분은 위 대법원 판결로 파기되었으므로, 해당 부분의 무죄 논리를 대법원이 승인한 법리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7. 11. 9. 선고 2006고합97 판결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제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도1141 판결 및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7도3373 판결
상환능력이나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고려하지 않은 회사자금 대여가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상대방이 계열회사라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되었다.
나.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도541 판결
계열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한 행위라도, 지원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이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의사가 주된 경우에는 배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되었다.
다.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1도4857 판결
재산상 손해에는 손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되고, 일단 그 위험이 발생하였다면 사후 피해회복이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되었다.
관련법령
가. 업무상배임 및 가중처벌
나. 상장법인의 주요주주를 위한 담보제공 제한 및 예외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 제191조의19 제1항 제1호 나목: 주요주주 등을 위한 담보제공의 원칙적 금지
- 제191조의19 제1항 제2호 다목: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행위
- 제207조의3 제7호: 위반행위의 처벌
구 증권거래법 시행령(2008. 7. 29. 대통령령 제20947호로 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 제84조의24 제2항: 법인인 주요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행위에 관한 예외
구 증권거래법과 구 증권거래법 시행령의 괄호 표시는 대법원 판결의 기재에 맞추었다. 대법원-2009도7435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그룹의 지배구조
이하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항소심 판결의 당사자 표시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당초 지배구조는 F가 D를 지배하고, D가 E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이 사건에서는 D가 한편으로는 자회사 E에 돈을 빌려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회사 F를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행위가 각각 문제 되었다. 두 거래는 지원받은 회사와 자금 용도가 다르다.
나. 주식 이익소각 분쟁과 외부 기업집단의 인수 시도
F는 2004년 3월 G 측이 보유한 주식을 이익소각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일부 소각이 이루어진 후 2005년 1월경 F의 지분은 A 41.49%, G 19.51%, 직원주주 39%로 구성되었다.
한편 C그룹은 상장회사 D의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였다가 철회한 뒤, G와 제휴하여 F의 직원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하였다.
G는 이익소각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주식의 원상회복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또한 이익소각대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F의 신용카드대금채권과 예금채권 등을 가압류하였다.
이에 따라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
- 지배권 문제: C그룹과 G가 연대하여 F를 지배하면 A가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
- 자금 문제: F는 가압류 등으로 약 4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대출이 무산되고 일시적인 자금경색에 빠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래의 40억 원 대여와 150억 원 사채 관련 담보제공이 이루어졌다.
다. 첫 번째 거래: D가 E에 40억 원을 무담보로 대여하여 F 주식을 매수하게 하였다
A는 2005년 1월 27일 D로 하여금 자회사 E에 40억 원을 담보 없이 대여하도록 하였다.
E는 직원주주들로부터 F 주식 297,172주, 지분 27.26%를 주당 4만 원, 총 118억 8,688만 원에 매수하였다. D에서 차용한 40억 원은 그 매매대금 일부로 사용되었고, 나머지 약 80억 원은 추후 지급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40억 원은 F 주식 전체의 매수대금이 아니라 매수대금 일부를 지급하기 위한 차입금이었다.
그런데 E는 설립된 지 약 7개월에 불과한 신생회사였다. 대법원이 확인한 재무상황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서 E가 자력으로 40억 원을 변제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D는 충분한 담보 등 합리적인 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라. A가 E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여 자신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였다
E가 F 주식 27.26%를 확보한 뒤, A는 2005년 3월 31일 D로부터 E 주식 43%를 12억 9,000만 원에 매수하였다.
이에 따라 E의 지분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A는 원래 보유하던 F 주식 41.49%에 더하여, F 주식 27.26%를 보유한 E에 대한 지배력까지 강화하였다.
대법원은 D의 자금으로 E가 F 주식을 확보하고, 그 직후 A가 E의 지분을 추가 취득한 일련의 과정을 중시하였다. 이를 외부 인수 시도에 대항하여 A 개인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거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항소심은 E가 취득한 F 주식을 사실상 D 소유의 명의신탁 주식으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임원 겸직이나 그룹 차원의 주권 관리만으로 그러한 실질 소유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마. 두 번째 거래: D가 F의 150억 원 사채 발행을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였다
F는 가압류 등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자, 2005년 3월 2일 만기 3년의 담보부사모사채 150억 원을 발행하였다.
D는 사채인수인을 위하여 자신이 소유한 광명점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였다.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신탁등기를 이용하여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D는 그 대가로 F로부터 연 1억 5,0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는 사채액 150억 원의 연 1%에 해당하며, 담보제공으로 낮아진 사채이율과 원래 이율의 차이에 상응하는 금액이었다.
F는 E와 달리 상당한 영업실적을 가진 회사였다.
- 2004년 영업이익 약 74억 원, 당기순이익 약 44억 원
- 2005년 영업이익 약 69억 원, 당기순이익 약 48억 원
- 2006년 영업이익 약 62억 원, 당기순이익 약 63억 원
F와 D는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유통업체였고, D는 F를 위한 구매업무를 총괄하였다. 따라서 F의 영업이 악화되면 D의 구매수수료 수입과 브랜드 가치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었다.
F는 2008년 3월 3일 사채를 연체 없이 전액 상환하였고, D는 담보권 실행에 따른 현실적 손해를 입지 않았다.
바.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 차이
항소심은 40억 원이 실제 상환되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지만, 대법원은 대여 당시 발생한 손해 위험이 사후 상환만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법리
가. 계열회사 지원도 지원회사의 이익과 위험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계열회사에 자금을 지원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배임이 되거나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이 계열회사이더라도, 변제능력이 부족한 사정을 알면서 자금을 대여하거나 충분한 담보 등 합리적인 회수조치 없이 만연히 대여하였다면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같은 D의 지원행위라도 E에 대한 대여와 F를 위한 담보제공의 경제적 실질이 달랐다. 따라서 ‘그룹 전체를 위한 지원’이라는 하나의 설명으로 두 거래를 동일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나. 경영권 방어 목적이 회사자금 사용을 당연히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경영권 방어와 회사의 기업가치 보호가 함께 주장되더라도, 자금지원의 주된 목적과 실제 이익의 귀속을 살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연결하여 판단하였다.
- D의 자금으로 E가 모회사 F의 주식을 취득하였다.
- E는 자력 상환능력이 부족하였고 담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 A는 곧이어 E의 지분을 대폭 늘렸다.
- 그 결과 A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강화되었다.
따라서 일부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개인의 지배력 강화가 주된 목적이고 회사 이익은 부수적이라면 배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다. 그룹 차원의 통제력은 실질적 소유권이나 채권회수조치를 대신하지 못한다
항소심은 D가 E를 지배하고 그룹본부가 F 주권을 관리하므로, D가 사실상 주식을 소유하거나 회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E가 취득한 주식이 D의 실질 소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E의 자금사정에 비추어 충분한 담보 등 상당하고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는 동일한 경영자가 여러 계열회사를 지배한다는 사실과 각 회사의 재산·채권이 법적으로 보호되어 있다는 사실을 구별한 것이다.
라. 사후 상환 여부와 대여 당시 손해 위험은 구별된다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실뿐 아니라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된다. 일단 그 위험이 발생하였다면 나중에 대여금이 상환되었다고 하여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40억 원 대여 부분을 “결국 회수했으므로 배임이 아니다”라고 정리하는 것은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반한다. 대여 당시의 상환능력, 부담 채무, 회수조치 및 거래 목적을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2009도7435
마.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담보제공은 회사에 대한 구체적 이익을 고려할 수 있다
F를 위한 담보제공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임무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 F의 자금난은 가압류 등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였다.
- F는 비교적 건전한 재무구조와 지속적인 수익을 보유하였다.
- F와 D의 영업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F의 기업가치 훼손이 D에도 영향을 미쳤다.
- D는 담보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사채가 실제 상환된 점도 고려되었지만, 무죄의 근거를 사후 상환 사실 하나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지원 당시의 상환능력과 D 자신의 영업상 이익, 반대급부를 함께 고려한 판단이다.
바. 배임죄와 구 증권거래법 위반은 별도로 검토하였다
D는 상장법인이고 F는 그 주요주주이므로, F를 위한 담보제공은 구 증권거래법상 원칙적 금지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담보제공이 법인인 주요주주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행위로서 법령상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판단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단순히 배임이 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증권거래법 위반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구 증권거래법과 구 증권거래법 시행령의 예외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