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업무용 노트북을 포맷하여 회사 자료를 삭제한 직원의 형사책임

핵심 결론 업무용 노트북을 포맷하여 회사 자료를 삭제하고 교육·자산관리 등의 업무에 지장을 준 직원에게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였다. 자료가 공유·백업되어 있다는 주장은 배척하고,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확정사례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7도5816, 2017도18807

핵심정리

해당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3. 26. 선고 2019고정647 판결〔전자기록등손괴·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
확정된 사건이다. 법원은 두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되, 범행 경위, 피해 회사의 처벌불원,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였다.
정확한 재판 결과는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이다. 무죄나 벌금형의 집행유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하급심
해당 판결은 제1심판결이다. 제공된 판결문에는 별도의 상급심 재판 경과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확정 경위를 항소기각이나 항소 포기로 특정하지 않는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5816 판결

이 사건 판결이 전자기록의 삭제와 손괴죄의 성립을 판단하면서 참조한 판결이다.
이 사건 법원은 이를 인용하여, 손괴는 물리적인 파괴에 한정되지 않고 대상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도록 하여 효용을 해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나.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도18807 판결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법원도 이를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가. 전자기록등손괴

형법 제366조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나. 전자기록 손괴에 의한 업무방해

형법 제314조 제2항 및 제1항
전자기록 등을 손괴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적용된다.
판결문 죄명은 ‘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이며, 적용 법조는 형법 제314조 제2항이다. 제1항이 함께 기재된 것은 제2항이 제1항의 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및 형법 제50조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의 처벌과 형의 경중에 관한 규정이다.

라.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였다. 판결문에는 노역장유치에 관한 형법 제70조 제1항과 형법 제69조 제2항도 기재되어 있다.
위 법령은 판결문에 별도의 구법 표시 없이 인용되어 있으므로, 임의로 개정일을 붙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피고인의 담당 업무와 노트북 반납 요구

피고인 A는 2008. 12. 22.경부터 2018. 4. 20.경까지 피해자 B주식회사 경영총괄팀에서 회사의 교육, 자산관리, 제안위원회 운영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이 회사 내부자료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수사기관에 제보한 것이 문제되면서, 회사는 2018. 4. 3. 16:22경 피고인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하고 사용 중인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도록 요구하였다.
판결문은 이러한 경위를 기재하고 있지만, 제보의 공익신고 해당 여부나 직위해제의 적법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나. 개인자료 정리를 이유로 반납을 미룬 뒤 노트북 전체를 포맷

피고인은 개인자료를 삭제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노트북을 바로 반납하지 않았다.
이후 인터넷에서 컴퓨터 초기화, 부팅 USB 제작, 포맷 프로그램, 포맷 후 자료 복구 가능성 등을 검색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PC 파일들을 외장하드에 저장한 뒤 PC를 포맷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노트북 안의 파일을 모두 삭제한 상태로 같은 날 20:30경 회사 직원 C에게 노트북을 제출하였다.

다. 회사 업무자료의 삭제와 복구 실패

삭제된 파일에는 피고인이 담당하던 회사의 교육·자산관리·제안위원회 업무 관련 전자기록이 포함되어 있었다.
회사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자료 복원을 시도하였지만 상당수 파일을 복원하지 못하였다. 법원은 그로 인해 회사 업무에 지장이 발생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고 판단하였다.

라. 공소사실·피고인의 주장·법원의 판단

구분내용
공소사실 및 인정된 범죄사실업무용 노트북을 포맷하여 회사 전자기록을 삭제하고, 회사의 교육·자산관리·제안위원회 운영 업무를 방해하였다.
피고인의 주장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고, 자료는 팀원들과 공유되거나 회사 ERP 시스템에 업로드되어 있으므로 손괴가 아니다.
법원의 판단개인자료 정리만을 위해 전체 포맷을 할 합리적 이유가 없고, 자료 공유 주장도 증거와 배치되며, 상당수 파일이 복원되지 않아 실제 업무 지장이 발생하였다.
최종 결과두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하되,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였다.

법리

가. 노트북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전자기록 손괴죄는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손괴의 직접 대상은 노트북이라는 기계 자체보다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회사의 업무용 전자기록이다.
전자기록을 삭제하여 회사가 이를 업무에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 노트북이 물리적으로 파손되지 않았더라도 전자기록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원은 효용 침해에 일시적인 사용불능도 포함된다는 법리를 적용하였다. 따라서 영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손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나. 개인자료를 정리하려 했다는 설명만으로 전체 포맷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법원은 피고인이 포맷과 복구 가능성을 검색한 뒤 전체 파일을 삭제한 경위에 주목하였다.
노트북 반납 요구부터 실제 반납까지 약 4시간의 여유가 있었고, 개인자료를 보관하거나 정리하려는 목적이라면 업무자료까지 모두 삭제하는 포맷을 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정과 자료 복구 실패 및 업무 지장을 종합하여, 법원은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만, 판결은 노트북을 포맷하면 언제나 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회사 자료의 존재, 삭제 권한, 자료 인계 여부, 삭제 경위 및 업무에 미친 영향 등이 함께 판단된 사례이다.

다. ‘공유·백업되어 있다’는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 사건은 아니다

피고인은 삭제한 자료가 팀원들과 공유되었고 회사 ERP 시스템에도 모두 업로드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들은 파일을 공유한 적이 없다고 일치되게 진술하였고, 법원은 그 진술을 신뢰하였다. 실제로 상당수 파일이 복원되지 않아 업무에 지장이 발생한 점도 확인되었다.
따라서 이 판결을 “회사에 완전한 백업이 남아 있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는데도 유죄를 인정한 사례”로 설명하면 부정확하다.
이 사건은 공유·백업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회사가 실제로 자료를 이용하지 못한 사안이다. 피고인이 외장하드에 복사했다고 진술한 사정도 회사가 해당 자료를 인계받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라. 방해받은 업무는 피해 회사의 교육·자산관리·제안위원회 운영 업무이다

이 사건의 업무방해 피해자는 B주식회사이다.
구체적인 보호대상 업무는 회사의 교육, 자산관리 및 제안위원회 운영 업무이다. 피고인이 담당하던 업무였더라도, 피고인 개인의 사적 업무가 아니라 회사가 계속 수행해야 하는 업무라는 점이 중요하다.
법원은 관련 전자기록의 삭제로 회사가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포렌식으로도 상당수 파일이 복원되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였다.

마. 전자기록등손괴와 업무방해는 구분되지만, 하나의 포맷 행위로 함께 성립하였다

구분전자기록등손괴전자기록 손괴에 의한 업무방해
적용 규정형법 제366조형법 제314조 제2항
판단의 중심회사 전자기록의 효용을 해하였는지전자기록 삭제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 회사 업무를 방해하였는지
이 사건의 인정 사실업무파일을 삭제하여 회사가 사용할 수 없게 함교육·자산관리·제안위원회 운영 업무에 지장을 초래함
법원은 하나의 포맷·삭제 행위가 두 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하였다. 두 범죄를 별개의 행위로 보아 각각 형을 더한 것은 아니다.

바. 처벌불원은 범죄 성립을 부정한 사유가 아니라 선고유예의 참작 사유이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였다.
  • 사건 발생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었던 점.
  • 피해 회사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 피고인이 초범인 점.
  • 피고인이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 점.
따라서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거나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아니다. 범죄 성립은 인정하면서 형의 선고를 유예한 사건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개인자료 삭제와 회사 업무자료 삭제를 분리해야 한다

업무용 컴퓨터에 개인자료가 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초기화나 포맷으로 회사 자료까지 없애는 행위는 별도로 평가된다.
반납 과정에서는 삭제 대상과 보존 대상, 업무자료 인계 여부, 회사의 승인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백업 여부보다 회사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백업 항변을 검토할 때에는 저장 위치, 파일의 완전성·최신성, 회사의 접근권한 및 인계 시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행위자가 외장하드 등에 사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그 자료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손괴와 업무방해의 증거를 구분하여 확보해야 한다

전자기록 손괴에 관해서는 삭제 대상과 삭제 방식, 회사의 자료 지배·관리 관계가 중요하다.
업무방해에 관해서는 해당 자료가 어떤 업무에 필요했고, 삭제 후 어떤 처리나 인계가 불가능해졌는지를 특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포렌식 복구 결과와 회사 관계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라. 인사조치에 대한 다툼과 자료 삭제의 형사책임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직위해제나 반납 요구에 부당한 사정이 있다는 주장만으로 회사 업무자료의 삭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도 제보 및 직위해제 경위를 고려하면서, 자료 삭제로 인한 손괴와 업무방해의 성립은 인정하였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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