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2년 5월 25일 선고 2020나3724 판결〔공사대금〕 — 상고 없이 확정
피고인 도급인에게 원고인 시공회사에 미지급 공사대금 25,576,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하급심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년 10월 14일 선고 2020가소9123 판결
피고가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제1심판결 중 25,576,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을 취소하였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2년 4월 14일 선고 91다43107 판결 매매계약 체결 대리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약정에 따른 중도금·잔금도 수령할 수 있다. 이 사건은 그 법리가 공사계약 체결 대리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면서, 수령권한을 제한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7년 8월 23일 선고 2007다23425 판결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으로 오인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지배인에 관한 상법 제14조를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18년 10월 25일 선고 2014다232784 판결 약관의 설명의무 대상인 ‘중요한 내용’은 고객의 계약체결 여부나 대가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 이 사건 판결이 약관 관련 판단의 근거로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14조: 대리인이 권한 내에서 한 의사표시의 효력.
- 상법 제15조: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
- 상법 제14조: 표현지배인.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제4항: 중요한 약관 내용의 설명의무와 위반 효과.
사실관계
당사자와 영업대리인의 지위
공사계약의 당사자는 원고 A회사와 피고 B이고, C는 원고의 계약체결 대리인이다. C에게 계약체결 대리권이 있었다는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
공사계약 체결과 대금 지급
피고 B는 원고 A회사의 ‘신재생에너지사업부 지사장’이라는 명함을 제시한 C를 통하여, 2019년 6월 20일 원고와 태양광발전설비 설치계약을 체결하였다.
공사대금은 57,000,000원,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62,700,000원이었다. 원고는 C로부터 계약서 사진을 전달받아 실제 공사를 수행하였고, C는 시공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피고가 지급한 돈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여기에 더하여 C가 공사대금 중 5,500,000원을 감액해 주었다고 주장하였다.
계약서에 표시된 지급방법
계약서 앞면에는 붉은 글씨로 다음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고, 원고 회사의 계좌도 표시되어 있었다.
“제품대금 입금은 반드시 회사계좌로 입금만 인정합니다”
계약 일반사항에도 계약금은 지정계좌에 지급하고, 중도금·잔금은 원고 회사계좌로 이체하며 지정계좌에 직접 입금하지 않아 생긴 피해는 원고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다만 계약서 특기사항에는 C의 계좌번호와 계약금 1,000,000원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었다.
분쟁의 내용
원고는 피고에게 미지급 공사대금 26,593,600원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C가 원고의 지사장이자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이므로, C에게 지급한 20,000,000원 전액과 C가 감액한 5,500,000원이 모두 원고에게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르면 남은 대금은 부가가치세 900,000원뿐이라는 항변이었다.
따라서 쟁점은 C의 계약체결 대리권에 계약금 외의 대금수령권한과 대금감액권한까지 포함되는지였다.
법리적 쟁점과 판단
계약체결 대리인이라고 하여 상업사용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사용인에 해당하려면 특정 상인에 종속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대외적 업무를 보조하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 고용계약의 존재 자체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실제 업무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C의 상업사용인 지위를 부정하였다.
- C는 여러 시공업체를 위하여 영업하고 수당을 받는 프리랜서였다.
- 원고가 C의 계약체결이나 영업활동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는 자료가 없었다.
- 원고가 ‘지사장’ 명칭을 부여하거나 그 사용을 알면서 묵인하였다는 자료도 없었다.
- C의 명함은 원고 직원들의 명함과 로고·주소 등이 달랐다.
C는 원고의 계약체결 대리인이지만, 상법 제15조에 따른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계약체결 대리권에 따른 대금수령권한은 계약 내용으로 제한될 수 있다
법원은 계약체결 대리인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도금·잔금도 수령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전제로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가 중도금·잔금을 반드시 원고 회사계좌에 입금하도록 명시하였다. 법원은 이를 C에게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대금의 수령권한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회사계좌 입금 약정은 이 사건에서 계약체결 대리인의 중도금·잔금 수령권한을 배제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였다.
계약금 100만 원과 추가 지급금 1,900만 원의 효력은 달랐다
계약서 특기사항에 C의 계좌와 계약금 100만 원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법원은 그 계좌를 계약금의 지정계좌로 해석하였다.
이에 따라 C에게 지급한 계약금 100만 원은 원고에 대한 유효한 변제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대금은 회사계좌로 지급해야 했으므로, C에게 추가로 지급한 1,900만 원은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변제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금감액권한도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계약금 외의 공사대금을 수령할 권한조차 없는 C에게 원고의 동의 없이 공사대금을 감액할 권한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C가 감액해 주었다고 주장하는 5,500,000원을 원고의 공사대금채권에서 공제할 수 없었다.
이는 이 사건에서 확인된 대리권의 범위와 계약 내용을 기초로 한 판단이다.
회사계좌 입금 조항은 이 사건에서 별도 설명이 필요한 중요 약관으로 보지 않았다
피고는 회사계좌 입금 조항을 설명받지 못하였으므로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법원은 계약서가 약관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해당 조항은 공사대금의 지급방법에 관한 것으로 계약체결 여부나 공사대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고객용 계약서가 앞뒷면 한 장이고, 계약 일반사항도 내용이 방대하거나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이에 이 사건 조항을 설명의무 대상인 중요한 내용으로 보지 않고 계약 내용으로 인정하였다. 모든 수령권한 제한 조항에 설명의무가 없다고 일반화할 판단은 아니다.
인정된 미지급 공사대금
법원은 위 원금에 대하여 2020년 4월 25일부터 2022년 5월 25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인정하였다.
피고가 주장한 세금계산서 미발행 항변은 원고가 총공사대금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실에 따라 배척하였다. 하자보수보증보험증권 미교부 항변도 그 제출의무를 정한 약정이나 실제 하자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이 사건은 계약체결 대리권, 대금수령권한, 대금감액권한을 구분하여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계약체결 대리권이 인정되어도 계약서에 대금 지급처와 수령권한의 제한이 명시되어 있다면, 대리인에게 지급한 돈 전부가 회사에 대한 변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계약금만 대리인의 계좌로 지급하도록 허용한 사정을 중도금·잔금 수령권한까지 인정한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에서도 계약금 100만 원만 변제로 인정되었고, 추가 지급금 1,900만 원과 감액 주장액 550만 원은 공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