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가. 착오에 관한 법리를 제시한 파기환송 판결
신원보증서류로 잘못 알고 연대보증서에 서명한 행위는 기명날인 또는 서명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제3자 사기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착오에 관한 법리에 따라 취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해당 보증인인 피고 2의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다른 피고 1의 상고는 원심의 재판 누락으로 불복 대상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나. 환송심 판결을 확정한 재상고심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다4953 판결〔구상금등〕
서울보증보험의 재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아래 환송심의 보증책임 부정 결론이 확정되었다.
재상고심은 별도의 구체적인 법리 판단을 설시하지 않았으므로,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법리와 환송심이 추가로 판단한 사항을 구분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하급심
가. 제1심
서울지방법원 2003. 7. 24. 선고 2002가합72199 판결
이 정리의 대상인 보증인에 대한 서울보증보험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환송 전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2004. 7. 20. 선고 2003나55389 판결
해당 보증인의 주장을 제3자의 사기에 관한 문제로 보았다. 서울보증보험이 기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증책임을 인정하였다.
다.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05. 11. 17. 선고 2005나44635 판결
연대보증약정의 착오 취소를 인정하였다. 서울보증보험의 제척기간 도과 및 중대한 과실 주장도 배척하고, 제1심의 청구기각 결론을 유지하여 서울보증보험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관련판례
가. 당사자 주장의 실질과 법원의 석명의무
당사자가 계약의 해제나 무효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도,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착오 취소 등의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면 법원은 이를 석명하여 주장 내용을 정리하고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과 환송심이 인용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취소권 행사기간의 기산점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66342 판결
환송심이 인용한 판결이다. 민법 제146조의 ‘추인할 수 있는 날’은 취소원인이 종료되고 취소권 행사에 관한 장애가 없어져, 해당 법률행위를 추인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때를 의미한다.
다.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
환송심은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와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경우를 의미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위 판결들을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가. 착오·사기 및 신의성실의 원칙
- 민법 제109조: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 및 중대한 과실에 따른 제한.
- 민법 제110조 제2항: 제3자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 요건.
- 민법 제2조 제1항: 신의성실의 원칙. 환송심의 중대한 과실 주장 배척 논리와 관련된다.
나. 취소권 행사기간
다. 소송절차
- 민사소송법 제212조 제1항: 재판이 누락된 청구 부분의 소송계속.
- 민사소송법 제422조: 상고의 대상.
-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5조: 재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각 근거.
위 판결들은 관련 조문에 특정 개정일과 법률번호를 붙인 구법 표시를 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보험회사·운송회사·보증인의 관계
아래에서는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의 피고 2, 환송심의 피고 A를 모두 ‘피고 보증인’이라고 한다.
나. 보증 대상은 동료 아들의 신원보증이 아니라 회사의 보험금 구상채무였다
코메트항공해운은 한솔씨에스엔과 국제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서울보증보험의 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였다.
보험약정에는 서울보증보험이 보험사고로 보험금을 지급하면 코메트항공해운과 보증인이 그 지급보험금 및 약정 지연손해금을 변상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따라서 실제 서류에 서명한 사람이 부담하게 되는 책임은 코메트항공해운이 서울보증보험에 부담하는 보험금 구상채무 등에 관한 연대보증책임이었다.
피고가 의도한 동료 아들의 신원보증과는 보증 대상, 상대방 및 책임의 내용이 달랐다.
다. 회사 임원들의 기망이 동료 교사를 거쳐 피고에게 전달되었다
코메트항공해운의 대표이사와 이사는 신원보증서류라고 속여 이행보증보험에 관한 연대보증을 받아내기로 공모하였다.
이사는 자신의 매형인 동료 교사에게, 직장 동료 중 가까운 사람을 통하여 그 아들의 신원보증서류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동료 교사 역시 이 말을 믿고 피고에게 아들의 신원보증을 부탁하였다.
이후 동료 교사는 아들로부터 받은 서류를 피고에게 건네면서 연필로 표시된 부분에 서명·날인하면 된다고 설명하였다.
피고는 다음 수업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서류를 읽지 못한 채, 미리 부탁받은 신원보증서류로 생각하고 2000. 8. 30. 연대보증인란에 직접 서명·날인하였다.
라. 서명된 서류를 이용하여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서울보증보험과 코메트항공해운은 피고가 서명한 서류를 이용하여 2000. 9. 20. 보험금액 2억 원의 이행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코메트항공해운이 운송계약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자, 서울보증보험은 2002. 3. 22. 한솔씨에스엔에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전체 사건의 보험금 지급액과 피고에 대한 청구액은 구분하여야 한다.
-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에는 별도의 3,000만 원 보험계약까지 포함하여 총 2억 3,000만 원의 보험금 지급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 환송심에서 해당 피고 보증인에게 청구한 금액은 2억 원과 지연손해금이다.
마. 피고의 대응과 기망행위자들의 형사판결
피고는 자신이 신원보증서류로 알고 연대보증서에 서명하였다는 사실을 이유로 2002. 4. 30. 회사 대표이사와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였다.
또한 민사소송의 2002. 12. 17.자 답변서에서 신원보증으로 알고 서명하였을 뿐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다. 이 답변서는 2003. 1. 6. 서울보증보험에 송달되었다.
회사 대표이사와 이사는 2003. 9. 4.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사기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그 무렵 확정되었다.
법리
가. 서명이 진정하더라도 표시상의 착오에 의한 취소가 가능하다
피고는 자신의 서명·날인 사실을 인정하였다. 환송심도 서류에 드러난 의사표시와 서울보증보험의 수락에 따라 연대보증약정은 일응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피고의 내심은 동료 아들에 대한 신원보증이었고, 서류에 표시된 내용은 회사의 보험금 구상채무 등에 대한 연대보증이었다.
대법원은 이처럼 자신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서면에 내용을 읽지 않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경우를 기명날인의 착오 또는 서명의 착오, 즉 표시상의 착오로 보았다.
따라서 서명이 진정하다는 사실과 그 의사표시를 착오로 취소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나. 제3자가 속였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110조 제2항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다
환송 전 항소심은 피고가 계약상대방인 서울보증보험이 아닌 회사 임원들에게 속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에 제3자 사기에 관한 민법 제110조 제2항을 적용하고, 서울보증보험의 악의 또는 과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접근을 잘못이라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증 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성격의 신원보증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연대보증서에 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 착오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 취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서울보증보험이 기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착오 취소까지 배척할 수는 없었다.
이 판단은 이 사건과 같은 서명의 착오에 관한 법리로 이해하여야 하며, 모든 기망행위 관련 사건에서 사기 취소와 착오 취소의 관계를 일률적으로 정한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다. ‘착오를 이유로 취소한다’는 표현이 없더라도 취소의 의사표시가 될 수 있다
취소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가 없다. 착오를 이유로 해당 법률행위의 효력을 처음부터 배제하려는 의사가 드러나면 된다.
피고는 신원보증서류로 알고 서명했을 뿐 연대보증약정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착오 취소의 취지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법원이 석명을 통해 주장을 정리한 뒤 착오 법리에 따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보았다.
환송심도 그 주장을 착오 취소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였다.
라. 환송심은 서류의 성격을 잘못 안 것이 중요부분의 착오라고 판단하였다
환송심은 피고가 해당 서류의 실제 내용을 알았다면 서명·날인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보았다.
개인의 신원보증과 회사의 보험금 구상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은 책임의 대상과 범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피고의 착오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마. 서류를 읽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보증보험은 서류 하단에 회사명이 굵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조금만 주의하였다면 신원보증서류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중대한 과실을 부정하였다.
- 동료 교사가 사전에 자기 아들의 신원보증을 부탁해 두었다.
- 동료 교사 자신도 기망당하여 신원보증서류로 알고 전달하였다.
- 피고는 미리 부탁받은 서류라고 믿고 표시된 부분에 서명하였다.
- 다음 수업시간이 임박하여 서류를 충분히 읽지 못하였다.
- 이러한 경위상 회사의 구상채무에 관한 연대보증서라고 의심하기 어려웠다.
수업시간이 임박하였다는 사정 하나로 면책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형성된 신뢰와 서류 전달 경위를 종합한 판단이다.
바. 보험회사가 업무를 맡긴 사람이 착오를 유발하였다는 점도 독립적인 판단 근거가 되었다
환송심은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판단에 더하여, 설령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취소를 막을 수 없다는 별도의 이유를 제시하였다.
서울보증보험은 보증인의 보증의사를 확인하고 직접 서명·날인을 받는 대신, 업무 편의를 위하여 코메트항공해운 대표이사에게 서식에 맞추어 보증인의 서명·날인을 받아 제출하도록 하였다. 제출 후에도 별다른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환송심은 이를 보험회사가 보증의사 확인과 서명·날인 수령 업무를 대표이사에게 맡긴 것으로 평가하였다. 그리고 그 업무를 수행한 대표이사가 계획적으로 피고의 착오를 유발하고 이용하였으므로, 서울보증보험이 피고의 중대한 과실을 들어 취소권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은 환송심이 구체적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제시한 추가 판단이다. 회사 대표이사라는 지위만으로 보험회사의 대리인이라고 본 것은 아니다.
사. 취소권은 환송 이후가 아니라 최초 답변서 송달 때 이미 행사되었다
서울보증보험은 취소권의 3년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하였다.
환송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환송심에서 착오 취소라는 법적 구성이 명확해졌더라도, 취소권을 그때 처음 행사한 것은 아니다. 기존 답변서의 실질이 이미 취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제척기간 문제에서도 결정적이었다.
아. 다른 피고의 상고각하는 보증책임의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은 다른 피고 1의 상고를 각하하였다.
그 이유는 원심이 판결 이유에서는 해당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설명하면서도, 주문에서 항소기각을 누락하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재판의 누락 여부를 주문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누락된 부분은 여전히 항소심에 계속 중이므로 상고할 재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부분의 상고각하를 해당 피고의 보증책임이 확정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제공된 환송심과 재상고심 판결은 위 피고 보증인에 대한 청구를 대상으로 한다.
실무적 유의점
가. 서명 부인과 착오 취소를 구분하여 주장해야 한다
본인이 직접 서명하였다면 서명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 서명한 의사표시를 착오로 취소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실무상으로는 실제로 어떤 법률행위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서류에는 어떤 책임이 기재되어 있었는지, 그 차이가 왜 중요한지를 특정하고 취소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 기존 서면의 내용과 송달일이 취소권 행사기간을 좌우할 수 있다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는 기존 주장도 그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착오 취소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제척기간이 문제 되면 최근의 명시적 취소 통지만 볼 것이 아니라, 최초 답변서·준비서면·내용증명에 나타난 효력 배제 의사와 도달 시점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다. 보증의사 확인 업무를 누가 수행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보험회사가 채무자 측에 보증서류 수령을 맡긴 경우에는 단순한 서류 전달인지, 보증의사 확인까지 맡긴 것인지가 중요하다.
업무 위임의 범위, 직접 확인 절차의 유무, 서류 수령자의 기망행위가 입증되면 중대한 과실 주장에 대한 신의칙상 제한이 문제 될 수 있다.
라. 파기환송의 법리와 확정된 환송심의 구체적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의 법리와 결론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 정확하다.
- 파기환송 대법원: 서명의 착오에는 착오 법리를 적용하고, 기존 주장이 취소 의사표시인지 석명하여 판단해야 한다.
- 환송심: 중요부분의 착오를 인정하고, 중대한 과실 및 제척기간 도과 주장을 배척하였다.
- 재상고심: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환송심의 청구기각 결론이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