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총회 결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설계용역계약의 효력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설계용역계약의 유효나 용역대금 지급의무가 최종 확정된 사례는 아니다. 환송심 결과와 확정 여부는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하급심
가. 제1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01. 6. 22. 선고 2000가합1595 판결
원심판결에 따르면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피고 조합이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구체적인 인용금액은 제공된 판결문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나. 원심
광주고등법원 2002. 10. 16. 선고 2001나6328 판결
설계용역계약에 총유물의 관리·처분 법리를 적용하여, 정관상 필요한 조합원총회 결의 없이 체결된 계약은 조합에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주장한 사후 추인도 인정하지 않아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관련판례
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선행 판례
이 사건 대법원이 인용한 판례이다. 총유물의 관리·처분은 정관이나 규약에 정함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정함이 없으면 사원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법리의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 사건은 그 법리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설계용역계약 체결이 애초에 총유물 자체의 관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구별한 판결이다.
나. 이 사건 법리를 인용한 후속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2004다60089 전원합의체 판결
비법인사단의 단순한 채무보증 역시 총유물의 관리·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대표권 제한과 거래상대방 보호에 관하여 이 사건 판결을 인용하였다.
다. 변경된 판례와의 관계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1다56256 판결은 단순한 채무보증에도 총유물 관리·처분 법리를 적용한 부분이 위 2007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변경되었다.
다만 이번에 첨부된 광주고등법원 원심판결에는 위 2001다56256 판결을 사건번호로 명시하여 인용한 부분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을 “원심이 변경된 판례를 직접 인용한 사례”라고 표시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관련법령
가. 총유재산에 관한 규정
나. 대표권과 사원총회에 관한 규정
이 중 민법 제60조는 이 사건 비법인사단에 준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규정이다.
다. 입증에 관한 규정
- 민사소송법 제288조: 불요증사실에 관한 규정으로, 판결의 참조조문에 기재되어 있다.
라. 재건축조합의 설립 근거
- 주택건설촉진법 제3조 제9호
- 주택건설촉진법 제44조
판결은 위 법률을 ‘주택건설촉진법’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개정일자·법률번호를 붙인 구법 괄호 표시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판결에 없는 구법 표기를 임의로 추가하지 않았다. 위 조문은 당시 법률의 조문이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공동시행계약
피고는 여수시의 아파트 소유자들을 조합원으로 하여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비법인사단인 재건축조합이고, 원고는 재건축아파트의 설계용역을 수행한 회사이다.
조합은 1996. 5. 11. F회사와 재건축사업 공동시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에서는 설계·감리비, 시공비, 이주보조비, 업무추진비 등을 F회사가 부담하기로 하였다. 이후 G회사가 F회사의 지위를 승계하였다.
따라서 당초 사업구조에서는 설계용역비 등을 공동시행사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 조합과 공동시행사가 함께 체결한 설계용역계약
조합장은 1997. 1. 15. 피고 조합과 G회사를 공동당사자로 하여 원고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은 조합이 공동시행사의 설계비채무를 보증한 사안이 아니라, 조합 자체가 설계용역계약의 당사자로 참여한 사안이다.
주요 계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합이 계약당사자로 참여한 사실과 별개로, 조합과 G회사의 대금채무가 연대채무인지 등 구체적인 책임관계는 이 대법원 판결에서 확정하지 않았다.
다. 정관과 설립인가조건상 총회 결의의 필요성
조합의 설립인가조건은 설계자 등의 선정·변경이나 관련 약정의 체결·변경에 관하여 조합규약에 따른 총회 결의를 요구하였다.
정관 제17조도 조합설립인가조건에서 총회 결의를 요구하는 사항을 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하였다.
정관 제27조는 원칙적으로 공동사업시행자가 사업비를 조달하도록 정하였고, 제38조는 정관에서 정한 권한을 벗어난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조합장은 이 사건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조합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라. 설계업무 수행과 사업계획 승인신청의 반려
원고는 기본설계도서를 작성하고 토목설계도서 등을 확보하여 1997. 4. 24. 주택건설사업 사전결정을 신청하였다.
여수시는 1997. 5. 13. 총 1,150세대 규모의 사업계획에 관하여 사전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후 1999. 12. 17. 조합 명의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여수시는 구비서류·사업계획·설계도면 등의 보완을 요구하였고, 그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0. 5. 2. 신청을 반려하였다.
조합은 2000. 6. 29. 설계자와 시공자를 다른 회사들로 변경하여 다시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다.
마. 원고의 청구와 조합의 항변
원고는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주장하며 전체 용역대금 1,199,500,000원을 청구하였다.
예비적으로는 조합이 설계자를 변경하여 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사업계획 승인신청 단계까지 수행한 업무에 상응하는 대금의 65%인 779,675,00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조합은 다음과 같이 다투었다.
- 총회 결의 없이 체결한 계약이므로 조합에 효력이 없다.
- 원고가 보완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사업계획 승인신청이 반려되었으므로,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도 아니다.
원심은 첫 번째 항변을 받아들여 계약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그 판단방법에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
법리
가. 설계용역계약은 총유물 자체의 관리·처분이 아니다
대법원은 총유물의 관리·처분을 총유물 자체에 관한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와 이용·개량행위로 보았다.
재건축사업을 위해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용역대금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행위이다. 계약 체결 자체로 특정 총유재산을 매각하거나 그 재산 자체를 처분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조합이 장차 조합재산에서 용역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설계용역계약을 총유물의 관리·처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원심의 잘못은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설계용역계약을 총유물 처분으로 분류하여 결의 누락만으로 효력을 부정한 데 있다.
나. 총회 결의는 필요하지만, 그 근거는 정관상 대표권 제한이다
대법원도 이 사건 설계용역계약이 정관에 따라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는 점은 인정하였다.
정관이 설립인가조건상 총회 결의사항을 받아들이고 있고, 설립인가조건에서 설계자 선정 및 약정 체결에 총회 결의를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결의 요건은 이 거래에서 조합장의 대표권을 내부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총회 결의가 없으면 상대방의 인식과 관계없이 무효다”라는 판단은 구별해야 한다.
다. 민법 제60조를 그대로 준용할 수 없다
민법 제60조는 법인 이사의 대표권 제한을 등기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그러나 비법인사단에는 대표권 제한을 등기할 방법이 없다. 대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민법 제60조를 비법인사단에 준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신 거래상대방이 정관상 대표권 제한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거래의 효력을 판단하도록 하였다.
이는 대표권 제한이 등기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인식과 관계없이 항상 보호하는 방식과 구별된다.
라. 상대방의 악의·과실은 조합이 주장·입증해야 한다
이 사건의 추가 심리사항은 원고가 계약 체결 당시 설계용역계약에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이다.
그러한 사정은 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조합 측이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조합은 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만 제시하여 계약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고가 정관이나 인가조건을 전달받았는지, 계약 협의 과정에서 총회 승인 필요성을 고지받았는지 등 상대방의 인식에 관한 사정도 문제된다.
대법원은 원고에게 악의나 과실이 있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심리하지 않은 채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마. 정관에 ‘무효’라고 적혀 있어도 대외적 효력은 별도로 판단한다
이 사건 정관에는 정관에서 정한 권한을 벗어난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정관 규정만으로 거래상대방과의 계약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보지 않았다.
내부 규정이 위반행위의 효과를 ‘무효’라고 표현하더라도, 그 제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다만 이는 이 사건과 같은 정관상 대표권 제한에 관한 판단이다. 법률의 강행규정 위반까지 동일하게 처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 설계도면 설명과 계약 추인은 구별된다
원고는 계약 체결 후 열린 총회에서 계약이 추인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원고 직원 등이 총회에서 설계도면을 설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사실만으로 조합이 설계용역계약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승인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설계내용에 관한 설명이나 조합원들의 인식과, 계약당사자로서 용역대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의사결정은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다만 대법원은 다른 쟁점으로 원심을 파기하면서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이 추인 판단을 대법원이 최종 확정한 법리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사. 계약의 효력과 지급할 용역대금은 별개의 쟁점이다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원고가 청구한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업계획 승인신청이 반려되었고, 원고의 인허가 업무 이행 여부도 다투어졌다. 따라서 계약의 효력 외에도 업무 수행 범위, 반려의 원인, 계약 종료와 정산 요건 등을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원고의 용역업무 완수, 전체 대금 또는 65% 상당액의 지급의무까지 인정한 것이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가. 거래의 성격과 결의의 근거를 먼저 구별해야 한다
비법인사단과의 거래에서는 우선 총유재산 자체의 처분인지,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그다음 결의가 필요한 근거가 민법상 총유 규정인지, 정관상 대표권 제한인지, 별도의 법률상 강행규정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구별에 따라 상대방의 선의·과실과 입증책임이 달라진다.
나. 공동시행사의 비용 부담 약정과 설계업체에 대한 채무를 구별해야 한다
조합과 공동시행사 사이에서 설계비를 공동시행사가 부담하기로 하였더라도, 조합이 설계업체와의 계약에 직접 당사자로 참여했다면 외부적인 지급책임이 별도로 문제된다.
따라서 계약서에는 계약당사자, 지급의무자, 비용의 최종 부담자, 공동시행사가 지급하지 못한 경우의 처리를 구분하여 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그 책임구조에 앞서, 조합이 총회 결의 없이 계약당사자로 참여한 행위의 효력이 쟁점이 되었다.
다. 총회 자료는 설계 설명과 계약 승인을 구별하여 작성해야 한다
총회에 설계도면을 설명한 자료만으로는 용역계약의 체결이나 추인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계약 승인을 받으려면 계약상대방, 용역범위, 총액, 지급시기, 조합의 부담 여부 등이 안건과 의사록에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라. 파기환송을 대금채권의 확정으로 표시해서는 안 된다
홈페이지에서는 이 사건을 “총회 결의 없는 설계용역계약을 곧바로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로 소개하는 것이 정확하다.
“설계비 전액 지급이 인정된 사례” 또는 “총회 결의 없이도 설계계약은 항상 유효하다고 본 사례”로 정리하면 판결의 범위를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