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사건명은 ‘소유권이전등기’이지만, 대법원에서 문제 된 청구는 소송 도중 작성된 지불증에 따른 4,500만 원의 약정금 지급청구이다. 제공된 판결만으로는 환송심의 결론과 최종 확정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하급심
가. 제1심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1991. 9. 18. 선고 90가합1271 판결
원고가 패소하였다. 제1심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제공된 원심판결에 나타난 범위에서 확인하였다.
나. 원심
대구고등법원 1992. 5. 21. 선고 91나7010 판결〔소유권이전등기〕
피고가 구속을 면하기 위해 강박 상태에서 지급약정을 하였고, 이를 적법하게 취소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관련판례
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성립요건
대법원 1975. 3. 25. 선고 73다1048 판결〔소유권이전등기말소〕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직접 인용한 선행판례이다. 강박이 인정되려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법률행위를 하도록 할 고의로 위법하게 장래의 해악을 고지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원심의 종중 구성원 관련 설명을 읽을 때 유의할 후속 판례
원심은 종중 대표자 선임에 관하여 당시의 ‘성년 남자’ 중심 관습법을 전제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 제한하던 종래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하고,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과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종중 구성원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의 해당 설명을 현재의 종중 법리로 그대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종중 구성원 자격에 관한 변경이며, 이 사건의 강박 법리가 변경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법령
민법 제110조 제1항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의 참조조문에는 민법 제110조가 기재되어 있으며, 구법 표시는 없다.
사실관계
가. 종중원이 종중의 동의 없이 임야를 매도하였다
원고는 영천이씨 제학공파종중이고, 피고는 그 종중원이다. 문제 된 부동산은 경북 안동군 소재 임야 105,422㎡로, 실질적으로 종중 소유였으나 다른 사람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다.
피고는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종중원들과 매도하기로 협의한 뒤, 종중의 동의 없이 1988. 9. 5. 임야를 1,900만 원에 매도하였다.
당시 등기명의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피고는 자신이 등기명의인의 생전에 임야를 매수한 것처럼 매도증서를 만들고, 그 상속인들의 협조를 받아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받은 뒤, 1989. 5. 13. 상속인들을 거쳐 피고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
그 사이 임야는 여러 차례 전매되었고, 최종 매수인 4명은 1989. 2. 22. 이를 6,378만 원에 매수하였다. 1989. 5. 22. 피고 명의에서 최종 매수인들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
나. 매도대금 반환과 추가 배상 요구는 별개의 문제였다
종중 대표자가 매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피고를 추궁하자, 피고는 매도대금을 반환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매도대금 1,900만 원과 이자를 공동명의 계좌에 예치하였다.
그러나 종중 측은 이것만으로 손해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피고가 받은 매도대금은 1,900만 원이지만, 이후 최종 매매대금은 6,378만 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 된 4,500만 원은 이미 반환한 매도대금을 다시 지급하라는 금액이 아니라, 종중 측이 별도로 요구한 추가 피해보상금이었다.
다. 형사절차가 진행되었고, 피고는 구속될 것을 두려워하였다
종중 대표자는 전매자들의 부동산 투기·탈세 등에 관하여 진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도 사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1990. 4. 21.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그 후 종중 대표자는 1990. 6. 19. 피고를 사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다시 고소하였다. 여기에는 피고가 매도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작성한 일부 종중원 명의의 동의서 문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는 1990. 6. 25.부터 같은 달 27.까지 경찰서 보호실에 유치되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하자, 피고는 종중 대표자가 고소를 취소하지 않으면 구속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라.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추가 배상을 약정한 뒤, 강박을 이유로 취소하였다
피고는 1990. 6. 27. 면회 온 종중 대표자와 고소를 취소해 주는 조건으로 같은 달 말일까지 피해보상금 4,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지불증을 작성하였다.
종중 대표자는 고소를 취소하였다. 이후 피고는 1990. 7. 31. 해당 형사사건에서도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종중이 지급약정에 따라 4,500만 원을 청구하자, 피고는 구속을 피하려고 강박 상태에서 약정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항변하였다.
법리
가. 두려움 속에서 한 약정이라는 사정만으로 강박이 성립하지 않는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당사자가 불안하거나 두려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켜 법률행위를 하도록 할 고의로 위법하게 장래의 해악을 고지하였고, 그로 인해 의사표시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따라서 다음 두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 피고가 수사나 구속 가능성 때문에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는지
- 종중 대표자가 지급약정을 받아내기 위해 위법한 해악을 고지하였는지
첫 번째 사정이 인정된다고 두 번째 사정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 고소·고발의 위법성은 목적과 수단을 함께 살펴 판단한다
대법원은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이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위법한 강박행위가 될 수 있다.
결국 고소 취하와 금전 지급을 연결하여 합의했다는 형식 자체가 강박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금전 요구의 근거와 합의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다. 이미 매도대금을 반환받았더라도 추가 배상 요구가 곧 부정한 이익의 추구는 아니다
원심은 피고가 이미 매도대금을 반환했고 무혐의처분까지 받았는데도 종중 대표자가 다시 고소하였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함께 살폈다.
- 부동산은 실질적으로 종중 소유였다.
- 피고가 종중의 동의 없이 1,900만 원에 매도하였다.
- 이후 최종 매수인의 매수금액은 6,378만 원이었다.
- 종중 측의 추가 요구는 매도대금과 이후 시가 상당액의 차액을 배상받으려는 것이었다.
이에 비추어 대법원은 추가 배상을 요구한 목적을 부정한 이익의 취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는 강박의 위법성을 판단하면서 배상 요구의 목적을 평가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분 전액이 언제나 배상 대상이라거나, 법정 손해배상액이 정확히 4,500만 원이라고 확정한 판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라. 지급약정 이전의 배상 협의도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었다
대법원은 구속영장 신청 직전의 상황만 보지 않고, 그 이전의 협의 과정에도 주목하였다.
원심 증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종중원들은 1989. 7.경부터 1990. 5.경까지 여러 차례 피고에게 4,500만 원의 손해를 변상하라고 요구하였다. 피고도 자신의 잘못으로 종중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점을 인정하고 배상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4,500만 원의 지급 요구가 구속 가능성을 이용하여 갑자기 만들어진 요구였는지, 이전부터 협의하던 배상 문제였는지를 판단하는 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지급약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종중 측에 특별히 부당한 행위나 수단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마. 원심은 주관적 공포를 중시하였고, 대법원은 위법한 강박행위의 존재를 구별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가. 강박을 주장하려면 상대방의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특정해야 한다
“구속될까 두려워 서명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어떤 말을 하였는지, 어떤 불이익을 고지하였는지, 요구한 이익과 사용한 수단이 왜 부당한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수사기관의 조사로 느낀 압박과 합의 상대방의 위법한 강박행위도 구별해야 한다.
나. 배상 요구의 근거와 기존 협의 과정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기존 피해의 내용, 이미 반환받은 금액, 추가로 요구하는 금액의 산정 근거, 상대방의 책임 인정이나 지급 약속은 합의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이미 반환받은 돈과 추가 배상금을 구분하여 기재하면, 같은 손해를 중복하여 청구하는 것인지에 관한 다툼을 줄일 수 있다.
다. 무혐의처분과 민사상 지급약정의 효력은 구분해야 한다
형사사건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고소가 위법한 강박이었다거나, 민사상 배상 요구와 지급약정도 당연히 효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무혐의처분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면서, 추가 배상 요구의 목적과 약정 체결 과정의 위법성을 별도로 판단하였다.
라. 이 판결의 결론은 강박 취소를 인정한 원심 판단의 파기이다
이 판결은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강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대법원이 직접 4,500만 원의 지급을 명하여 사건을 종결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