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로 인한 인수대상 회사의 경영악화와 M&A 계약상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인수대상 회사의 경영악화와 M&A 계약상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

— 서울고등법원 2024. 3. 21. 선고 2022나2052981·2023나2019837·2023나2027739 판결,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34796·2024다234802·2024다234819 판결 —

1.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대형 항공회사의 인수계약 체결 후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인수대상 회사의 재무상태와 영업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경우, 매수인이 이를 이유로 거래종결을 거절할 수 있는지를 다룬 판결이다.

쟁점은 크게 다음과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가 계약상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 즉 MAE에 해당하는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여객운송을 축소하고 화물운송을 확대하며 인력을 감축한 것이 ‘통상적인 사업과정’에 따른 운영인가
회계정책과 회계추정 변경으로 부채가 증가한 경우 MAE로 평가할 수 있는가
MAE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래종결 선행조건의 증명책임과 판단시점은 무엇인가
매수인의 거래조건 재협상 요구와 거래종결 불참이 이행거절에 해당하는가
매수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총 인수대금의 10%인 약 2,500억 원의 계약금을 위약벌로 몰취할 수 있는가

법원은 코로나19로 인수대상 회사의 경영상태가 매우 심각하게 악화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항공산업 전반의 침체가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MAE 예외사유에 해당하므로, 매수인은 이를 이유로 거래종결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매수인이 거래조건의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정해진 거래종결일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거래종결의무의 이행거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매도인 측의 계약해제는 적법하고, 매수인 측이 지급한 약 2,500억 원의 계약금은 위약벌로서 매도인 측에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매수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2. 사건의 기본 구조

원고들은 인수대상 항공회사와 그 기존 주주이고, 피고들은 인수대상 항공회사에 대한 신주 인수와 기존 주주 보유주식의 매수를 추진한 공동 매수인들이었다.

당사자들은 2019. 12. 27. 다음 두 계약을 포함하는 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

인수대상 항공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매수인들이 인수하는 신주인수계약
기존 주주가 보유한 항공회사 주식을 매수인들이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

전체 인수대금 규모는 약 2조 5,000억 원이었다. 매수인들은 계약금으로 합계 약 2,500억 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계약 체결 직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선 여객 수요가 급감하였다. 인수대상 항공회사의 재무상태와 영업실적도 크게 악화되었다.

매수인 측은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기준일 이후 인수대상 회사의 재무·영업상태에 MAE가 발생하였다.
회사가 여객운송을 대폭 축소하고 화물운송 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통상적인 사업과정을 벗어났다.
대규모 인력감축과 자금조달로 회사의 사업구조와 재무구조가 크게 변하였다.
회계처리와 재무제표에 관한 매도인 측의 진술 및 보장이 정확하지 않았다.
매도인 측이 계약상 확약을 위반하였다.

매수인 측은 거래조건의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예정된 거래종결일에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매도인 측은 2020. 9. 11. 매수인 측의 거래종결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인수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전액이 매도인 측에 귀속되었다고 주장하였다.

3. MAE 조항과 거래종결 선행조건

이 사건 인수계약은 기준일 이후 거래종결일까지 인수대상 회사 및 계열회사에 MAE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으로 정하였다.

계약은 MAE를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회사 및 계열회사 전체의 사업, 자산, 부채, 기업가치, 재무상태 또는 영업상태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 또는 변경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일체의 사건·사유 또는 사정

그러나 계약은 일정한 사건이나 변화가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주더라도 이를 MAE로 간주하지 않거나 MAE 판단에서 제외하도록 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예외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천재지변
대한민국 또는 국제적인 경제환경의 변화
회사나 계열회사가 속한 산업의 일반적인 환경 변화
회계정책 또는 회계추정의 변경
계약에서 별도로 정한 기타 일반적·외부적 변화

따라서 회사의 재무상태나 영업상태가 실제로 심각하게 악화되었더라도, 그 원인이 계약상 MAE 예외사유에 해당하면 매수인은 이를 거래종결 거절사유로 주장할 수 없었다.

4. 재무·영업상태의 악화만으로 MAE가 되는지

서울고등법원은 기준일 이후 인수대상 회사의 재무상태와 영업상태가 크게 악화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재무·영업상태의 악화라는 결과만으로 MAE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MAE 여부는 다음 두 단계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회사의 사업·자산·부채·기업가치·재무상태 또는 영업상태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였는지를 확인한다.
그 영향을 발생시킨 원인이 계약에서 MAE로 간주하지 않거나 판단에서 제외하도록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한다.

따라서 손실의 규모나 재무상태의 악화 정도가 크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사자들이 계약을 통해 그 위험을 누구에게 부담시키기로 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경영악화의 주된 원인이 코로나19와 항공산업 전반의 침체였고, 이러한 사정은 계약상 MAE 예외사유에 해당하였다.

5. 코로나19가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

계약은 천재지변을 MAE 예외사유로 정하면서도 그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코로나19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계약상 천재지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신종 감염병의 출현이라는 자연적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의 통제영역을 벗어나 단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항공사의 통상적인 경영판단만으로 회피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그 자체와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영업·재무상태의 악화는 원칙적으로 MAE 판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불가항력에 관한 민법상 일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해당 계약에서 사용한 ‘천재지변’이라는 문언을 거래목적과 코로나19의 성격에 비추어 해석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계약에서 감염병이 당연히 천재지변에 포함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계약에 감염병, 팬데믹,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 등을 어떻게 규정하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6. 항공산업 전반의 환경 변화

이 사건 계약은 ‘대한민국 또는 국제적인 경제환경의 변화’와 ‘회사 또는 계열회사가 속한 산업의 일반적인 환경 변화’를 MAE에서 제외하였다.

코로나19 확산은 인수대상 회사만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입국제한, 이동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항공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2020년 항공 여객시장은 다음과 같이 축소되었다.

전체 여객 수: 전년 대비 약 68.1% 감소
국제여객 수: 전년 대비 약 84.2% 감소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020년 3월 이후 국제여객 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96.8% 감소

법원은 이처럼 항공업에 속한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발생한 영업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를 항공산업의 일반적인 환경 변화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해당 회사가 코로나19로 다른 항공사들과 함께 경영상 타격을 입었다는 사정은 계약상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 산업 전반의 위험에 해당하였다.

7. 대상회사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이 발생한 경우

M&A 계약에서는 산업 전반의 변화는 원칙적으로 MAE에서 제외하면서도, 그 변화가 대상회사에 동종업계보다 불균형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다시 MAE에 포함하는 이른바 ‘disproportionate effect’ 예외를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사건 판결에서 확인되는 계약구조와 증거관계만으로는 코로나19가 대상회사에 동종업계보다 불균형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MAE 예외의 예외를 인정하기 어려웠다.

결국 일반적인 산업위험을 매수인이 부담하도록 한 계약에서, 대상회사가 그 산업에 속한다는 이유로 겪게 된 공통적 손실은 그 규모가 크더라도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MAE 판단에서 손해액의 절대적 크기보다 계약상 위험배분이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8. 회계정책·회계추정 변경으로 인한 부채 증가

인수대상 회사의 2019년 말 재무제표에서는 기준재무제표에 비해 부채와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 주요 원인에는 다음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항공기 리스부채
항공기 복구·정비 충당부채
마일리지 충당부채

법원은 이러한 부채 증가의 상당 부분이 회사의 실질적인 신규 채무 발생보다는 회계정책 또는 회계추정 변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이 사건 계약은 회계정책이나 회계추정의 변경으로 인한 영향을 MAE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따라서 재무제표상 부채가 크게 증가하였다는 수치만으로 MAE를 인정할 수 없었다.

법원은 경제적 실질과 회계상 표시를 구분하였다. MAE 판단에서는 단순히 재무제표상 부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볼 것이 아니라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 신규 채무가 발생했는가
기존 채무의 회계상 인식시점이나 측정방법만 변경되었는가
회계정책·회계추정 변경이 계약상 MAE 예외에 포함되는가
회계상 변화가 기업가치나 현금흐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가
9. 통상적인 사업과정의 의미
가. 매수인의 주장

매수인 측은 인수대상 회사가 계약 체결 이후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통상적인 사업과정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였다.

주요 여객노선의 대폭 축소·중단
여객운송 부문의 축소
화물운송 부문의 확대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등 대규모 인력감축
외부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

매수인 측은 대상회사가 여객운송 중심의 항공사에서 화물운송 중심의 회사로 본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통상적인 사업과정’을 계약 체결 당시의 사업운영을 그대로 동결하여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항공운송사업자는 시장상황과 수요변화에 따라 여객운송과 화물운송의 비중을 조절하고, 수익성 있는 노선을 확대하며 비수익 노선을 축소할 수 있다. 이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통상적인 사업전략이다.

코로나19로 국제여객 수요가 사실상 소멸한 상황에서 여객노선을 그대로 운영했다면 손실이 더욱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여객운송을 축소하고 화물운송을 확대하며 인력을 조정한 것은 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 대응이었다.

실제로 회사는 화물운송 확대를 통해 2020년 화물운송 매출을 전년 대비 약 68% 증가시키고 적자폭을 줄였다.

또한 회사는 여객운송 사업 자체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여객운송과 화물운송이라는 기존 사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양자의 비중만 조정하였다. 계약에도 여객운송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조치가 통상적인 사업과정을 벗어난 사업구조의 근본적 변경이 아니라 비상한 시장환경에 대한 통상적이고 합리적인 경영대응이라고 판단하였다.

10. ‘통상적인 사업과정’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

이 판결의 중요한 법리는 통상적인 사업과정이 정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적’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과거와 동일한 영업활동을 반복한다는 뜻이 아니다. 당시의 시장환경과 산업상황에서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취할 수 있는 대응인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이례적인 조치라도 비상상황에서는 통상적인 경영대응이 될 수 있다.
외형적인 사업비중의 변화보다 기존 사업의 본질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손실 최소화와 회사 존속을 위한 조치는 통상적인 사업과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계약에서 특정 사업의 유지수준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사업비중 조절만으로 확약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
매수인이 관련 조치를 보고받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정은 그 조치를 통상적인 사업운영으로 인식하였다는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
11. 진술 및 보장 위반 여부

매수인 측은 인수대상 회사의 기준재무제표에 항공기 복구·정비 충당부채, 리스부채 및 마일리지 충당부채가 과소계상되어 있었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관한 외부감사인의 부적정 의견도 있었으므로 재무제표에 관한 진술 및 보장이 위반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재무제표가 일부 회계상 판단의 여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정이나 내부통제제도에 부적정 의견이 제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기준재무제표가 중요한 면에서 진실하거나 정확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항공기 리스기간 산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리스기간 연장은 계약상 집행 가능한 권리가 있어야 한다.
당사자 간 협의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만으로는 리스이용자에게 일방적인 연장선택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리스제공자의 동의 없이 연장을 관철할 수 없다면 계약기간을 초과한 기간을 리스기간으로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계약에서 연장선택권이 인정되더라도 전체 재무제표를 중요한 면에서 부정확하게 만들 정도라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진술 및 보장 위반은 단순한 회계처리상의 논란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에서 정한 중요성 기준을 충족할 정도로 재무제표의 진실성이나 정확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어야 한다.

12. 선행조건의 판단시점과 증명구조

거래종결 선행조건은 원칙적으로 계약에서 정한 거래종결일을 기준으로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

다만 당사자들이 거래종결일을 변경하거나 선행조건 충족을 위한 보완기간을 합의하였다면 그 변경된 시점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매수인 측은 인수조건 조정을 위한 협의체가 구성되었으므로 거래종결일도 재협의 완료 후로 변경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재협의가 진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거래종결일이 확정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매수인 측이 선행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거래종결을 거절하려면 원칙적으로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어떤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가
그 미충족 사유가 계약상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가
미충족 상태가 거래종결일까지 존속하였는가
계약상 보완절차 또는 통지절차를 준수하였는가
자신이 거래종결을 위한 협력의무를 이행하였는가

대법원은 원심이 제시한 선행조건의 판단기준, 판단시점 및 증명책임에 관한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보았다.

13. 매수인의 재협상 요구와 이행거절

매수인 측은 계약 체결 후 인수대금과 거래조건의 재협상을 요구하였다. 일부 매수인은 다른 공동 매수인과 매도인 측 사이의 협의가 완료되면 그에 따라 거래를 종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이를 무조건적인 거래종결 의사로 보지 않았다.

“조건과 거래종결일에 관한 재협의가 완료되면 이행하겠다”는 의사는 기존 계약 내용에 따른 이행이 아니라 계약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경될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이행의사에 불과하다.

또한 매수인 측은 매도인 측의 반복적인 거래종결 촉구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행동하였다.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였다.
인수조건의 재협상을 요구하였다.
매도인이 지정한 거래종결일과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인수대금 지급 등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매수인 측이 인수계약에 따른 거래종결의무의 이행을 거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14. 공동 매수인 사이의 의무관계

공동 매수인 중 일부는 자신의 거래종결의무가 다른 매수인의 거래종결과 연계되어 있고, 독립적으로 거래를 종결할 수 없었으므로 이행거절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공동 매수인들이 하나의 거래구조 아래 신주인수 및 구주매매를 함께 추진하였더라도 각자가 계약당사자로서 부담하는 거래종결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 매수인이 다른 공동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의 재협의 완료를 전제로만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거래종결일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자신의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5. 매도인의 계약해제와 후속 거래

매도인 측은 2020. 9. 11. 매수인의 거래종결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인수계약을 해제하였다.

법원은 당시 MAE가 발생하지 않았고, 매도인 측의 확약 및 진술·보장 위반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매수인 측의 거래종결 거절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매수인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매도인 측의 해제는 적법하였다.

매수인 측은 매도인 측이 해제 이후 제3자와 새로운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을 확약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기존 인수계약은 2020. 9. 11. 이미 적법하게 해제되어 종료되었다.

따라서 그 후 매도인 측이 제3자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기존 계약상 독점교섭 또는 제3자 거래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

또한 계약이 이미 해제된 후 12개월의 거래종결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매수인이 다시 계약을 해제하거나 계약금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었다.

16. 계약금의 법적 성질

이 사건 계약은 매수인이 지급한 약 2,500억 원의 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닌 위약벌’로 명시하였다.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매수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금은 매도인 측에 귀속된다.
매수인은 계약금 반환이나 감액청구 등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이다.
그 액수는 상당하고 합리적이다.
매도인 측은 계약금 귀속과 별도로 실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이러한 계약문언과 교섭 경과를 토대로 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이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매수인 측은 계약 협상 과정에서 ‘위약벌’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종계약에서는 위약벌이라는 문구가 유지되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차이를 충분히 인식하면서 계약금을 위약벌로 정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17. 위약벌의 감액 여부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

반면 위약벌은 채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제재로서 원칙적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대상이 아니다. 다만 위약벌이 지나치게 과다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가 될 수 있다.

법원은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을 원용하여, 위약벌의 공서양속 위반 여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당사자의 지위와 협상력
우월적 지위의 이용 여부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벌을 정한 목적과 동기
계약 위반의 경위
전체 거래규모와 위약벌 비율
거래 무산으로 발생할 유형·무형의 손해
위약벌로 확보하려는 이행이익

단순히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위약벌을 무효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8. 약 2,500억 원의 위약벌이 유효하다고 본 이유

법원은 약 2,500억 원의 계약금 전액 몰취가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인수대금 약 2조 5,000억 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절대액은 크지만 전체 거래규모에 비추어 통상적인 계약금 비율을 현저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웠다.

둘째, 당사자들은 대규모 회사와 전문투자자들로서 다수의 법률·재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대등하게 협상하였다. 매도인 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위약벌을 강요하였다고 볼 수 없었다.

셋째, 매수인 측은 최종입찰에서 경쟁자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위약벌 조항을 수용하였다.

넷째, 인수대상 회사의 경영 정상화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거래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종결될 필요가 있었다.

다섯째, 거래 무산은 매도인과 대상회사에 다음과 같은 중대한 손해를 초래할 수 있었다.

재매각 지연
신용도 및 기업가치 하락
자금조달 곤란
대규모 자문비용
영업 및 인력의 불안정
경영 정상화 지연

여섯째, 계약에는 계약금이 위약벌이고 그 액수가 상당하고 합리적이라는 당사자들의 명시적인 확인이 있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위약벌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할 정도로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9. 손해배상과 위약벌의 병존

이 사건 계약은 계약금의 귀속과 별도로 매도인 측이 실제 손해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법원은 매도인 측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출한 법률·회계 자문비용을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하였다.

특히 공동 매수인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에 지출된 자문비용도 전체 매각절차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게 지출된 비용이라면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매각은 입찰공고, 적격자 선정, 실사, 최종입찰 및 계약협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된 절차였다.
대규모 M&A 거래는 매각 초기부터 법률·회계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
자문비용이 해당 매각절차와 관련하여 지출되었다는 점이 청구서와 세금계산서 등으로 확인되었다.
최종 매수인이 선정되기 전 비용이라도 최종적으로 체결된 인수계약을 준비하고 성사시키기 위한 비용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20. 대법원 2024다234796 등 판결의 판단

대법원은 2025. 3. 13. 매수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다음 쟁점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인수계약상 확약 조항의 해석과 판단기준
진술 및 보장 조항의 해석
거래종결 선행조건의 충족 여부
선행조건의 판단기준과 판단시점
선행조건 충족 여부의 증명책임
매수인의 이행거절과 계약해제
계약금의 법적 성질
위약벌의 감액 또는 일부 무효 여부
손해배상의 범위

대법원이 별도의 상세한 법리를 설시한 것은 아니지만, 항공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를 계약상 MAE 예외사유로 보고 매수인의 거래종결 거절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결론을 확정하였다.

21. 앞선 MAE 판례와의 비교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2다295513 판결은 주거래처 생산량 감소와 핵심부품 수주 실패를 이유로 MAE를 인정하였다.

반면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34796 등 판결은 코로나19로 대상회사의 경영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음에도 MAE를 부정하였다.

두 판결의 차이는 경영악화의 규모보다 계약상 위험배분에서 비롯된다.

구분 대법원 2022다295513 대법원 2024다234796 등
부정적 사정 주거래처 생산량 급감, 핵심부품 수주 실패 코로나19, 항공산업 전반의 침체
영향의 성격 대상사업의 고객·제품구조에 직접 관련된 개별 위험 산업 전체에 공통된 거시적·외부적 위험
MAE 정량기준 최종매매대금의 10% 이상 별도의 정량기준보다 계약상 정의·예외구조 중심
예외사유 해당 사정이 예외에 포함되지 않음 천재지변 및 산업 일반환경 변화가 명시적 예외
결론 MAE 인정, 매수인의 해제 적법 MAE 부정, 매수인의 종결 거절 위법

핵심은 동일한 사건이라도 계약서의 carve-out, 즉 MAE 예외조항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산업 전반의 불황이나 감염병이라도 계약상 예외로 정하지 않았다면 MAE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대상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되었더라도 계약에서 해당 위험을 MAE에서 제외하였다면 매수인이 그 위험을 부담한다.

22. 계약서 작성에 주는 시사점
가. 감염병과 정부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함

MAE 예외사유에는 다음 항목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전염병 및 팬데믹
세계보건기구 또는 정부의 비상사태 선언
출입국 제한, 이동제한, 영업제한
검역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항공편 운항 제한
공급망 중단

‘천재지변’이라는 추상적 문구만으로는 감염병이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나. 불균형적 영향의 예외를 둘 것인지 정해야 함

매수인 측에서는 일반적인 산업변화를 MAE에서 제외하더라도 대상회사에 동종업계보다 현저히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다시 MAE에 포함하도록 정할 필요가 있다.

매도인 측에서는 불균형적 영향의 적용기준을 엄격히 하고 비교대상 기업, 비교기간 및 정량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 통상적인 사업과정의 예외를 구체화해야 함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다음 행위가 통상적인 사업과정에 포함되는지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비수익 사업·노선의 축소
인력 감축과 휴직
영업시간과 생산량 조정
사업부문 간 자원 재배분
긴급 차입과 공적자금 조달
신규 유가증권 발행
정부지침에 따른 영업변경

매수인 사전동의가 필요한 행위를 정하더라도 긴급상황에서 사전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의 사후통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라. 회계정책 변경과 실질적 손실을 구분해야 함

회계기준 변경이나 회계추정 변경으로 재무제표상 부채가 증가한 경우와 실제 신규 채무나 현금유출이 발생한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계약에서 회계정책 변경을 MAE에서 제외하더라도, 실제 현금흐름이나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전부 제외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마. 위약벌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함

계약금을 위약벌로 정하려면 다음 사항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이라는 점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대상이 아니라는 당사자의 인식
계약금 귀속과 별도로 실제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지
위약벌의 액수가 거래규모와 위험에 비추어 합리적이라는 확인
계약금 반환이나 감액청구의 제한
위약벌이 적용되는 귀책사유와 해제사유

다만 명칭만 위약벌로 정한다고 항상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계약구조, 협상경위와 손해배상조항의 관계를 함께 고려하여 법적 성질이 결정된다.

23. 종합적 평가

이 판결은 코로나19가 대상회사의 기업가치와 재무상태에 중대한 악영향을 주었다는 현실적 사실보다, 그 위험을 계약상 누가 부담하기로 하였는지를 우선하였다.

또한 통상적인 사업과정을 계약 체결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동결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급변한 시장환경에서 회사의 존속과 손실 최소화를 위해 합리적으로 취한 대응까지 포함하는 동적인 개념으로 해석하였다.

계약 체결 후 대상회사의 상태가 크게 악화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매수인이 거래종결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수인은 그 악화가 계약상 MAE에 해당하고 예외사유에 포함되지 않으며, 선행조건 미충족이 거래종결일까지 존속하였다는 점을 계약문언에 따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

이를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M&A 계약 체결 후 인수대상 회사의 재무상태와 영업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었더라도, 그 원인이 계약에서 MAE로 간주하지 않기로 한 천재지변이나 산업 전반의 환경 변화에 해당한다면 매수인은 이를 이유로 거래종결을 거절할 수 없다. 또한 비상상황에서 회사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존 사업부문 사이의 비중을 조정하고 인력을 감축한 것은 사업의 본질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당시 환경에 따른 통상적인 사업운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래조건의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거래종결일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매도인의 계약해제는 적법하고, 대등한 당사자들이 충분한 협상을 거쳐 총 인수대금의 10%를 위약벌로 정하였다면 그 금액이 고액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액되거나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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