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본래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과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의 제한

핵심 결론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 당시 본래 채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면, 채무불이행이 시효 완성 전에 발생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을 해제하거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다204593, 2010다56685, 2017다205127

판결번호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9다204593 판결〔추심금〕

원심판결

울산지방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나22381 판결

제1심판결

울산지방법원 2018. 4. 26. 선고 2017가단71613 판결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는 독립된 판례 페이지가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판례

관련법령

사실관계

주택 및 상가 신축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대목은 울산 중구 일원에서 공동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였다.
2007년 1월 10일 대목은 피고로부터 피고 소유의 토지 및 지상물 일체를 매매대금 3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에서 정한 대금 지급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 계약금 3,000만 원
  • 2007년 2월 28일 지급할 2차 계약금 6,000만 원
  • 사업계획승인 후 10일 이내 지급할 잔금 2억 1,000만 원
계약서 제7조에는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에게 지급하고,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은 무효가 되어 매도인에게 귀속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2007년 1월 12일 대목은 피고에게 계약금 3,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2차 계약금 6,000만 원과 잔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사업이 장기간 진행되지 않았고, 2012년 2월경까지 사업계획승인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2년 2월 10일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매도하였고, 2012년 2월 13일 그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편 원고는 대목에 대하여 약정금 13억 7,03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지급명령을 받았고, 그 지급명령은 2016년 8월 2일 확정되었다.
원고는 위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을 집행채권으로 하여, 대목을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대목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계약금 및 위약금 반환채권을 대상으로 압류·추심명령을 받았다. 이 명령은 2017년 2월 11일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원고는 추심채권자의 지위에서 피고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피고에게 계약금 3,000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1심 판단

제1심은 원고의 계약금 반환청구와 위약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고는 제1심판결 중 계약금 3,000만 원의 반환청구에 관한 패소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하고, 위약금 3,000만 원의 지급청구 부분은 항소하지 않았다.

원심 판단

원심은 제1심판결 중 계약금 반환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3,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원심은 먼저 계약서 제7조를 손해배상액 예정의 성질을 가진 위약금 약정으로 해석하였다. 대목이 2차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의 별도 의사표시 없이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되거나 계약금이 당연히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줌으로써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대목의 추심채권자인 원고가 자신의 이름으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소멸시효에 관해서는, 상행위인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 상법 제64조의 5년간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지만,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계약이 해제되어 그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았다.
원고가 지급명령 정본을 통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을 청구하였으므로, 그때 비로소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이 본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만을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1. 법정해제권과 본래 채권의 관계

이행불능이나 이행지체를 이유로 하는 법정해제권은 채무불이행에 대한 구제수단이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본래 채무가 유효하게 존속하여야 한다.
민법 제167조에 따르면 소멸시효는 그 기산일에 소급하여 효력이 발생한다. 본래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그 채권은 시효 기산일에 소급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고, 채권자는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
본래 채권이 유효하게 존속하지 않는 이상 그 채권에 대응하는 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다.

2.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시점은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계약해제의 의사표시 당시 본래 채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면, 채무불이행이 본래 채권의 시효 완성 전 발생하였는지 또는 시효 완성 후 발생하였는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그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없다.

3.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이행기

대목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상사채권이므로 그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다.
이 사건 계약은 잔금지급기일을 ‘사업계획승인 후 10일 이내’로 정하였다. 이는 장래 발생 여부와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이행기로 정한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
당사자가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로 정한 경우에는 그 사실이 실제로 발생한 때뿐 아니라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가 도래한다.
대목은 계약금만 지급한 후 계약에 따른 나머지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공동주택건설사업도 상당한 기간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비추어 사업계획승인이 이미 불가능하게 되어 대목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이행기가 도래하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원고의 계약해제 의사표시가 피고에게 도달한 2017년 2월 11일에는 위 이행기로부터 5년이 지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을 개연성이 있었다.

4. 원심판결의 법리오해

대목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면,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더라도 대목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없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는 원상회복청구권 자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뿐 아니라, 본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여 해제권과 원상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원심은 먼저 원고가 해제권을 행사할 당시 대목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본래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해제로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본래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과 해제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계약해제로 새로 발생하는 원상회복청구권의 소멸시효만을 따져서는 안 되고, 계약을 해제할 당시 채무불이행의 기초가 되는 본래 채권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본래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면 채무불이행이 시효 완성 전에 발생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계약해제와 원상회복청구가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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