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정 주주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청구권과 회사의 자기주식취득 제한

핵심 결론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 일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해 주기로 약정한 것은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이 아니라 자기주식취득 약정이다. 배당가능이익·취득방법·이사회 결의 등 상법 제341조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면 그 약정과 주식매매계약은 무효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08058

판례번호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08058 판결
사건명: 부당이득금

관련 규정

상법 제341조는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면서, 거래소에서 시세가 있는 주식을 취득하거나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하는 등 일정한 방법과 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41조의2는 합병 또는 영업양수로 인한 경우, 회사의 권리를 실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단주를 처리하기 위한 경우, 주주가 법률상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등 특정한 목적이 있는 때에는 제341조의 제한과 달리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
상법 제374조의2는 영업양도 등 회사의 중요한 구조변경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한다.
상법 제522조의3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는 원고 회사의 임원이자 주주였다.
원고 회사와 피고는 피고의 퇴직과 관련하여 임원퇴직합의를 체결하였다. 그 합의에는 피고가 보유한 회사 주식을 특정한 가격으로 원고 회사가 직접 매수하거나, 원고 회사가 지정한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원고 회사는 합의에 따라 피고와 직접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해당 자기주식을 취득하면서 상법 제341조가 정한 배당가능이익, 주주평등에 따른 취득방법 및 이사회 결의 등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
원고 회사는 나중에 자기주식취득이 상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가 지급받은 주식매매대금을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청구하였다.
피고는 원고 회사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제3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그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하였다.

쟁점

첫째, 회사가 특정 주주와 체결한 주식매수약정에 따라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상법 제341조의2 제4호가 정한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에 해당하는가.
둘째, 법률이 아니라 당사자 간 약정에 의하여 특정 주주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청구권은 어떠한 자기주식취득 규정의 적용을 받는가.
셋째, 상법 제341조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않은 자기주식취득 약정과 그에 따른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한가.
넷째, 회사의 직접 매수약정이 무효이더라도 제3자로 하여금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는 유효하게 존속할 수 있는가.

법리

1. 자기주식취득 제한의 목적

회사가 자기 계산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회사의 재산이 주주에게 유출되어 자본적 기초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회사채권자의 담보를 감소시키고 회사와 주주 및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
특정 주주의 주식만 유리한 조건으로 취득하면 주주평등의 원칙도 훼손될 수 있다. 경영진이 자기주식을 선택적으로 취득하여 우호지분을 조성하거나 특정 주주를 축출하는 등 불공정한 회사 지배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상법은 자기주식취득을 전면적으로 자유화하지 않고 법률이 정한 목적·재원·방법과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2. 2011년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취득을 제한적으로 완화하였다

개정 전 상법은 원칙적으로 자기주식취득을 금지하고 법률이 열거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허용하였다.
2011년 개정되어 2012년 4월 15일부터 시행된 상법은 자기주식취득의 제한을 완화하였다. 회사는 상법 제341조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의 한도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개정 상법도 자기주식취득을 무제한 허용한 것은 아니다. 회사는 상법 제341조가 정한 재원·취득방법·의사결정 등의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한 취득으로서 상법 제341조의2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배당가능이익이나 일반적인 취득방법의 제한 없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 상법에서도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야만 자기주식취득이 허용된다는 원칙은 유지된다.

3. 법정 주식매수청구권과 약정상 매수청구권은 다르다

상법 제341조의2 제4호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의 영업양도·합병·주식교환 등 상법이 정한 구조변경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법률이 직접 부여한 권리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권리가 이에 해당한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에 반대하는 주주의 매수청구권
영업양도 등 중요한 경영사항에 반대하는 주주의 매수청구권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매수청구권
이러한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은 다수결로 추진되는 회사의 구조변경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공정한 투자회수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따라서 그 권리가 행사되면 회사는 상법 제341조의2 제4호에 따라 일반적인 자기주식취득 제한을 받지 않고 해당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반면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 일정한 가격으로 회사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계약으로 부여한 것은 법률상 주식매수청구권이 아니다.
약정상 권리가 경제적으로는 매수청구권 또는 풋옵션과 같은 기능을 하더라도 상법 제341조의2 제4호가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4. 특정 주주와의 주식매수약정에는 상법 제341조가 적용된다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 특정한 금액으로 주식을 매수해 주기로 약정하고, 그 주주가 약정에 따라 회사에 주식매수를 요구한 경우 이는 회사가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행위이다.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가 아니므로 상법 제341조의2 제4호에 따른 예외적인 취득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회사가 실제로 주식을 취득하려면 다음과 같은 상법 제341조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직전 결산기의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에서 법정 공제액을 뺀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일 것
거래소에서 시세가 있는 주식을 취득하거나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하는 등 법정 방법을 따를 것
취득할 주식의 종류와 수, 취득가액의 총액 및 취득기간 등을 적법하게 결정할 것
주주총회 또는 정관과 법률에 따른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의사결정절차를 거칠 것
특정 주주와 개별적으로 체결한 약정만으로 이러한 요건과 절차를 대체할 수 없다.

5. 법정 요건을 위반한 자기주식취득 약정은 무효이다

개정 상법이 자기주식취득을 완화했더라도 법이 정한 경우와 방법에 의해서만 허용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상법 제341조의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자기주식취득 약정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 그 약정에 따라 실제로 체결한 주식매매계약도 무효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 회사가 피고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로 한 약정은 특정 주주에게 특정한 가격으로 회사에 주식매수를 요구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었다.
회사는 상법 제341조가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않았으므로 직접 매수하기로 한 약정과 그에 따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은 모두 무효라고 판단되었다.

6. 무효인 매매계약에 따라 지급한 대금은 부당이득이 된다

자기주식취득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이 무효라면 주주는 주식매매대금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을 잃는다.
따라서 주주는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회사 역시 주식취득에 따른 권리를 원상회복하여야 한다.
원심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피고가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원고 회사에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7. 제3자 매수의무는 직접 매수약정과 구별할 수 있다

임원퇴직합의에는 원고 회사가 피고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방안뿐 아니라, 회사가 지정한 제3자로 하여금 피고의 주식을 매수하게 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3자가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의 직접 매수약정과 달리 상법 제341조의 자기주식취득 제한에 곧바로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회사는 제3자로 하여금 피고의 주식을 매수하게 하기로 한 약정 부분의 효력 자체는 다투지 않았다.
대법원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로 한 부분은 무효이지만, 제3자 매수의무는 유효하게 존속할 수 있음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8. 회사는 제3자 매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직접 매수약정뿐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피고의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
이는 유효한 제3자 매수의무에 대한 이행거절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한다. 피고는 이 손해배상채권을 원고 회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결국 회사가 직접 지급한 주식매매대금은 무효인 계약에 따른 부당이득이지만, 회사가 별도로 부담하던 제3자 매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배상책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

대법원은 원고 회사가 특정 주주인 피고에게 특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해 주기로 한 약정은 법정 주식매수청구권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상법 제341조의2 제4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회사가 직접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상법 제341조의 배당가능이익, 취득방법 및 의사결정절차 등을 갖추어야 했다.
회사가 이러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않았으므로 직접 매수약정과 이에 따라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은 무효이고, 피고가 받은 매매대금은 원칙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이 되었다.
다만 회사가 제3자로 하여금 피고의 주식을 매수하게 할 의무는 직접적인 자기주식취득과 구별되었다. 회사가 그 의무의 이행을 명백히 거절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이 인정되었고, 이를 회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상법상 법정 주식매수청구권과 당사자 간 계약으로 설정한 매수청구권 또는 풋옵션을 명확히 구별하였다.
계약상 권리가 경제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과 동일한 기능을 하더라도 상법 제341조의2 제4호가 정한 예외적인 자기주식취득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투자계약, 주주간계약, 임원퇴직합의 등에서 회사가 특정 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약정을 하는 경우 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일정한 시기에 회사가 주식을 되사기로 하는 약정
일정한 수익률을 가산하여 회사가 주식을 매수하는 약정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
임원의 퇴직 시 회사가 보유주식을 매수하는 약정
투자자의 원금 회수를 회사가 보장하는 약정
이러한 약정은 상법 제341조의 요건과 절차를 충족하지 않으면 무효가 될 수 있다.
반면 회사가 직접 주식을 취득하지 않고 대주주나 다른 제3자가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자기주식취득 제한과 구별된다. 다만 회사가 제3자에게 매수자금을 제공하거나 손실을 보전하여 실질적으로 회사의 계산으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우회적인 자기주식취득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계약구조와 자금부담의 실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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