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처벌법 사건 진술서 작성 사례
이 메모는 유사한 조세범 처벌법 사건을 처음 맡는 후배 변호사가 “결과적으로 재화가 공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고 곧바로 허위세금계산서라고 단정하지 않도록, 구성요건 분석의 순서와 진술서 작성의 핵심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처음부터 실물거래 의사가 없었던 자료상 거래와, 실제 공급을 예정한 구속력 있는 계약이 사후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구별하고 입증할 것인지를 첨부 진술서 사례를 통해 정리한다.
핵심 결론
이 사례의 방어 논리는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실제 재화 공급을 예정한 구속력 있는 계약과 거래절차가 존재하였다면, 이후 시장 예측 실패로 일부 재화가 공급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당초 세금계산서가 곧바로 “공급 없는 허위세금계산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사후 미이행은 원칙적으로 계약불이행, 반품·환입 및 수정세금계산서 처리의 문제이며, 처음부터 실물거래 의사 없이 세금계산서만 수수한 자료상 거래와 구별된다.
후배 변호사가 가장 먼저 기억할 점은 범죄의 성립 여부를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를 기준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에 물품이 전부 납품되지 않았다는 결과는 중요한 간접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당초 공급계약의 실질과 공급 의사까지 소급하여 부정할 수는 없다.
1. 사건의 개요와 진술서의 목표
진술인은 동물용 의약품과 반려동물 사료를 직접 제조하는 회사의 전 사내이사 겸 최대주주였다. 거래 상대방은 진술인의 회사에 지분투자를 한 뒤 독점적인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발주한 제품을 대리점망을 통해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계약은 세금계산서를 매월 말일 발행하고, 상대방이 발행일로부터 3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하며, 실제 납품은 주문일로부터 60일 또는 당사자가 별도로 합의한 날까지 하도록 정하였다.
사업 초기에는 양사 모두 대규모 생산·판매를 예정하였으나, 실제 시장 반응과 대리점 판매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였다. 제조사는 반품과 세금계산서 수정을 요구했지만 상대방 영업담당자는 판매 가능성을 이유로 처리를 미루었고, 미공급 부분은 뒤늦게 정산되었다. 수사상 의문은 이 차액 부분이 처음부터 실물거래 없이 발급된 세금계산서인지 여부였다.
따라서 진술서의 목표는 단순히 “실제 납품이 없었다”는 결과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발생한 시간적 경위와 법적 성격을 재구성하여 다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구속력 있는 공급계약과 실제 공급 의사가 존재하였다.
• 발주·세금계산서 발급·대금 지급이 계약상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실제로 이루어졌다.
• 미공급은 판매부진이라는 사후 사정과 반품 처리 지연에서 발생하였다.
• 진술인에게 가공매출을 만들 동기나 상대방 담당자와의 통정이 없었다.
• 미공급 부분은 계약불이행 또는 반품·정산의 문제이지 자료상 거래가 아니다.
2. 후배 변호사가 잡아야 할 핵심 법적 쟁점
가. “공급 없음”의 판단 시점과 대상
조세범 처벌법상 문제는 사후적으로 재화가 최종 인도되었는지만을 기계적으로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거래당사자 사이에 공급가액·품목·단가·수량 및 이행절차에 관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있었고, 그 합의에 따른 실물거래를 실제로 이행할 의사가 있었는지가 중심 판단대상이다. 계약 체결과 이행행위가 존재하는 거래를, 납품 지연 또는 계약 해제라는 후발 사정만으로 처음부터 공급이 전혀 예정되지 않은 가공거래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나. 공급시기 특례와 선발급 세금계산서
이 사례의 계약은 대금 청구시기인 세금계산서 발급일을 매월 말일로, 지급시기를 그로부터 30일 이내로 각각 정하였다. 진술서는 이러한 계약구조가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3항 제1호의 공급시기 특례에 부합하므로, 실제 인도 전에 발급된 세금계산서라도 그 발급일이 공급시기로 의제된다는 점을 전면에 배치하였다. 상대방이 실제로 30일 이내 대금을 계좌이체한 사정은 계약의 실재와 이행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로 제시되었다.
다. 사후 미이행의 법적 성격
계약상 납기가 도래한 후 일부 물품이 공급되지 않았다면 지체상금, 손해배상, 계약해제, 반품·환입 및 수정세금계산서 발급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 사정은 당초 거래가 실재하였는지와 구분하여 평가해야 한다. 진술서는 “선행하는 정상 거래”와 “후행하는 계약불이행·정산”을 시간적으로 분리함으로써, 후자의 발생이 전자를 소급하여 가공거래로 만들지 않는다는 논리를 취하였다.
3. 판례 법리의 적용 구조
진술서는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655 판결과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11382 판결을 중심으로,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 수수한 자료상 행위와 구속력 있는 공급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세금계산서 발급시기 또는 사후 이행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구별하였다. 또한 반품에 따른 음(-)의 수정세금계산서가 그 자체로 무공급 세금계산서 수수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에서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8도17244 판결을 보조적으로 원용하였다.
판례 적용의 핵심은 추상적으로 “계약서가 있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계약이 실제로 어느 정도 구속력을 가졌는지를 조항별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 대법원 2004도655 판결의 의미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655 판결은 설비 납품계약이 체결된 뒤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상태에서 계약금 전액에 관한 세금계산서가 발급되었고, 이후 어음 부도로 설비 제작이 약 40% 공정에서 중단되어 계약이 해제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후적 제작 중단과 계약 해제만으로 처음부터 재화의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교부한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 판결이 주는 핵심은 실제 공급을 목적으로 한 계약과 이행 착수가 존재하는 경우, 사후 미완성·미공급을 곧바로 자료상 거래와 동일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최종 납품 결과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당시 공급 의사, 제작 또는 생산의 착수, 대금의 실제 지급, 계약이 이행되지 못한 원인과 계약 종료 경위를 시간순으로 확인해야 한다. 공급계약이 사후적으로 해제되었다는 사실은 당초 거래의 실질을 부정하는 결정적 사정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계약이 존재하였음을 보여주는 사정이 될 수 있다.
나. 대법원 2010도11382 판결과 “구속력 있는 합의”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11382 판결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 등 실물거래가 있는 경우를,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만 발급하는 자료상 행위와 구별한다. 이때 단순한 거래 의향이나 장래 협상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공급가액·공급품목·단가·수량 등에 관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존재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변호사는 계약서의 명칭이나 외형보다 당사자가 실제로 법적 의무를 부담하였는지를 조항별로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은 약 60개 품목과 각 제품의 처방을 별첨 가격협약서와 제품표준서로 특정하였다. 품목별 공급가격도 원 단위로 정하고, 원재료비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는 등의 사유가 없는 한 계약기간 동안 단가를 유지하며, 변경하려면 당사자의 서면합의를 거치도록 하였다. 이는 공급목적물과 가격이 장래 협상에 맡겨진 것이 아니라 이미 확정되었음을 의미한다.
수량은 상대방이 매월 서면으로 발주함으로써 개별적으로 확정되도록 하였고, 공급자는 그 발주에 따라 납품할 의무를 부담하였다. 주문일로부터 60일 또는 당사자가 별도로 합의한 날을 납기로 정하고, 납기 지연 시 주문대금의 일정 비율을 지체상금으로 부담하도록 한 점도 중요하다. 지체상금 조항은 공급의무가 단순한 기대나 호의가 아니라 법적으로 강제되는 채무였음을 보여준다.
세금계산서 발행일을 매월 말일로, 대금 지급일을 그로부터 30일 이내로 정한 뒤 실제로 발주, 세금계산서 발급 및 계좌이체가 이루어진 사정은 계약이 서류상 외관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이행되었음을 뒷받침한다. 교환·반품·재고 및 계약 종료 후 정산 조항 역시 실물 제품의 인도와 반환을 전제로 하므로, 처음부터 실물이 전혀 예정되지 않은 가공거래의 형식과는 양립하기 어렵다.
다. 대법원 2018도17244 판결과 수정세금계산서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8도17244 판결은 음(-)의 수정세금계산서 발급·수취를 그 자체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 따라서 반품 또는 환입에 따라 수정세금계산서가 발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당초 거래가 가공거래였다고 역산해서는 안 된다. 수정세금계산서는 정상적으로 성립한 거래가 사후적으로 취소·반품·정산되는 경우에도 필요한 세법상 조정수단이기 때문이다.
라. 판례를 이 사건에 적용하는 논증 순서
이 사건에서는 첫째, 공급품목·단가·수량 확정 방식·납기·지체상금·결제·반품에 관한 구체적 약정이 존재하므로 판례가 말하는 구속력 있는 공급합의가 인정된다. 둘째, 실제 발주와 대금 지급, 생산설비 확충 및 원부자재 구매가 이루어졌으므로 계약은 형식적 외관에 그치지 않았다. 셋째, 미공급은 당초부터 예정된 것이 아니라 시장 판매부진과 반품 처리 지연이라는 후발 사정에서 발생하였다. 넷째, 미공급 부분은 채무변제약정과 수정세금계산서를 통하여 사후 정산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사후 계약불이행은 인정될 수 있어도 처음부터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만 수수한 자료상 거래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4. 사실관계 진술의 구성 방법
가. 거래의 정상성을 먼저 제시
진술서 첫머리에서 양사 대표이사가 날인한 물품공급계약, 실제 발주, 세금계산서 발급, 30일 이내 대금 지급이라는 일련의 객관적 거래흐름을 제시하였다. 이는 수사기관이 사건을 “납품 수량과 세금계산서 금액의 차이”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장기간 계속된 거래관계 전체에서 평가하도록 하는 장치다.
나. 사후 미공급의 원인을 시간순으로 설명
판매부진 확인 → 제조사의 반품 요청 → 상대방의 판매 강행 및 반품 유예 요청 → 처리 지연 → 사후 정산이라는 순서로 설명하였다. 이 시간축은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부터 미공급을 예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거래 도중 시장 전망이 바뀌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다. 통정과 고의를 경제적 동기로 반박
제조업자는 원재료비·생산비를 먼저 부담하므로 팔리지 않을 제품을 과다생산하면 손해를 입는다. 진술인은 판매부진을 확인한 뒤 생산 확대가 아니라 반품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행동은 허위매출을 유지하려는 사람의 행동과 배치된다. 수령한 대금을 원부자재, 공장설비, 창고 증축 및 인건비 등 생산기반에 투입한 사실도 실제 공급 의사를 보강한다.
라. 진술 범위의 절제
고발대상자인 상급자와 직접 매출을 협의한 사실이 거의 없고, 실제 협의 상대는 하급 영업책임자였음을 명확히 하였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상급자의 지시·승인 여부는 모른다고 한정함으로써,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고 공모관계의 비약을 차단하였다.
5. 입증자료의 배열
• 물품공급계약서 및 가격협약서: 품목·단가·발주·납기·대금·반품 조항을 입증한다.
• 월별 발주서·전자세금계산서·계좌내역: 계약상 절차가 실제로 작동했음을 입증한다.
• 원부자재 매입·설비구입·창고증축·인건비 자료: 공급대금이 생산을 위해 사용되었음을 입증한다.
• 대리점의 판매부진 또는 거래사실 관련 확인자료: 시장 예측 실패와 반품 요청의 배경을 입증한다.
• 반품 요청·유예 협의 자료: 당초 공급 의사와 사후 사정의 변화를 구분한다.
• 채무변제약정 및 수정세금계산서: 미정리 부분이 은폐된 것이 아니라 사후 정산되었음을 입증한다.
6. 실무상 유의점
첫째, “계약서가 있으므로 무조건 허위세금계산서가 아니다”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형식적 계약서만 작성하고 당사자 모두 실제 공급 의사가 없었다면 계약서는 오히려 가공거래의 외관일 수 있다. 계약의 구속력, 발주와 결제의 실제 이행, 생산 준비, 당사자의 경제적 동기 및 사후 조치가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
둘째, 부가가치세법상 공급시기 특례와 조세범 처벌법상 고의를 별개의 층위에서 논증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급시기 특례는 세금계산서 발급의 세법상 적법성을 뒷받침하고, 구속력 있는 계약·실제 공급 의사·통정 부재는 형사책임의 구성요건과 고의를 반박한다.
셋째, 사후 정산이 늦었다는 점을 감추기보다 그 이유, 책임 주체, 수정 과정과 결과를 객관적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정산 지연은 별도의 세무상 쟁점을 낳을 수 있으나, 그것이 당초 거래의 가공성을 당연히 의미하지는 않는다.
7. 종합 평가
이 진술서 사례는 공급 결과의 부재만을 놓고 허위세금계산서 여부를 판단하는 접근에 대응하여, 거래 성립 당시의 구속력 있는 합의와 이행 의사, 계약에 따른 발주·결제, 제조사의 생산투자, 판매부진과 반품 지연이라는 사후 경위를 하나의 연속된 사실관계로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공급품목·단가·수량·납기·결제·반품에 관한 계약조항을 판례의 판단요소와 직접 대응시킨 점이 핵심이다.
결국 구속력 있는 공급계약에 기초하여 실제 재화 공급을 예정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으나, 이후 시장 상황 때문에 일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그 미이행을 계약불이행과 정산의 문제로 우선 평가해야 한다. 처음부터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 주고받기로 통정한 자료상 거래와 동일하게 보아 조세범 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수수로 의율하려면, 별도의 객관적 증거로 당초 공급 의사와 계약의 실질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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