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교환사채 발행의 적법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10.자 2025카합21210 결정 —
1. 사건의 개요
채무자는 합성섬유와 석유화학제품 등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이고, 채권자는 채무자 발행주식 총수의 약 2.96%를 보유한 주주였다.
채무자는 2025. 6. 27. 이사회를 개최하여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271,769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약 3,185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하였다. 교환대상 자기주식은 발행주식 총수의 약 24.41%에 달하였다.
교환사채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였고, 1주당 교환가액은 기준주가에 10%를 할증한 1,172,251원으로 정해졌다. 제1차 이사회에서는 발행 및 처분 상대방을 확정하지 않았고, 2025. 7. 1. 제2차 이사회에서 특정 회사를 교환사채 인수인 및 자기주식 처분 상대방으로 확정하였다.
채권자는 교환사채 발행이 경영상 필요 없이 최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제3자에게 대규모 자기주식을 이전하여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2대 주주의 경영참여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채권자는 교환사채 발행금지와 이를 결의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2. 주요 법적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가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교환사채인수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둘째, 신주발행유지청구권 및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상법 제424조와 제429조를 교환사채 발행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셋째, 2025. 7. 22.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부터 개별 주주의 교환사채 발행금지청구권이 직접 도출되는지 여부이다.
넷째, 주주권 자체에 기초하여 회사의 자기주식 처분이나 교환사채 발행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섯째, 주권상장법인이 제3자를 상대로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려면 자본시장법상 별도의 경영상 목적이 필요한지 여부이다.
여섯째,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적인 제3자에게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지배권 방어 목적의 불공정한 자기주식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일곱째,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교환가액이 현저하게 불공정한지 여부이다.
여덟째, 최초 이사회에서 인수인 및 자기주식 처분 상대방을 확정하지 않았더라도 후속 이사회 결의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주주의 교환사채인수권 인정 여부
가. 신주인수권과 교환사채인수권의 차이
상법 제418조 제1항은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과 의결권 비율을 직접적으로 희석하기 때문에 상법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반면 상법과 자본시장법에는 주주의 교환사채인수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규정이 없다. 상법 제418조 제1항을 교환사채 발행에 준용한다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 제1항 제2호는 주권상장법인의 교환사채 발행에 자본시장법 제165조의6 제1항을 준용한다. 그러나 제165조의6 제1항은 상장회사의 신주 배정 방식을 정한 조항일 뿐, 그 문언만으로 주주에게 교환사채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를 부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가 발행되더라도 기존 주주에게 상법상 신주인수권과 같은 교환사채인수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나. 결정의 의미
이 결정에 따르면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이 기존 주주의 의결권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더라도, 그러한 경제적 영향만으로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교환사채인수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주는 교환사채를 우선적으로 배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발행금지를 청구할 수 없다.
4.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의 유추적용 여부
가. 자기주식 처분과 신주 발행의 법적 성격
채권자는 자기주식 처분을 수반하는 교환사채 발행은 실질적으로 신주 또는 전환사채 발행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므로, 신주발행유지청구권에 관한 상법 제424조와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상법 제429조를 유추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차이를 이유로 유추적용을 부정하였다.
첫째, 신주 발행은 회사의 자본금을 증가시키고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을 직접 희석한다. 전환사채 역시 전환권이 행사되면 신주가 발행되므로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반면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는 이미 발행된 주식을 대상으로 하므로 교환권이 행사되어도 신주가 발행되지 않고 자본금에도 변동이 없다.
둘째, 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자기주식에는 의결권이 없다. 따라서 회사가 자기주식을 처분하면 전체 의결권 수가 증가하여 기존 주주의 실질적 의결권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신주 발행에 따른 법률상 지분희석과 달리, 회사의 자기주식 보유기간에 일시적으로 증대되었던 기존 주주의 의결권 비율이 원상으로 회복되는 사실상·경제적 이해관계로 평가하였다.
셋째, 신주 발행은 주식회사의 자본구조를 변경하는 단체법적 법률행위의 성격을 가진다. 반면 자기주식 처분은 이미 발행된 주식의 매매로서 손익거래의 성격을 가지므로 원칙적으로 동일한 법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상법 제424조와 제429조를 자기주식 처분을 수반하는 교환사채 발행에 유추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실무상 의미
이 결정에 따르면 자기주식 교환사채 발행에 대해서는 다음 권리가 바로 인정되지 않는다.
상법 제424조를 유추적용한 교환사채발행유지청구권
상법 제429조를 유추적용한 교환사채발행무효확인청구권
그러나 법원이 자기주식 처분에 대한 주주의 모든 사법적 통제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주주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 가능성을 별도로 인정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5.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금지청구권
가.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의 적용
채권자는 2025. 7. 22.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을 근거로, 주주는 이사에게 자신의 이익을 보호받고 다른 주주와 공평하게 대우받을 권리를 가지므로 이 권리에 기초해 교환사채 발행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규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주주에게 회사를 상대로 특정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거나 방해배제를 구할 독립적인 권리가 곧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즉,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기본적으로 이사의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지, 개별 주주에게 모든 위법·부당한 업무집행을 직접 중지시킬 수 있는 일반적 금지청구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한 조항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나. 가능한 권리구제 수단
법원은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한 경우 다음과 같은 구제수단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이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유지청구
이사 해임청구
손해배상청구
주주대표소송
구체적인 주주권 침해에 기초한 방해배제청구
다만 이러한 권리들은 각각의 법률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개정 상법 제382조의3만을 근거로 포괄적인 행위금지청구권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6. 주주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가. 예외적인 금지청구 가능성
법원은 상법 제424조를 유추적용한 발행유지청구권은 부정하면서도, 주주권 자체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 자기주식 처분이나 교환사채 발행의 금지를 구할 가능성은 인정하였다.
회사의 자기주식 처분 또는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이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주주는 거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 효력을 다투거나 가처분으로 발행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오로지 현 경영진 또는 대주주의 지배권 유지에만 목적이 있는 경우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가 전혀 없는 경우
회사 또는 주주 일반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처분 방식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경우
처분의 시기·방법·가격 결정에 합리성이 없는 경우
회사와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사회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한 처분인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는 자기주식 처분을 단순한 회사재산의 처분으로만 보지 않고, 자기주식 처분이 주주의 의결권 비율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예외적인 사법적 통제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나. 판단기준의 엄격성
다만 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단순히 자기주식 처분으로 기존 주주의 의결권 비율이 낮아진다거나, 특정 주주가 자기주식의 소각을 요구하였는데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주식 처분이 오로지 지배권 방어를 목적으로 하고 다른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이 없으며, 회사와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라는 점이 구체적인 자료로 소명되어야 한다.
7. 교환사채 발행과 경영상 목적의 필요성
가. 자본시장법 규정의 해석
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 제1항 제2호는 주권상장법인이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제165조의6 제1항을 준용하도록 규정한다.
제165조의6 제1항 제2호는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특정인에게 신주인수 청약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채권자는 이를 근거로 특정 제3자에게 교환사채를 발행하려면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과 같은 경영상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에 동일한 경영상 목적 요건이 요구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첫째,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권리행사에 따라 신주가 발행된다. 따라서 상법 제513조 제3항 및 제516조의2 제4항은 제3자에게 발행하는 경우 상법 제418조 제2항 단서의 경영상 목적을 요구한다.
반면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는 권리행사로 신주가 발행되지 않는다.
둘째, 상법과 상법 시행령은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경영상 목적 요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셋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2 제4항은 주권상장법인이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그 사채를 발행한 때 자기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상법과 자본시장법령은 자기주식 처분 자체에 대해 별도의 경영상 목적을 요구하지 않는다.
넷째, 금융당국도 주주 외의 제3자에게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 경영상 목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시적으로 해석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은 이 사건 교환사채 발행이 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 및 제165조의6 제1항 제2호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 판단의 한계
법원은 자기주식 교환사채 발행에는 어떠한 경영상 목적도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
경영상 목적이 전혀 없고 오로지 지배권 유지만을 위해 자기주식 교환사채를 발행하였다면 주주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명문의 법정 발행요건으로서의 경영상 목적은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 및 자기주식 처분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경영상 필요성이 여전히 중요한 심사요소가 된다.
8. 경영권 방어 목적의 발행인지 여부
채권자는 최대주주와 자신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존재하고, 교환사채 인수인이 최대주주 측의 우호세력이므로 교환사채 발행은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째,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약 54.53%였고, 채권자의 종전 지분율은 약 5.95%였다. 양자의 지분율 차이는 교환대상 자기주식의 비율인 약 24.41%보다도 컸다.
따라서 교환사채 발행이 회사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동을 발생시키거나 최대주주의 지배권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다.
둘째, 회사는 과거 채권자가 추천한 인사들을 사내이사 또는 사외이사로 선임하였고, 채권자가 요구한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하여 계속 소통해 온 것으로 보였다.
셋째, 회사가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교환사채 발행에 활용하기로 했다는 사정은 자기주식 활용방안에 관한 경영상 견해 차이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경영권 분쟁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었다.
넷째, 교환사채 인수인이 과거 최대주주에게 우호적인 행동을 하였거나 최대주주와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볼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였다.
다섯째, 인수인과 최대주주 측 사이에 별도의 콜옵션 약정이나 우호지분 제공 약정이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은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라 주관적인 의심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교환사채 발행이 오로지 최대주주의 지배권 방어와 2대 주주의 경영참여 봉쇄를 위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9. 자금조달의 필요성과 경영판단
법원은 회사의 자금조달 필요성, 자금조달 방법, 시기와 규모의 결정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경영판단에 속한다고 보았다.
그 방식이 법령과 정관에 위반되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에 합리성이 있다면 법원은 이사회의 판단을 가급적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이 고려되었다.
석유화학 및 섬유산업의 업황이 최근 수년간 악화된 점
회사가 2022년 약 1,045억 원, 2023년 약 994억 원, 2024년 약 27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
회사가 기존 사업구조의 개편과 화장품 등 신규 사업을 검토한 점
회사가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해 온 점
회사 주가가 단기간에 60만 원대에서 100만 원대로 상승하여 자기주식 활용이 유력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한 점
자기주식 처분과 관련하여 법령상 요구되는 사항에 관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점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회사가 신규 사업과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기주식 교환사채 발행을 선택한 것이 회사 및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0. 시장주가에 따른 교환가액 산정의 적법성
가. 상장주식 시장가격의 객관성
법원은 주권상장법인의 공개시장 주가는 다수 투자자가 다양한 정보를 반영하여 거래한 결과 형성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회사 주식의 객관적 가치를 비교적 합리적으로 반영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자기주식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발행 무렵의 공개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교환가액을 산정하였다면 원칙적으로 합리적인 가격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기준주가에 10% 할증한 교환가액
이 사건 교환가액은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제1차 이사회 결의일 무렵의 기준주가에 10%를 할증하여 정해졌다.
채권자는 낮은 주가순자산비율, 낮은 거래량과 배당성향 및 지배구조 문제를 이유로 시장주가가 회사의 실질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정보가 이미 시장에 공개되어 있고, 투자자들의 평가를 거쳐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았다. 가격조작이나 시장기능을 방해하는 부정한 수단에 의해 주가가 현저하게 왜곡되었다는 자료도 없었다.
또한 채권자 스스로 교환사채 발행 결정 이후 보유주식 일부를 교환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한 사실도 고려되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교환가액이 현저하게 낮거나 합리성을 상실한 가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1. 단계적인 이사회 결의의 효력
제1차 이사회 결의 당시에는 교환사채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 상대방이 확정되지 않았다. 채권자는 법령상 필수적인 결의사항이 누락되었으므로 제1차 이사회 결의가 무효이고, 이를 전제로 한 제2차 이사회 결의도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제1차 이사회 결의 후 5일 만에 제2차 이사회가 개최되어 인수인과 자기주식 처분 상대방을 확정하였고, 두 결의가 동일한 교환사채 발행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절차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각 결의를 서로 분리하여 제1차 결의만을 기준으로 하자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제1차 및 제2차 결의를 전체적으로 보아 법령상 필요한 사항이 최종적으로 적법하게 결의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제2차 이사회는 인수인의 투자확약서를 기초로 거래 상대방을 확정하였으므로, 인수의사가 불확실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정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제2차 결의일을 기준으로 교환가액을 다시 산정하지 않은 문제는 거래 상대방 확정의 적법성이 아니라 교환가액의 적정성에 관한 문제이며, 두 결의 사이의 주가변동도 크지 않아 결의 무효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12. 가처분 사건으로서의 판단기준
교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은 발행이 금지되면 회사가 본안소송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계획한 자금조달을 실행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가처분은 본안판결을 통해 얻으려는 결과를 사실상 미리 실현하는 만족적 가처분의 성격을 가진다.
법원은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 다음 사항에 대해 통상의 가처분보다 높은 수준의 소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주주에게 발행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존재하는지
교환사채 발행이 위법하거나 현저히 불공정한지
발행을 금지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
회사의 자금조달을 중단시켜야 할 정도로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
이 사건에서는 교환사채인수권 및 상법 제424조·제429조의 유추적용이 인정되지 않았고, 주주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할 정도로 현저히 불공정한 발행이라는 점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환사채 발행금지와 이사회 결의의 효력정지 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
13. 개정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와 관련한 의의
이 결정은 2025. 7. 22.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이 적용된 초기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법원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및 주주에 대한 공평대우 의무가 신설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규정으로부터 개별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금지청구권이나 방해배제청구권이 곧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은 열어 두었다.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대한 유지청구
이사 해임청구
손해배상청구
주주대표소송
구체적인 주주권 침해에 기초한 방해배제청구
따라서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주주의 권리구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실체법적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개별 주주에게 아무런 추가 요건 없이 회사의 경영판단을 중지시킬 수 있는 포괄적인 금지청구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14. 결정의 법리적 의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카합21210 결정의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명문의 근거가 없는 이상 주주에게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의 인수권이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는다.
둘째, 자기주식 처분은 이미 발행된 주식의 매매로서 자본금의 변동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신주 발행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신주발행유지청구권과 신주발행무효의 소에 관한 상법 제424조 및 제429조를 교환사채 발행에 유추적용하기 어렵다.
셋째,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만으로 개별 주주의 포괄적인 교환사채 발행금지청구권이 직접 도출되지는 않는다.
넷째, 다만 교환사채 발행과 자기주식 처분이 오로지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지배권 유지를 위한 것이고,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이 없으며, 회사와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사회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라면 주주는 주주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 발행금지를 구할 수 있다.
다섯째,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의 제3자 발행에 자본시장법상 경영상 목적이 법정 발행요건으로 요구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발행의 공정성과 이사의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경영상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한 심사요소이다.
여섯째, 자금조달의 필요성, 수단, 시기 및 규모는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경영판단에 속한다. 법령과 정관을 준수하고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에 합리성이 있다면 법원은 이를 존중한다.
일곱째, 상장회사가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하고 일정한 할증까지 적용하여 교환가액을 정했다면, 시장가격이 조작되거나 현저히 왜곡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격 결정의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
여덟째, 최초 이사회에서 일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단기간 내 후속 이사회에서 이를 확정하였다면, 양자를 동일한 목적을 위한 일련의 결의로 보아 절차적 하자가 보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은 신주 발행이나 전환사채 발행과 법적 성격이 다르므로 기존 주주에게 교환사채인수권이나 상법상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이 당연히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환사채 발행이 오로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하고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가 없으며 회사와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현저히 불공정한 자기주식 처분에 해당한다면, 주주는 주주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 그 발행금지를 구할 수 있다. 다만 만족적 가처분에서는 그러한 위법성과 불공정성에 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이 결정은 자기주식 교환사채 발행에 대한 주주의 전통적인 신주발행 관련 권리는 부정하면서도, 지배권 방어를 위한 현저히 불공정한 자기주식 처분에 대해서는 주주권에 기한 직접적인 금지청구 가능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교환사채 발행의 적법성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