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원심: 서울고등법원 1991. 7. 23. 선고 89나8592 판결
관련규정
상법 제290조 제3호는 회사 성립 후 양수할 것을 약정한 재산의 종류·수량·가격과 양도인의 성명을 정관에 기재해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375조는 회사 성립 후 일정한 기간 내에 회사 성립 전부터 존재하는 영업용 계속사용재산을 일정 규모 이상의 대가로 취득하는 사후설립에 관하여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한다.
상법 제434조는 특별결의의 요건을 출석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으로 규정한다.
사실관계
1. 축산업을 위한 회사 설립 합의
토지 소유자는 충남 예산군과 충북 단양군·제원군 일대에 다수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1968년 7월경 자신의 동생 등에게 토지를 이용하여 축산업과 그 부대사업을 추진할 권한을 위임하고 사업자금을 투자할 동업자를 물색하도록 하였다.
이후 토지 소유자와 투자자는 1969년 2월경 축산업 등을 공동으로 영위하기 위하여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하였다.
신설회사의 자본금은 1,000만 원으로 정하였다. 토지 소유자는 보유 토지를 500만 원으로 평가하여 현물출자하고, 투자자는 현금 500만 원을 출자하기로 하였다.
2. 현물출자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매매 형식의 약정
당사자들은 부동산을 정식으로 현물출자할 경우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현물출자 사항의 정관 기재
현물출자 재산의 종류·수량·가격과 출자자 표시
재산가치에 대한 조사·검사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부담
당사자들은 이러한 절차를 피하기 위하여 투자자가 자본금 1,000만 원 전액을 현금으로 출자하여 회사를 먼저 설립한 다음, 신설회사가 토지 소유자의 부동산을 500만 원에 매수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토지 소유자에게 매매대금 500만 원을 실제 지급하는 대신, 토지 소유자 부담분까지 출자한 투자자가 회사 자본금에서 500만 원을 회수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경제적 실질은 토지 소유자의 현물출자였지만, 외형상으로는 회사 설립 후 회사가 토지를 매수하는 구조였다.
3. 회사 설립과 토지 매매계약
투자자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였고, 토지 소유자와 투자자 등이 발기인으로 주식을 인수하였다.
1969년 3월 7일 창립총회와 이사회가 개최되어 투자자가 대표이사로 선임되었고, 회사의 설립등기가 완료되었다.
회사 설립 후인 1969년 3월 10일 토지 소유자는 출자하기로 한 토지목록과 등기부등본을 제시하였다. 당사자들은 일부 토지를 제외하여 회사가 매수할 부동산목록을 작성하였다.
1969년 3월 11일 회사와 토지 소유자는 위 부동산목록을 첨부하여 매매계약서와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였다.
4. 일부 토지의 이전 불능과 나머지 토지의 등기
당초 양도하기로 한 토지는 약 1,000정보였으나, 그중 약 250정보가 이미 제3자에게 처분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회사는 나머지 약 750정보의 토지에 관하여 1969년 3월 17일부터 같은 해 8월 6일까지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5. 주주총회의 사후 승인
1969년 3월 18일 회사의 주주 전원이 출석한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되었다.
주주총회에서는 토지 소유자가 당초 양도하기로 한 약 1,000정보 중 이미 처분된 약 250정보를 제외한 약 750정보를 회사가 500만 원에 매수하는 것을 승인하는 결의가 출석주주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 후 소송이 계속되던 1989년 3월 9일에도 총발행주식 10,000주 중 6,000주의 주주가 출석하거나 의결권을 위임하였고, 출석주주 전원의 찬성으로 위 매매계약을 다시 승인하는 주주총회 결의가 이루어졌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회사 설립 전의 현물출자 약정이 상법 제290조 제3호의 재산인수에 해당하는지
회사 설립 후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재산인수의 성격이 부정되는지
원시정관에 기재하지 않은 재산인수 약정의 효력
회사 설립 후 이루어진 토지 취득이 사후설립에 해당하는지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사후 승인이 재산취득을 유효하게 하는지
대법원의 판단
1. 회사 설립 전 약정은 재산인수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상법 제290조 제3호의 재산인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발기인이 회사의 성립을 조건으로 다른 발기인·주식인수인 또는 제3자로부터 일정한 재산을 매매 형식으로 양수하기로 약정하는 계약
아직 원시정관이 작성되지 않아 계약 체결 당시 발기인의 자격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장래 설립될 회사를 위하여 재산취득계약을 체결한 후 그 회사의 발기인이 되었다면 그 계약은 재산인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 시기나 계약 체결 당시의 형식적인 자격만으로 재산인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설립을 전제로 재산을 회사에 귀속시키기로 한 약정의 실질을 보아야 한다.
2. 회사 설립 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도 재산인수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정식 매매계약서는 회사 설립 후인 1969년 3월 11일 작성되었다.
그러나 회사 설립 전부터 다음 사항이 이미 합의되어 있었다.
토지 소유자가 부동산을 현물로 출자한다.
부동산의 평가액은 500만 원으로 한다.
투자자가 자본금 1,000만 원을 먼저 전액 현금으로 출자한다.
회사 설립 후 회사가 토지를 매수하는 형식으로 현물출자를 완성한다.
토지 매매대금에 해당하는 500만 원은 투자자가 출자금에서 회수한다.
대법원은 회사 설립 후 작성된 매매계약이 설립 전 약정을 이행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므로, 그 실질은 상법 제290조 제3호의 재산인수라고 판단하였다.
즉, 재산인수 여부는 최종 매매계약서의 작성 시점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회사 설립 전 약정과 회사 설립 후 이행행위를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3. 정관에 기재하지 않은 재산인수 약정은 무효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현물출자 약정이 재산인수에 해당하므로 재산의 종류·수량·가격 및 양도인의 성명을 원시정관에 기재해야만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약정은 정관에 기재되지 않았다. 따라서 설립 전의 재산인수 약정 자체는 무효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회사 설립 후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재산인수가 아니라는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지 않다고 명시하였다.
“위 현물출자를 위한 약정은 그대로 상법 제290조 제3호가 규정하는 재산인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정관에 기재되지 아니하는 한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원심의 이와 다른 판시는 찬동할 수 없다.”
4. 회사 설립 후의 취득행위는 사후설립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설립 전 재산인수 약정이 무효라는 것과 회사 설립 후 실제로 이루어진 재산취득의 효력은 구별하여 판단하였다.
회사는 설립 직후 자본금 1,000만 원의 절반인 500만 원 상당의 토지를 취득하였다. 이 토지는 회사 성립 전부터 존재하였고 축산업을 위하여 계속 사용할 재산이었다.
따라서 회사 설립 후 이루어진 토지 취득은 당시 상법 제375조의 사후설립에 해당하였다.
5. 특별결의에 의한 추인으로 회사의 소유권 취득은 유효하다
회사의 주주들은 1969년 3월 1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토지 약 750정보를 500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전원 찬성으로 승인하였다.
1989년 3월 9일 임시주주총회에서도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여 매매계약을 다시 승인하였다.
대법원은 회사 설립 후의 토지 취득이 사후설립에 해당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추인이 있었으므로 회사가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현물출자가 동시에 상법 제375조가 규정하는 사후설립에 해당하고 이에 대하여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한 추인이 있었다면 원고 회사는 유효하게 위 현물출자로 인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할 것이다.”
재산인수와 사후설립의 구별
이 판결은 하나의 재산취득 과정에 재산인수와 사후설립이 함께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설립 전 재산인수 약정
회사 설립 전에 토지를 회사에 현물출자하거나 회사가 설립 후 매수하기로 합의한 부분이다.
이는 원시정관에 기재되지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회사 설립 후의 재산취득
회사 설립 후 회사와 토지 소유자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부분이다.
이는 사후설립에 해당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승인되었으므로 유효하다.
따라서 설립 전 재산인수 약정의 무효가 회사 설립 후 이루어진 모든 재산취득행위의 무효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과 대법원판결의 차이
원심은 매매계약서가 회사 설립 후 작성되었으므로 재산인수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설립 전부터 현물출자와 매매 형식의 재산이전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어 있었으므로 재산인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심이 인정한 다음 사실에 따라 최종 결론은 유지하였다.
회사 설립 후 실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해당 재산취득은 사후설립에 해당하였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추인이 있었다.
대법원은 원심의 재산인수에 관한 이유는 잘못되었지만, 회사가 사후설립 절차를 통하여 토지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의 결론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회사의 설립 전 현물출자 약정은 정관에 기재되지 않은 재산인수로서 무효이지만, 회사 설립 후 이루어진 토지취득이 사후설립에 해당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추인이 있었으므로 회사의 소유권 취득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판결의 의의
1. 재산인수는 거래의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회사 설립 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회사 설립 전에 재산·가격·양도인과 취득구조가 합의되어 있었다면 재산인수에 해당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 회사 설립 후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290조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
2. 장래 발기인이 체결한 계약도 재산인수가 될 수 있다
계약 체결 당시 아직 발기인의 자격이 없었더라도 장래 설립될 회사를 위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발기인이 되었다면 재산인수 규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재산인수 여부는 계약 당시의 형식적인 직함보다 회사 설립에 대한 관여와 계약의 목적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3. 정관 미기재 재산인수는 단순 추인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정관에 기재하지 않은 설립 전 재산인수 약정은 무효이다. 회사 성립 후 정관변경이나 이사회 결의, 일반적인 추인만으로 이를 소급하여 유효하게 만들 수는 없다.
4. 별도의 사후설립 요건을 갖추면 재산취득은 유효할 수 있다
설립 전 재산인수 약정이 무효라도 회사 설립 후 이루어진 취득행위가 별도로 사후설립에 해당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쳤다면 회사는 해당 재산을 유효하게 취득할 수 있다.
즉, 특별결의는 무효인 재산인수 약정 자체를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회사 설립 후의 재산취득행위를 사후설립으로 유효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결론
대법원 91다33087 판결은 정관에 기재하지 않은 재산인수와 그 사후 처리에 관한 대표 판례이다.
회사 설립 전에 현물출자를 약정하면서 회사 설립 후 매매 형식으로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였다면 그 약정은 재산인수로서 정관에 기재하지 않는 한 무효이다. 그러나 회사 설립 후 이루어진 재산취득이 상법상 사후설립에 해당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승인되었다면 회사는 그 재산을 유효하게 취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