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다212804 판결
1.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는 2012. 12. 6.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피고는 사건 토지와 인접 토지 및 그 지상에 있던 가동·나동 건물에 관하여 중소기업은행에 다음과 같은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채권최고액 13억 2,000만 원
채권최고액 9,600만 원
따라서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모두 피고의 소유였고, 토지와 건물이 함께 근저당권의 공동담보로 제공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9. 4. 5. 화재가 발생하여 기존 건물이 전소하였다. 피고는 화재보험금 상당액인 3억 6,748만여 원을 중소기업은행에 변제하였다. 다만 기존 건물에 관한 멸실등기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동근저당권설정등기도 말소되지 않았다.
피고는 화재 이후 사건 토지 위에 창고·공장 등의 새로운 지상물을 설치하였다.
이후 원고는 경매절차에서 공동담보물을 매수하여 2023. 11. 1.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새로운 지상물의 철거와 토지의 인도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신축된 지상물을 위하여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2.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
민법 제366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다른 소유자에게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이 원래 동일인의 소유였으나 저당권 실행으로 그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법률이 인정하는 권리이다.
통상 다음 요건이 필요하다.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할 것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일 것
토지 또는 건물에 저당권이 설정될 것
저당권 실행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질 것
그러나 저당권 설정 당시 존재하던 건물이 경매 전에 멸실되거나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저당권자의 담보가치에 대한 신뢰를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3. 토지와 건물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이고 토지와 건물 모두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면, 저당권자는 토지와 건물 각각의 교환가치를 공동담보로 취득한다.
저당권자는 장래 경매가 진행될 경우 다음 가치를 모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건물 자체의 교환가치
법정지상권의 부담이 없는 토지의 교환가치
토지와 건물을 일괄하여 공동담보로 취득한 경우, 저당권자는 건물이 별도로 존속하면서 토지에 법정지상권의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건물의 교환가치를 담보로 확보한다.
4. 기존 건물 철거·멸실 후 신축건물에는 원칙적으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2003. 12. 18. 선고 98다43601 전원합의체 판결 및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1다73038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토지와 기존 건물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후 기존 건물이 멸실되거나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토지의 경매로 토지와 신축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더라도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원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신축건물의 소유자와 토지소유자가 동일하고, 신축건물에도 기존 토지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정지상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5. 신축건물에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
기존 건물에 설정된 공동저당권은 그 건물이 멸실하면서 담보 목적을 상실한다.
그 후 새로운 건물이 신축되었지만 신축건물에 토지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았다면, 저당권자는 신축건물의 교환가치를 담보로 취득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면 토지는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지게 되어 그 교환가치가 크게 감소한다.
결국 저당권자는 다음과 같은 이중의 불이익을 받는다.
멸실된 기존 건물의 교환가치를 상실한다.
신축건물에는 저당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토지에는 법정지상권의 부담이 발생하여 나대지로서의 교환가치도 상실한다.
이는 토지와 건물 전체의 교환가치를 공동담보로 확보한 저당권자의 정당한 기대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신축건물에도 동일 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되는 등 저당권자의 담보가치가 보전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없다.
6. 보험금으로 채무를 변제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사건의 중요한 쟁점은 기존 건물의 화재보험금 상당액이 저당권자에게 지급되었다는 점이었다.
피고는 기존 건물의 멸실에 따른 보험금 3억 6,748만여 원을 중소기업은행에 변제하였다. 이에 따라 저당권자가 멸실된 건물의 교환가치 일부를 회수하였으므로 신축건물의 법정지상권을 인정해도 저당권자에게 손해가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당권자가 민법 제370조, 제342조에 따른 물상대위권 행사 또는 보험금 상당액의 변제를 통하여 멸실된 건물 가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수했더라도, 기존의 법정지상권 부정 법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보험금 변제는 피담보채무를 일부 또는 전부 감소시키는 문제일 뿐, 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 각각의 교환가치를 담보로 취득한 저당권자의 권리구조를 당연히 변경하지 않는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보험금 상당액이 변제된 후에도 공동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은행은 여전히 토지에 관하여 법정지상권의 부담이 없는 나대지 상태의 교환가치 전체를 실현할 수 있다는 담보가치상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없다.
7. 멸실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
기존 건물은 화재로 전소하였지만 등기부상 멸실등기는 마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는 등기부상 건물등기가 형식적으로 남아 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저당권 설정 당시의 건물이 존속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존 건물이 실제로 멸실되고 새로운 지상물이 설치되었다면, 기존 건물의 등기가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축건물이 기존 건물과 동일한 건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멸실등기 미이행은 신축건물에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하였다.
8. 피고의 점유와 철거·인도의무
피고는 화재 후 설치한 창고·공장 등의 지상물을 소유하면서 사건 토지를 점유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피고가 사건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신축 지상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피고에게는 원고 소유 토지를 점유할 적법한 권원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지상물을 철거하고 원고에게 토지를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지상물 철거 및 토지인도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9.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기존 건물이 철거·멸실된 뒤 새로운 건물이 신축된 경우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저당권 설정 당시의 담보구조와 저당권자의 교환가치에 대한 기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특히 기존 판례에서 명확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다음 쟁점에 관하여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저당권자가 기존 건물의 보험금 또는 물상대위권 행사로 건물 가액의 전부나 일부를 회수했더라도, 신축건물에 토지 저당권과 동일 순위의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았다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은 원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동저당권 설정 이후 건물을 철거하거나 멸실된 건물 대신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려는 경우에는, 신축건물에도 토지 저당권과 동일한 순위의 공동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저당권자의 담보가치를 보전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조치 없이 신축하였다면 토지가 경매로 제3자에게 이전될 때 신축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이 부정되어 건물 철거 및 토지인도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다21280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