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대법원 2021년 3월 18일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 사건명: 보험금 등 청구의 소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년 10월 23일 선고 2017나60279 판결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년 8월 8일 선고 2015가단5023386 판결
- 결과: 기왕치료비 부분 일부 파기환송, 나머지 상고기각
- 판례 변경: 건강보험급여와 과실상계의 적용 순서에 관한 종전 판례 변경
관련판례
- 대법원 2019년 5월 30일 선고 2016다205243 판결 건강보험급여를 포함한 전체 치료비에 먼저 과실상계를 한 뒤 공단부담금 전액을 공제한다는 종전 법리를 따랐다. 이 부분은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15년 9월 10일 선고 2014다206853 판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위하는 손해배상채권은 건강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으로 한정된다고 판시하였다. 공단의 구체적인 대위 범위에 관한 종전 법리는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16년 12월 29일 선고 2014두40340 판결 제3자의 손해배상 후 보험급여가 이루어진 경우 공단의 부당이득 징수 범위를 공단부담금 전액으로 보았으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 책임비율 상당액으로 제한하였다.
관련법령
-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보험급여를 실시하여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보험급여 제한사유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 등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공단이 이를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발생하면 공단은 보험급여 비용의 한도에서 피해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1호·제2호 사회보장과 사회보험의 개념을 규정한다.
사실관계
사고 당시 만 16세인 미성년자가 음주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횡단보도에 인접한 도로를 건너던 피해자를 충격하였다.
- 사고일: 2012년 6월 5일
- 사고시각: 오후 11시 30분경
- 가해차량: 무보험 오토바이
- 가해자: 사고 당시 만 16세인 미성년자
- 피해자 과실: 20%
- 가해자 책임비율: 80%
피해자는 사고로 경부척수 손상에 따른 사지마비 등의 중한 상해를 입었다.
가해 미성년자는 사고 전에도 무등록 오토바이를 무면허로 운전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부모는 아들의 야간 음주와 오토바이 운전 등을 충분히 감독하지 못한 책임으로 가해 미성년자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였다.
기왕치료비 내역
피해자가 건강보험을 이용하여 치료받은 기왕치료비는 다음과 같았다.
- 전체 기왕치료비: 37,460,205원
- 피해자 본인부담금: 14,939,182원
-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 22,521,023원
- 가해자 책임비율: 80%
- 피해자 과실비율: 20%
쟁점은 공단부담금과 과실상계 중 어느 것을 먼저 적용할 것인지였다.
원심의 계산방법
원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피해자의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계산하였다.
- 전체 치료비에 가해자 책임비율 적용 37,460,205원 × 80% = 29,968,164원
- 위 금액에서 공단부담금 전액 공제 29,968,164원 - 22,521,023원 = 7,447,141원
이에 따라 원심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기왕치료비를 7,447,141원으로 인정하였다.
핵심쟁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범위는 공단부담금 전액인가?
-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가?
- 피해자의 기왕치료비는 ‘과실상계 후 공제’와 ‘공제 후 과실상계’ 중 어느 방식으로 계산해야 하는가?
- 피해자가 먼저 손해배상을 받은 뒤 건강보험급여가 이루어진 경우 공단이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는 얼마인가?
종전 판례의 입장
종전 판례는 공단이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범위를 가해자의 전체 손해배상책임액을 한도로 한 공단부담금 전액이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기왕치료비는 다음과 같이 산정하였다.
전체 치료비 × 가해자 책임비율 - 공단부담금 전액
이를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이라고 한다.
이 방식에서는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공단이 우선 대위하게 된다. 그 결과 피해자는 자신이 실제 부담한 치료비 중 일부를 가해자로부터 배상받지 못하게 된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공단의 대위 범위를 공단부담금 전액으로 본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금액은 다음과 같이 제한된다.
공단부담금 × 가해자 책임비율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단이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할 수 없다. 그 부분은 건강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따라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은 다음과 같이 산정한다.
피해자 본인부담금 × 가해자 책임비율
이는 전체 치료비에서 공단부담금을 먼저 공제하고, 그 나머지에 과실상계를 하는 것과 같다.
이를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라고 한다.
이 사건의 변경된 계산방법
변경된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하면 피해자의 기왕치료비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 전체 치료비에서 공단부담금 공제 37,460,205원 - 22,521,023원 = 14,939,182원
- 본인부담금에 가해자 책임비율 적용 14,939,182원 × 80% = 11,951,345원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기왕치료비는 원심이 인정한 7,447,141원이 아니라 약 11,951,345원이 된다.
공단이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은 다음과 같다.
- 공단부담금: 22,521,023원
- 가해자 책임비율: 80%
- 공단 대위액: 22,521,023원 × 80% = 약 18,016,818원
가해자의 전체 치료비 책임액은 판례 변경 전후 모두 약 29,968,164원으로 동일하다. 달라지는 것은 그 금액을 피해자와 공단 사이에서 배분하는 방법이다.
- 종전 방식: 피해자 7,447,141원, 공단 22,521,023원
- 변경 방식: 피해자 약 11,951,345원, 공단 약 18,016,818원
즉, 가해자의 책임은 증가하지 않고, 공단이 대위하지 못하는 금액만큼 피해자가 추가로 손해를 전보받게 된다.
판례를 변경한 이유
전원합의체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질병과 부상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보험이다.
- 건강보험급여는 피해자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지급된다.
- 공단의 대위제도는 피해자의 이중전보와 가해자의 책임 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정규정이다.
- 공단에 가장 유리하고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방식으로 대위 범위를 정할 이유가 없다.
-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급여의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사회보장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 과실비율 상당액은 본래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할 사회보장 영역에 속한다.
- 변경된 방식에서도 가해자는 자신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책임을 그대로 부담하므로 책임을 면탈하지 않는다.
- 피해자는 본인이 실제 부담한 치료비 범위에서만 배상받으므로 이중전보도 발생하지 않는다.
공단의 대위 범위
공단의 대위 범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종전: 가해자의 치료비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부담금 전액
- 변경: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공단부담금의 80%만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고, 나머지 20%는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
피해자가 먼저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서 손해배상을 받은 뒤 건강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금액은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다음 범위로 제한된다.
공단부담금 × 가해자 책임비율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단이 피해자에게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반대의견
대법관 이동원은 종전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반대의견의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공단이 지급한 비용은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를 대신 지급한 것이므로 공단부담금 전액을 대위해야 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는 피해자의 이중전보 방지뿐 아니라 보험재정 확보도 목적으로 한다.
- 공단의 대위 범위를 축소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
- 피해자의 본인부담금 전보는 건강보험보다 개인이 가입한 사보험이 담당할 영역이다.
- 오랫동안 확립된 판례를 변경할 정도의 법령이나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가 없었다.
- 사회보장의 확대는 법원의 해석보다 입법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보충의견
대법관 박상옥과 대법관 민유숙은 변경된 법리의 실무상 적용방법을 제시하였다.
- 피해자의 치료비 청구액 본인부담금 × 가해자 책임비율
- 공단의 구상금 청구액 공단부담금 × 가해자 책임비율
-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과 공단의 구상금소송에서는 가해자 책임비율이 일관되게 판단되어야 한다.
- 두 소송이 별도로 진행되면 법원이 변론을 병합하거나 병행하여 책임비율을 통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공단은 제3자의 불법행위로 보험급여가 발생한 사실을 신속히 파악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충실히 확보해야 한다.
변경된 판례의 적용범위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와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의 관계를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국민연금급여 및 다른 사회보험급여의 공제·대위 관계에도 동일한 법리가 당연히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각 사회보험법의 문언, 급여의 성격과 대위규정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결론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 공단부담금 중 피해자 과실비율 상당액은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
- 피해자의 기왕치료비는 본인부담금에 가해자 책임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한다.
- 종전의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은 폐기되고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판례가 변경되었다.
- 원심이 종전 방식에 따라 피해자의 기왕치료비를 7,447,141원으로 산정한 것은 잘못이다.
-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가해 미성년자와 부모에 대한 피해자 패소 부분 가운데 기왕치료비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 피해자의 나머지 상고와 일부 피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건강보험급여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우선하여 공단과 피해자 사이의 손해배상채권 배분방식을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변경하였다. 가해자의 전체 책임액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단의 대위 범위를 줄이고, 그만큼 피해자가 실제 부담한 치료비를 더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