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주식회사 서영디앤씨(정정 전 상호: 서영디앤씨 주식회사)
- 피고: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외 1인 및 조합 관계자들
- 결과: 조합 및 조합장에 대한 부분 파기·환송,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상고 기각
하급심
- 제1심: 광주지방법원 2016가합174
- 원심: 광주고법 2017. 11. 10. 선고 2016나1587 판결
제1심
제1심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조합 사이의 용역계약에 민법상 위임 규정이 적용되므로, 조합은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용역계약 제9조가 해지사유와 절차를 정하고 있더라도, 그 조항만으로 민법상 임의해지권의 적용이 배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심
원심도 조합이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용역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조합의 해지가 계약에서 정한 사유와 절차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조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조합장이 계약을 해지할 만한 부득이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지하였다는 이유로, 조합장 개인도 민법 제750조에 따라 조합과 공동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조합과 조합장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환송하였다.
조합에 대해서는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절차와 손해배상조항이 민법 제689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약정인지 심리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보았다.
조합장에 대해서는 조합의 계약위반만으로 조합장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데도 별도의 위법성 요건을 심리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7465 판결 법인의 대표기관이 업무집행 과정에서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대표자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요건과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59조 제2항 법인의 대표에 관하여 대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 민법 제114조 대리인이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 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생긴다.
- 민법 제391조 법정대리인 또는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은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본다.
- 민법 제689조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04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하거나 자문을 요청한 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관계에 관하여 같은 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였다.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원고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하고 2014년 11월 5일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추진위원회는 이후 지원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 변경되었다.
계약상 해지 조항
용역계약 제9조 제1항은 조합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제한하였다.
-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조합의 업무상 지시에 불응한 경우
- 용역기간 내 업무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명백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 원고가 고의로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
이러한 사유가 있더라도 조합은 즉시 해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절차를 거쳐야 했다.
- 원고에게 10일의 계약이행 기간을 부여할 것
- 그 내용을 서면으로 통보할 것
- 기간 내에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것
용역계약 제9조 제2항은 반대로 조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원고가 충분한 이행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통보한 후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계약상 손해배상 조항
용역계약 제11조 제1항은 조합이 다음과 같은 사유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였다.
- 조합이 계약상 협조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아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 조합이 용역업무를 제3자로 대체한 경우
- 조합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된 경우
- 조합이 업무를 임의로 처리하여 사업이 지연된 경우
계약이행보증금 지급 과정
용역계약 제10조는 원고가 시공사 선정 전까지의 사업추진비 명목으로 50,000,000원을 조합이 지정한 조합 명의 금융기관 계좌에 입금하도록 규정하였다.
다만 조합이 대여를 요청할 때에는 회의록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였다.
원고 측은 계약 체결 직후인 2014년 11월 6일 당시 추진위원회 대표자인 조합장에게 50,000,000원을 입금하겠다며 추진위원회 명의의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조합장은 종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추진위원회 계좌를 가압류할 우려가 있어 기존 계좌를 사용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원고 측은 추진위원회 명의로 다른 계좌를 개설할 것을 조언하였다.
원고 측은 2014년 11월 14일 오전 9시 30분경 다시 계약이행보증금을 입금하겠다고 밝혔지만 조합장은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등의 확답을 하지 않았다.
조합의 계약해지
조합은 불과 약 30분 후인 2014년 11월 14일 오전 10시경 원고에게 팩스로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
조합은 원고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계약이행보증금 50,000,000원을 입금하지 않았고, 여러 차례 독촉했음에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조합은 계약에서 정한 10일의 계약이행 기간을 부여하지 않았다.
원고는 같은 날 낮 12시경 조합장을 통해 추진위원회 명의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오후 3시 12분경 그 계좌로 50,000,000원을 입금하였다.
조합은 이후 다른 업체와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해지하고, 2015년 8월 14일경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다른 회사를 새로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하였다.
원고는 계약에서 정한 사유와 절차를 위반한 해지는 무효이고, 조합이 원고를 배제한 뒤 제3자를 용역업체로 선정한 것은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조합장과 그 밖의 관계자들에게도 개인적인 불법행위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민법 제689조는 임의규정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당사자의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음 사항을 민법과 달리 정할 수 있다.
-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
- 계약해지 전에 거쳐야 할 최고나 시정 절차
- 계약해지의 통지 방식
- 부당한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 제3자에게 업무를 맡긴 경우의 책임
해지사유와 절차를 별도로 정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함
당사자들이 위임계약에서 해지사유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계약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계약이 임의로 종료되지 않을 것이라는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항을 단순히 법률상 해지권을 다시 확인한 주의적 규정이라고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
당사자가 민법 제689조와 다른 내용으로 해지사유·절차와 손해배상책임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음과 같이 처리해야 한다.
-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가 있어야 한다.
- 계약에서 정한 최고·시정기간과 통지절차를 지켜야 한다.
- 계약상 요건을 갖추지 않은 해지는 효력이 없다.
- 손해배상책임도 민법 제689조 제2항이 아니라 계약에서 정한 조항에 따라 판단한다.
계약상 해지조항과 민법상 임의해지권을 중복 적용할 수 없음
원심은 조합이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부득이한 사유 없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했다는 이유로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계약 제9조가 해지사유와 절차를 제한하고 계약 제11조가 부당한 해지의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정했다면, 이는 민법 제689조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약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합의 해지는 계약 조항에 따라 적법성을 판단해야 하고, 손해배상책임 역시 계약 제11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계약상 해지사유가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
조합은 원고가 계약이행보증금 50,000,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지적하였다.
- 원고는 계약 직후부터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 조합장이 조합 명의 입금계좌를 알려주지 않았다.
- 조합은 회의록을 첨부하여 보증금 대여를 요청하지 않았다.
- 보증금 미지급은 조합의 협조의무 위반 또는 이행거절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 원고가 다시 지급 의사를 밝힌 지 약 30분 만에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
- 계약에서 정한 10일의 이행기간을 부여하지 않았다.
- 원고는 계좌번호를 확인한 당일 50,000,000원을 입금하였다.
따라서 보증금이 해지통보 전까지 지급되지 않은 책임을 원고에게 돌리기 어렵고, 원고의 귀책사유를 전제로 한 계약 제9조의 해지사유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대법원은 사실심을 대신하여 손해배상액까지 확정한 것이 아니라, 계약 조항에 따라 해지의 효력과 조합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환송하였다.
효력 없는 해지 후 제3자에게 업무를 맡기면 채무불이행이 될 수 있음
계약상 해지사유와 절차를 갖추지 않은 해지통보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해지통보 후에도 용역계약은 계속 존속할 수 있다.
그런데도 조합이 원고를 용역 업무에서 배제하고 다른 업체를 새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하였다면 다음 계약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
- 조합이 용역대행 업무를 제3자로 대체한 경우
- 조합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종료된 경우
- 조합이 협조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따라서 조합은 민법 제689조 제2항의 제한적인 손해배상책임이 아니라 계약 제11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크다.
법인과 대표자의 책임 구분
계약의 당사자는 조합
조합장은 조합의 대표기관으로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해지통보를 하였다.
조합장이 적법한 대표권 범위에서 한 행위의 법률효과는 조합장 개인이 아니라 조합에 귀속한다.
따라서 다음 책임의 주체도 원칙적으로 조합이다.
- 용역계약의 성립에 따른 의무
-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한 데 따른 채무불이행책임
- 조합장의 고의·과실에 따른 계약상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391조에 따라 대표기관의 고의·과실은 법인의 고의·과실로 평가되지만, 그 결과 대표자 개인이 계약상 채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의 채무불이행과 조합장의 개인책임은 별개의 문제
조합장의 판단에 따라 조합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조합장이 거래상대방에게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조합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조합의 채무불이행과 별도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성립해야 한다.
즉, 다음과 같은 구조로 구분해야 한다.
- 조합의 책임: 용역계약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
- 조합장의 책임: 원고에 대한 독립적인 불법행위책임
- 조합 관계자들의 책임: 각자가 구체적으로 가담한 불법행위가 증명되어야 함
대표자 개인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기준
대표자의 행위가 법인의 내부적인 계약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그치지 않고, 거래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대표자가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경위
-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
-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
- 침해된 상대방의 권리와 그 중요성
- 침해행위의 방법과 정도
- 대표자에게 계약상대방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 대표자가 법인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는지
- 대표자가 허위사실·기망·위력 등 별도의 위법한 수단을 사용했는지
단순한 계약해지 판단의 잘못이나 계약상 해지요건의 불충족만으로는 대표자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 조합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조합장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과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는 조합의 계약상 책임과 조합장 개인의 불법행위책임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조합장의 행위가 단순한 조합 내부의 계약해지 의사결정과 집행을 넘어 원고에 대한 사회상규 위반의 독립된 불법행위에 이르렀는지 별도로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이 조합장의 개인책임을 곧바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개인책임의 엄격한 요건을 심리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결론
민법 제689조가 위임계약의 자유로운 해지를 허용하더라도 이는 임의규정이다. 당사자가 계약에서 해지사유·절차 및 손해배상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약정이 우선한다.
이 사건 용역계약은 조합이 해지할 수 있는 사유를 원고의 귀책사유로 제한하고, 10일의 이행기간 부여와 서면통보 절차까지 정하였다. 또한 조합의 부당한 해지나 제3자에 의한 업무 대체에 관한 손해배상조항도 두었다.
따라서 조합이 민법 제689조를 근거로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은 잘못이다. 계약에서 정한 해지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면 해지는 효력이 없고, 원고를 배제한 채 제3자를 선정한 조합은 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반면 조합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장 개인도 당연히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조합장의 행위가 조합의 내부적 업무집행을 넘어 원고에 대한 독립된 불법행위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이에 대법원은 조합과 조합장에 대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환송하고, 그 밖의 조합 관계자들에 대한 원고의 상고는 상고이유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