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국의 3배 손해배상판결 승인과 대한민국 공서의 한계

핵심 결론 외국판결의 3배 배상이 실제 손해를 넘더라도 국내법상 유사한 규율영역에서 3배 배상을 허용한다면 공서에 반하지 않는다. 국내 법원이 인정했을 금액으로 감액해서도 안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8다231550, 2009다22549, 2001다58528

해당 판례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집행판결]
  • 원고: 웨스턴 세일즈 트레이딩 컴퍼니, 아이앤씨. 외 1인
  • 피고: 원고들의 독점판매계약을 방해한 사람
  • 결과: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 파기·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제1심
제1심은 미국 하와이주 법원이 명한 3배 손해배상판결의 승인요건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보아 강제집행을 허가하였다.
환송 전 원심
환송 전 원심은 하와이주 판결이 인정한 실제 손해액의 3배 배상은 손해전보를 넘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판단하였다.
우리나라가 당시 피고의 계약방해 및 불공정 경쟁행위와 같은 구체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3배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제 손해를 초과하는 부분은 대한민국의 공서에 반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다음 실제 손해액과 변호사 비용·실비에 한하여 강제집행을 허가하였다.
  • 원고 웨스턴: 200,000달러
  • 원고 에이스: 381,000달러
  • 원고들 공동: 변호사 비용 및 실비 88,399.50달러
  • 각 금액에 대하여 2014년 6월 17일부터 연 10%의 지연이자
대법원
대법원은 피고의 행위와 완전히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국내법이 3배 배상을 인정해야만 외국판결을 승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의 행위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율된다. 공정거래법이 그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3배 배상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정거래법의 규율영역에서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관하여 실제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하와이주 판결의 3배 배상을 승인하는 것이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질서에 비추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실제 손해를 초과하는 부분의 집행을 불허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파기환송심의 심판대상은 환송 전 원심에서 강제집행이 불허되었던 실제 손해 초과분에 한정되었다.
환송 전 원심에서 이미 집행이 허가된 실제 손해액, 변호사 비용·실비 및 지연이자 부분은 피고가 상고하지 않았으므로 대법원 환송판결 선고와 동시에 분리·확정되었다.
피고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3배 배상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손해전보 원칙에 반한다.
  • 전부 승인이 어렵다면 대한민국 법원이 같은 사건을 재판했을 때 인정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까지만 집행을 허가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두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첫째, 피고의 행위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율영역에 속하고,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 등 일정한 위법행위에 실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제도를 이미 도입하였다. 따라서 하와이주 판결의 3배 배상을 전부 승인하더라도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다.
둘째, 외국판결의 집행판결절차는 대한민국 법원이 그 사건을 다시 재판하여 국내법상 적정한 손해액을 새로 산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외국판결이 승인요건을 갖춘 이상, 국내 법원이 같은 사건에서 인정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만 남기고 외국판결을 감액할 수는 없다.
결국 파기환송심은 하와이주 판결의 3배 배상액 전부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허가하였다.
  • 원고 웨스턴에게 600,000달러
  • 원고 에이스에게 1,143,000달러
  • 원고들에게 공동으로 변호사 비용 및 실비 88,399.50달러
  • 각 금액에 대하여 2014년 6월 17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지연이자
다만 제1심판결은 공동으로 지급하도록 명한 변호사 비용 및 실비 88,399.50달러를 각 원고의 집행금액에 잘못 포함하여 계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실체판단의 변경이 아니라 명백한 계산상 착오로 보아 주문을 경정하였다.
파기환송심은 환송판결로 이미 확정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외국재판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공서에 반하는지는 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그 재판과 우리나라의 관련성 및 국내법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58528 판결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기본 목적은 피해자가 실제 입은 손해를 전보하여 손해 발생 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있다고 하였다.

관련 법령

사실관계

원고 웨스턴 세일즈 트레이딩 컴퍼니는 2003년경 필리핀 회사인 세븐디 푸드 인터내셔널과 세븐디가 생산하는 건조망고를 하와이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수입·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른 원고인 에이스 퀄리티 팜 프로덕트는 웨스턴으로부터 세븐디 제품을 공급받아 하와이·일본·태평양 지역 등에서 판매하였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들과 세븐디 사이의 독점판매계약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여 세븐디가 그 계약을 종료하게 하고, 불공정한 경쟁방법과 기만행위를 사용하였다.
원고들은 2009년 2월 11일 피고를 상대로 미국 하와이주 제1순회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소장을 송달받고 직접 응소하여 변론하였다.
하와이주 법원의 배심원단은 피고의 위법행위를 인정하고 원고들의 실제 손해액을 다음과 같이 산정하였다.
  • 웨스턴의 실제 손해: 200,000달러
  • 에이스의 실제 손해: 381,000달러
하와이주 개정법 제480-13조 (b)항 (1)호는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거래행위로 손해를 입은 소비자가 승소하면 1,000달러 또는 실제 손해액의 3배 중 큰 금액을 배상받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하와이주 법원은 실제 손해액을 3배로 증액하여 피고에게 웨스턴에 대한 600,000달러, 에이스에 대한 1,143,000달러의 지급을 명하였다. 별도로 원고들에게 공동으로 변호사 비용 및 실비 88,399.50달러와 각 금액에 대한 연 10%의 지연이자도 인정하였다.
하와이주 항소법원은 2015년 11월 10일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하와이주 대법원도 2016년 3월 15일 피고의 상고허가신청을 기각하여 하와이주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들은 대한민국에 있는 피고의 재산에 강제집행하기 위해 국내 법원에 집행판결을 청구하였다.

법리

외국의 배액배상판결도 원칙적으로 승인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가 실제 손해의 전보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하여, 실제 손해를 초과하는 배상을 명한 모든 외국판결이 당연히 공서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하도급·공정거래·개인정보·근로관계·지식재산권·소비자보호 등의 분야에서 3배 내지 5배의 배상을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법원이 손해전보를 초과하는 배상을 명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판결의 승인을 거부할 수 없다.
외국법과 동일한 국내법 규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판결에 적용된 법률과 동일한 내용의 국내법이 존재해야만 승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판결의 원인행위가 우리나라에서도 손해전보를 초과하는 배상을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규율영역에 속한다면, 그 외국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독점판매계약을 방해하고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사용한 행위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율영역에 속한다.
공정거래법이 그 구체적인 행위유형에 대해서는 3배 배상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부당한 공동행위 등 같은 법률의 규율영역에 속하는 다른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실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하와이주 법원이 피고에게 실제 손해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한 결과는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질서와 양립할 수 있다.
3배 배상이 법정배수로 자동 산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승인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와이주법은 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1배부터 3배 사이에서 배상액을 정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손해액의 3배를 자동적으로 최종 배상액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 산정방식만으로 외국판결의 승인을 거부할 수는 없다.
외국판결의 승인 여부는 배수 산정방식 하나가 아니라 원인행위의 성격, 국내 관련 법률의 규율내용, 국내법상 배상한도 및 국제거래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국내 법원이 인정했을 손해액으로 다시 감액할 수 없다
파기환송심에서 피고는 대한민국 법원이 같은 사건을 재판했다면 인정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까지만 집행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집행판결절차는 외국판결의 사실인정과 손해액 산정을 국내법에 따라 다시 심리하는 절차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원은 외국판결이 승인요건을 갖추었는지만 심사할 수 있을 뿐, 국내법을 적용했다면 얼마가 인정되었을지를 새로 판단하여 외국판결의 배상액을 감액할 수 없다.
따라서 하와이주 판결의 3배 배상이 대한민국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예상되는 손해배상액만을 기준으로 일부 승인할 수는 없다.
외국판결의 일부 승인 여부도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손해전보를 초과하는 외국판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승인할지는 다음 사항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원칙과 체계
  • 외국판결과 국내 관련 법률의 관계
  • 외국판결의 원인행위가 국내법상 배액배상을 허용하는 규율영역에 속하는지
  • 외국판결의 배상배수와 국내법상 배상한도의 차이
  • 외국판결의 승인과 국제거래질서의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
민사소송법 제217조의2는 외국의 배액배상판결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이 아니라, 그 승인 결과가 대한민국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승인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다.

결론

대법원은 외국의 3배 손해배상판결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제 손해 초과분의 집행을 일률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의 계약방해와 불공정 경쟁행위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의 규율영역에 속하고, 공정거래법도 그 규율영역에서 3배 배상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하와이주 판결의 3배 배상을 승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기본질서에 현저히 반하지 않는다.
파기환송심은 이에 따라 국내 법원이 인정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까지만 집행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도 배척하고, 하와이주 판결이 명한 3배 배상액 전부와 변호사 비용·실비 및 연 10%의 지연이자에 관한 강제집행을 허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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