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번호
관련 판례
-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다43594 판결 다른 상인의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는 행위자 개인의 보조적 상행위가 될 수 없다. 개인이 장차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더라도 회사 설립 또는 영업을 위해 개인 명의로 한 행위가 당연히 개인의 상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령
- 상법 제4조 — 당연상인
- 상법 제5조 제2항 — 회사의 상인 의제
- 상법 제46조 — 기본적 상행위
- 상법 제47조 — 보조적 상행위
- 상법 제64조 — 상사채권의 5년 소멸시효
- 민법 제162조 제1항 — 일반채권의 10년 소멸시효
-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 소액사건 상고사유
사실관계
1. 택시회사 주식양도계약
안정운수 주식회사는 택시운송사업면허를 보유하고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던 회사였다.
안정운수의 대표이사, 주주인 원고, 이사 및 감사 등 4명은 2009. 3. 23. 피고 3명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안정운수 주식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서의 ‘양도·양수물 표시’ 부분에는 주식뿐 아니라 안정운수의 택시 등 주요 영업자산도 함께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의 당사자는 안정운수가 아니라 주식을 소유한 개인들이었고, 계약의 목적물 역시 안정운수의 영업재산 자체가 아니라 개인들이 보유한 안정운수 발행 주식이었다.
2. 감차 차량에 관한 조건부 정산약정
안정운수가 운행하던 택시 중 차량 1대는 ‘차도급 문제’로 감차가 예정되어 있었고, 이에 관한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었다.
주식양도계약서 제15조 제4호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조건부 정산조항이 포함되었다.
“차도급 문제로 감차 예정인 차량 1대분은 추후 소송 여하에 따라 승소 시 공TO 대금 시세의 50%를 원고 등 4인에게 지급한다.”
즉, 감차와 관련된 소송에서 승소하여 해당 차량의 택시운송사업상 공급대수 또는 영업상 가치가 회복되는 경우, 피고들이 그 당시 공TO 대금 시세의 50%를 종전 주주 4명에게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었다.
이 약정금은 통상적인 주식양도대금과 별개의 영업수익 분배가 아니라, 감차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차량 1대의 가치를 사후적으로 정산하기 위한 주식양도대금의 조건부 조정에 해당한다.
3. 피고들의 회사 경영 참여
피고들은 주식양도계약 체결 후 안정운수의 임원으로 취임하였다.
- 피고 1: 2009. 4. 13. 안정운수 대표이사 취임등기
- 피고 2 및 피고 3: 2009. 5. 19. 안정운수 사내이사 취임등기
피고들은 이후 안정운수의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회사를 경영하였다. 다만 택시운송사업면허를 보유하고 실제 사업을 운영한 주체는 피고들 개인이 아니라 안정운수라는 법인이었다.
4. 약정금채권의 양도
2010년 7월경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양도인 3명은 주식양도계약서 제15조 제4호에 따른 약정금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자신에게 귀속된 약정금채권과 나머지 3명으로부터 양수한 채권을 합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약정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핵심쟁점
- 택시회사의 주식을 양수하여 회사를 경영하려는 개인의 주식양수행위가 영업 준비를 위한 보조적 상행위인지
- 주식양도계약에 부수된 조건부 약정금채권이 상사채권인지
-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된 개인을 회사와 동일한 상인으로 볼 수 있는지
- 계약서에 ‘상법에 준하여 처리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5년의 상사시효를 적용할 수 있는지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23. 선고 2019나4013 판결은 피고들이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안정운수를 양수한 것이므로, 이 사건 주식양수행위는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이자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주식양도계약에 부수된 약정금채권에도 상법 제64조의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대법원의 법리
1. 다른 상인의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
개업준비행위가 보조적 상행위가 되려면 그 행위를 한 사람이 자기 명의로 상행위를 하여 스스로 상인자격을 취득하려는 것이어야 한다.
행위자가 자기 영업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별개의 법인이나 다른 상인의 영업을 준비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 행위는 행위자 개인의 보조적 상행위가 될 수 없다.
2. 회사와 대표이사 개인의 구별
회사는 상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상인으로 의제되지만,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 개인까지 당연히 상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 개인의 행위에 상법을 적용하려면 그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같은 종류의 행위를 계속·반복하는 등 스스로 상인자격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 회사의 주식을 양수하고 이후 대표이사나 이사로 취임하여 회사를 경영했다는 사정만으로 주식양수행위가 그 개인의 상행위가 되지는 않는다.
3. 주식양도와 영업양도의 구별
주식양도계약의 목적물은 주주 개인이 보유한 회사 주식이다. 주식 전부가 양도되어 회사의 지배권이 이전되더라도 회사가 보유한 영업재산과 사업면허의 소유자는 여전히 회사이다.
계약서에 택시 등 회사의 영업자산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 기재가 주식 전부를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거나 주식가치 산정의 근거를 표시한 것이라면 이를 회사가 당사자가 되는 영업양도로 볼 수 없다.
4. 계약상 ‘상법 준용’ 조항의 효력
계약서 제15조에는 별도로 정하지 않은 사항이 발생하면 사회통상 관례 및 상법에 준하여 협의·처리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보충조항만으로는 당사자들이 이 사건 약정금채권의 소멸시효를 상법상 5년으로 단축하기로 확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택시운송사업의 주체
주식양도계약 체결 당시 택시운송사업면허를 보유하고 사업을 운영한 주체는 원고 등 주주 개인이 아니라 안정운수라는 법인이었다.
피고들도 계약 체결 후 안정운수의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 취임하여 회사를 경영했을 뿐, 피고들 개인 명의로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2. 주식양수인의 상인자격 부정
피고들이 택시운송사업을 운영할 목적으로 안정운수 주식을 양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안정운수라는 별개의 법인을 경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피고들 개인이 자기 명의로 택시운송사업을 개시하거나 동종의 회사 인수를 계속·반복하는 영업을 했다고 볼 증거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양수는 피고들 개인의 보조적 상행위가 아니다.
3. 주식양도인의 상인자격 부정
원고 등 4인은 안정운수의 대표이사·이사·감사 또는 주주로서 회사의 영업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양도하는 개인 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 등 4인이 회사 주식을 계속·반복적으로 매매하는 영업을 했다고 볼 수도 없었다.
설령 원고 등 일부가 별도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더라도 안정운수 주식양도는 그 임대사업을 위한 상행위나 보조적 상행위가 아니다.
4. 약정금채권의 성격
감차 예정 차량 1대에 관한 약정은 개인 주주들 사이의 주식양도계약에 부수된 조건부 정산약정이다.
주식양도인이나 양수인 어느 쪽에도 상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그 약정금채권은 상사채권이 아니다. 따라서 상법 제64조의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별도의 단축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민법상 일반채권의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결론
대법원은 이 사건 약정금채권에 5년의 상사소멸시효를 적용한 원심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에 상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소액사건이었으나 원심판결이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경우에 해당하여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상고이유가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미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주식 전부를 양수하고 이후 대표이사로 취임하더라도, 회사와 주식양수인 개인은 별개의 권리주체이다.
따라서 개인 간 경영권 주식양수도계약이 곧 회사의 영업양도 또는 양수인 개인의 보조적 상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양수인이 별도로 상인자격을 취득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한 주식양도대금이나 이에 부수된 정산금채권에는 상사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