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질약정으로 취득한 1인 주주의 지배권을 박탈하기 위한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의 효력

핵심 결론 비상장주식 전부를 유질약정에 따라 0원에 취득한 주주의 명의개서를 거절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신주 8만 주를 제3자에게 발행한 것은 무효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8다304007, 2017다207499, 2015다248342, 2002다28340, 2008다50776, 2018다289542, 2018다218359
판결번호 및 재판 경과
  • 제1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8. 2. 12. 선고 2017가합9253 판결 ― 원고 패소 ※ 법제처 사이트에서 판결문이 확인되지 않아 링크를 표시하지 않음.
  •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8. 12. 7. 선고 2018나2015473 판결 ― 항소 및 추가 청구 기각
  • 환송판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8다304007 판결 ― 파기환송
  •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3. 1. 12. 선고 2021나2048688 판결 ― 신주발행무효 청구 인용, 신주발행부존재확인 청구 기각 ※ 법제처 사이트에서 판결문이 확인되지 않아 링크를 표시하지 않고 해당판결을 첨부함.

관련판례

  •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다207499 판결 ―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유질약정은 허용되며, 질권 실행의 방법과 절차는 원칙적으로 질권설정계약에 따른다.
  •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다248342 전원합의체 판결 ―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주주는 원칙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회사가 명의개서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거절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다28340 판결 ― 기한이익 상실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전액의 변제기가 도래하는 형성권적 약정으로 추정된다.
  •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한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
  •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89542 판결 ― 법령·정관 위반이 회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하고 기존 주주의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신주발행은 무효가 된다.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218359 판결 ― 신주발행의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극히 중대하여 발행의 실체 없이 외관만 존재하는 경우 신주발행의 부존재가 인정된다.

관련법령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평택시 일대의 도시개발 및 공동주택 신축·분양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합계 2,100억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채권을 양수한 아뮤티제이차 주식회사에 대한 담보로 피고 회사의 종전 주주 5명은 2007년 12월 자신들이 보유한 피고 회사 주식 전부인 64,000주에 근질권을 설정하고, 처분승낙서와 양도증서를 교부하였다.
근질권설정계약에는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하거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면 질권자가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시기·가격에 따라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취득할 수 있다는 유질약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질권 실행과 원고의 주식취득
피고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아뮤티제이차는 비상장주식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 피고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가 모두 음수로 평가되자 주식가치를 0원으로 산정하였다.
아뮤티제이차는 2017년 1월 25일 질권을 실행하여 주식 64,000주 전부를 원고에게 양도하고, 피고 회사와 종전 주주들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아뮤티제이차와 원고는 피고 회사에 원고 명의로 명의개서를 해 줄 것을 반복하여 요구하였다. 원고는 종전 임원 전원의 해임과 새로운 임원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하였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명의개서와 주주총회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발행
피고 회사는 2017년 4월 14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액면가 5,000원의 신주 80,000주를 피고보조참가인에게 발행하기로 결의하였다.
신주인수대금 4억 원은 피고보조참가인이 주장하는 피고 회사에 대한 가수금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이 신주발행으로 종전 발행주식 전부인 64,000주를 취득한 원고의 지분율은 100%에서 약 44.4%로 낮아졌다. 반면 신주 80,000주를 배정받은 피고보조참가인은 약 55.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되어 기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핵심쟁점

  1. 비상장주식을 0원으로 평가하여 처분한 유질약정의 실행이 유효한가?
  2. 피담보채권의 상사소멸시효가 질권 실행 전에 완성되었는가?
  3. 명의개서를 마치지 못한 원고가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가?
  4. 정관변경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5.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한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이 상법 제418조에 위반되는가?
  6. 이 사건 신주발행은 ‘부존재’인지, 아니면 실체는 있으나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인지?
제1심 및 환송 전 원심의 판단
제1심과 환송 전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환송 전 원심은 아뮤티제이차가 비상장주식 64,000주의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하여 원고에게 처분한 것은 질권의 본질과 근질권설정계약상 처분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 회사의 주식을 유효하게 취득하지 못했으므로 신주발행무효를 청구할 주주의 지위도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법리
대법원은 상행위로 발생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유질약정은 상법 제59조에 따라 허용되고, 그 실행 방법과 절차는 원칙적으로 질권설정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비상장주식의 가격이나 산정방식을 계약에서 정하지 않았고 객관적인 시장가격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질권자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여러 평가방법 중 하나를 채택하여 처분가액을 산정했다면 사후적으로 그 평가액이 불합리하다고 밝혀졌더라도 처분행위 자체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가액이 부당한 경우에는 다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뿐이다.
  • 합리적인 주식가액만큼 피담보채무가 소멸했는지
  • 질권자가 초과액을 반환해야 하는지
  • 질권자의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지
따라서 비상장주식을 0원으로 평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질권 실행과 원고의 주식취득을 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추가 판단 – 피담보채무의 소멸시효
피고 회사는 대출채권의 상사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질권이 실행되었으므로 질권 실행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서명·날인이 없는 2011년 11월 3일자 변경약정서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였다.
  • 변제기를 2012년 11월 3일까지 유예하는 것은 채무자인 피고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 대출채권을 기초로 조달된 자산담보부대출의 변제기도 이에 맞추어 연장되었다.
  • 2015년 자산양수도계약서에도 최종 변제기가 2012년 11월 3일로 기재되어 있었다.
  •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도 관련 민사·형사사건에서 최종 변제기가 2012년 11월 3일이라고 반복하여 진술하였다.
이에 따라 대출채권의 최종 변제기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해 2012년 11월 3일로 연장되었다고 인정하였다.
또한 기한이익 상실약정은 채권자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전체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하는 형성권적 약정으로 보았고, 2012년 11월 3일 전에 채권자가 잔존 채무 전액의 변제를 요구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2017년 1월 25일의 질권 실행은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이루어졌으므로 유효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추가 판단 – 원고의 주주 지위
원고는 신주발행 당시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질권 실행과 주식양도 사실을 통지받았고, 아뮤티제이차와 원고가 반복하여 명의개서를 청구했음에도 이를 거절하였다.
피고 회사는 이후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 회사의 주주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파기환송심은 피고 회사가 원고의 주식취득 사실을 알면서도 명의개서를 부당하게 지연·거절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명의개서 없이도 피고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고 회사는 명의개서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주 지위를 부인할 수 없다고 보았다.
파기환송심의 추가 판단 – 정관변경 결의의 부존재
피고 회사는 2017년 1월 13일 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그 주주총회 결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주주총회 소집통지나 공고가 이루어졌다는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었다.
  • 주주총회 의사록은 신주발행 사실이 문제 된 후인 2017년 5월 17일에야 공증되었다.
  • 신주발행 변경등기 당시 제출된 정관은 제3자 배정 규정이 없는 종전 정관이었다.
  • 정관변경 의사록이 원고의 주식취득 이후 작성일자를 소급하여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실제 소집절차와 회의절차 없이 의사록만 작성된 경우이므로, 제3자 배정 근거를 신설하는 정관변경 결의는 부존재한다고 보았다.
파기환송심의 추가 판단 – 제3자 배정의 목적
피고 회사의 정관에는 유효한 제3자 배정 근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신주발행에 상법 제418조 제2항이 요구하는 경영상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신주발행으로 증가하는 자본금은 4억 원에 불과했고, 실제 현금이 납입된 것도 아니라 피고보조참가인의 가수금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긴급한 자금조달이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발행으로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신주발행은 원고가 기존 임원의 해임과 신규 임원 선임을 요구한 이후 이루어졌고, 그 결과 원고의 지분율은 100%에서 44.4%로 낮아지는 반면 기존의 실질 경영자인 피고보조참가인이 55.6%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이 사건 신주발행의 실질적인 목적이 피고보조참가인의 경영권과 지배권을 방어하는 데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신주발행의 통지·공고상 하자
상법 제418조 제4항에 따르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 회사는 신주의 종류와 수, 발행가액, 납입기일 등 주요 사항을 납입기일 2주 전까지 주주에게 통지하거나 공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신주발행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 정관에서 정한 신문이 아닌 다른 신문에 공고했기 때문에 원고가 신주발행 사실을 사전에 알기도 어려웠다.
원고는 신주발행이 이미 이루어진 후인 2017년 5월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사실상 차단되었다.
신주발행의 부존재와 무효의 구별
파기환송심은 신주발행을 무효로 보면서도 부존재확인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4월 14일자 이사회 의사록에 이사와 감사 전원의 날인이 있었고, 신주인수대금 채무와 가수금채권의 상계를 결의했으며, 발행주식 변경등기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설령 가수금채권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신주발행의 외관뿐만 아니라 이사회 결의와 변경등기라는 실체가 존재하므로 ‘신주발행 부존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과 같은 중대한 하자가 중첩되어 있었다.
  • 제3자 배정에 관한 유효한 정관 규정이 없었던 점
  • 경영상 필요 없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발행한 점
  • 원고의 신주인수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한 점
  • 원고에게 신주발행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점
  • 정관에서 정한 방법으로 공고하지 않은 점
  • 원고의 지분율을 100%에서 44.4%로 낮추어 지배권을 상실시킨 점
따라서 발행의 실체는 존재하지만, 상법과 정관을 위반한 하자가 회사법의 기본원칙과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지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였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 결론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 회사가 2017년 4월 14일 피고보조참가인에게 발행한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식 80,000주 전부를 무효로 하였다.
다만 신주발행의 실체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므로, 환송 전 원심에서 추가된 신주발행부존재확인 청구는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유질약정에 따른 비상장주식 취득과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이 연속하여 문제 된 사안이다.
대법원은 비상장주식의 평가액이 부당하다는 사정과 질권 실행의 효력을 구별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전제로 원고의 주식취득과 주주 지위를 인정한 뒤, 회사가 명의개서를 거절한 상태에서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원고의 지분을 100%에서 44.4%로 희석한 신주발행을 무효로 판단하였다.
특히 정관변경 결의 자체의 부존재와 신주발행의 부존재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제3자 배정의 근거가 된 정관변경 결의가 부존재하더라도 실제 이사회 결의와 변경등기가 이루어진 신주발행은 ‘부존재’가 아니라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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