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의 비상장주식 보유한도 위반과 주식취득의 사법상 효력
—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0다291531 판결
1. 사건의 개요
상호저축은행인 피고는 부동산을 매수하여 리모델링한 뒤 매각하는 개발사업에 대출기관으로 참여하였다.
사업 관계자들은 특수목적법인인 원고 회사를 부동산 매수인으로 지정하고, 피고가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한편 거래구조의 설계, 금융조건 결정 및 관계기관 선정 등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또한 원고 회사의 지분과 사업수익을 참여자들이 일정 비율로 분배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합계 226억 원을 대출하고 원고 발행주식의 33.33%를 취득하였다. 이후 개발사업이 완료되어 부동산이 2,150억 원에 매각되었고, 피고는 대출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았다.
사업수익은 피고 등이 보유한 원고 주식을 유상감자하는 방법으로 분배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약 280억 원의 유상감자대금을 지급하였다.
그 후 원고는 피고의 주식취득이 상호저축은행의 비상장주식 보유한도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가 받은 유상감자대금의 반환을 구하였다.
대법원은 주식 보유한도 규정이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므로 이를 위반한 주식취득도 사법상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 전문
2. 회사의 정관상 목적과 권리능력
회사의 권리능력은 회사의 설립 근거법과 정관상 목적에 의하여 제한된다. 그러나 회사가 할 수 있는 행위는 정관에 명시된 사업 자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정관상 목적을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행위도 모두 회사의 목적범위에 포함된다. 어떤 행위가 목적 수행에 필요한지는 행위자의 구체적 의도나 실제 목적이 아니라 해당 행위의 객관적 성질을 기준으로 추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부동산개발사업의 거래구조를 설계하고 사업회사 지분과 수익을 분배받기로 하였으므로 실질적으로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대출과 금융거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주식취득과 수익분배약정도 대출업무 및 금융거래에 부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와 주식취득은 상호저축은행의 목적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3. 법령 위반과 사법상 무효는 구별해야 한다
사법상 계약이나 법률행위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를 위반했다고 하여 그 법률행위가 언제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지규정 위반의 사법상 효력은 다음 순서로 판단해야 한다.
첫째, 법률에 위반행위의 무효를 명시한 규정이 있는지 확인한다.
둘째, 명문 규정이 없다면 해당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를 해석한다.
셋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한다.
넷째, 사법상 무효가 거래안전과 당사자 및 제3자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이에 따라 금지규정은 그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는 ‘효력규정’과 행정적 감독·제재를 목적으로 하지만 사법상 효력은 유지하는 ‘단속규정’으로 구별된다.
4. 상호저축은행의 비상장주식 보유한도는 단속규정이다
당시 구 상호저축은행법과 감독규정은 상호저축은행이 비상장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하여 주식을 매입·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피고는 원고 회사 주식의 33.33%를 취득하였으므로 10% 한도를 23.33% 초과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보유한도 규정을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으로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무효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다
구 상호저축은행법과 감독규정에는 보유한도를 초과한 주식취득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초과 취득의 무효를 전제로 한 다른 조항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 행정적·건전성 감독이 주된 목적이다
주식 보유한도 규정은 다음과 같은 공법적 목적을 가진다.
상호저축은행의 사기업 지배 방지
시장에서의 경쟁 보장
과도한 주식투자로 인한 부실화 방지
상호저축은행의 자본 충실성 확보
예금자와 금융시장의 보호
이러한 목적은 금융감독과 행정적 제재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다. 그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위반행위의 반사회성이 현저하지 않다
상호저축은행이 보유한도를 초과하여 주식을 취득한 행위가 그 사법상 효력을 반드시 부정해야 할 정도로 현저한 반사회성이나 반도덕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라. 일률적인 무효는 거래안전을 침해할 수 있다
보유한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면 담보권 실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주식을 취득한 경우 등에도 주식취득이 일률적으로 무효가 된다.
이는 주식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상호저축은행의 채권 회수와 부실 방지를 오히려 어렵게 하여 법률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 보유한도 초과분도 사법상 유효하다
피고가 취득한 주식은 원고 발행주식 총수의 33.33%였으므로, 보유한도인 10%를 초과한 23.33%의 효력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보유한도 규정이 단속규정인 이상 피고의 법령 위반 여부와 별개로 주식취득의 사법상 효력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33.33%의 주식 전부에 관하여 유효한 주주 지위를 취득하였다. 그 주식을 대상으로 유상감자가 이루어졌고 피고가 감자대금을 받은 데에도 법률상 원인이 존재한다.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유상감자대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가 아니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성립하지 않는다.
6.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와 불공정한 법률행위 여부
원고는 피고와 체결한 사업합의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또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하였다.
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되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포함된다.
법률행위의 권리·의무 내용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반사회질서적 내용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경우
법률행위에 반사회적인 조건이나 대가가 결부된 경우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동기가 반사회적인 경우
그러나 이 사건의 대출·주식취득·사업수익 분배약정은 그 내용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었다.
나.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려면 다음 요건이 모두 필요하다.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
피해 당사자의 궁박·경솔 또는 무경험
상대방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
당사자가 궁박·경솔 또는 무경험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합의에 현저한 급부 불균형이 있다거나 피고가 사업 관계자들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를 가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민법 제103조와 제104조에 따른 무효 주장도 배척되었다.
7. 금융기관의 법규 위반과 민사책임의 관계
이 판결이 상호저축은행의 보유한도 위반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위반이 주식취득의 사법상 무효까지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보유한도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음과 같은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금융감독기관의 시정명령
주식처분명령
과징금이나 과태료
기관 또는 임직원에 대한 행정제재
경영진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형사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 형사책임
그러나 이러한 공법상 제재 가능성과 거래 상대방 사이에서 주식취득의 사법상 효력이 유지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다.
8.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의 법리는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회사의 정관상 목적범위에는 명시된 목적 자체뿐만 아니라 그 목적을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행위가 포함되고, 그 필요성은 행위의 객관적 성질을 기준으로 추상적으로 판단한다. 상호저축은행이 대출 및 금융거래에 부수하여 사업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고 수익을 분배받기로 한 행위는 정관상 목적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법령이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더라도 그 위반행위가 당연히 사법상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명문의 무효 규정이 없다면 금지규정의 목적, 위반행위의 반사회성, 사법상 무효의 필요성 및 거래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하여 효력규정인지 단속규정인지 판단해야 한다.
상호저축은행의 비상장주식 보유한도를 10%로 제한한 구 상호저축은행법과 감독규정은 상호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자본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속규정이다. 따라서 보유한도를 초과한 주식취득도 사법상 유효하고, 그 주식을 대상으로 지급받은 유상감자대금은 법률상 원인이 있는 급부이므로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금융기관에 대한 공법상 업무제한 위반과 그에 기초한 사법상 거래의 효력을 명확하게 구별했다는 데 있다. 금융기관이 감독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거래 상대방이 이미 이루어진 주식취득과 수익분배를 무효로 돌리고 지급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호저축은행의 비상장주식 보유한도 위반과 주식취득의 사법상 효력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