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과 주주평등의 원칙

핵심 결론 특정 투자자에게 신주발행 등에 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였더라도, 투자 경위·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다른 주주의 권리 침해 여부 등을 종합해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다만 동의권 위반을 이유로 한 투자금 회수나 위약벌 청구가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상법상 배당가능이익과 공서양속 등의 제한을 별도로 심사해야 합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1다293213, 2018다9920, 2018다236241

관련 판례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9937 판결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8다236241 판결

관련 법령

상법 제345조(상환주식)

상법 제416조(발행사항의 결정)

상법 제462조(이익의 배당)

민법 제2조(신의성실)

민법 제105조(임의규정)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영위하는 회사였고, 공동피고는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였습니다.
원고 투자자는 2016년 12월 피고 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 20만 주를 1주당 1만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총 20억 원을 납입하였습니다. 투자 후 원고의 지분율은 약 5.27%였습니다.
투자계약에는 피고 회사가 일정한 중요 경영사항을 시행하려면 원고에게 사전에 서면으로 통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특히 원고의 투자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나 주식 관련 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구조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가 사전동의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회사 또는 최대주주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면 원고는 상환기일 전이라도 투자주식의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었고, 손해배상 또는 위약벌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였습니다. 최대주주인 공동피고도 회사의 계약상 의무 이행에 관하여 공동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2018년 9월과 11월 다른 투자자들에게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원고에게 사전에 통지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계약 위반을 이유로 조기상환금과 위약벌 등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법리

1. 주주평등의 원칙이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를 보유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하게 취급해야 합니다.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다른 주주를 불리하게 취급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정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차등적 취급의 허용 여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차등적 취급이 이루어진 경위와 목적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필요성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상법 등 관계 법령의 취지
회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따라서 특정 투자자에게 부여된 권리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2. 이 사건 사전동의권에는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원고는 회사에 필요한 20억 원을 투자하였고,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투자계약 체결과 사전동의권 부여에 동의하였습니다. 다른 주주들이 사전동의권 부여에 반대하였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투자자의 지분율과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사전동의권은 이러한 경영진의 자의적인 신주발행을 견제하고 투자자의 지분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견제 기능은 특정 투자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소수주주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주발행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권한에 속하므로, 특정 투자자에게 사전동의권을 부여하였다고 하여 다른 주주의 주주총회 의결권이 직접 침해되는 것도 아닙니다.

3. 사전동의권은 주식 자체에 부착된 권리가 아니라 계약상 권리이다

이 사건 사전동의권은 상환전환우선주 자체의 내용으로 부여된 권리가 아니라 투자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인정된 채권적 권리였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더라도 사전동의권이 주식과 함께 당연히 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특정 종류주식의 모든 소유자에게 일률적으로 우월한 권리를 부여한 경우와 구별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계약상 권리의 성격도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4. 위반 시 구제수단도 각각 별도로 유효성을 심사해야 한다

사전동의권 조항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 위반에 따른 모든 구제수단이 당연히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투자자가 회사에 상환전환우선주의 조기상환을 청구하려면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의 범위라는 제한을 받아야 합니다.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계약상 상환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원금 전액을 회사로부터 돌려받을 수는 없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금 조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손해를 배상하거나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인 범위라면 인정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 회사의 재무상태와 관계없이 투자원금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면 회사법의 자본충실 원칙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고 금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면 법원은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할 수 있습니다. 위약벌이라 하더라도 그 금액과 발생 구조가 지나치게 가혹하면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으로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5. 사전동의권의 행사는 신의칙과 권리남용 법리의 통제를 받는다

사전동의권이 유효하더라도 투자자가 회사의 정상적인 자금조달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회사 및 다른 주주에게 과도한 손해를 주면서 자신의 투자금 회수만을 목적으로 동의권을 행사한다면 그 행사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의권의 존재와 동의 거부의 정당성은 구별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권리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결론

대법원은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이 특정 주주에게만 부여되었다는 이유로 곧바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투자자에게 부여된 우월적 권리의 효력을 형식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투자 필요성, 권리의 목적,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 다른 주주의 불이익과 계약상 권리의 성격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원고의 조기상환금과 위약벌 청구를 최종적으로 전부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사전동의권의 유효성을 전제로 하되, 배당가능이익의 존재, 위약금의 성격과 액수, 투자원금의 절대적 회수를 보장하는 결과가 되는지 등을 다시 심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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