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폐업 후 작성한 대여금 공정증서와 상사 소멸시효

핵심 결론 마트 폐업 직후 기존 영업채무를 정리하며 작성한 공정증서는 청산·잔무처리의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채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95359, 2011다109500, 2011다104246

판결번호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20다295359 판결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사실관계

피고들은 부부로서 2003년경부터 마트를 함께 운영했다. 피고들은 마트를 운영하는 동안 원고로부터 영업자금을 융통하면서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을 발행하거나 배서하여 원고에게 교부했다.
다른 채권자는 2008년 9월 18일 마트 양수도대금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마트 안의 유체동산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같은 달 24일 가압류집행이 이루어졌다.
피고 1은 2008년 9월 23일과 같은 달 30일 자신이 운영하던 두 마트에 관하여 각각 폐업신고를 했다.
피고들은 2008년 10월 2일 가압류 해방금으로 2억 5,000만 원을 공탁하고, 유체동산 가압류집행 취소결정을 받았다.
그 직후인 2008년 10월 14일 피고들은 원고에게 다음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다.
  •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6억 1,500만 원을 지급할 것
  • 변제기: 2008년 10월 20일
  • 변제하지 않을 경우 즉시 강제집행을 당해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할 것
원고는 변제기 이틀 후인 2008년 10월 22일 위 공정증서에 기초하여 피고들의 해방공탁금 회수청구권을 압류하고 추심명령을 받았다. 원고는 2009년 9월 1일까지 합계 245,524,505원을 추심했다.
그로부터 약 9년이 지난 2018년 10월 17일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공정증서상 6억 1,500만 원에서 이미 추심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대여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핵심쟁점

  1. 상인이 폐업신고를 하면 그 이후의 행위에는 더 이상 상법이 적용되지 않는가
  2. 폐업 후 기존 영업채무를 정리하기 위해 공정증서를 작성한 행위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는가
  3. 공정증서에 기재된 대여금채권에 민법상 10년과 상법상 5년 중 어느 소멸시효가 적용되는가
  4. 강제집행 인낙 문구가 포함된 공정증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채권의 상사성이 민사채권으로 변경되는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정증서에 기재된 실제 채권액을 6억 1,500만 원으로 인정하고 피고들의 채무면제 주장을 배척했다.
소멸시효에 관해서는 공정증서상 채권을 민사상 대여금채권으로 보아 민법 제162조 제1항의 10년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가 해방공탁금 회수청구권에 대한 압류·추심절차에서 최종적으로 돈을 받은 2009년 9월 1일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인 2018년 10월 17일 소를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의 법리

1. 일방적 상행위에도 상사시효가 적용된다

채권의 발생원인이 당사자 쌍방 모두에게 상행위일 필요는 없다.
당사자 중 어느 한쪽에게만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행위로 발생한 채권에는 상법 제3조제64조에 따라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따라서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비상인이더라도 차용인이 영업을 위해 돈을 빌렸다면 그 대여금채권은 상사채권이 될 수 있다.

2. 보조적 상행위도 상행위에 포함된다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에 열거된 기본적 상행위뿐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해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된다.
상인의 다음 행위는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가 될 수 있다.
  • 영업자금의 차용
  • 영업용 물건의 구입
  • 영업채무의 확인과 정산
  • 기존 채무의 변제기 연장
  • 영업 관련 채무를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행위
  • 폐업에 따른 채권·채무와 재산관계 정리
상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영업과 무관한 개인적 행위라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3. 폐업신고만으로 상인자격이 즉시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상인이 영업을 종료하거나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했더라도 영업과 관련된 법률관계가 모두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영업의 채권·채무를 정리하고, 재산을 처분하며, 가압류나 강제집행에 대응하는 청산사무와 잔무처리가 남아 있다면 그 범위에서는 상인으로서의 법률관계가 계속된다.
따라서 폐업 후 이루어진 행위라도 기존 영업의 청산이나 잔무처리를 위한 것이라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

4.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은 청산·잔무처리 행위다

피고들은 마트 운영 중 원고로부터 영업자금을 융통하면서 수표와 어음을 교부했다.
피고들은 마트 유체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을 당하자 폐업신고를 하고, 2억 5,000만 원을 해방공탁하여 가압류집행을 취소시킨 직후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시간적·경제적 연속성이 있었다.
  • 유체동산 가압류집행: 2008년 9월 24일
  • 폐업신고: 2008년 9월 23일 및 30일
  • 해방공탁과 집행취소: 2008년 10월 2일
  • 공정증서 작성: 2008년 10월 14일
  • 공정증서상 변제기: 2008년 10월 20일
  • 해방공탁금 회수청구권 압류: 2008년 10월 22일
이러한 경과에 비추어 공정증서는 개인적인 신규 차용을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 마트 운영 중 발생한 채무를 확인하고, 가압류와 폐업에 따른 채권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공정증서 작성은 폐업에 따른 청산사무 또는 잔무처리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

5. 공정증서를 작성해도 채권의 상사성은 유지된다

기존 영업채무를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로 다시 작성하고 강제집행을 인낙했다고 하여 채권이 당연히 새로운 민사채권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증서 작성의 원인이 기존 영업상 채무의 확인·정산과 변제 확보에 있다면 공정증서상 채권도 보조적 상행위에서 발생한 상사채권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정증서라는 형식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이라는 명칭만으로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
실제 채권액에 관한 판단
대법원은 공정증서에 따른 실제 채권액을 6억 1,500만 원으로 인정하고 피고들의 채무면제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파기환송의 대상은 실제 채권액이 아니라 소멸시효기간과 그 완성 여부에 관한 부분이다.

결론

대법원은 폐업 후 작성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증서상 채권에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원심판결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은 마트 운영 중 발생한 채무와 가압류에 대응하고 폐업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보조적 상행위이므로, 공정증서상 채권에는 상법 제64조의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다만 대법원은 곧바로 채권 전부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환송심에서는 다음 사항을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
  • 상사 소멸시효의 정확한 기산점
  • 압류·추심명령과 실제 추심에 따른 시효중단의 범위
  • 일부 변제가 채무승인에 해당하는지
  • 시효중단 후 새로 진행된 시효기간
  •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잔존채권의 시효완성 여부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폐업신고와 상인자격의 실질적 종료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상인이 폐업했더라도 기존 영업의 채권·채무 정리, 가압류 대응, 영업재산 처분과 같은 청산·잔무처리 행위에는 상법이 계속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폐업 후 채무확인서·변제각서·금전소비대차계약서 또는 강제집행 인낙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문서의 명칭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 원래 채무가 발생한 경위
  • 채무와 종전 영업의 관련성
  • 폐업 전후의 시간적 간격
  • 문서 작성 목적
  •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려는 경개 합의가 있었는지
  • 폐업에 따른 청산 또는 잔무처리의 일부인지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