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중 반대매매와 투자중개업자의 선관주의의무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15375, 2024다215382 판결

1. 사건의 개요

투자자들은 투자중개업자인 증권사를 통하여 일본 오사카증권거래소의 니케이225지수 풋옵션에 투자하였습니다. 풋옵션 매도로 프리미엄 수익을 얻고 다른 풋옵션을 매수하여 위험을 일부 회피하는 투자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니케이 지수와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자 계좌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계좌설정약관에는 이러한 경우 증권사가 추가증거금 예탁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고 필요한 수량만큼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증권사는 이 약관에 따라 약 5시간 30분 동안 니케이 풋옵션 등을 반대매매로 청산하였습니다.

이후 증권사는 반대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미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투자자들은 반대매매가 위법하고 증권사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이 판결의 주요 쟁점

판결에서 다루어진 쟁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약관에 따른 장중 반대매매가 자본시장법상 금지되는 일임매매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기에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럽형 옵션도 장중 반대매매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반대매매 실행 요건인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 미만으로 하락하였는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입니다.

넷째,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입니다.

그중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법리는 네 번째 쟁점인 반대매매와 선관주의의무의 관계입니다.

3. 장중 반대매매의 적법성

대법원은 약관에 근거한 장중 반대매매가 자본시장법상 허용되는 일임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투자자가 파생상품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을 추가로 예탁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투자중개업자가 약관에 따라 투자자로부터 매도 또는 매수 권한을 일임받아 파생상품을 청산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제7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3호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장중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계좌의 자산가치가 일정 증거금 수준에 미달하면, 투자중개업자는 별도의 추가예탁 요구 없이 약관에 따라 필요한 수량의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증권사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결제불이행 위험의 현실화와 투자손실의 추가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위험관리 조치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4. 유럽형 옵션도 반대매매의 대상이 되는지

대법원은 만기에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럽형 옵션도 장중 반대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유럽형 옵션은 만기 전에는 권리행사에 따른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기 전이라도 시세가 급격하게 변동하면 만기에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결제금액이 크게 증가하고, 위탁증거금이 예상 결제금액에 현저히 미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되기 전이라도 그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더 큰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장중 반대매매를 통하여 포지션을 청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5. 반대매매 실행 요건의 판단

대법원은 약관상 ‘평가위탁총액’을 투자자의 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 대용증권의 평가금액 및 미결제약정의 평가금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해석하였습니다.

특히 미결제약정의 평가금액에는 투자자가 보유한 파생상품의 실시간 시세 변동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장중 반대매매는 급격한 가격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결제불이행과 손실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전일 종가나 장 종료 후의 평가액이 아니라 반대매매 실행 시점의 실시간 평가액을 기준으로 실행 요건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6. 반대매매 시 투자중개업자의 선관주의의무

반대매매 권한이 약관에 따라 적법하게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투자중개업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파생상품을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투자중개업자가 증거금 부족을 이유로 투자자의 파생상품을 청산할 권한을 일임받아 실행하는 경우에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파생상품의 평가가치가 급락한 원인과 당시의 가격 전망
증거금 부족액의 규모
증거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처분한 파생상품의 수량
반대매매 당시의 시장 상황과 거래량
시장가 또는 지정가 등 주문 방식
급격한 가격변동과 반대매매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위험 증가와 반대매매 가능성을 통지하였는지
전문가인 투자중개업자의 판단이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이었는지

판단의 핵심은 사후적으로 더 좋은 거래 결과가 가능했는지가 아니라, 반대매매 당시의 시장 상황을 기준으로 증권사의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입니다.

7. 사후적 결과만으로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할 수 없음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법원은 파생상품 가격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전문가인 투자중개업자도 가격의 향후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반대매매 이후 시장이 반등하였거나, 결과적으로 더 기다렸다면 투자자의 손실이 줄어들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증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파생상품 가격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 명백하여 더 유리한 조건으로 처분할 기회를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즉,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에는 다음과 같은 사후판단 금지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실제 결과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반대매매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후적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 이용 가능한 정보를 기준으로 증권사의 실행 시기·수량·주문 방식이 현저히 불합리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8. 이 사건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한 이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증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하였습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세계 증시가 급락하던 상황이어서 니케이 지수와 풋옵션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대매매를 지연하면 오히려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증권사는 평가위탁총액을 위탁증거금의 20% 이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반대매매를 하였고,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증거금 미달 상태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과도한 수량을 처분하였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야간시장의 거래량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여 대량의 시장가 주문을 즉시 제출하지 않고, 약 5시간 동안 가격변동을 관찰하면서 지정가 주문으로 분산하여 반대매매를 실행하였습니다.

반대매매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투자자 측 담당자에게 이를 알리고, 위험도가 증가할 때마다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정도 고려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증권사의 반대매매 방식이 당시의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합리적인 위험관리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9. 판결의 핵심 의미

이 판결은 반대매매에 관하여 다음 두 가지 원칙을 함께 확인하였습니다.

첫째, 증거금이 약정 기준에 미달하면 투자중개업자는 약관에 따라 추가증거금 예탁 요구 없이 장중 반대매매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둘째, 반대매매 권한이 인정되더라도 투자중개업자는 그 실행 시기·수량·가격·주문 방식 등을 합리적으로 결정하여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다만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는 반대매매 이후의 가격변동이나 최종 손실을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고, 반대매매 당시의 시장 상황과 이용 가능한 정보에 기초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결국 이 판결은 반대매매의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과 반대매매의 실행이 위법하다는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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