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쌍방의 책임 없는 이행불능과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

핵심 결론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의 책임 없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면 서로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 매수인이 이미 지급한 대금은 법률상 원인이 없어지므로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54228, 2008다98655

해당 판례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7다254228 판결 [어음금]
  • 원고승계참가인: 생활대책용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의 매수인
  • 피고: 상가조합의 조합원이자 위 권리의 매도인
  •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7. 5. 선고 2016나83220 판결
원심은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조합 정관도 변경되지 않아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데 피고의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고승계참가인이 피고로부터 조합원 지위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받고 상가조합 등으로부터 조합원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았으므로, 계약 이행불능의 위험이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이전되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원고승계참가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부정한 부분은 수긍하였지만, 원고승계참가인이 실제로 생활대책용지를 분양받을 권리를 취득하지 못했는데도 위험이 이전되었다고 본 부분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 민법 제537조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일방의 채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그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
  • 민법 제538조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거나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는 채권자가 위험을 부담한다.
  • 민법 제741조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

사실관계

광교원주민상가조합은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광교신도시 택지개발사업지구의 생활대책용지를 분양받기 위해 설립된 조합이었다.
상가조합 정관은 조합원 자격을 경기도시공사가 생활대책대상자로 선정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조합원의 각 지분권을 개별적으로 양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원고승계참가인은 2009년 4월 6일 상가조합의 조합원인 피고로부터 ‘광교신도시 택지개발사업지구 생활대책용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5,100만 원에 매수하고, 같은 날 매매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다.
계약서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 피고는 용지매입 신청부터 명의변경까지 사업시행자가 요구하는 서류와 행위를 이행하거나 제공한다.
  • 피고는 장차 원고승계참가인 앞으로 명의를 변경할 책임을 부담한다.
  • 피고가 생활대책용지 공급대상자에서 제외되면 매매대금을 즉시 반환한다.
  • 피고의 귀책사유나 고의로 제외된 경우에는 매매대금의 배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
경기도시공사는 2009년 4월 23일 최초 공급공고에서 생활대책용지는 조합 단위로만 매입할 수 있고, 개별 조합원의 명의나 지분 변경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정하였다.
경기도시공사는 2009년 8월 31일 변경공고를 통하여 개별 조합원의 명의변경을 허용하였지만,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기재된 총회회의록과 전원이 인감날인한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원고승계참가인이 피고로부터 생활대책용지 수분양권을 이전받으려면 다음 중 하나가 필요하였다.
  • 상가조합 조합원 전원의 동의
  • 조합원 지분의 개별 양도를 금지한 조합 정관의 변경
그러나 조합원 전원의 동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관도 변경되지 않았다.
상가조합은 2009년 10월 15일 경기도시공사와 생활대책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결국 상가조합은 생활대책용지를 제이와이앤큐브컴퍼니에 매도하였다.
경기도시공사, 상가조합 및 제이와이앤큐브컴퍼니는 2012년 5월 30일 권리·의무 승계계약을 체결하고, 생활대책용지 수분양권을 제이와이앤큐브컴퍼니 앞으로 이전하였다.
그 결과 피고가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생활대책용지를 분양받을 권리를 이전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법리

귀책사유에 따른 법률관계의 구분
쌍무계약의 이행불능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진다.
첫째,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면 민법 제390조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 채권자는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둘째,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면 민법 제537조가 적용된다. 채무자는 이행의무를 면하지만 상대방의 반대급부도 청구하지 못한다.
셋째,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거나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면 민법 제538조가 적용된다. 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반대급부의 위험을 부담한다.
피고의 채무불이행책임은 부정
피고가 생활대책용지 수분양권을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이전하려면 조합원 전원의 동의 또는 조합 정관의 변경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피고 개인이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강제로 받아내거나 단독으로 조합 정관을 변경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것을 피고의 고의나 과실 때문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피고의 귀책사유를 전제로 하는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매수인에게도 귀책사유가 없음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조합 정관이 변경되지 않은 것은 원고승계참가인의 책임 있는 사유도 아니었다.
원고승계참가인이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받거나 조합원에 준하는 대우를 일부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확보하거나 정관을 변경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하였다.
서류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위험이 이전되지는 않음
원심은 원고승계참가인이 피고로부터 명의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받고 조합원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았다는 이유로 이행불능의 위험이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이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고승계참가인이 매수한 것은 단순한 서류나 사실상의 조합원 대우가 아니라 ‘생활대책용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였다.
원고승계참가인은 5,100만 원 전액을 지급하고도 다음과 같은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였다.
  • 상가조합의 정식 조합원 지위
  • 생활대책용지에 관한 수분양권
  • 생활대책용지를 취득할 수 있는 확정적인 법적 권리
따라서 매매목적물인 권리가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 없고, 계약 이행불능의 위험도 원고승계참가인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미 지급한 대금의 반환 근거
민법 제537조가 적용되면 피고는 수분양권을 이전할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동시에 원고승계참가인에게 매매대금을 청구할 권리도 잃는다.
계약 체결 후 아직 어느 쪽도 급부하지 않았다면 서로 계약상 이행을 청구할 수 없는 것으로 법률관계가 정리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승계참가인이 이미 매매대금 5,100만 원을 전액 지급하였다. 피고가 더 이상 그 대금을 보유할 계약상 원인이 없으므로, 지급된 대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이 된다.
따라서 원고승계참가인은 민법 제741조에 따라 피고에게 5,100만 원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피고의 잘못을 이유로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어 피고가 대금을 보유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에 원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결론

생활대책용지 수분양권 이전계약은 조합원 전원의 동의나 조합 정관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상가조합이 수분양권을 제3자에게 이전함으로써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 되었다.
이러한 이행불능은 매도인과 매수인 어느 쪽의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의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피고가 수분양권 이전의무를 면한 이상 매매대금을 보유할 권리도 없다. 원고승계참가인이 지급한 5,100만 원은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이행불능의 위험이 이전되었다는 이유로 대금 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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