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과 회사의 거절사유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70163 판결

1. 판결의 핵심 쟁점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은 소수주주가 대주주와 경영진의 위법·부당한 업무집행을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정보수집 수단 중 하나이다.

소수주주는 회사 내부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표소송이나 이사 해임청구를 제기하기 전에 위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법 제466조는 이러한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한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재무제표의 기초가 되는 회계장부와 회계서류를 열람·등사할 권리를 부여한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회계장부에 거래가격, 원가, 거래처, 자금흐름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경영권 분쟁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소수주주가 이를 악용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 판결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주주는 열람·등사청구의 이유를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가.
경영진의 위법행위가 존재한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까지 제출해야 하는가.
이른바 모색적 증거수집과 정당한 정보수집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열람·등사청구가 부당하다는 점은 누가 주장·증명해야 하는가.

대법원은 주주가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및 대상 장부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충분하고, 위법행위가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발생시킬 정도의 자료까지 제출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는 회사 주식 약 17.38%를 보유한 소수주주였다.

원고는 회사의 부적절한 자금집행과 경영실태를 확인하고, 대주주이자 사내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여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회사에 회계장부와 회계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하였다.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는 회계장부 및 서류의 열람·등사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는 부정행위나 경영진의 법령·정관 위반행위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주주에게 지나치게 높은 소명책임을 부과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의 제도적 목적

소수주주가 상법상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려면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은 특히 다음과 같은 주주권 행사의 기초가 된다.

이사 해임청구
이사의 위법행위 유지청구
이사를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
신주발행 유지 및 무효의 소
주주총회 결의 취소·무효확인의 소
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책임추궁
회사자금 유용과 배임행위 조사
부당한 보수·상여금 지급 조사
합병·분할·영업양도 등 조직재편의 적정성 검토
배당가능이익과 이익배당의 적정성 확인

주주는 회사에 비치된 재무제표를 열람할 수 있지만, 재무제표는 여러 거래의 결과를 집약한 최종 수치만 보여준다. 재무제표만으로는 개별 거래의 상대방, 계약조건, 자금의 사용처 및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어렵다.

상법이 재무제표의 기초가 되는 회계장부와 회계서류까지 열람·등사할 권리를 인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은 소수주주의 핵심적인 공격수단이다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는 그 자체로 최종적인 책임추궁 수단이라기보다 후속 소송과 주주권 행사를 위한 증거확보 수단이다.

소수주주는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

대주주 또는 경영진에 대한 자금대여
특수관계회사와의 거래내용
비정상적으로 높은 매입가격이나 낮은 매도가격
회사자금의 사적 사용
가공경비나 허위용역비 지급
이사 보수와 상여금 지급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승인 없는 중요거래
특정 주주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회사의 주요 자산 처분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배당가능이익의 산정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거래

따라서 경영권 분쟁에서는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가 대표소송, 이사 해임, 형사고소 또는 주주총회 소집청구에 앞선 전초절차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5. 청구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해야 한다

상법 제466조 제1항은 일정한 지분요건을 갖춘 주주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와 회계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유 기재를 요구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회사가 열람·등사의무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청구가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것인지 확인하게 한다.
어떤 회계장부와 서류가 청구목적과 관련되는지 판단하게 한다.
열람·등사 대상이 불필요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한다.
회사가 부당한 청구에 대해 방어할 기회를 보장한다.

따라서 단순히 “회사의 경영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또는 “주주로서 회계처리를 조사하기 위하여”라고만 기재하면 이유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6. 이유 기재에 요구되는 구체성

대법원은 주주가 제출한 서면에 다음 사항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기재되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열람·등사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청구의 구체적인 목적
조사하려는 거래 또는 업무의 내용
관련된 기간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장부·서류와 청구목적의 관계
자료를 확인한 뒤 행사하려는 주주권의 내용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유를 기재할 수 있다.

회사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회사에 거액의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되나, 그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과 대가가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거래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이루어진 부당지원 또는 회사자금 유용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이사에 대한 대표소송 등 책임추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관련 계약서, 계정별 원장 및 자금지출 증빙의 열람·등사를 청구합니다.

이 정도로 청구목적, 의심되는 거래, 대상기간 및 필요한 자료가 연결되어 있다면 이유의 구체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7. 위법행위의 존재를 미리 소명할 필요는 없다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는 주주가 청구이유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까지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원심은 경영진의 부정행위나 법령 위반행위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발생해야 열람·등사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명확히 배척하였다.

주주는 회사의 내부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법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회계장부의 열람을 청구한다. 그런데 열람 전에 이미 위법행위가 존재한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발생시킬 정도의 증거를 요구하면 다음과 같은 모순이 발생한다.

주주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한다.
회사는 먼저 위법행위의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주주는 장부를 보지 못했으므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
결국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정보가 부족한 소수주주에게 자료수집 기회를 부여한 상법 제466조의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한다.

따라서 주주는 위법행위가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나 개연성까지 증명할 필요가 없다.

8. 청구이유와 대상 장부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주주가 위법행위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 장부나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구서에 기재한 목적과 열람·등사 대상 사이에는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수관계인 자금대여를 조사하려는 경우 다음 자료는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대여금 및 가지급금 계정별 원장
관련 금융거래내역
자금대여계약서
이사회 의사록
채권회수 및 이자수취 자료
거래상대방별 보조부
지급결의서와 전표

반면 특정 자금대여만 문제 삼으면서 회사 설립 이후 모든 거래와 전체 회계자료를 일괄적으로 요구한다면 청구범위가 과도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상기간, 거래유형, 계정과목 및 거래상대방을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해야 한다.

9. 회계장부와 회계서류의 범위

상법 제466조의 대상은 장부의 명칭이 아니라 회사의 회계처리와 재산상태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자료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자료가 문제될 수 있다.

총계정원장
계정별 원장
현금출납장
매입·매출장
전표
보조부
세금계산서와 영수증
거래명세서
입출금 내역
계약서
자금집행 관련 증빙
채권·채무 관련 자료
대여금·가지급금 관련 서류
재무제표 작성의 기초자료

다만 이사회 의사록, 주주명부, 계약서 등은 자료의 성격과 청구목적에 따라 상법 제466조의 회계서류에 해당하는지 또는 다른 상법상 열람권의 대상이 되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회계처리의 기초나 자금집행의 증빙이 되는 계약서와 의사결정 자료라면 회계서류와의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지만, 단순히 회사의 일반 업무에 관한 모든 문서가 상법 제466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10. 모색적 증거수집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조사대상이나 목적 없이 회사의 모든 자료를 살펴보고 문제가 될 만한 사실을 찾아내려는 이른바 모색적 증거수집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청구는 모색적 증거수집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

회사 설립 이후 모든 회계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아무런 거래나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경우
“혹시 위법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만 제시하는 경우
회사의 전체 영업자료와 거래처 정보를 포괄적으로 요구하는 경우
특정한 주주권 행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그러나 대법원은 모색적 증거수집 해당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회계장부 열람권은 본래 정보가 부족한 주주에게 자료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 모색적 청구라고 판단하면 제도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청구이유와 대상 장부 사이에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고, 특정 거래나 경영행위의 적정성을 확인하려는 목적이 제시되어 있다면 다소 넓은 범위의 자료를 청구하더라도 곧바로 모색적 증거수집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11. 허위 또는 부당한 이유가 명백하면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

주주의 이유 기재에 높은 소명 수준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이유 자체에서 다음과 같은 사정이 명백하게 드러나면 적법한 청구로 인정되기 어렵다.

청구이유가 객관적으로 허위임이 명백한 경우
회사나 경영진을 괴롭히려는 목적밖에 없는 경우
영업비밀을 경쟁회사에 제공하려는 경우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려는 경우
회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해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는 경우
주주의 지위와 무관한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청구하는 경우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았는데 같은 자료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경우
청구목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이 경우 회사는 상법 제466조 제2항에 따라 청구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열람·등사를 거절할 수 있다.

12. 부당성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회사가 부담한다

대법원은 열람·등사청구가 허위사실에 기초하거나 부당한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회사가 부담한다고 명확히 하였다.

주주는 다음 사항을 갖추면 원칙적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정 지분요건을 충족한다.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청구한다.
청구의 경위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기재한다.
청구목적과 관련된 장부·서류를 특정한다.

이에 대해 회사가 열람·등사를 거절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

청구이유가 허위라는 사실
주주가 경쟁회사 또는 이해상충 관계에 있다는 사실
영업비밀을 유출하려는 목적
회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업무를 방해하려는 목적
개인적인 협상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정황
청구범위가 목적과 무관하게 과도하다는 점
필요한 자료가 이미 충분히 제공되었다는 점
반복적 청구로 회사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발생한다는 점

단순히 “경영권 분쟁 중이다”, “회사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다” 또는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다”는 추상적인 주장만으로는 거절사유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3. 경영권 분쟁 목적만으로 부당한 청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가 경영권 분쟁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부당한 청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주주가 현 경영진의 위법·부당행위를 조사하고 이사 해임, 대표소송 또는 주주총회 소집을 준비하는 것은 상법이 예정한 정당한 주주권 행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목적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청구목적이 될 수 있다.

경영진의 법령·정관 위반 조사
회사자금 유용 여부 확인
대주주와 회사 사이의 이해상충 거래 조사
이사 해임 또는 책임추궁 여부 판단
대표소송 제기 여부 검토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 준비
회사의 재산상태와 회계처리 확인

반면 경영권 분쟁이라는 외형 아래 경쟁회사에 영업정보를 제공하거나, 경영진에게 사적 이익을 요구하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이용한다면 부당한 목적이 인정될 수 있다.

핵심은 분쟁의 존재가 아니라 열람·등사청구의 실질적인 목적이다.

14. 회사가 취해야 할 방어전략

회사가 열람·등사청구를 받았을 때 무조건 거절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유 기재의 수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할 수 없고, 부당성에 대한 증명책임도 회사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음 순서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가. 주주의 지분요건을 확인한다

주주명부, 주식양수도 및 명의개서 현황을 확인하여 청구인이 법정 지분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한다.

나. 청구서의 이유를 분석한다

청구의 경위, 목적, 대상기간, 관련 거래 및 행사하려는 주주권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다. 대상 자료와 목적 사이의 관련성을 검토한다

청구목적과 관련된 자료는 제공하되, 관련성이 없는 자료에 대해서는 범위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

라. 부당목적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다

주주가 경쟁회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거나 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는 정황이 있다면 이메일, 계약관계, 과거 행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마. 열람조건을 협의한다

전면 거절보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회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열람 장소와 시간을 지정한다.
대상기간과 자료범위를 합리적으로 한정한다.
개인정보나 청구목적과 무관한 영업비밀을 가린다.
주주 본인 또는 대리인의 신원을 확인한다.
자료의 훼손·반출을 방지한다.
열람·등사 목록과 제공내역을 기록한다.

다만 이러한 조건이 주주의 열람권을 사실상 무력화할 정도로 과도해서는 안 된다.

15. 소수주주의 실무상 청구전략

소수주주가 청구의 인용 가능성을 높이려면 다음과 같이 청구서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 의심되는 거래를 특정한다

대주주에 대한 자금대여, 특수관계회사와의 거래, 특정 자산의 처분 또는 과도한 보수 지급 등 조사하려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나. 관련 기간을 한정한다

회사 설립 이후 전 기간보다 의심되는 거래가 이루어진 기간을 중심으로 특정한다.

다. 필요한 계정과 자료를 연결한다

각 조사사항과 필요한 회계장부·서류의 관련성을 설명한다.

라. 후속 주주권 행사를 명시한다

대표소송, 이사 해임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또는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임을 밝힌다.

마. 공개된 기초사실을 제시한다

위법행위의 개연성을 증명할 의무는 없지만, 재무제표의 이상 항목, 공시자료, 주주총회 발언 또는 확인된 거래 등 청구에 이르게 된 기초사실을 기재하면 청구의 정당성이 강화된다.

16. 소송과 가처분의 활용

회사가 정당한 열람·등사청구를 거절하면 주주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속한 정보확보가 필요한 경우 본안판결만 기다리면 권리행사의 실익이 사라질 수 있다. 이때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구하는 가처분이 함께 활용될 수 있다.

가처분에서는 다음 사항이 중요하다.

신청인이 법정 지분요건을 충족하는지
서면으로 구체적인 이유를 붙여 청구했는지
열람대상과 청구목적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
자료를 신속히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지
회사가 주장하는 부당목적이 소명되는지
열람범위와 방법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실무에서는 열람을 거부할 때마다 일정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도 함께 문제될 수 있으므로, 회사는 법원의 명령을 받은 뒤에도 지연하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7. 청구이유는 소송과정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주가 회사에 보낸 내용증명뿐 아니라 소장과 준비서면에 기재한 내용도 함께 고려하였다.

이는 청구이유의 구체성 여부를 최초의 열람·등사청구서 한 장만으로 형식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있다. 주주가 소송과정에서 청구의 경위, 목적 및 대상 장부와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면 이를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최초 청구서에 아무런 이유가 없거나 극히 추상적인 내용만 기재한 경우까지 사후 보완으로 항상 치유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최초 서면에서부터 청구이유와 자료범위를 충실히 특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18.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이 회사 내부정보가 부족한 소수주주에게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책임추궁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주주는 열람 전에 경영진의 위법행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합리적인 의심이나 증거까지 제시할 필요가 없다. 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및 대상 장부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충분하다.

모색적 증거수집은 허용되지 않지만, 이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면 정보가 부족한 주주에게 자료수집 기회를 부여한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된다. 따라서 모색적 청구인지 여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반면 회사가 청구를 거절하려면 청구가 허위사실에 기초하거나 영업비밀 유출, 경쟁목적, 업무방해 또는 사익추구 등 부당한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는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이미 증명한 주주에게 인정되는 권리가 아니라, 그 위법 여부를 확인하고 책임추궁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인정되는 권리이다. 주주는 청구의 경위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히면 충분하고, 그 청구가 부당하다는 점은 회사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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