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행정상 실명공표의 위법성과 주주의 주가하락 손해

핵심 결론 공공기관의 실명공표에는 사인보다 엄격한 진실성 확인의무가 적용된다. 공표가 위법하더라도 회사 주주의 주가하락 손해가 반사적 손실에 그치면 상당인과관계가 없어 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96604, 2006다15922, 2005다58823, 2022다280283, 2007다29379, 2017다247589

판결번호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0다296604 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나2019454 판결

관련판례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다57689 판결은 행정기관의 실명공표가 명예를 훼손한 경우, 공표 사실이 진실하거나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였다. 행정기관에는 광범위한 사실조사능력과 공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고려하여 사인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다15922 판결은 명예훼손적 표현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공표 상대방의 범위, 표현방법 및 명예침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은 원고가 적시 사실의 허위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피고가 공익성·진실성 또는 상당한 이유를 들어 위법성조각을 주장하면 그 사유의 증명책임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다280283 판결도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에서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공익성·진실성 등 위법성조각사유의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은 표현이 사실 적시인지 의견 또는 평가인지 여부를 문언의 객관적 내용, 어휘의 통상적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과 전체적인 인상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7다247589 판결은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뿐 아니라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751조는 타인의 신체·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가한 사람의 재산 외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한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형법 제310조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는 한국소비자원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사실 중 소비자의 권익증진, 소비자피해의 확산 방지, 물품 등의 품질향상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을 공표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영업비밀 보호나 다른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공표하지 않을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에서는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의 증명책임에 관한 근거조문으로 인용되었다.

사실관계

소외 회사는 코스닥 상장회사로서 백수오 등 한약재의 복합추출물 원료와 이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판매하였다. 원고들은 소외 회사 주식을 보유하다가 한국소비자원의 백수오 관련 공표 이후 주식을 매도한 주주들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5. 3. 말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32종과 소외 회사가 공급하는 가공 전 백수오 원료를 수거하여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를 검사하였다.
한국소비자원은 2015. 4. 8. 소외 회사에 그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다고 통보하면서 원료의 회수·폐기를 권고하였다. 소외 회사는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2015. 4. 13. 법원에 조사 결과 공표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그 심문기일은 2015. 4. 29.로 지정되어 한국소비자원에도 통지되었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은 가처분 심문기일 전인 2015. 4. 21.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였다. 이후 2015. 6. 30.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관련 보도자료를 공표하였다.
최초 보도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시중의 백수오 제품 32종 중 백수오만 사용한 제품은 3종이고, 이엽우피소만 사용한 제품은 12종,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한 제품은 9종이었다. 나머지 8종 중 6종은 열수추출 공법 때문에 최종 제품에서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해당 업체들에 원료를 공급한 소외 회사의 가공 전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다.
한국소비자원은 나아가 백수오 수요가 증가하자 재배기간이 짧고 가격이 약 3분의 1인 “가짜 백수오”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유통·제조·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공표 당시 한국소비자원이 확인한 것은 소외 회사의 가공 전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혼입된 양이나 혼입 경위, 소외 회사의 고의 여부는 조사·확인하지 않은 상태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 4. 30. 소외 회사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지만 혼입비율은 확인할 수 없고,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의 섭취로 인한 인체 위해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검찰도 2015. 6. 26. 소외 회사에서 보관하던 백수오 샘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으나 혼입비율이 평균 약 3%에 불과하고, 소외 회사에 의도적으로 혼입할 경제적 동기가 없으며 혼입 방지를 위한 검사시스템을 개선해 온 점 등을 이유로 고의적인 혼입이나 묵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 2년간 동물 독성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엽우피소 자체는 식품원료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미량 혼입되는 경우 위해 우려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소비자원의 최초 공표 전 주당 86,600원이던 소외 회사의 주가는 공표 후 약 한 달 동안 대부분 하한가를 기록하여 2015. 5. 22.에는 주당 8,550원까지 하락하였다.
원고들은 한국소비자원이 충분한 조사와 근거 없이 소외 회사가 원가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하여 주가가 폭락했고, 이에 따라 주식을 저가에 매도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소비자원과 관련 직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한국소비자원이 공표한 내용의 중요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파악하였다.
이엽우피소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데 소외 회사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고, 그 원료로 제조된 백수오 제품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원심은 소외 회사 등이 원가절감을 위해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켰다는 부분은 혼입 제품의 제조·유통 원인에 관하여 다소 과장된 추측을 덧붙인 것에 불과하므로, 공표의 중요 부분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신속한 공표가 필요했으므로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의 공표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긴급한 필요 없이 공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심은 설령 공표에 위법성이 있더라도 그 공표의 직접적인 상대방과 피해자는 소외 회사이고, 주주인 원고들은 회사의 자산가치 하락에 따라 주가가 떨어지는 반사적 손실을 입은 데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공표와 원고들의 주식매도 손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리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사업자의 실명을 공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다만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의 실명공표에는 사인의 명예훼손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공공기관은 사인보다 광범위한 사실조사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국민은 공공기관이 공표한 내용이 진실할 것이라고 강하게 신뢰한다. 실명공표가 상대방의 명예와 영업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따라서 단순히 공표자가 사실이라고 믿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표 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공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공표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공표로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한다.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 권익증진과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공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영업비밀 보호나 다른 공익상 필요에 따라 공표하지 않을 재량을 인정한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의 취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에서 원고가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원고가 그 허위성을 증명해야 한다. 다만 피고가 공표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내용이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한다면, 그 위법성조각사유는 피고가 증명해야 한다.
의견이나 평가 형식의 표현도 그 전체적인 취지상 평가의 근거가 되는 구체적 사실을 묵시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현인지, 적시된 사실이 허위인지는 문언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및 수용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과 사회적 배경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위법행위만으로는 부족하고, 위법행위와 피해자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상당인과관계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 관련 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한국소비자원의 공표가 위법하지 않다고 본 원심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았다.
한국소비자원은 공표 당시 소외 회사의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양이나 경위를 확인하지 않았다. 소외 회사가 원가절감을 위해 이엽우피소를 의도적으로 혼입했다고 단정할 객관적인 자료도 없었다.
오히려 혼입비율이 낮았고 소외 회사가 혼입 방지를 위한 검사시스템을 운영·개선해 온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회사가 의도적으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한국소비자원은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 “가짜 백수오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등의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고,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채 원가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공표는 소외 회사의 백수오 제품과 원료 대부분에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상당량 혼입된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제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한국소비자원은 소외 회사가 신청한 공표금지 가처분사건의 심문기일이 지정되어 통지된 상태였는데도 심문기일 전에 공표를 강행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공표의 중요 부분에 관하여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이라고 믿을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었다거나, 그 표현방법까지 포함하여 공공의 이익에 관한 공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에는 허위사실의 판단, 행정상 공표의 위법성조각사유 및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을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는 별개의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법한 공표의 직접적인 상대방과 피해자는 소외 회사이다. 원고들은 소외 회사의 주주로서 공표로 회사의 사회적 평가와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주가가 떨어져 입은 간접적·반사적 손실을 주장하고 있었다.
관련 법규와 행정상 공표의 주의의무는 공표 대상 사업자의 명예와 영업상 이익 및 소비자 보호를 주된 보호대상으로 한다. 개별 주주가 주식을 매도하면서 입은 투자손실까지 직접 보호하는 규범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의 공표와 원고들이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도하여 입었다고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원심이 공표의 위법성을 부정한 판단에는 잘못이 있지만,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고 그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결론

공공기관이 행정목적으로 특정 사업자의 실명을 공표할 때에는 공표 내용이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과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조사능력과 그 공표에 대한 국민의 높은 신뢰를 고려하면 사인의 명예훼손보다 훨씬 엄격한 진실성 확인의무가 적용된다.
이 사건에서 한국소비자원이 충분한 조사 없이 소외 회사가 원가절감을 위해 이엽우피소를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단정적·자극적으로 공표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컸다.
다만 그 공표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소외 회사이고, 주주들이 주장한 주가하락과 저가매도 손해는 회사에 대한 침해로부터 파생된 반사적 손실로서 공표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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