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0590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대한민국
- 피고: 주식회사 포스코건설 외 5인
- 피고들 보조참가인: 현대엔지니어링 주식회사
- 대법원 결론: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제1심: 인천지방법원 2018. 1. 26. 선고 2015가합59197 판결
-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0. 11. 11. 선고 2018나2012801 판결
- 환송판결: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0590 판결
-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22. 7. 6. 선고 2021나2025869 판결
제1심은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하되 책임을 전체 손해의 25%로 제한하여 1,280,487,500원의 지급을 명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피고들이 발주자인 대한민국이 제시한 설계기준에 따라 공사를 시행하였고,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이례적인 홍수로 시설물이 유실되었다고 보아 피고들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턴키공사의 수급인은 단순히 발주자가 제시한 최소기준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목적물의 성능과 안전성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여 환송 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설계상 하자와 불완전이행 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발주자의 검토·감독상 과실과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우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20%인 1,024,390,000원으로 제한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4. 8. 12. 선고 92다41559 판결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부담하는 설계 및 성능보장 의무에 관한 판례이다.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991, 21000 판결 턴키공사의 수급인은 발주자가 의도한 목적에 맞게 설계·시공하고 그 성능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감정방법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1550 판결 계약의 문언, 체결 경위와 목적 등을 종합하여 계약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확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계약의 내용은 문언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의 동기와 경위, 목적 및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통상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35937 판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한 책임제한의 비율은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390조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다.
- 민법 제393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배상범위를 규정한다.
- 민법 제396조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하도록 규정한다.
- 민법 제664조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고 도급인이 그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도급계약을 규정한다.
- 민사소송법 제202조 법원의 자유심증에 따른 증거판단을 규정한다.
- 민사소송법 제333조 이하 감정에 관한 증거조사 절차를 규정한다.
- 민사소송법 제420조 항소법원이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2019. 5. 21. 대통령령 제297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사실관계
피고들은 주식회사 포스코건설을 대표사로 하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낙동강살리기 사업 30공구 시설공사 입찰에 참가하였다. 피고들은 실시설계적격자로 결정된 후 2009년 10월경 대한민국과 설계시공일괄입찰, 이른바 턴키 방식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공사에는 낙동강 지류에 하상유지공을 설계·시공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계약에 포함된 일괄입찰안내서와 공사계약특별조건에는 다음 내용이 정해져 있었다.
- 발주자가 제시한 사항은 최소한의 요구조건이다.
- 피고들은 그 이상의 성능·재질 및 공법으로 설계·시공해야 한다.
- 설계도서가 적격 판정을 받았더라도 피고들의 설계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
- 설계상 하자가 발견되면 피고들의 비용으로 보완해야 한다.
- 전문가가 시설물의 기능 유지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은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원고 측 자문위원회는 2010년 11월경 하상유지공의 설치 위치와 소류력 등을 다시 검토하도록 요구하였다. 이에 피고들은 100년 빈도 홍수 때 최대 소류력이 16.5㎏/㎡이고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이 150㎏/㎡이므로 안전하다고 보고하였다.
자문위원회는 2011년 2월경 다시 소류력 분포, 상·하류의 세굴 가능성, 최악의 수리조건, 설치 위치 및 차수막 설치 등을 재검토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을 뿐 실질적인 추가 검토나 보완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들은 2012년 6월경 공사를 준공하였다. 그런데 2012년 9월 17일경 태풍 산바에 따른 집중호우로 전체 264m의 하상유지공 중 184m, 약 70%가 유실되었다.
피고 측은 유실 직후 해당 지점의 소류력이 최대 109.37㎏/㎡까지 증가하여 목재방틀의 실제 허용소류력인 50㎏/㎡를 초과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하였다. 이는 설계단계에서 피고들이 제시한 허용소류력 150㎏/㎡와 달랐다.
원고는 기존 위치보다 500m 상류에 콘크리트와 자연형 공법을 결합하고 차수막 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하상유지공을 시공하였다. 그 비용으로 5,121,950,000원을 지출한 후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리
턴키공사 수급인의 성능보장 의무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의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은 발주자가 작성한 설계를 단순히 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수급인은 발주자가 공사 목적물을 설치하려는 목적을 이해하고, 그 목적에 적합한 설계도서를 스스로 작성하여 시공하며, 완성된 목적물이 약정한 성능과 안전성을 갖추도록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 사정만으로 수급인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 발주자가 기본적인 설계기준을 제시한 사정
- 발주자가 수급인의 설계도서를 적격으로 판정한 사정
- 발주자가 준공검사를 하고 시설물을 인수한 사정
- 계약서 본문에 구체적인 성능수치가 직접 기재되지 않은 사정
실시설계보고서, 입찰안내서, 자문위원회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계획서 등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면 수급인이 보장해야 할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허용소류력 150㎏/㎡가 계약내용인지
파기환송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허용소류력 150㎏/㎡가 계약내용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 피고들이 작성한 실시설계보고서에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이 150㎏/㎡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 실시설계보고서는 설계시공일괄입찰계약의 일부를 구성하였다.
- 자문위원회의 소류력 검토 요구에 대하여 피고들이 허용소류력 150㎏/㎡를 근거로 안전하다고 반복하여 보고하였다.
- 자문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피고들이 보완한 설계내용도 입찰안내서에 따라 계약내용이 되었다.
- 피고들은 유실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실제 허용소류력이 50㎏/㎡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태풍 당시 피고들이 주장한 최대 소류력은 109.37㎏/㎡였다. 따라서 하상유지공이 약정한 150㎏/㎡의 허용소류력을 실제로 갖추었다면 유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설치 위치와 견고성의 하자
파기환송심은 허용소류력 미달뿐만 아니라 설치 위치와 구조적 견고성에도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존 설치지점은 지류 합류부로서 유사량과 퇴적토사의 이동이 많고, 다른 지점보다 유속과 소류력이 컸다. 본류 준설로 하상 높이의 차이가 커질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피고들은 이러한 조건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기본계획보다 하류인 지류 합류부로 설치 위치를 변경하였다. 설치 깊이도 얕았고 말뚝과 같은 활동방지시설도 설치하지 않았다.
실제로 준공 후 3개월이 되기 전에 시설물의 약 70%가 유실되었고, 같은 사업구간의 하상유지공 중 이 시설물만 유실되었다. 새 시설물은 기존보다 500m 상류로 위치를 옮기고 콘크리트 복합공법을 적용하여 시공되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피고들이 하상유지공의 수리적 안정성과 견고성을 확보하지 못한 설계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하자담보책임과 불완전이행 책임의 구분
파기환송심은 시설물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원고의 하자담보책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33조는 피고들의 하자보수책임을 “시공상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하자”로 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것이 아니라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경우였다.
따라서 시공상 하자를 전제로 하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피고들은 턴키계약에 따라 안전성과 성능을 갖춘 시설물을 설계·시공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법 제390조에 따른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되었다.
즉, 이 사건의 최종적인 책임구조는 다음과 같다.
- 시공상 하자를 전제로 한 하자담보책임: 부정
- 설계상 하자로 인한 불완전이행 책임: 인정
복구비 전액이 통상손해인지
원고가 새 하상유지공을 설치하는 데 지출한 비용은 5,121,950,000원이었다.
피고들은 새 시설물이 기존 시설물과 위치·공법 및 재질이 다르므로 그 설치비 전액을 손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새 시설물 설치비 전액을 통상손해로 인정하였다.
- 기존 시설물의 약 70%가 유실되었다.
- 하상유지공은 일부만 유실되더라도 전체를 다시 시공해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 기존 설치 위치 자체가 수리적으로 부적절하였다.
- 동일한 위치와 공법으로 복구하면 다시 유실될 위험이 있었다.
- 새 시설물은 하천 특성을 반영하여 적절한 위치와 공법으로 설치되었다.
- 콘크리트 복합공법에 필요한 차수막 설치비도 적정한 복구비에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5,121,950,000원 전액이 피고들의 불완전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로 인정되었다.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한 이유
파기환송심은 손해액 전액을 통상손해로 인정하면서도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였다.
첫째,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예상 최대 유속과 소류력 및 목재방틀의 허용성능에 관한 자료를 받았음에도 그 계산근거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둘째, 원고는 피고들의 계산이 최악의 수리조건이나 본류 준설 이후의 하상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거나 보완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셋째, 원고는 두 차례 전문가 자문을 실시하고도 피고들의 후속 조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검사를 완료하였다.
넷째, 해당 공사구간에서 이 사건 시설물만 목재방틀 공법을 적용했으므로 원고로서도 그 안전성을 더욱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다섯째, 원고가 자연습지를 유지하기 위한 자연형 공법을 요구한 점도 피고들의 공법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여섯째, 태풍으로 설계기준인 100년 빈도를 초과하는 강우가 발생하였고, 본류 준설에 따른 하상변화도 시설물 유실에 영향을 미쳤다.
일곱째, 새 시설물은 기존 공사보다 설치 위치와 공법 및 보강 수준이 개선되었으므로, 그 설치비 전액을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면 원고가 종전 시설보다 개선된 시설을 취득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
여덟째, 발주자인 원고가 계약 체결 당시 시설물이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성능 수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사정도 있었다.
결론
파기환송심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다음과 같은 설계상 하자를 가지고 있었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였다.
- 계약내용이 된 허용소류력 150㎏/㎡를 충족하지 못하였다.
- 유속과 소류력이 큰 부적절한 지점에 설치되었다.
- 설치 깊이가 얕고 활동방지시설이 없어 견고성이 부족하였다.
- 자문위원회의 반복된 안전성 검토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고들의 하자담보책임은 부정했지만, 턴키계약의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은 인정하였다.
새로운 하상유지공 설치비 5,121,950,000원 전액을 통상손해로 산정한 후, 발주자의 검토·감독상 과실과 기준을 초과한 강우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은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다음 금액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 원금: 1,024,390,000원
- 지연손해금: 2014년 7월 1일부터 2022년 7월 6일까지 연 5%
-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
이 사건은 턴키공사에서도 수급인의 성능보장책임이 무제한적인 결과책임은 아니며, 발주자가 설계자료를 검토하고 보완조치를 확인할 기회를 가졌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경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수급인의 책임이 상당한 폭으로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