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74639 판결
1. 사실관계
청주테크노폴리스 개발사업을 위하여 설립된 회사의 주식은 피고를 비롯한 8명의 출자자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출자자 전원은 사업 추진과 관련한 권리·의무를 정하기 위하여 주주간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에는 원칙적으로 출자자가 협약 종료 전에 주식을 임의로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예외적으로 다음의 경우에 주식을 양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출자자가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법령상 위법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둘째, 보유주식 양도에 대하여 나머지 출자자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입니다. 이와 별도로 다른 출자자에게는 양도대상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부여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보유한 주식을 양수하기로 하면서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주식양수도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약정했습니다. 이후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이 무효가 되었다고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다른 출자자들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별도의 양도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는 협약 자체도 주식양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주식양도절차의 이행을 청구했습니다.
2. 주주간협약에 의한 양도제한은 유효한가
상법 제335조 제1항은 주식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상법 제335조가 규율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및 제3자에게 단체법적 효력을 미치는 정관상 양도제한입니다. 주주들이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상호 간에 부담하기로 한 채권적 양도제한약정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주주 사이에서 주식양도를 일부 제한하는 약정은 다음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당사자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을 것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을 것
따라서 주식양도를 위해 다른 주주의 동의, 우선매수권 절차 또는 일정한 사업상 조건을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요구한 약정의 효력
대법원은 이 사건 협약이 주식양도를 전면적·영구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협약은 법령상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다른 출자자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양도를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주주가 8명에 불과하여 전원의 동의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또한 해당 회사는 특정 개발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되었고, 존립기간도 설립등기일부터 13년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회사의 목적사업을 고려하면 주주 구성의 변동을 제한할 합리적인 필요가 있었으며, 사업 종료 후에는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자본 회수 가능성이 전면적으로 봉쇄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주식양도의 요건으로 정한 주주간협약을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출자자 동의와 우선매수권은 별개의 절차
원고는 다른 출자자들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주식양도에 동의한 것으로 보거나, 별도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협약의 문언과 목적에 따라 두 절차를 구분했습니다.
출자자 전원의 동의는 적절하지 않은 제3자가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을 방지하여 기존 주주 구성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반면 우선매수권은 기존 출자자가 제3자보다 먼저 해당 주식을 취득할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다른 출자자들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주식양도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우선매수권 절차와 별도로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5. 주식양수도계약의 효력
원고와 피고는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명시적으로 약정했습니다.
출자자 전원의 동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당사자들이 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주식양수도계약은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에게 주식양도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원고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6. 판결의 적용범위
이 판결이 주주간협약을 위반한 모든 주식양도를 당연히 무효로 본 것은 아닙니다.
주주간협약의 양도제한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인 주주들 사이에서 채권적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약정을 위반한 양도행위가 회사 또는 제3자에 대해서도 당연히 무효가 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주식양수도계약이 효력을 잃은 직접적인 이유는 양도제한약정 위반 그 자체라기보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계약의 효력요건으로 정하고 동의를 얻지 못하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약정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다음을 구분해야 합니다.
정관에 의한 주식양도 제한인지, 주주간협약에 의한 제한인지
양수인이 주주간협약의 당사자이거나 그 내용을 승계했는지
다른 주주의 동의가 계약의 성립요건인지, 효력발생요건인지
동의가 없으면 계약이 무효인지, 해제할 수 있는지
우선매수권 절차와 양도승인 절차가 각각 독립된 요건인지
7. 판결의 법리적 의미
이 판결은 주식양도의 자유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구분하여, 주주간협약에 의한 양도제한의 유효성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합작투자회사, 프로젝트회사 또는 폐쇄회사에서는 주주의 신용·사업수행능력과 주주 구성이 사업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회사에서 출자자 전원의 동의, 우선매수권, 일정 기간의 처분 제한 등을 둔 약정은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있고 투하자본 회수를 전면적으로 봉쇄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 유효합니다.
다만 이러한 약정을 회사나 제3자에게도 직접 주장하려면 정관상 양도제한, 양수인의 협약 가입, 계약상 효력조건 및 위반 시 법률효과를 별도로 설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