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존회사와 유사한 신설회사에 대한 법인격 부인과 채무면탈 목적의 입증

핵심 결론 상호·사업목적·홈페이지·실질적 운영자가 유사하더라도 신설회사에 기존회사 채무를 곧바로 부담시킬 수는 없다. 기존회사 자금이나 영업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어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곤란해졌다는 점까지 채권자가 증명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59704, 2018다269500
판례번호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다259704 판결【약정금】

제1심: 대전지방법원 2019. 2. 14. 선고 2018가단230394 판결
환송 전 항소심: 대전지방법원 2020. 7. 22. 선고 2019나103568 판결
대법원: 원심판결 파기·환송
파기환송심: 대전지방법원 2024. 2. 6. 선고 2022나117383 판결
파기환송심 결론: 제1심판결 취소, 원고 청구기각

관련 규정

민법 제2조는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권리남용을 금지합니다.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회사제도를 이용한 경우 법인격의 독립성을 제한하는 근거가 됩니다.

상법 제169조는 회사를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규정합니다. 따라서 기존회사와 신설회사는 상호·사업목적·주주 또는 운영자가 유사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별개의 권리주체입니다.

사실관계

기존회사 C는 2010년 7월 태양에너지 기자재 이용 광고물 및 철구조물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당시 발행주식은 40만 주이고 자본금은 4억 원이었습니다.

원고와 기존회사 C는 2013년 11월 28일 원고가 태양광발전사업을 영업하여 계약을 성사시키면 공사대금 입금 후 7일 이내에 공사금액의 4%를 수당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원고는 2014년 6월 기존회사와 그 실질적 운영자 D를 상대로 약정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2016년 8월 기존회사와 D가 공동하여 원고에게 약 8,644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기존회사와 D가 항소와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고, 대법원 2018다269500 판결로 약정금 지급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위 약정금소송의 제1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9월 8일 피고 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피고 회사의 사업목적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업 등으로 기존회사와 유사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설립 당시 기존회사와 같은 상호를 사용하다가 2017년 9월경 기존회사가 과거에 사용한 상호인 ‘코리아쏠라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였습니다.

기존회사의 홈페이지에는 피고 회사의 본점 소재지가 기존회사의 ‘충청본부’로 소개되었습니다. 두 회사는 동일한 로고와 홈페이지를 사용하고, 회사 연혁과 업무실적도 회사별로 구분하지 않은 채 홍보하였습니다.

D는 기존회사와 피고 회사 모두의 CEO인 것처럼 표시한 명함을 사용하였습니다. 각 회사의 공사도급계약서에도 대표이사 이름 옆에 D가 업무상 사용한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피고 회사의 형식상 대표이사이자 1인 주주는 D의 친형 G였습니다. D는 피고 회사의 설립과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G는 피고 회사 주식 일부를 D의 딸들에게 양도하려 하기도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피고 회사가 기존회사의 약정금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설립된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회사를 상대로 기존회사의 확정 약정금채무 중 73,242,153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제1심 및 환송 전 항소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 회사가 기존회사의 약정금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환송 전 항소심 역시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존회사에 대한 약정금소송 중 피고 회사가 설립된 점
피고 회사가 처음에는 기존회사와 동일한 상호를 사용한 점
이후 기존회사의 과거 상호를 피고 회사가 사용한 점
두 회사의 사업목적이 유사한 점
동일한 로고와 홈페이지를 사용한 점
회사의 연혁과 업무실적을 구분하지 않은 점
동일인이 두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회사의 대표자와 실질적 운영자가 형제인 점

환송 전 항소심은 기존회사와 피고 회사가 별개의 법인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피고 회사가 약정금 지급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채무면탈을 위한 법인격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법리

1. 채무면탈을 위한 신설회사에는 기존회사 채무를 청구할 수 있다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이는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입니다.

이 경우 기존회사와 신설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다는 주장은 기존회사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회사 채권자는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기존회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법인격 부인에는 두 회사의 동일성과 채무면탈 목적이 모두 필요하다


신설회사에 기존회사의 채무를 부담시키려면 크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기업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합니다.

둘째, 신설회사가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되거나 이용되었어야 합니다.

상호, 사업목적, 임직원, 주주, 본점, 전화번호, 홈페이지, 로고 및 영업실적 등이 유사하다는 것은 첫 번째 요건인 실질적 동일성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 두 번째 요건인 채무면탈 목적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3. 채무면탈 목적은 책임재산의 이전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신설회사를 설립했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기존회사의 채무 발생 전후 경영상태와 자산상황
신설회사의 설립시점
신설회사 설립 당시 기존회사에 대한 소송이나 강제집행의 진행 여부
신설회사의 설립자금 출처
기존회사 자금이 신설회사로 이전·유입되었는지
기존회사의 부동산·설비·영업권·거래처가 신설회사로 이전되었는지
자산 이전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자금 및 영업용 자산이 혼용되었는지
신설회사 설립 후 기존회사가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했는지
자산 이전으로 기존회사의 채무변제능력이 감소했는지

특히 기존회사의 책임재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신설회사로 이전되어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곤란해졌는지가 핵심입니다.

4. 상호와 영업 외관의 동일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회사가 같은 상호나 로고를 사용하고, 동일한 홈페이지에서 하나의 회사처럼 홍보하거나, 동일인이 두 회사를 운영했다는 사정은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두 회사 사이의 외형적·영업적 동일성에 관한 증거일 뿐 기존회사의 책임재산이 신설회사로 이전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닙니다.

상호와 영업 외관이 같아도 각 회사가 별도의 자본과 자산을 보유하면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자금 및 자산의 이동을 확인하지 않고 법인격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5. 대법원은 원심의 자산 이전에 관한 심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기록상 기존회사가 피고 회사 설립 후에도 태양광발전소 건립공사 도급계약 등을 체결한 사정에 주목하였습니다.

이는 피고 회사가 기존회사의 영업을 모두 이전받고 기존회사를 무자력 상태로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주장과 배치될 수 있습니다.

반면 원심은 다음 사항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습니다.

기존회사가 실제로 부도나 폐업 상태였는지
기존회사의 자금으로 피고 회사가 설립되었는지
피고 회사가 부동산을 취득할 때 기존회사의 자금이나 자산이 유입되었는지
기존회사의 영업용 자산이 피고 회사로 이전되었는지
자산이 이전되었다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대법원은 이러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채 두 회사의 외형적 동일성만으로 채무면탈 목적을 인정한 환송 전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파기환송심의 추가 심리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지적한 사항을 보완하기 위하여 대전세무서와 역삼세무서에 대한 과세정보제출명령 등을 통해 두 회사의 자본금, 영업활동, 부가가치세 납부 및 자산 취득 경위를 추가로 심리하였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1. 피고 회사의 자본금 조성에 기존회사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었다


피고 회사는 설립 당시 자본금이 100만 원이었습니다. 이후 2017년 3월 자본금이 1억 5,000만 원으로, 같은 해 9월에는 4억 원으로 증액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립자금과 증자대금이 기존회사에서 나온 것이라거나, 기존회사가 자본금 조달에 관여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었습니다.

2. 기존회사는 신설회사 설립 후 상당 기간 영업을 계속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5년 9월 설립되었지만, 기존회사는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2021년 12월에야 해산간주되었습니다.

기존회사는 피고 회사 설립 후에도 태양광발전소 건립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2018년 7월까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등 상당 기간 영업활동을 계속하였습니다.

이는 피고 회사가 기존회사의 영업을 넘겨받고 기존회사를 곧바로 폐업·무자력 상태로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주장과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3. 두 회사의 주주와 임원 구성이 완전히 같지 않았다


기존회사의 주주는 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지분도 33%, 32%, 25%, 10%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반면 피고 회사는 G가 주식 40만 주 전부를 보유한 1인 회사였습니다.

기존회사와 피고 회사의 설립 이후 임원 구성도 일부 관련성이 있었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파기환송심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두 회사를 인적 구성이 완전히 동일한 회사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부동산 취득과 기존회사 자산의 유입이 증명되지 않았다


피고 회사는 2017년 9월 충남 금산군 소재 여러 토지를 매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토지의 매수자금이 기존회사에서 나온 것인지, 기존회사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피고 회사에 이전되어 토지 매수에 사용되었는지에 관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또한 기존회사의 약정금채무 발생 전후 경영상태나 자산상황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두 회사의 영업용 자산과 자금이 실제로 혼용되었는지에 관한 증거도 부족하였습니다.

5. 법인격 남용의 증명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


파기환송심은 법인격 남용을 주장하는 원고가 다음 사항을 증명해야 한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두 회사가 기업의 형태와 내용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
기존회사의 자금이나 자산이 신설회사로 이전·유용되었다는 점
그 이전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
신설회사의 설립이나 이용 목적이 기존회사 채무의 면탈에 있었다는 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사항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최종 결론

대법원은 두 회사가 동일한 상호·로고·홈페이지를 사용하고 동일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만으로는 신설회사가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파기환송심은 세무서 과세자료 등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신설회사의 설립자금과 증자대금이 기존회사에서 나왔다는 증거가 없는 점
기존회사가 신설회사 설립 후 약 6년간 영업을 계속한 점
두 회사의 주주와 임원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점
신설회사의 부동산 매수자금에 기존회사 자산이 유입되었다는 증거가 없는 점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자금 및 영업용 자산이 혼용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

이에 파기환송심은 피고 회사에 기존회사의 약정금채무를 부담시킨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법인격 부인 여부를 판단할 때 기업 외관의 동일성보다 책임재산의 실제 이동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같은 상호와 홈페이지를 사용하고 동일인이 관여했더라도, 기존회사의 자산이 신설회사로 무상 이전되어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으면 법인격 부인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무상 채권자는 법인등기부나 홈페이지 자료에 그치지 않고 법인 계좌, 증자대금 납입자료, 부동산 매수자금, 세금계산서, 매출처와 거래처의 이전, 영업용 자산의 양도 및 대가 지급 여부를 구체적으로 추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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