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증권회사 직원의 계약교섭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핵심 결론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계약 체결을 신뢰하고 이행비용을 지출하였다면,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1다216773, 2019다268061, 2006다12305, 2007다20440

해당 판례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다216773 판결〔매매대금〕
하급심
  • 제1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8. 14. 선고 2018가합108668 판결 원고가 주장한 매매계약·매매예약·매수위탁 또는 위임계약의 성립과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1. 1. 20. 선고 2020나2030130 판결 매매계약 등의 성립은 부정하였으나, 피고가 원고에게 기업어음을 매수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부여한 뒤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였다고 보아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원고도 비정상적인 어음 보관거래에 가담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하고, 피고에게 6,883,110,549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계약교섭 과정에서 형성된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상대방이 상당한 이유 없이 침해하였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상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다12305 판결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계약의 이행에 착수하였고 그 비용 지급에 관한 교섭까지 진행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계약 성립을 신뢰하여 지출한 비용도 계약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20440 판결 상법 제15조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이 위임받은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사항에 해당하는지는 영업의 규모와 성격, 거래 형태, 사용인의 직책과 업무분장 등을 고려하여 거래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2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 민법 제393조 통상손해 및 특별손해의 배상범위를 규정한다.
  • 민법 제535조 계약체결상의 과실에 따른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규정한다.
  •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의 불법행위책임을 규정한다.
  • 민법 제763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민법 제393조 등을 준용한다.
  • 상법 제15조 제1항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 관한 위임을 받은 사용인은 그 사항에 관한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 이 판결의 판시사항·참조조문 및 판결 이유에는 별도의 구법 표기가 없다.

사실관계

피고 증권회사의 캐피탈마켓팀 직원은 2018. 5. 14. 원고 증권회사의 채권영업부 직원에게, 다른 증권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약 100억 원 상당의 기업어음을 원고가 매수하여 일시적으로 보관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 직원은 원고가 해당 어음을 매수하여 5영업일 동안 보유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원고는 위 대화 직후 다른 증권회사로부터 해당 기업어음을 9,833,015,070원에 매수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5영업일이 지난 뒤에도 어음을 매수하지 않았고, 약 6개월 후 어음 발행회사가 당좌거래정지거래자로 등록되면서 해당 어음이 부도처리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주위적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매매계약·매매예약·매수위탁 또는 위임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며 매매대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예비적으로는 피고가 계약 체결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여 원고로 하여금 어음을 매수하게 한 뒤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였으므로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일방이 상대방에게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부여하였다면, 그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고 배려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상당한 이유 없이 신뢰를 침해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계약교섭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일방이 스스로 계약 이행을 준비하거나 이행에 착수하였다면 원칙적으로 그 비용과 위험은 자신의 판단과 책임에 귀속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달리 보아야 한다.
첫째, 이행의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둘째,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의 지급에 관하여 이미 계약교섭이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셋째, 계약이 성립할 것이라는 기대 또는 신뢰가 객관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여 지출하였거나 지출할 것이 확실한 비용은 계약 체결을 신뢰하여 발생한 손해, 즉 신뢰이익으로서 계약교섭의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양 증권회사의 직원들은 채권과 기업어음 등 증권거래업무를 계속 담당해 온 자들로서, 상법 제15조 제1항의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에 해당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각 회사를 대리하여 기업어음 거래계약을 교섭할 권한이 있었다.
다만 직원들 사이의 대화만으로 피고가 5영업일 후 해당 어음을 반드시 매수한다는 매매계약·매매예약·매수위탁 또는 위임계약이 확정적으로 성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기업어음을 매수하여 일시적으로 보관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였고, 원고는 피고가 이를 다시 매수할 것이라는 신뢰에 따라 실제로 약 98억 원을 지출하여 어음을 매수하였다. 피고가 이후 상당한 이유 없이 매매계약 체결을 거부한 행위는 원고에게 부여한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기업어음을 매수하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어음의 부도위험 자체가 피고에게서 비롯된 것은 아니고, 원고도 개인적 친밀관계에 기초한 비정상적인 어음 보관거래에 참여하였으므로 피고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70%로 제한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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