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장회사의 이사 등을 위한 우회적 자금대여와 신용공여 금지

핵심 결론 상장회사가 제3자를 거쳐 자금을 대여해 경제적 이익이 이사에게 귀속되면 금지된 신용공여에 해당한다. 다만 구 증권거래법 폐지 후의 행위에는 폐지된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1도15854, 2017다261943

해당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도15854 판결
  • 사건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상법위반·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증권거래법위반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1. 11. 3. 선고 2011노535 판결
  • 결과: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전부 파기·환송, 피고인 2의 상고기각

관련판례

이 판결의 판시사항에 직접 인용된 선행판례는 없다.
다만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61943 판결은 현행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 따른 신용공여 금지규정이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이를 위반한 신용공여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 따르면 금지된 신용공여는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나 사후 추인이 있어도 유효하게 될 수 없다. 다만 거래안전을 위해 신용공여 금지 위반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없는 제3자에게는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대법원 2011도15854 판결이 형사책임의 전제가 되는 ‘신용공여’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판단한 판결이라면, 대법원 2017다261943 판결은 그러한 신용공여 금지 위반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정리한 판결이다.

관련법령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91조의19 제1항 제1호 (가)목은 상장법인이 주요주주·이사 또는 감사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를 위하여 금전·유가증권·실물자산·무체재산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07조의3 제7호는 제191조의19에 따른 신용공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행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구 증권거래법은 2009. 2. 4.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폐지되었고, 이에 대응하는 상장회사 신용공여 금지규정은 상법으로 이전되었다.
상법 제542조의9는 상장회사가 주요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이사·집행임원 또는 감사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를 위하여 신용공여를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상법 제624조의2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을 위반하여 신용공여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634조의3상법 제624조의2 위반행위에 관하여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해당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상법 제401조의2는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 이사 명의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자 및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회장·사장 등 회사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업무를 집행한 자의 책임을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상장회사 및 동일 기업집단에 속한 여러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경영하면서 유상증자, 회사자금 대여 및 개인채무 변제 등에 관여하였다.

1. 가장납입 및 불실등기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한 회사가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자본금이 정상적으로 납입된 것처럼 가장하였다.
이들은 자본금 납입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처럼 등기전산망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하였다. 원심은 가장납입에 따른 상법 위반 및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행사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회사자금 20억 2,000만 원의 횡령

피고인 1은 자신의 개인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2008. 2. 19. 피해 회사의 자금 20억 2,000만 원을 다른 회사 계좌로 송금하였다.
그 자금은 다시 피고인 1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되었다. 원심은 이를 회사자금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횡령행위로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인정하였다.

3. 계열회사 등을 이용한 우회대여

피고인 1은 코스닥상장법인으로 하여금 동일 기업집단에 속한 비상장회사 또는 개인 명의로 회사자금을 대여하게 하였다.
그 후 상장회사의 이사들이 해당 비상장회사나 개인으로부터 다시 그 자금을 대여받았다. 외형상 상장회사의 직접적인 대여 상대방은 비상장회사 또는 제3자였지만, 최종적으로 자금을 사용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람은 상장회사의 이사들이었다.
또 다른 거래에서는 상장회사의 대표이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회사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이후 상장회사의 자금이 제3자에게 대여되었고, 그 자금으로 계열회사의 대출금이 상환되었다.
원심은 이러한 거래를 상장회사가 실질적으로 이사 등을 위하여 자금을 대여한 행위로 보아 구 증권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였다.

4. 구 증권거래법 폐지 후의 자금대여

공소사실 중 일부는 2009. 2. 27.부터 2009. 9. 29.까지 이루어진 자금대여였다.
검사는 이 부분에도 구 증권거래법 제207조의3 제7호 및 제191조의19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고, 원심 역시 위 조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구 증권거래법은 이미 2009. 2. 4.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폐지된 상태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문제 되었다.
첫째, 상장회사가 직접 이사에게 자금을 대여하지 않고 계열회사나 제3자를 중간에 두어 자금을 이전한 경우에도 금지된 신용공여에 해당하는가.
둘째, 금전대여의 형식상 상대방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의 최종 귀속자를 기준으로 신용공여의 상대방을 판단할 수 있는가.
셋째, 구 증권거래법이 폐지된 2009. 2. 4. 이후의 행위에 구 증권거래법상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가.
넷째, 회사의 유상증자대금 가장납입과 개인채무 변제를 위한 회사자금 사용에 관한 원심의 유죄판단이 정당한가.

대법원 판단

1. 상장회사 신용공여 금지의 목적

상장법인도 영리법인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업무는 회사의 자율에 맡겨진다.
그러나 상장법인에는 다수의 일반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을 통하여 투자한다. 주요주주나 이사와의 내부거래를 회사의 자율에만 맡길 경우 회사의 재정상태가 위태로워지고 일반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구 증권거래법이 상장회사의 주요주주·이사 등에 대한 금전대여를 금지한 목적은 다음과 같다.
  • 회사재산의 사적 유용 방지
  • 지배주주와 이사의 이해상충 방지
  • 상장회사의 건전한 재정상태 유지
  • 소수주주와 일반투자자 보호

2. 신용공여는 거래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한다

구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9 제1항은 주요주주나 이사를 직접 ‘상대방으로 하는’ 거래뿐 아니라 그들을 ‘위하여 하는’ 거래도 금지하였다.
따라서 금지되는 대여행위는 상장회사가 이사에게 직접 자금을 송금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장회사가 계열회사나 제3자 명의로 자금을 대여했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되면 이사 등을 위한 금지된 신용공여에 해당한다.
  • 대여금이 중간 수령자를 거쳐 이사에게 다시 이전된 경우
  • 대여금으로 이사의 개인채무가 변제된 경우
  • 명목상 차주가 독립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은 경우
  • 자금의 사용·상환에 따른 경제적 손익이 실질적으로 이사에게 귀속된 경우
  • 전체 거래구조상 이사를 위한 자금지원으로 평가되는 경우
결국 계약서상 차주나 최초 송금계좌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자금의 조달·이전·사용·상환 과정과 경제적 이익의 최종 귀속자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3. 계열회사를 거친 자금대여도 금지된 신용공여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는 코스닥상장법인의 자금이 동일 기업집단 내의 비상장회사 또는 개인에게 대여된 뒤 다시 상장회사의 이사들에게 대여되었다.
대법원은 자금의 최종 귀속자와 거래구조를 고려하면 상장회사가 실질적으로 이사들을 위하여 자금을 대여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매입자금을 위한 계열회사의 대출금이 상장회사에서 제3자에게 대여된 자금으로 변제된 거래 역시 실질적인 이익이 상장회사의 대표이사에게 귀속되었으므로 금지된 신용공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관한 원심의 유죄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4. 폐지된 구 증권거래법을 폐지 후 행위에 적용할 수 없다

구 증권거래법은 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공포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2009. 2. 4. 시행되면서 폐지되었다.
상장회사와 주요주주 등 사이의 신용공여 금지 및 처벌규정은 2009. 1. 30. 법률 제9362호로 개정되어 2009. 2. 4. 시행된 상법 제542조의9, 제624조의2제634조의3으로 이전되었다.
그러나 현행 상법의 규정은 구 증권거래법과 문언이 완전히 같지 않고 법정형도 더 무겁게 변경되었다.
따라서 2009. 2. 4. 이후의 행위에 폐지된 구 증권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고, 법원이 검사의 공소장 변경 없이 현행 상법의 처벌규정을 대신 적용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2009. 2. 27.부터 2009. 9. 29.까지의 행위에 구 증권거래법을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법령 적용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5. 가장납입과 횡령 부분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유상증자대금 납입을 가장하고 등기전산망에 정상적인 납입이 이루어진 것처럼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한 부분에 관한 원심의 유죄판단을 수긍하였다.
또한 피고인 1이 자신의 개인채무 변제를 위해 피해 회사의 자금 20억 2,000만 원을 송금하여 채무를 변제한 행위도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6. 파기의 범위

대법원은 구 증권거래법 폐지 후의 자금대여에 폐지된 법률을 적용한 부분만 법령 적용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해당 부분과 피고인 1의 나머지 유죄 부분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위법한 부분만 분리하여 파기할 수 없었고,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전부가 파기·환송되었다. 피고인 2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결론

상장회사가 계열회사나 제3자를 형식상 차주로 내세웠더라도 자금이 다시 이사에게 이전되거나 이사의 채무변제에 사용되는 등 경제적 이익이 이사에게 귀속되었다면 금지된 신용공여에 해당한다.
신용공여 여부는 계약 명의나 자금이 통과한 계좌가 아니라 전체 자금흐름과 경제적 이익의 실질적 귀속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만 구 증권거래법이 폐지된 2009. 2. 4. 이후의 행위에 구 증권거래법상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법령 적용의 잘못을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환송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상장회사의 주요주주·이사 등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규정이 우회거래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계열회사나 제3자를 거래 중간에 개입시키더라도 자금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이사이고 경제적 이익이 이사에게 귀속된다면 신용공여 금지규정을 회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집단 내부의 자금거래에서는 명목상 차주뿐 아니라 최종 자금사용자, 상환주체 및 경제적 손익의 귀속을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이 판결은 형벌법규의 적용에서는 행위시법과 적용 법조를 엄격히 특정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 증권거래법과 현행 상법의 규율 목적이 유사하더라도, 폐지 후의 행위에 폐지된 처벌규정을 적용하거나 더 무거워진 신법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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