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약명의신탁 부동산의 매각대금이 조합재산에 귀속되는 경우와 횡령죄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7. 8. 선고 2020노751 판결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1도9867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함께 자금을 마련하여 부동산을 매수한 후 이를 분할·전매하고, 차용금과 비용을 공제한 수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차용한 자금으로 토지를 매수하면서 피고인의 딸과 피해자들의 배우자 등 가족 3명을 매수인으로 내세워 그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매도인은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이는 이른바 선의의 매도인이 개입된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등기명의자들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이용하여 토지를 분할·매각하고, 매각대금 합계 5억 9,600만 원을 자기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았다. 피고인은 그중 1억 3,578만 원을 개인채무 변제와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사용하였다.

쟁점은 계약명의신탁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이 등기명의자들에게 유효하게 귀속된 상황에서, 피고인이 받은 매각대금을 피해자들과의 조합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이를 임의로 사용한 행위에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였다.

2.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선의의 매도인이 개입한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지만, 매도인과 등기명의자 사이의 물권변동은 유효하다. 따라서 등기명의자들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부동산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

제1심은 이에 따라 부동산뿐만 아니라 그 부동산을 처분하여 받은 매각대금과 전매차익도 원칙적으로 등기명의자들의 소유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받은 매각대금을 피해자들의 재물이나 조합재산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도 피해자들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3. 항소심의 판단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횡령죄를 인정하여 징역 10월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은 계약명의신탁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이 등기명의자들에게 유효하게 귀속되었다는 점은 제1심과 동일하게 인정하였다. 그러나 부동산 자체의 소유권 귀속과 부동산을 처분하여 받은 매각대금의 내부적 귀속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내적 조합관계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함께 자금을 마련하여 부동산을 매수하고, 이를 분할·전매한 후 비용을 공제한 수익을 나누기로 약정하였다. 피해자들이 매수할 토지를 찾고, 피고인은 매수한 토지를 분할·매각하여 자기 계좌로 매각대금을 받은 뒤 수익을 각 3분의 1씩 분배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명시적인 동업계약서는 없었지만, 당사자들은 구두로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고, 이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부동산을 매입·처분하여 매매차익을 얻은 사실이 있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부동산 전매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내적 조합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내적 조합은 외부적으로 조합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출자와 공동사업 및 수익분배에 관한 약정이 있는 조합관계이다. 내적 조합의 재산도 조합원들의 합유에 속한다.

나. 부동산 소유권과 매각대금의 귀속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항소심은 계약명의신탁의 법리에 따라 등기명의자들이 부동산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 사실만으로 매각대금까지 반드시 그들의 고유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되었다.

첫째, 피고인이 토지를 매각하는 것에 대하여 피해자들이 모두 사전에 동의하였다.

둘째, 등기명의자들은 피고인이 자신들을 대리하여 토지를 매각할 수 있도록 위임장과 매도용 인감증명서 등을 제공하였다.

셋째, 피고인은 등기명의자들을 대리하여 토지를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을 자기 명의의 계좌로 받았다.

넷째, 등기명의자들은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가족들이었다.

다섯째, 등기명의자들이 피고인이나 피해자들을 상대로 부동산 소유권 또는 매각대금의 반환을 요구한 정황이 없었다.

항소심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피해자들·등기명의자들 사이에 피고인이 등기명의자들을 대리하여 토지를 매각한 후 그 대금을 피고인과 피해자들로 구성된 조합체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매각대금을 자기 계좌로 지급받은 때 그 대금은 피고인의 고유재산이나 등기명의자들의 재산이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조합재산에 귀속되었다.

4. 조합재산을 임의로 사용한 경우의 횡령죄

민법상 조합재산은 조합원들의 합유에 속한다. 합유재산은 각 조합원이 일정한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공유재산과 다르다. 조합원은 다른 조합원들의 동의나 적법한 정산절차 없이 조합재산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조합원 중 한 사람이 조합재산의 처분대금을 보관하다가 이를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외부적으로 조합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내적 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피고인은 자신도 수익금 중 3분의 1을 받을 권리가 있고, 피해자들이 이미 수익금 일부를 받았으며, 남은 토지에 관한 자신의 지분도 피해자 측에 이전하였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조합재산인 매각대금을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장차 정산을 통하여 일정한 수익을 분배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정산이 이루어지기 전에 조합재산의 일부를 자신의 몫으로 확정하여 임의로 사용할 수는 없다.

5. 자신의 지분이 있어도 임의사용액 전부에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쟁점은 피고인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횡령액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이다.

법원은 합유에 속하는 동업재산을 횡령한 경우 조합원 자신의 지분비율과 관계없이 임의로 사용한 금액 전부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조합재산은 정산 전까지 조합원 전원의 합유에 속하므로 개별 조합원이 특정 부분을 자신의 단독소유라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향후 정산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나 다른 재산을 피해자 측에 이전한 사정은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을 뿐, 횡령죄의 성립이나 횡령액을 당연히 감소시키는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항소심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사용한 1억 3,578만 원 전부에 대하여 횡령죄를 인정하였다.

6.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항소심판결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항소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항소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의 위탁관계 및 보관자 지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이 항소심의 모든 이유 설시를 일반적 법리로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매각대금을 조합재산으로 보고 피고인의 보관자 지위와 횡령죄를 인정한 결론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되었다.

7. 이 판결의 핵심 법리

이 판결에서 도출되는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계약명의신탁에서 등기명의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더라도, 그 부동산을 처분하여 받은 대금의 내부적 귀속은 당사자 사이의 별도 약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둘째, 부동산 소유권의 귀속과 처분대금의 귀속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처분대금이 다른 주체나 조합재산에 귀속되려면 그러한 별도의 귀속약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셋째, 처분대금의 귀속약정은 반드시 명시적인 서면으로 작성될 필요는 없다. 공동사업의 내용, 처분에 대한 사전 동의, 매각권한의 위임, 대금 수령 방식, 당사자들의 관계 및 사후 행태 등을 종합하여 묵시적으로도 인정할 수 있다.

넷째, 외부적으로 조합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내적 조합에서도 조합재산은 조합원들의 합유에 속한다. 조합원 중 한 사람이 조합재산을 보관하다가 다른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다섯째, 조합원이 장차 정산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정산 전에 조합재산을 자신의 몫으로 확정하여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여섯째, 합유에 속하는 조합재산을 횡령한 경우에는 자신의 지분비율과 관계없이 임의로 사용한 금액 전부가 횡령액이 된다.

8.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고 등기명의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 처분대금에 관한 횡령죄까지 당연히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동산의 물권적 귀속과 처분대금의 내부적 귀속은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 소유권이 등기명의자에게 있더라도, 처분 당시의 위임관계와 별도의 대금 귀속약정에 따라 매각대금이 공동사업체나 제3자에게 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판결을 모든 명의신탁 사건에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명의신탁자가 매수자금을 부담했다거나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처분대금이 당연히 명의신탁자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별도의 공동사업약정이 있었고, 등기명의자들이 피고인에게 매각권한을 위임하였으며, 매각대금을 조합체에 귀속시키기로 한 약정이 구체적인 행태를 통하여 인정되었다.

결국 이 판결의 실무적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부동산의 등기명의나 명의신탁의 효력만으로 처분대금의 귀속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 사이의 공동사업약정, 매각권한의 위임, 처분대금의 예정된 용도와 귀속 및 실제 자금관리 방식을 별도로 심리하여야 한다. 그 결과 처분대금이 조합재산이나 위탁재산으로 인정된다면, 이를 보관하는 자가 임의로 사용한 행위는 단순한 정산의무 불이행을 넘어 횡령죄를 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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