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1. 표현대표이사 외관에 대한 회사의 귀책사유
대법원 1992. 9. 22. 선고 91다5365 판결은 대표이사 아닌 자가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회사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다면, 회사는 그 외관을 신뢰한 선의의 제3자에게 상법 제395조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2. 불실등기의 방치와 회사의 책임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다24100 판결은 등기신청권자가 직접 불실등기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그 등기가 이루어지는 데 관여하거나, 불실등기를 알면서 시정하지 않고 방치하여 직접 등기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 상법 제39조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3. 표현대표이사와 불실등기 책임의 관계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0018 판결은 적법한 대표이사 선임절차가 없었더라도 회사의 귀책사유로 대표자 외관 또는 불실등기가 형성·유지된 경우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법리를 밝혔다.
관련법령
상법 제39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사실과 다른 사항을 등기한 자는 그 사실과 다른 등기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395조는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가 선의의 제3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민사집행법 제48조는 제3자가 강제집행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권이나 그 밖에 양도 또는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채권자를 상대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판결
사실관계
1. 대표이사 변경등기
원고 회사의 법인등기부에는 대표이사가 다음과 같이 변경된 것으로 등기되어 있었다.
피고: 2006. 12. 29.부터 2007. 10. 25.까지
제1 후임자: 2007. 10. 25.부터 2007. 12. 10.까지
제2 후임자: 2007. 12. 10.부터 2009. 5. 25.까지
제3 후임자: 2009. 5. 25. 이후
그러나 피고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후임 이사들을 선임한 2007. 10. 25. 자 임시주주총회결의에 대해서는 결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결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들과 그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대표이사 선임결의는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다.
2. 적법한 대표이사의 지위
자 임시주주총회결의가 부존재하므로 그 결의에 따라 선임된 후임 이사와 대표이사는 적법한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09. 5. 25. 새로운 대표이사가 적법하게 선임될 때까지 피고가 원고 회사의 적법한 대표이사 지위를 계속 보유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3. 회사 부동산 매매계약
피고는 2007년 11월경 자신과 기존 이사들이 해임되고 후임자들이 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피고는 2008. 3. 14.경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던 사람으로부터 원고 회사 소유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피고는 2008. 3. 31.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제3자인 매수인과 해당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피고에게 처분권한을 위임한 등기상 대표이사는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판결에 따라 소급하여 대표이사 자격을 상실한 사람이었다.
이에 따라 무권한 대표이사가 수여한 처분권한에 기초한 부동산 매매계약의 효력이 문제 되었다.
4. 회사의 주장과 피고의 항변
원고 회사는 등기상 대표이사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없었고, 그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피고에게도 적법한 처분권한이 없었으므로 부동산 매매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 회사가 등기상 대표이사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도록 승낙하거나 묵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매수인은 대표이사 외관을 신뢰한 선의의 제3자로서 상법 제395조에 따라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또한 대표권이 없는 사람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상태가 유지되었으므로 원고 회사가 상법 제39조에 따른 불실등기 책임도 부담한다고 주장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다음과 같다.
대표이사 선임결의가 부존재하여 대표이사 등기가 소급하여 무효가 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
누구의 허용 또는 묵인이 있어야 대표이사 외관에 관한 회사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는지
주주가 대표이사 명칭 사용을 저지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의 귀책사유를 부정할 수 있는지
회사가 직접 불실등기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도 상법 제39조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지
적법한 대표이사가 불실등기를 알면서 시정하지 않은 경우 이를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볼 수 있는지
대법원의 판단
1. 표현대표이사 제도는 대표권 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한다
상법 제395조는 표시로 인한 금반언과 외관법리에 기초한 규정이다.
회사가 대표권이 없는 사람에게 대표이사로서 행동하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여 대표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외관이 형성되었다면, 회사는 그 외관을 신뢰한 선의의 제3자에게 책임을 부담한다.
표현대표이사 제도가 적용되려면 다음 요건이 필요하다.
대표권 없는 이사가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할 것
회사가 그 명칭 사용이나 대표행위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을 것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 없음을 알지 못한 선의의 제3자일 것
회사의 허용행위와 제3자의 신뢰 사이에 관련성이 있을 것
2. 대표자 외관을 허용할 수 있는 회사기관
대표권 외관에 대한 회사의 귀책사유는 아무 주주나 임직원의 허용 또는 묵인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다음 중 어느 하나가 표현대표를 적극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다면 회사에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회사의 진정한 대표이사
이사회결의 성립에 필요한 수의 이사
이사회결의 성립에 필요한 이사의 수는 우선 정관에 정한 바에 따른다. 정관에 별도 규정이 없다면 최소한 이사 정원의 과반수가 표현대표를 허용한 경우 회사의 귀책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주주들이 대표이사 명칭 사용을 허용했는지만을 심리해서는 부족하다.
3. 주주들의 저지 노력만으로 회사의 귀책사유를 부정할 수 없다
원심은 원고 회사의 진정한 주주들이 무권한자의 대표이사 명칭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상법 제395조에서 문제 되는 것은 주주들이 대표자 외관을 허용했는지가 아니라 회사의 적법한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결의 성립에 필요한 수의 이사들이 이를 허용했는지이다.
이 사건에서는 2007. 10. 25. 자 임시주주총회결의가 부존재하므로 후임 대표이사들은 소급하여 자격을 상실하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가 계속 적법한 대표이사였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더구나 피고는 등기상 대표이사로부터 회사 부동산의 처분권한을 위임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원심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적법한 대표이사였을 가능성이 있는 피고가 등기상 대표이사의 대표행위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심리 없이 주주들의 태도만을 근거로 상법 제395조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4. 대표이사 선임등기가 무효라도 상법 제395조는 적용될 수 있다
대표이사 선임결의가 부존재하여 대표이사 등기가 소급하여 무효가 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회사가 모든 거래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선임결의의 효력은 회사 내부의 실제 대표권 유무에 관한 문제이고, 상법 제395조는 외부의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외관책임에 관한 규정이다.
따라서 실제 대표권이 없다는 사실과 회사가 대표자 외관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적법한 대표이사나 이사회 구성에 필요한 수의 이사들이 무권한자의 대표행위를 허용하였다면, 회사는 내부적으로 대표이사 선임결의가 무효였다는 사정을 선의의 제3자에게 주장하지 못할 수 있다.
5. 불실등기를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책임을 질 수 있다
상법 제39조에 따른 불실등기 책임은 원칙적으로 사실과 다른 등기를 신청한 등기신청권자에게 인정된다.
그러나 등기신청권자가 직접 등기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직접 불실등기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불실등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책임 있는 사유로 관여한 경우
적법한 대표이사가 불실등기에 협조하거나 묵인한 경우
회사가 불실등기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시정하지 않은 경우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불실등기가 계속 유지된 경우
이러한 경우 회사는 상법 제39조에 따라 불실등기의 무효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6. 적법한 대표이사의 인식과 방치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
피고는 2007년 11월경 자신과 기존 이사들이 해임되고 새로운 이사 및 대표이사가 선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가 적법한 대표이사 지위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그는 사실과 다른 대표이사 등기의 존재를 알면서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등기상 대표이사로부터 부동산 매매권한을 위임받고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다음 사항을 추가로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무권한자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이를 알았다면 불실등기를 시정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피고가 불실등기를 이용하여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피고의 협조·묵인 또는 방치를 회사의 고의·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지
매수인이 불실등기를 신뢰한 선의의 제3자인지
원심이 이러한 사항을 심리하지 않고 회사의 불실등기 책임을 부정한 것은 상법 제39조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표현대표이사 책임과 불실등기 책임의 구별
상법 제395조는 대표권 없는 이사가 대표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도록 회사가 허용한 경우에 적용된다. 핵심은 대표자 명칭과 대표행위에 관한 회사의 명시적·묵시적 허용이다.
상법 제39조는 법인등기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등기된 경우에 적용된다. 핵심은 회사가 불실등기를 하였거나, 그 형성·유지에 관여하고 이를 방치한 고의 또는 과실이다.
따라서 동일한 거래에 두 규정이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무권한자에게 대표이사로 활동하게 한 외관은 상법 제395조의 문제이다.
무권한자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외관은 상법 제39조의 문제이다.
각 규정의 요건을 별도로 심리하여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면 회사가 내부적인 대표권 흠결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할 수 있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이 회사의 표현대표이사 책임과 불실등기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표현대표이사 책임에 관해서는 주주들이 대표자 명칭 사용을 저지했는지가 아니라 적법한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결의에 필요한 수의 이사들이 무권한자의 대표행위를 허용했는지를 심리해야 했다.
불실등기 책임에 관해서는 적법한 대표이사가 무권한자의 대표이사 등기를 알고 있었는지, 그 등기를 시정하지 않고 방치했는지 및 불실등기를 이용한 거래에 관여했는지를 심리해야 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대표이사 선임결의가 부존재 또는 무효인 경우에도 회사의 외관책임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표이사 선임결의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면 해당 대표이사는 내부적으로 대표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그러나 회사가 그 사람을 대표이사로 행동하도록 허용하거나 사실과 다른 대표이사 등기를 방치했다면, 선의의 거래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는 상법 제395조 또는 제39조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 선임결의의 무효 여부와 제3자에 대한 거래의 효력은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회사 내부의 결의가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제3자와의 거래까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다음 사항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적법한 대표이사가 누구였는지
적법한 대표이사가 무권한자의 대표행위를 허용했는지
이사회 성립에 필요한 수의 이사들이 외관을 용인했는지
회사가 불실등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회사가 이를 시정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했는지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 흠결이나 등기의 불실을 알았는지
결국 회사가 내부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발생한 잘못된 대표자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이용하였다면, 나중에 선임결의가 부존재 또는 무효로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