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가보다 높은 가액의 유상감자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0도17272 판결

1. 판결의 쟁점

회사가 대주주 등의 주식을 유상감자하면서 1주당 환급액을 주식의 객관적 시가보다 높게 정한 경우, 회사 자금이 대주주에게 과다하게 지급된 것으로 보아 대표이사와 대주주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특히 유상감자의 목적이 대주주 개인의 채무변제 자금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고, 감자환급액이 당시 주식가치보다 현저히 높게 산정되었다면 이를 회사 재산을 대주주에게 이전한 배임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유상감자가 주주평등의 원칙과 상법상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졌다면, 감자환급액이 주식 시가보다 높거나 대주주의 투하자본을 환급할 목적으로 실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이사의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기본적인 사실관계

검사는 회사의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공모하여 회사의 자본금을 감소시킬 재무구조상 필요가 없었음에도 대주주의 개인 채무변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유상감자를 실시하였다고 기소하였다.

검사는 회사 주식의 실제 가치가 1주당 649원에 불과한데도 이를 7,500원으로 평가하여 유상감자를 실시하고, 대주주 등에게 감자환급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 결과 대주주와 다른 주주가 합계 약 126억 원의 이익을 취득하고 회사가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인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였다.

그러나 원심은 유상감자가 상법에서 정한 절차와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고, 회사의 존립이나 경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도 무죄라는 결론을 유지하였다.

3. 유상감자의 법적 성격

유상감자는 회사가 자본금을 감소시키면서 감소되는 주식에 대응하여 주주에게 회사의 순자산을 반환하는 제도이다.

유상감자가 이루어지면 회사의 재산이 감소하고, 회사 채권자들의 책임재산도 줄어든다. 또한 주주가 회사 채권자보다 먼저 출자금을 환급받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주와 채권자 모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상법은 자본금 감소에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고, 회사 채권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부여하는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상법은 자본금 감소의 절차와 방법은 규정하고 있지만, 감자를 실시할 수 있는 목적을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회사에 누적결손이 발생한 경우에만 감자가 허용된다거나,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감자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감자환급액과 주식 시가의 단순 비교만으로 회사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

일반적인 자산거래에서는 회사가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처분하였다면 그 차액만큼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유상감자는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재산을 매입하는 거래와 법적·경제적 성격이 다르다. 회사가 주주에게 감자환급금을 지급하면 회사의 순자산이 감소하지만, 그와 동시에 해당 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분도 감소하거나 소멸한다.

따라서 감자환급액이 주식의 평가가액보다 높다는 사정만으로 그 차액 전부를 회사의 손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상법상 자본금 감소 절차를 준수하여 유상감자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주당 감자환급액이 시가보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유상감자를 일반적인 주식매매나 자산취득 거래와 동일하게 보아 감자환급액과 주식 시가의 차액만으로 배임죄의 손해를 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5. 대주주의 개인적인 자금 마련 목적만으로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사건 유상감자는 대주주가 제3자에 대한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된 것으로 문제 되었다.

그러나 상법은 자본금 감소의 목적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유상감자의 동기가 대주주에게 투자금을 환급하거나 개인적인 채무변제 자금을 마련해 주는 데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감자가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에게 유리한 목적이 있었다는 사정은 배임의 고의나 임무위배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만으로는 부족하고, 유상감자의 규모와 회사의 재무상태, 절차의 적법성, 주주평등의 준수 여부 및 회사의 경영과 자금 운용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해야 한다.

결국 대주주가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과 회사가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이다.

6. 주주평등의 원칙과 상법상 절차 준수의 중요성

이 사건에서는 특정 대주주에게만 유상감자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보유주식 수에 따른 비율로 유상감자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였다.

또한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보호절차 등 상법이 정한 자본금 감소 절차도 준수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특정 주주에게만 과도한 환급금을 지급하거나, 일부 주주를 배제한 채 대주주에게만 감자 기회를 제공하였다면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과 함께 배임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적법한 절차와 주주평등의 원칙을 준수한 유상감자를 전제로 한 판단이다. 절차를 형식적으로 갖추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유상감자가 형사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7. 유상감자로 인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

대법원은 유상감자에 따른 배임죄의 성립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회사의 경영상 필요나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과다한 규모의 자산을 주주에게 반환하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한 채무변제가 어려워지는 등 회사의 경영과 자금 운용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하였다면 이사의 임무위배와 회사의 손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회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대주주에게 과도한 감자환급금을 지급함으로써 운영자금이 고갈되거나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었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또한 대주주에게만 감자 기회를 부여하거나 주주별로 감자환급액을 달리 정하는 등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경우, 상법상 특별결의나 채권자보호절차를 회피한 경우, 감자를 가장하여 회사 재산을 특정 주주에게 이전한 경우에도 배임죄 성립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판단의 핵심은 감자환급액과 시가의 차액 자체가 아니라, 유상감자의 목적과 필요성, 회사의 재무상태, 유출된 자산의 규모, 절차의 적법성 및 회사 경영에 초래된 구체적 위험이다.

8. 회사가 형해화되거나 존립에 현저한 지장이 발생해야만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은 유상감자로 과도한 자금이 유출되어 회사가 형해화되거나 회사의 존립 자체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대법원은 무죄라는 원심의 결론은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원심의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회사가 형해화되거나 존립 자체에 현저한 지장이 발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회사가 실제로 도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유상감자로 인하여 회사의 정상적인 채무변제와 자금 운용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하였다면 임무위배행위와 재산상 손해가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을 “유상감자로 회사가 존립할 수 없게 된 경우에만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확대하여 해석해서는 안 된다.

9. 업무상횡령과 업무상배임의 구별

이 사건 판결에는 여러 횡령·배임 혐의가 함께 포함되어 있지만, 유상감자와 관련하여 판단된 죄명은 업무상배임이다.

적법하게 실시된 유상감자에 따라 회사가 주주에게 감자환급금을 지급하면, 그 지급은 회사의 의사와 법률상 절차에 따른 자금집행이다. 따라서 대표이사 등이 회사 자금을 아무런 법률상 원인 없이 임의로 빼내어 영득한 전형적인 횡령행위와는 구별된다.

문제는 대표이사 등이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위반하여 부당한 유상감자를 실시하고, 대주주에게 이익을 제공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는지 여부이다. 그러므로 유상감자 사안에서는 원칙적으로 횡령보다는 업무상배임의 성립 여부가 중심적인 쟁점이 된다.

10.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유상감자를 통한 회사 자산의 유출을 형사적으로 평가할 때, 감자환급액과 주식 시가의 차이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유상감자는 주주의 지분 감소 또는 소멸과 회사 순자산의 반환이 결합된 자본거래이다. 따라서 주주평등의 원칙과 상법상 절차를 준수하였다면 감자환급액이 시가보다 높다는 사정이나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사의 임무위배와 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

다만 합리적인 감자 사유가 없고, 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추어 과다한 자산이 유출되어 정상적인 채무변제나 자금 운용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되었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주평등의 원칙과 상법상 절차를 준수하여 유상감자를 실시한 경우, 1주당 감자환급액이 주식 시가보다 높거나 대주주에게 투자금을 환급할 목적으로 감자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는 감자의 합리적 필요성, 회사의 재무상태, 유출된 자산의 규모 및 회사의 경영과 자금 운용에 초래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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