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식병합으로 발생한 단주를 회사가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는 경우의 절차와 공정가액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식병합으로 발생한 단주를 회사가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는 경우의 절차와 공정가액

— 서울고등법원 2024. 5. 3. 선고 2023나2049630 판결

1. 사건의 개요

비상장회사인 피고는 주식병합을 실시하면서 원고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중 병합에 적합하지 않은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였다.

피고는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회계법인이 산정한 순자산가치 약 4,721억 원을 자기주식을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 103,182주로 나누어 단주 1주당 가액을 4,575,903원으로 산정·지급하였다.

원고들은 피고가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려면 상법 제443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거치지 않았고, 자기주식을 분모에 포함하여 1주당 가치를 부당하게 낮게 산정하였다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회사가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비상장주식을 경매 외의 방법으로 취득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순자산가치에서 이미 자기주식이 자본 차감으로 반영되었다면 1주당 가액을 계산할 때 분모에서도 자기주식을 제외해야 한다고 보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대부분 인용하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24다249873 사건에서 2024. 10. 8. 심리불속행 기각되어 확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2. 단주 처리를 위한 자기주식 취득과 법원의 허가
가. 상법 제341조의2와 제443조의 관계

상법 제341조의2는 회사가 특정 목적을 위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 중 하나로 “단주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규정한다.

한편 상법 제443조 제1항은 주식병합으로 발생한 단주의 처리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원칙적으로 단주에 해당하는 신주를 경매한다.
거래소 시세가 있는 주식은 거래소를 통하여 매각한다.
거래소 시세가 없는 주식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경매 외의 방법으로 매각할 수 있다.

피고는 상법 제341조의2가 단주 처리를 위한 자기주식 취득을 허용하므로 상법 제443조의 법원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두 규정의 기능을 구별하였다.

상법 제341조의2: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실체적 사유
상법 제443조: 주식병합으로 발생한 단주를 처리할 때 준수해야 하는 절차와 가격통제

따라서 상법 제341조의2가 자기주식 취득을 허용한다고 하여 상법 제443조의 절차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나. 비상장 단주를 회사가 취득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회사가 주식병합으로 발생한 비상장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는 것은 경매나 거래소 매각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법 제443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은 그 이유를 상법 제443조의 입법목적에서 찾았다.

주식병합으로 단주가 발생하면 소액주주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주 지위를 상실하고 현금을 지급받게 된다. 회사가 아무런 외부 통제 없이 단주의 취득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면 잔존주주 또는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고 단주주주에게 불리하게 가격이 산정될 위험이 있다.

법원의 허가 절차는 다음 목적을 가진다.

단주 매각대금의 공정성 확보
단주가 발생한 주주와 잔존주주 사이의 실질적 평등
소액주주의 재산권 보호
주식병합을 이용한 부당한 소수주주 축출 방지

따라서 법원 허가 없는 자기주식 취득은 상법 제443조 제1항에 위반한 위법한 단주 처리에 해당한다.

3. 절차 위반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절차상 위법이 인정되더라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소액주주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제1심도 법원 허가 없이 단주를 취득한 절차 자체는 위법하다고 보았지만, 원고들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은 절차 위반과 손해 발생을 별도로 심사한 후, 피고가 지급한 단주 대금이 적정가액보다 낮게 산정되었으므로 원고들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즉, 이 판결의 판단구조는 다음과 같다.

법원의 허가 없이 단주를 취득한 행위의 위법성
실제 지급된 단주 대금이 공정가액에 미달하는지
절차 위반과 저가매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공정가액과 실제 지급액 차액 상당의 손해 발생 여부
4. 비상장주식의 공정가액 산정방법

비상장주식에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정상적인 거래사례가 있다면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다면 다음과 같은 평가방법을 회사의 상황과 업종 특성에 따라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공정가액을 산정해야 한다.

시장가치 방식
순자산가치 방식
수익가치 방식
현금흐름 할인 방식
유사기업 비교 방식

비상장주식 평가에 관한 세법·상법 등 관련 법규는 각자의 입법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방법을 사용하므로, 특정 평가방법이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계법인이 산정한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단주 대금의 평가기초로 사용한 것 자체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문제는 순자산가치를 나누는 분모에 자기주식을 포함한 데 있었다.

5. 자기주식은 순자산가치와 주식 수에 일관되게 반영해야 한다
가. 피고가 사용한 산식의 문제점

피고 회사의 순자산가치는 472,150,867,286원이고, 발행주식 총수는 103,182주였으며, 그중 자기주식은 22,113주였다.

회계법인의 순자산가치 평가는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계상하지 않고 자본에서 차감하는 K-IFRS 회계처리를 전제로 하였다. 따라서 산정된 순자산가치에는 자기주식의 독립된 가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피고는 이처럼 자기주식 가치가 포함되지 않은 순자산가치를 자기주식을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로 나누었다.

472,150,867,286원 ÷ 103,182주
= 1주당 4,575,903원

법원은 이 계산방식이 분자와 분모에서 자기주식을 서로 다르게 취급하여 1주당 가치를 부당하게 낮춘다고 판단하였다.

나. 자기주식을 분모에서 제외해야 하는 이유

자기주식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 회사의 주식이다. 자기주식에는 의결권이 없고, 이익배당청구권이나 잔여재산분배청구권 등 자익권도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계상으로도 자기주식은 자산이 아니라 자본 차감항목으로 처리되고, 주당이익을 산정할 때 유통주식 수에서도 제외된다.

따라서 자기주식의 가치가 순자산가치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 순자산가치를 나누는 분모에서도 자기주식을 제외해야 논리적 일관성과 주주 사이의 공평이 확보된다.

이 사건의 적정한 산식은 다음과 같다.

472,150,867,286원 ÷
(발행주식 103,182주 − 자기주식 22,113주)
= 1주당 5,824,062원

다. 분자와 분모의 대칭성이 핵심이다

판결은 자기주식이 존재하는 경우 다음 두 방식 중 어느 하나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자기주식 가치를 순자산가치에 포함하고 자기주식 수도 분모에 포함한다.
자기주식 가치를 순자산가치에 포함하지 않고 자기주식 수도 분모에서 제외한다.

이 사건에서는 자기주식이 순자산가치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분모에서도 자기주식을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였다.

다만 자기주식의 가치를 먼저 산정하여 분자인 순자산가치에 추가한 후 분모에도 자기주식을 포함하는 방식은 순환계산 구조를 가진다. 자기주식의 1주당 가치를 다른 유통주식과 동일하게 평가한다면 결과적으로 자기주식을 분자와 분모에서 모두 제외하는 방식과 동일한 값에 수렴한다.

6. 자기주식을 분모에 포함하면 잔존주주에게 부가 이전된다

순자산가치에는 자기주식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는데 분모에는 자기주식을 포함하면 1주당 가치가 과소평가된다.

그 결과 단주주주는 낮은 가격만 지급받고 주주 지위를 상실한다. 반면 지급되지 않은 순자산가치의 일부는 회사에 남아 궁극적으로 잔존주주의 경제적 몫으로 이전된다.

이는 단주주주가 보유하던 회사가치가 정당한 보상 없이 잔존주주에게 이전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법원은 이를 주주평등 원칙과 소액주주 보호이념에 반하는 부의 불합리한 이전으로 평가하였다.

따라서 자기주식의 분모 포함 여부는 단순한 회계기술상 문제가 아니라 주식병합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에서 공정한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회사법상 핵심 쟁점이다.

7. 회사의 불법행위책임과 손해액

피고가 지급한 금액은 1주당 4,575,903원이었지만, 법원이 인정한 적정가액은 1주당 5,824,062원이었다.

따라서 단주 1주당 손해액은 다음과 같이 산정되었다.

5,824,062원 − 4,575,903원
= 1,248,159원

각 원고의 손해액은 1주당 차액에 각자가 보유했던 단주 수를 곱하여 계산하였다.

법원은 피고가 법원의 허가를 신청했더라면 자기주식을 분모에 포함한 불공정한 가격산정 방식이 허가 과정에서 시정되었을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절차상 위법과 원고들이 저가의 단주 대금을 지급받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하였다.

8. 손해액의 기준시점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위법행위가 이루어진 후의 재산상태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가 2021. 5. 12. 원고들에게 단주 대금을 지급하고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였다. 따라서 그 시점의 회사 순자산가치와 자기주식 수를 기준으로 공정가액과 실제 지급액의 차액을 산정하였다.

9. 주식병합 및 자기주식 취득의 효력과는 구별된다

이 판결은 법원의 허가 없이 이루어진 단주 자기주식 취득이 상법 제443조에 위반하고, 저가 취득으로 인해 소액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회사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주식병합 자체가 무효인지, 법원 허가 없이 이루어진 자기주식 취득의 사법상 효력이 당연히 무효인지까지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청구는 주식병합 무효 또는 주주지위 확인이 아니라 적정 단주 대금과 실제 지급액의 차액 상당 손해배상이었다. 따라서 판결의 직접적인 효력은 회사의 불법행위책임과 손해배상 범위에 한정된다.

10.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의 법리적 쟁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상법 제341조의2는 단주 처리를 위한 자기주식 취득의 실체적 근거일 뿐, 단주 처리절차를 정한 상법 제443조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둘째, 비상장회사가 주식병합으로 발생한 단주를 경매가 아닌 자기주식 취득 방식으로 처리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셋째, 법원 허가 없는 단주 처리는 위법하지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소액주주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별도로 인정되어야 한다.

넷째, 비상장주식의 공정가액은 정상적인 거래사례가 없으면 회사의 상황과 업종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평가방법으로 산정해야 하며, 특정 평가방법이 절대적으로 우선하지 않는다.

다섯째, 순자산가치에서 자기주식이 이미 자본 차감으로 반영되었다면 1주당 가액 산정 시 분모에서도 자기주식을 제외해야 한다.

여섯째, 자기주식을 분자와 분모에서 불일치하게 처리하여 단주 대금을 낮추는 것은 단주주주로부터 잔존주주에게 부를 부당하게 이전하고 주주평등 원칙과 소액주주 보호이념을 침해한다.

일곱째, 회사가 법원 허가 없이 불공정한 가격으로 단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하였다면 공정가액과 실제 지급액의 차액 상당을 불법행위 손해로 배상해야 한다.

결국 이 판결은 주식병합과 단주 처리를 이용한 소수주주 축출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소액주주의 주주 지위를 강제로 소멸시키려면 상법이 정한 법원 허가 절차와 공정한 가격보상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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