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채권양도 통지 후 상계와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의 판단 기준

핵심 결론 채무자는 채권양도 통지를 받을 당시 양도인에 대한 반대채권의 발생 원인이 이미 있었다면, 당시 상계요건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이후 상계할 수 있게 된 때 양수인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 채무자가 양도 사실을 확인하거나 양수인에게 일부 변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상계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채무자의 행위가 양수인에게 “양도채권에 아무런 대항사유가 없다”고 신뢰하게 할 정도여야만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인정되어 상계가 제한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22962

해당 판례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22962 판결 [양수금]
  • 원고: 주식회사 페퍼저축은행
  •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원심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채권양도 사실이 기재된 확인서를 발급하고 이후 양수인인 저축은행에 요양급여비용을 계속 지급한 점을 근거로, 공단이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공단은 양도인인 의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양수인인 저축은행에 상계할 수 없다고 보아 저축은행의 양수금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확인서의 목적과 내용, 장래채권의 불확실성, 공단이 의료법 위반 사실을 알게 된 시기 등을 종합하면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 채권양도 통지 당시 상계의 기초가 되는 원인이 이미 존재하였다면, 당시 상계적상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이후 상계적상이 된 때 양수인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
  • 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2648 판결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는 사유에는 협의의 항변권뿐 아니라 채권의 성립·존속 또는 행사를 저지·배척하는 사유도 포함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450조 제1항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채무자와 그 밖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민법 제451조 채권양도에서 채무자가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 대항사유를 규율한다.
  • 민법 제492조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하면 상계할 수 있다.
이 판결은 당시 민법 제451조 제1항의 다음 규정을 적용하였다.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사실관계

의사인 소외인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저축은행에서 다음과 같이 자금을 대출받았다.
  • 2014년 1월 20일 300,000,000원을 변제기 2015년 1월 20일, 이율 연 8.5%로 차용
  • 같은 날 600,000,000원을 변제기 2017년 1월 20일, 이율 연 8.9%로 차용
의사는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2014년 1월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해 현재 또는 장래에 취득할 요양급여비용채권과 의료급여비용채권을 21,000,000,000원의 한도에서 저축은행에 양도하였다.
의사는 같은 날 공단에 내용증명우편으로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하였고, 그 통지는 그 무렵 공단에 도달하였다.
공단은 2014년 1월 20일 의사에게 ‘압류진료비 채권압류 확인서’를 발급하여 저축은행에 팩스로 보냈다. 확인서에는 다음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 채권자: 저축은행
  • 압류유형: 채권양도
  • 발급목적: 확인용
  • 발급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음
  • 다른 업무의 증빙자료로 사용하여 발생한 책임을 공단에 물을 수 없음
  • 확인서 발행일 현재 등록이 누락된 압류채권자가 있을 수 있음
공단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후 2014년 1월 23일경부터 2015년 3월 16일까지 저축은행에 요양급여비용 합계 3,331,377,890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의사는 과거 비의료인에게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게 한 의료법 위반행위로 벌금 7,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공단은 그 불법 개설·운영 기간 의사에게 요양급여비용 914,284,680원을 지급하였다. 이에 공단은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하여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공단은 2015년 4월경 다른 사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알게 되자 저축은행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중단하였다.
의사가 2015년 11월 19일 병원을 폐업할 때까지 발생한 요양급여비용 중 공단이 지급을 보류한 금액은 681,324,890원이었다.
저축은행이 공단을 상대로 그 지급을 청구하자, 공단은 의사에 대한 914,284,680원의 손해배상채권으로 양수금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경우 채무자의 대항사유
채권양도의 통지만 있었던 경우 채무자는 통지를 받을 때까지 양도인에게 발생한 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
여기서 대항사유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 채권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았다는 사유
  • 변제·면제 등으로 채권이 이미 소멸했다는 사유
  • 동시이행항변권 등 채권행사를 저지하는 사유
  • 해제·취소 등 채권의 존속을 배척하는 사유
  • 양도인에 대한 반대채권을 이용한 상계
채권양도 통지 당시 상계적상에 이르지 않아도 됨
채무자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을 당시 이미 양도인에 대한 반대채권 발생의 원인이 존재했다면, 그때 반드시 쌍방 채권의 변제기가 모두 도래하여 상계할 수 있는 상태일 필요는 없다.
통지 이후 상계적상에 이르면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공단이 채권양도 통지를 받기 전에 의사의 의료법 위반행위와 위법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공단의 손해배상채권 발생 원인은 채권양도 통지 전에 이미 존재하였다.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의 효과
채무자가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하면 양도인에게 주장할 수 있었던 기존 대항사유를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채무자의 승낙을 신뢰하여 채권을 양수한 사람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인정되면 채무자는 기존에 양도인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이를 이용해 양수인에게 상계로 대항하지 못할 수 있다.
단순한 채권양도 확인과 이의 없는 승낙은 다름
채무자가 채권양도 사실을 알고 있음을 표시했다고 해서 반드시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한 것은 아니다.
양자는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 채권양도 사실의 확인: 양도통지가 접수되었거나 채권양도 사실을 인식했다는 표시
  •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 양도된 채권에 기존의 대항사유가 없다는 신뢰를 양수인에게 부여하는 행위
후자는 채무자가 기존의 대항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하지 못하게 되는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의 판단 기준
명시적으로 “모든 항변을 포기한다”거나 “채권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표시해야만 이의 없는 승낙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채무자의 행위가 양수인에게 양수채권에 관한 대항사유가 없다고 신뢰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 채무자가 한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 그 행위를 하게 된 동기와 경위
  • 행위로 달성하려고 한 목적
  • 채무자의 진정한 의도
  • 행위 전후 채무자가 보인 태도
  • 확인서나 승낙서에 기재된 면책·유보 문구
  • 양도채권의 발생 여부와 금액이 확정되어 있었는지
  • 양수인이 객관적으로 대항사유가 없다고 신뢰할 만했는지
일부 변제만으로 이의 없는 승낙이 되지는 않음
채무자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뒤 양수인에게 양수채권 일부를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기존 대항사유를 모두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공단이 약 3,331,000,000원을 저축은행에 지급한 것은 채권양도 통지에 따라 지급 상대방을 양수인으로 처리한 것이었다.
공단은 당시 의사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이를 알게 된 후에는 곧바로 지급을 중단하였다. 따라서 앞선 지급행위만으로 공단이 모든 대항사유를 포기했다고 볼 수 없었다.

이 사건의 판단

대법원은 공단이 발급한 확인서와 이후의 지급행위만으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확인서는 채권양도 또는 압류 내역의 접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민원서류였다.
  • 발급목적이 ‘확인용’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 다른 업무의 증빙자료로 사용하여 발생한 책임을 공단에 물을 수 없다는 문구가 있었다.
  • 양도 대상에는 향후 발생할 요양급여비용채권이 포함되어 있어 확인서 발급 당시 발생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
  • 이러한 상황에서 공단이 의사에 대한 모든 대항사유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았다.
  • 공단은 의사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저축은행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였다.
  • 공단은 의료법 위반 사실을 알게 된 후 지급을 중단하였다.
  • 확인서의 제한·면책 문구는 공단이 대항사유 단절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포괄적인 유보로 볼 여지도 있었다.
따라서 공단의 확인서 발급은 채권양도 사실을 확인한 것일 뿐, 기존 대항사유가 없다고 보증하거나 이를 포기한 행위가 아니었다.

결론

채무자가 채권양도 통지를 접수하고 이를 확인하는 문서를 발급하거나 양수인에게 일부 금액을 지급했다고 해서 곧바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의 행위가 양수인에게 양도채권에 아무런 대항사유가 없다고 신뢰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행위의 목적·경위·내용과 전후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공단의 확인서 발급과 일부 지급만으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있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따라서 환송심에서는 공단의 상계항변이 인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다시 심리하게 되었다.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