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번호
관련규정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제25조(신규 전자등록의 신청)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제30조(전자등록주식 등의 양도)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제36조(증권·증서의 발행 금지)
상법 제336조 제1항(주식의 양도방법)
상법 제356조의2(주식의 전자등록)
상법 제358조의2(주권의 불소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8조의2(금융투자상품시장 등)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회사의 감사로 재직하면서 피고 회사로부터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았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는 일정 기간 이상 재임할 것이 요구되었다. 원고가 감사로 재선임되었는지, 재임기간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재선임되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퇴임한 경우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먼저 문제 되었다.
원심은 원고가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재선임되어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필요한 2년의 재임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감사로 재선임되지 않아 재임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더라도, 원고 자신의 책임 있는 사유로 퇴임한 것이 아니므로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은 피고 회사가 원고로부터 주식매수선택권 행사대금을 지급받은 다음 원고에게 피고 회사 발행 보통주식 482,443주를 표창하는 주권을 발행하여 인도하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원심 변론종결 전인 2019년 9월 16일 전자증권법이 시행되었고, 당시 피고 회사 주식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었다.
따라서 원고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여부와 별도로, 전자증권법 시행 이후 상장회사를 상대로 실물 주권의 발행과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다.
법리
1. 대법원은 원고의 주식매수선택권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고가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필요한 재임요건을 충족하였거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퇴임하여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거나 벤처기업법상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요건, 퇴직 감사의 권리·의무, 계약해석 및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의 핵심은 원고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이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그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해야 하는지에 있다.
2. 전자증권법은 실물 주권을 전자등록으로 대체하였다
전자증권법은 주식·사채 등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실물 증권 대신 전자등록계좌부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이 법은 2016년 3월 22일 제정되어 2019년 9월 16일부터 시행되었다.
발행인이 상장주식 등을 새로 발행하거나 기존 주식을 권리자에게 취득하게 하려면 전자등록기관에 신규 전자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상장주식은 발행회사가 별도로 신규 전자등록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전자증권법 시행일부터 법률에 따라 전자등록주식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실물 주권의 발행과 보유를 전제로 한 종전의 권리실현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3. 전자등록주식에는 주권이나 증서를 발행할 수 없다
전자증권법 제36조는 전자등록계좌부에 전자등록된 주식에 대하여 증권 또는 증서를 발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여 발행된 증권이나 증서는 효력이 없다.
전자증권법 시행 전에 이미 주권이 발행되어 있던 상장주식도 전자등록주식으로 전환되는 기준일부터 기존 주권의 효력을 상실한다.
결국 전자증권법 시행 이후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유효한 실물 주권이 새로 발행될 수도 없고, 종전에 발행된 주권이 계속 유효하게 존재할 수도 없다.
따라서 회사에 실물 주권을 발행하여 인도하라고 명하는 판결은 법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급부를 명하는 결과가 된다.
4. 전자등록주식의 취득과 양도는 계좌부 등록으로 이루어진다
전자등록주식의 권리관계는 실물 주권의 작성·교부가 아니라 전자등록계좌부의 등록을 통하여 형성된다.
전자등록주식의 양도는 권리자가 전자등록기관 또는 계좌관리기관에 계좌 간 대체를 신청하고, 그에 따라 계좌 간 대체의 전자등록이 이루어져야 효력이 발생한다.
신주를 취득하는 경우에도 발행회사가 신규 전자등록을 신청하고 권리자의 증권계좌에 해당 주식이 전자등록되는 방식으로 권리가 귀속된다.
따라서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자가 상장회사의 신주를 취득하는 경우 청구의 목적은 물리적인 주권의 발행·인도가 아니라 전자등록을 통한 주식 취득이어야 한다.
5. 주식매수선택권의 실체적 권리와 이행방법은 구별해야 한다
원고가 주식매수선택권을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피고 회사에 실물 주권의 발행·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전자증권법 시행으로 주권이라는 물리적 증서의 발행이 금지되었더라도 주식매수선택권이나 그 행사에 따른 주식취득청구권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권리의 이행방법이 실물 주권의 발행·교부에서 전자등록계좌부에 대한 신규 등록으로 변경된다.
따라서 법원은 주식매수선택권의 성립과 행사요건을 인정하더라도 전자증권법에 부합하는 이행방법을 기준으로 청구취지와 주문을 구성해야 한다.
6. 법률 변경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
전자증권법은 소송이 시작된 후 또는 주식매수선택권이 부여된 후에 시행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행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법률과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장래의 이행을 명하는 것이므로, 변론종결 당시 시행 중인 전자증권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심 변론종결 전에 전자증권법이 이미 시행되었고 피고 회사 주식도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었다.
따라서 원고의 주식매수선택권이 전자증권법 시행 전에 부여되었거나 행사요건이 그전에 형성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실물 주권의 발행·인도를 명할 수는 없다.
7. 법원은 당사자의 상고이유와 관계없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고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요건에 관한 피고 회사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이 명한 실물 주권의 발행·인도가 전자증권법에 반한다는 점을 직권으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는 청구된 급부가 법률상 허용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는 것인지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 여부와 관계없이 심리해야 할 법률적 사항이기 때문이다.
8. 실무상 청구취지는 전자등록 방식에 맞게 구성해야 한다
상장회사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 신주인수권 또는 주식 이전 관련 소송에서는 실물 주권의 발행·인도를 청구해서는 안 된다.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사안이라면 회사에 전자등록기관에 대한 신규 전자등록 신청 등 필요한 절차의 이행을 구해야 한다.
이미 발행된 전자등록주식을 이전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면 전자등록기관 또는 계좌관리기관의 계좌 간 대체등록에 필요한 신청이나 협력행위를 청구해야 한다.
청구취지에는 주식의 종류와 수, 전자등록을 받을 증권계좌 및 회사가 이행해야 할 구체적 절차를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할 필요가 있다.
실물 주권의 발행·인도를 구하는 청구를 그대로 유지하면 주식취득권 자체가 인정되더라도 청구방식이 법률에 맞지 않아 판결이 파기되거나 청구가 배척될 수 있다.
결론
대법원은 원고가 감사 재임요건 등을 충족하여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실체적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자증권법 시행 이후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유효한 실물 주권이 발행되거나 존재할 수 없으므로, 피고 회사에 보통주식 482,443주를 표창하는 주권을 발행하여 인도하라고 명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의 주식매수선택권을 전자증권법상 전자등록 방식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전자증권법 시행 전 형성된 주식취득권이나 주식매수선택권도 그 실체적 권리 자체는 유지될 수 있지만, 상장주식에 대한 권리실현 방법은 반드시 전자등록 방식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최초의 중요한 판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