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결권구속약정을 위반한 주주에게 약정상 이사회 구성을 회복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를 명할 수 있는지

핵심 결론 의결권구속약정은 당사자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유효하나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약정 위반으로 이사회 구성이 변경된 경우 상대방은 시정 안건에 찬성할 의무의 이행과 간접강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다219577
판례번호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0다219577 판결

관련규정

상법 제368조(총회의 결의방법과 의결권의 행사)

상법 제376조 제1항(결의취소의 소)

상법 제380조(결의 무효 및 부존재 확인의 소)

민법 제105조(임의규정)

민사집행법 제261조 제1항(간접강제)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외국회사들로서 국내에 합작회사를 설립·운영하기 위하여 2016년 10월 16일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였다.

합작투자계약에는 합작회사의 이사회를 총 4명으로 구성하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2명의 이사를 지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합작회사는 이 약정에 따라 설립되었고, 최초 이사회도 원고 측 추천 이사 2명과 피고 측 추천 이사 2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2018년 8월 6일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3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하였다. 그 결과 이사는 총 7명이 되었고, 그중 피고 측이 추천하여 선임된 이사가 5명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합작투자계약상 이사회 구성 약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측이 추천하여 선임된 이사 5명 중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피고가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청구하였다.

원심은 피고에게 위 해임 안건에 찬성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의무이행 완료일까지 하루 1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간접강제를 명하였다.

법리

1. 주주 사이의 의결권구속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의결권구속약정이란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일정한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행사하지 않기로 다른 주주와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약정도 사적 자치에 따라 체결되는 계약이므로, 그 내용이나 목적이 강행규정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한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이사회를 총 4명으로 구성하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2명의 이사를 지정하기로 한 약정은 단순한 이사 추천권 약정에 그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의결권 행사를 통하여 그 이사회 구성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의결권구속약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는 상대방에 대하여 합작회사의 이사회가 약정과 다르게 구성되지 않도록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를 부담한다.

2. 의결권구속약정은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의결권구속약정은 계약 당사자인 주주들 사이에서만 채권적 효력을 가진다. 주주권의 내용이나 회사의 기관 구성에 직접적인 단체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주가 약정과 다른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그 의결권 행사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약정 위반 의결권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가 성립한 경우에도 그 약정 위반만을 이유로 결의가 무효 또는 취소된다고 볼 수 없다.

약정의 상대방도 회사를 상대로 의결권구속약정 위반을 주장하면서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 회사와 다른 주주들은 해당 약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의결권구속약정의 효력을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첫째, 주주 사이의 계약관계에서는 약정의 구속력이 인정된다.

둘째, 회사관계에서는 약정과 다른 의결권 행사나 그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가 당연히 무효로 되지 않는다.

즉, 의결권구속약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채권적 효력’에 한정된다.

3. 약정 위반의 결과를 시정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도 청구할 수 있다


피고가 약정을 위반하여 추가 이사 3명의 선임에 찬성했고, 그 결과 이사회가 약정과 다른 상태로 변경되었다. 원고는 이미 성립한 추가 이사 선임결의를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무효로 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원고는 약정 상대방인 피고에게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그 이행 방법에는 약정 위반 상태를 제거하고 원래 약정한 이사회 구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의결권 행사도 포함된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피고 측 추천 이사 5명 중 3명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의결권구속약정 위반에 대한 구제수단이 손해배상에 한정되지 않고, 약정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구하는 이행청구까지 포함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시정 방법도 약정의 내용과 위반행위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약정 위반으로 피고 측 추천 이사가 2명에서 5명으로 증가했으므로, 그중 3명을 해임하는 것이 원래 약정한 상태를 회복하는 직접적인 방법이었다.

4. 의결권 행사 의무에 대해서는 간접강제가 가능하다


특정 안건에 찬성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는 채무자가 스스로 이행하지 않으면 제3자가 대신하여 동일한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 부대체적 작위채무에 해당한다.

이러한 의무에 대해서는 민사집행법 제261조에 따른 간접강제가 허용된다. 법원은 채무자에게 상당한 기간 내에 의무를 이행하도록 명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지체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간접강제는 채무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예고하여 자발적인 이행을 유도하는 집행방법이다. 동시에 정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법정 제재금의 성격도 가진다.

간접강제 배상금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정한다.

사건의 경위와 당사자의 관계
채무자의 자력과 태도
의무의 내용과 이행의 난이도
약정 위반의 정도
위반으로 채무자가 얻는 이익
채권자가 입게 되는 손해와 회복의 곤란성

대법원은 피고가 의결권 행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하루 1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의 간접강제 명령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결론

대법원은 이사회를 4명으로 구성하고 각 주주가 2명씩 이사를 지정하기로 한 합작투자계약 조항을 유효한 의결권구속약정으로 보았다.

피고가 약정을 위반하여 추가 이사 3명의 선임에 찬성한 경우, 그 주주총회 결의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약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하여 피고 측 추천 이사 3명의 해임 안건에 찬성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의결권 행사 의무에 대한 하루 100만 원의 간접강제도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은 주주간계약의 효력이 회사의 단체법적 질서에는 직접 미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는 약정 위반 상태를 원상회복하는 구체적 의결권 행사와 그에 대한 간접강제까지 청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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