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3다271798 판결
이 판결의 핵심은 상장회사의 주요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져 회사의 경영과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더라도, 이를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인 ‘증권에 관한 소송’으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에는 과징금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수반되므로 제출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회사의 경영이나 발행 증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이 보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코스닥 상장회사의 공장용지와 공장건물 등에 관하여 채권자의 신청에 따른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해당 회사는 경매개시결정문을 송달받은 후 즉시 공시하지 않고 약 2∼3주가 지나서야 경매개시결정 사실을 공시하였으며, 그다음 날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습니다. 이후 회사는 경매 관련 공시를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회사 주주들은 임의경매개시결정이 회사의 회생절차 신청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이고 회사의 경영·재산과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데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들이 이를 법정기간 내에 공시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임의경매개시결정이 회사의 회생절차 신청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이고 회사의 경영 및 재산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는 회사가 발행한 증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회사가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고 주주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3.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
구 자본시장법 제161조 제1항 제9호와 같은 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은 법인의 경영·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다음 증권에 관한 소송이 제기된 경우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발행한 어음 또는 수표
양도성예금증서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쟁점은 시행령상 ‘소송’을 해당 증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소송으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증권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소송까지 포함할 것인지였습니다.
4. 대법원의 엄격한 해석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1조 제3항 제2호에서 말하는 ‘소송’은 시행령 제167조 제1항 제2호 각 목에 열거된 증권 자체에 관한 소송만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재산이나 증권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와 관련된 모든 소송이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엄격하게 해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5. 주요사항보고와 거래소 수시공시의 구별
자본시장법 제정 전에는 상장법인이 상장증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경우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모두에 신고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기존 수시공시 사항 가운데 특별히 중요한 사항만을 분리하여 금융위원회에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 밖의 사항은 거래소의 자율규제에 따른 수시공시 대상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이는 기업이 같은 사항에 관하여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이중으로 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거래소 규정상 수시공시 대상에 해당하거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사유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까지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6. 제재규정에 따른 엄격해석의 필요성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이 함께 부과되는 규정은 그 적용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증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라는 포괄적 기준만으로 제출의무를 인정하면, 어느 정도의 영향이 ‘중대한 영향’인지 불명확하여 그 해석상 위험을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회사는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자신과 관련된 거의 모든 소송을 주요사항보고서로 제출해야 할 수 있고, 이는 주요사항보고서 제도를 특별히 중요한 사항으로 한정한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7. ‘증권에 관한 소송’과 ‘증권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의 구별
이 판결은 다음 두 개념을 명확하게 구별하였습니다.
증권에 관한 소송: 법령이 열거한 어음·채무증권·지분증권 등의 권리관계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
증권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 회사의 자산이나 영업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결과가 간접적으로 증권가격이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은 전자에 한정됩니다.
회사 소유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는 회사의 재산상태와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회사가 발행한 증권의 권리관계 자체에 관한 소송은 아닙니다. 따라서 시행령이 정한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인 ‘소송’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8.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임의경매개시결정은 회사가 소유한 공장용지와 건물을 대상으로 한 담보권 실행절차입니다.
그 경매가 회사의 회생절차 신청을 초래하거나 회사의 재산상태와 발행주식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그것이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임의경매개시결정이 회사의 증권 자체에 관한 소송이 아니므로, 그 사실만으로 회사에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 위반을 전제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아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9. 판결의 핵심 취지
이 판결의 취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재산 또는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송이라고 하더라도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시행령이 정한 ‘소송’은 법령에 열거된 증권 자체에 관한 소송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증권 가치에 간접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까지 포함할 수 없다.
이는 공시의 중요성을 부정한 판결이 아닙니다. 동일한 사실이 거래소 공시규정에 따른 수시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이 되는지는 구별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10.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는 주요사항보고서는 법령이 정한 특별히 중요한 사항에 한정됩니다.
둘째, 거래소의 수시공시제도는 보다 폭넓은 투자정보의 공개를 목적으로 하므로 주요사항보고서보다 넓은 범위의 사항을 공시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셋째, 거래소 공시의무 위반이 인정되었다고 해서 자본시장법상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 위반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넷째, 과징금과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공시의무 규정은 문언과 위임 범위를 넘어 확장해석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판결은 투자자에게 중요하다는 실질적 사정만으로 법정 공시의무를 확대할 수 없으며, 각 공시제도의 법적 근거와 대상·제재를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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