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사의 법령 위반행위(담합행위)로 회사가 얻은 이익과 손익상계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1다256696, 256702 판결

1. 사건의 배경

회사의 대표이사는 다른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판매업체들과 가격경쟁을 자제하고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거나 인하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가격담합은 약 4년 6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실행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하여 회사에 약 159억 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회사와 대표이사는 형사재판에서도 각각 벌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회사의 주주들은 대표이사의 법령 위반행위로 회사가 과징금과 벌금을 부담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상법 제403조에 따른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표이사는 가격담합으로 회사의 판매가격과 영업이익이 증가하였으므로, 회사가 얻은 이익을 과징금·벌금 상당의 손해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 핵심 쟁점

핵심 쟁점은 이사가 법령을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동시에 그 위법행위로 회사가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을 손해액에서 공제하는 손익상계가 허용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를 부정하였다.

3. 일반적인 손익상계의 법리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동시에 이익이 생긴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을 손해액에서 공제할 수 있다.

다만 손익상계가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된 행위로 피해자가 새로운 이익을 얻어야 한다.

둘째, 그 이익과 책임 원인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셋째, 그 이익이 배상의무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와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동일한 행위에서 손해와 이익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손익상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와 이익 사이에 법적·경제적 대응관계까지 인정되어야 한다.

4. 이사의 법령 위반행위에는 손익상계를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

대법원은 일반적인 손익상계의 요건을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사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위법행위로 회사가 얻은 이익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회사는 범죄를 영업수단으로 삼을 수 없다

회사는 적법한 기업활동을 통하여 이익을 추구해야 하며, 범죄나 법령 위반을 수단으로 수익을 창출해서는 안 된다.

가격담합으로 회사의 판매수익이 증가하였더라도, 그 이익은 적법한 기업활동을 통하여 얻은 정상적인 영업이익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

나. 위법한 이익의 보유를 승인하는 결과가 된다

위법행위로 얻은 이익을 회사가 부담한 과징금이나 벌금 상당의 손해에서 공제하면, 결과적으로 회사가 위법행위로 취득한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승인하는 셈이 된다.

즉, 다음과 같은 구조가 형성된다.

이사가 법령을 위반하여 회사에 이익을 발생시킨다.
그 위법행위가 적발되어 회사가 과징금·벌금을 부담한다.
이사는 회사가 얻은 위법한 이익만큼 자신의 배상책임을 감면받는다.

이러한 결과는 회사와 이사에게 법령 위반을 통한 이익 추구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다. 이사의 법령 위반과 회사의 범죄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사용자가 지적한 것처럼, 이 판결은 손익상계를 허용할 경우 이사의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인 판단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위법행위로 얻은 이익을 손해액에서 공제하는 것이 이사의 법령 위반행위와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손익상계가 허용되면 이사는 위법행위가 성공하여 회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수록 자신의 손해배상책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는 위법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고, 적발되더라도 그 이익을 배상책임에서 공제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라. 손해배상제도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단순히 회사의 최종적인 재산 상태만을 계산하는 제도가 아니다. 이사가 법령과 정관을 준수하여 회사의 업무를 적법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규범적 기능도 갖는다.

따라서 위법행위로 발생한 이익을 이유로 이사의 책임을 부정하거나 감축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를 넘어, 이사의 법령준수의무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5. 손익상계의 요건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

대법원은 규범적 이유만으로 손익상계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주장된 가격담합 이익이 일반적인 손익상계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부정적으로 판단하였다.

가격담합으로 회사가 실제로 새로운 이익을 얻었는지, 그 이익이 가격담합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나아가 그 이익이 회사가 부담한 과징금 및 벌금 상당의 손해와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가격담합 이후의 매출 또는 영업이익 증가에는 원가, 판매량, 시장 상황, 경쟁 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또한 담합으로 증가한 판매이익과 국가가 제재 목적으로 부과한 과징금·벌금은 법적 성질도 다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다음 두 단계 모두에서 손익상계가 배제된다.

가격담합 이익과 과징금·벌금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및 대응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설령 경제적 이익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이를 공제하는 것은 위법행위를 조장하고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에 반하므로 허용할 수 없다.
6. 손익상계와 책임제한은 구별된다

이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대법원이 위법행위로 발생한 회사의 이익을 손익상계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반 사정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허용하였다는 점이다.

이사의 책임을 제한할 때에는 다음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사업의 내용과 성격
임무 위반의 경위와 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확대에 관여한 객관적 사정
이사의 평소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 위반으로 이사가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의 유무
회사 조직체계의 흠결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이 사건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대표이사의 책임을 손해액의 60%로 제한하였고, 대법원도 이를 수긍하였다.

따라서 판결의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위법행위로 회사가 얻은 이익을 손해액에서 직접 공제하는 손익상계는 허용되지 않지만, 이사의 책임이 지나치게 가혹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책임제한은 별도로 가능하다.

손익상계는 위법한 이익의 보유를 승인하면서 그만큼 책임의 발생범위를 축소하는 제도인 반면, 책임제한은 이사의 책임이 성립하고 손해액이 확정된 것을 전제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하여 최종 배상액을 조정하는 제도라는 차이가 있다.

7.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이사의 법령준수의무와 손익상계 법리의 관계를 명확히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사가 법령을 위반하여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거나 줄일 수는 없다. 기업의 최종적인 경제적 손익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수익성이 높은 위법행위일수록 이사의 책임이 감소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활동의 수익성은 법령 위반을 정당화할 수 없고, 위법행위로 얻은 회사의 이익은 그 행위로 발생한 회사의 손해와 상계할 수 없다. 이를 허용하면 위법한 이익의 보유를 승인하고 이사의 법령 위반과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에서 제시한 이해가 정확하다. 다만 표현을 보다 엄밀하게 하면, 대법원은 단순히 “손익상계가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정책적 고려만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라, ① 회사가 범죄를 기업활동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 ② 위법한 이익의 보유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적 판단, ③ 이사의 법령 위반과 회사의 범죄를 조장할 위험, ④ 손해배상제도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는 점을 종합하여 손익상계를 부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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