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의 변경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집중투표청구’의 적법성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의 변경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집중투표청구’의 적법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1.자 2024카합21996 결정 —

1. 결정의 의미

이 사건은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 규정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주주가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한 경우, 같은 주주총회에서 곧바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지를 다룬 결정이다.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
위 정관 변경안이 가결될 것을 조건으로 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관 변경을 조건으로 하는 주주제안 자체는 허용될 수 있지만, 정관 변경을 조건으로 미리 집중투표를 청구하는 것은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집중투표청구 당시 회사 정관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었다면 그 청구는 부적법하고, 이후 같은 주주총회에서 정관 배제조항이 삭제되더라도 그 청구가 소급하여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법원은 부적법한 집중투표청구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의안이 주주총회에 상정되면 결의방법 또는 결의내용이 법령에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의안상정을 금지하였다.

반면 단순히 주주 또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자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특정한 이사 선임 의안을 반드시 상정하도록 요구할 일반적인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2. 사건의 기본 구조

채권자는 채무자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4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채권자의 특별관계인 보유분까지 합산하면 채권자 측 지분은 약 40.97%였다.

채권자는 채무자 회사에 다음 안건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하였다.

신규 이사 14인 선임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채무자 이사회는 2025. 1. 23. 위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 당시 신규 이사 14인은 집중투표가 아닌 일반적인 단순투표 방식으로 선임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그 후 채무자 회사의 다른 주주가 다음과 같은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청구를 하였다.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을 삭제하여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안
위 정관 변경안이 가결될 것을 조건으로 같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 달라는 청구

채무자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 의안들을 추가하였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정관 변경안이 가결될 경우 집중투표 방식으로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의안
정관 변경안이 가결되면 기존 단순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은 자동 폐기한다는 조건

이에 채권자는 조건부 집중투표청구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에 대한 상정금지와 단순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에 대한 상정명령을 구하였다.

3. 상법상 집중투표청구권의 구조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은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한 경우에는 집중투표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의 소집이 있는 때에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상장회사에는 상법 제542조의7의 특례가 적용된다.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청구는 원칙적으로 주주총회일의 6주 전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적법한 집중투표청구를 위해서는 다음 요건이 필요하다.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가 소집될 것
법정 지분요건을 갖출 것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을 것
상장회사의 경우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청구할 것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회사에 청구할 것
4. 집중투표 배제 정관은 ‘청구권 행사요건’인가

채무자 회사는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의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부분이 집중투표청구의 적법요건이 아니라 실제 집중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요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더라도 주주는 미리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정관이 변경되면 바로 집중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상법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판단하였다.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은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집중투표 실시 단계만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투표청구권의 행사 자체를 제한하는 요건이다.

따라서 집중투표청구 당시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규정이 존재하면 주주는 적법하게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집중투표청구가 이루어진 2024. 12. 10. 당시 채무자 회사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해당 집중투표청구는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을 위반한 부적법한 청구로 판단되었다.

5. 정관 변경을 조건으로 한 집중투표청구의 적법성
가. 조건부 주주제안과 조건부 집중투표청구의 구별

정관 변경을 조건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정관상 허용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순차적인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먼저 해당 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안을 가결한다.
정관 변경이 이루어지면 그에 기초한 후속 의안을 심의한다.

그러나 법원은 조건부 주주제안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는 이유만으로 조건부 집중투표청구까지 당연히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나. 주주제안권과 집중투표청구권의 규정 차이

상법 제363조의2 제1항은 일정한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총회일 6주 전에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규정에는 집중투표청구권에 관한 상법 제382조의2 제1항과 달리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제한이 없다.

즉, 주주제안권은 제안 당시 현행 정관과 다른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제출하는 것을 예정할 수 있다. 반면 집중투표청구권은 청구 당시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규정이 없어야 한다는 별도의 법정요건이 존재한다.

따라서 다음 두 행위는 법적으로 구별된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정관 변경 의안을 제안하는 행위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해 달라고 청구하는 행위

전자는 주주제안권의 행사이고, 후자는 상법 제382조의2에 따른 별도의 형성적·절차적 권리행사이다.

6. 정관 변경안 가결 후 집중투표청구가 효력을 발생하는지

채무자 회사는 집중투표청구가 정관 변경안의 가결을 정지조건으로 한 것이므로, 정관이 변경되는 순간 청구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구조도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조건부 집중투표청구의 효력이 정관 변경안이 가결되는 때 발생한다고 보면, 집중투표청구는 주주총회 당일에야 비로소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청구는 상법 제542조의7 제1항에 따라 주주총회일의 6주 전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주주총회 당일 효력이 발생한 청구는 법정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 된다.

결국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는 다음 중 어느 관점에서도 적법해질 수 없다.

청구 시점 기준: 정관이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으므로 부적법하다.
정관 변경 시점 기준: 주주총회 당일 효력이 발생하므로 6주 전 청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7. 회사가 법정기간을 임의로 단축할 수 있는지

채무자 회사는 상장회사의 6주 전 집중투표청구 요건은 회사의 준비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회사가 청구를 받아들이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중투표청구 기간은 회사만을 위한 임의규정으로 보기 어렵다. 집중투표가 실시되는지 여부는 다음 당사자 모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사 후보를 추천한 주주
다른 주주와 기관투자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준비하는 주주
이사 후보자
회사와 이사회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일반주주

법정기간은 회사의 행정적 편의뿐 아니라 주주들이 이사 후보와 투표방법을 검토하고 의결권 행사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능을 가진다.

회사가 임의로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석하면,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정관이 있는 회사에서 이사회 또는 현 경영진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청구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거절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은 이러한 결과가 거래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하였다.

8. 회사에 지나치게 무거운 준비의무가 발생하는 문제

법원은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를 일반적으로 허용할 경우의 실무적 문제도 고려하였다.

우리나라의 다수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주주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과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를 함께 제출할 때마다 회사가 같은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까지 실시할 준비를 해야 한다면, 회사에는 상당한 부담이 발생한다.

회사는 다음 사항을 모두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안 가결 여부에 따른 복수의 이사 선임 절차
단순투표와 집중투표에 따른 서로 다른 투표용지
전자투표 시스템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자료
집중투표 방식에 따른 득표 산정
정관 변경안 결과에 따른 의안 폐기와 대체
주주에 대한 사전 공고와 설명

법원은 상법에 명문의 근거도 없는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를 인정하면서 회사에 이러한 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9. 부적법한 집중투표청구를 전제로 한 결의의 하자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은 집중투표청구가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상정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집중투표청구는 청구 당시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규정이 존재하였으므로 부적법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상태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면 다음과 같은 결의의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 결의방법의 법령 위반

적법한 집중투표청구가 없음에도 집중투표 방식으로 결의하였다면, 이는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에 위반된 결의방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법 제376조 제1항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취소사유가 될 수 있다.

나. 결의내용의 법령 위반

정관상 집중투표를 실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집중투표를 내용으로 이사를 선임하였다면, 결의내용 자체가 법령에 위반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 경우 상법 제380조에 따른 결의무효확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은 취소사유인지 무효사유인지를 최종적으로 하나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가처분 단계에서는 적어도 결의취소 또는 무효확인 가능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10.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채권자는 장래 해당 의안이 가결되면 행사할 수 있는 다음 권리를 피보전권리로 주장하였다.

상법 제376조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취소청구권
상법 제380조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무효확인청구권

일반적으로 주주총회 결의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는 결의가 이루어진 후 제기하는 사후적 구제수단이다.

그러나 결의가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의안 자체에 명백한 법적 하자가 있고, 결의 후의 소송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이 예상된다면 장래의 결의취소·무효확인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의안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이 가능하다.

법원은 부적법한 집중투표청구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결의가 취소되거나 무효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피보전권리를 인정하였다.

11. 보전의 필요성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이 가결되면 다수의 이사가 새로 선임되고, 이들은 즉시 회사의 업무집행과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 후 결의취소 또는 무효확인 소송이 제기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다음과 같은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

선임된 이사의 지위가 불확정한 상태에 놓인다.
해당 이사들이 참여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이 문제 된다.
대표이사 선임 등 후속 기관결정의 효력이 다투어진다.
회사의 거래상대방과 이해관계인의 법적 안정성이 훼손된다.
경영권 분쟁과 회사 운영의 혼란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법원은 결의 후 사후적으로 취소 또는 무효를 다투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혼란을 충분히 방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 자체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적 가처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12. 단순투표 이사 선임 의안의 상정을 명할 수 있는지

채권자는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이 위법하다면, 정관 변경안의 가결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최초 소집청구한 단순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을 반드시 상정하도록 명해 달라고 신청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분을 기각하였다.

가. 일반적인 주주권만으로 적극적 작위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음

주주가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의결권과 각종 소수주주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주주권 일반으로부터 회사에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라고 요구할 포괄적인 권리가 곧바로 도출되지는 않는다.

상법은 주주제안권,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및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등에 관하여 각각 행사요건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명문의 규정 없이 단순히 주주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특정 의안을 반드시 상정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의 한계

상법 제366조에 따른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도 회사에 특정 의안을 반드시 상정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직접적인 작위청구권은 아니다.

회사가 소집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이것이 상법이 마련한 구제수단이다.

따라서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으로부터 회사가 소집하는 주주총회에서 특정 의안을 반드시 상정하도록 요구할 권리까지 도출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13. 소극적 금지청구와 적극적 상정청구의 구별

이 결정은 주주의 사전적 권리구제에서 다음 두 청구를 구별하였다.

소극적 금지청구

위법한 의안이 상정되고 가결되면 결의취소 또는 무효사유가 발생하고, 이사 지위에 관한 중대한 혼란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장래의 결의취소·무효확인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의안상정금지를 구할 수 있다.

적극적 작위청구

반면 회사가 특정 의안을 반드시 상정하도록 요구하려면 그 작위를 청구할 명확한 실체법상 권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주주권이나 상법 제366조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위법한 기관행위를 막는 권리와 회사에 특정한 기관행위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요구하는 권리는 별개의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14. 정관 변경 후 집중투표를 실시하는 적법한 절차

이 결정의 취지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을 둔 상장회사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면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차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주가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안을 제안한다.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로 정관 변경안을 가결한다.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한다.
그 후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후속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주주는 후속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집중투표를 청구한다.
후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한다.

따라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과 실제 집중투표에 따른 이사 선임은 동일한 주주총회에서 연속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다만 정관 변경의 효력발생 시점, 집중투표청구 기간 및 주주총회 소집절차를 달리 설계할 수 있는 특별한 계약 또는 법률상 근거가 있다면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15. 이 결정의 한계

이 결정은 본안판결이 아니라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결정이다.

따라서 조건부 집중투표청구의 위법성을 대법원이 확정적인 판례법리로 선언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가처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다음 사항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집중투표청구가 부적법할 가능성
집중투표에 따른 이사 선임 결의가 취소 또는 무효가 될 가능성
결의 후 이사 지위와 회사 운영에 중대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

그럼에도 상법 제382조의2와 제542조의7의 문언, 정관 배제조항의 효력 및 법정 청구기간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6. 법리적 의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1.자 2024카합21996 결정의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의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는 집중투표 실시요건뿐 아니라 집중투표청구권의 행사요건이다.

둘째, 집중투표청구 당시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으면 그 청구는 부적법하다.

셋째,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을 삭제하는 주주제안은 가능하지만, 그 정관 변경안의 가결을 조건으로 한 집중투표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넷째, 조건부 집중투표청구가 정관 변경안 가결 시 효력을 발생한다고 보더라도 주주총회 당일에야 청구 효력이 발생하므로, 상장회사의 6주 전 청구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다섯째, 회사가 임의로 6주 전 청구요건을 단축하거나 면제할 수는 없다. 이는 회사의 편의뿐 아니라 다른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거래안전 및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부적법한 집중투표청구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결의는 결의방법의 법령 위반으로 취소될 수 있고, 결의내용의 법령 위반으로 무효가 될 여지도 있다.

일곱째, 위법한 이사 선임 결의로 발생할 회사 운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결의 전에 의안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이 허용될 수 있다.

여덟째, 일반적인 주주권이나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만으로 회사에 특정 의안을 반드시 상정하도록 요구하는 적극적인 작위청구권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를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 규정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주주가 적법하게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없다. 집중투표 배제 정관을 삭제하는 주주제안은 가능하지만, 그 정관 변경안이 같은 주주총회에서 가결될 것을 조건으로 미리 집중투표를 청구하는 것은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정관 변경안 가결 시점에 청구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더라도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일 6주 전 청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러한 청구를 전제로 한 집중투표 이사 선임 의안은 결의취소 또는 무효사유가 될 수 있어 사전에 상정을 금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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