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밀수품 추징액은 실제 국내도매가격을 초과할 수 없다

핵심 결론 밀수 녹두의 추징액은 높은 관세율로 계산한 가상가격이 아니라 실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파기환송심은 추징액을 90,861,400원에서 33,765,000원으로 감액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도8611, 2016도14775, 2007도8401

핵심정리

해당 판례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8611 판결 [관세법위반]
  • 피고인: 밀수입된 중국산 녹두 7,000kg을 취득한 사람
  • 쟁점: 몰수할 수 없는 밀수품의 추징액을 관세율에 따른 시가역산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는지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 최종 결과: 파기환송심에서 추징액을 90,861,400원에서 33,765,000원으로 감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제1심
제1심은 피고인이 취득한 밀수입 중국산 녹두 7,000kg 중 압수된 3,000kg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는 나머지 물량에 관하여 90,861,400원의 추징을 명하였다.
피고인에 대해서는 벌금 10,000,000원을 선고하였다.
제1심은 녹두의 국내도착가격 12,266,290원에 미추천 수입 녹두의 관세율 607.5% 등을 반영한 시가역산율표를 적용하여 국내도매가격을 1kg당 12,980원으로 평가하였다.
환송 전 원심
환송 전 원심은 다음과 같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시가역산율표로 산정한 1kg당 12,980원은 실제 시장가격보다 지나치게 높다.
  • 당시 국내산 녹두의 가격도 그보다 낮았으므로 추징액 산정이 부당하다.
환송 전 원심은 제1심의 추징액 산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보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시가역산율표에 따라 계산된 가격과 실제 시장가격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유력한 자료가 있는데도 역산가격을 그대로 추징액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당시 가격은 다음과 같았다.
  • 시가역산율표에 따른 밀수 녹두 가격: 1kg당 12,980원
  • 추천 수입 녹두의 공시 국내도매가격: 1kg당 4,825원 내지 4,850원
  • 국내산 녹두 상품 등급의 국내도매가격: 1kg당 8,250원
역산가격은 추천 수입 녹두 가격의 약 2.7배였고, 품질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국내산 상품 등급의 가격보다도 현저히 높았다.
밀수 녹두가 추천 수입 녹두보다 품질이 좋거나 별도의 고가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증거도 없었다. 대법원은 밀수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으로 수입된 동일 품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가역산율표로 산정한 1kg당 12,980원을 배제하였다.
대신 피고인이 녹두를 취득한 2014년 7월 31일 당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시한 추천 수입 녹두의 국내도매가격 중 하한액인 1kg당 4,825원을 적용하였다.
추징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되었다.
7,000kg × 1kg당 4,825원 = 33,775,000원
여기에서 공범들이 이미 납부한 추징금 10,000원을 공제하였다.
33,775,000원 − 10,000원 = 33,765,000원
따라서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 중 추징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33,765,000원의 추징을 명하였다.
다만 벌금 10,000,000원 등 추징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형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기각하였다.
첨부된 파기환송심 판결문 사건경과란에는 환송판결이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도14775 판결”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의 실제 환송판결은 사건번호와 선고일 및 소송 경과에 비추어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8611 판결이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 관세법 제241조 제1항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면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 등을 세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2호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행위를 밀수입죄로 처벌한다.
  • 관세법 제274조 제1항 제1호 밀수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그 물품을 취득·양도·운반·보관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 관세법 제282조 제1항 관세법 위반과 관련된 물품은 원칙적으로 몰수한다.
  • 관세법 제282조 제2항 범죄에 사용되거나 범죄로 취득한 물품 등의 몰수에 관하여 규정한다.
  • 관세법 제282조 제3항 몰수할 물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범칙 당시 국내도매가격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징한다.
  • 관세법 시행령 제266조 국내도매가격을 도매업자가 수입물품을 무역업자로부터 매수하여 국내도매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방법으로 공개 판매하는 가격으로 규정한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중국에서 밀수입된 녹두라는 사실을 알면서 중국산 녹두 7,000kg을 취득하였다.
해당 녹두의 국내도착가격은 12,266,290원이었다. 미추천 수입 녹두에는 607.5%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므로, 수사기관과 제1심은 이를 시가역산율표에 반영하여 국내도매가격을 90,861,400원, 즉 1kg당 12,980원으로 계산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녹두를 취득한 2014년 7월 31일 당시 실제 시장가격은 크게 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시한 추천 수입 녹두의 국내도매가격은 1kg당 4,825원 내지 4,850원이었고, 국내산 녹두 상품 등급의 가격도 1kg당 8,250원이었다.
제1심의 역산가격인 1kg당 12,980원은 정상적으로 수입된 녹두 가격의 2배를 훨씬 넘었을 뿐 아니라 국내산 상품 등급의 가격보다도 높았다.
피고인은 실제 시장에서는 밀수 녹두를 그러한 가격에 판매할 수 없으므로 90,861,400원을 추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국내도매가격은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는 도매가격을 의미함
관세법 제282조 제3항에서 말하는 국내도매가격은 단순히 수입원가에 관세율을 수학적으로 적용한 가격이 아니다.
이는 도매업자가 수입물품을 무역업자로부터 매수하여 국내도매시장에서 공정하고 공개적인 거래방법으로 판매할 때 형성되는 가격을 뜻한다.
따라서 다음 요소들이 포함된다.
  • 물품의 수입항 도착원가
  • 관세 등 제세금
  • 통관절차에 필요한 비용
  • 도매업자의 적정이윤
  • 실제 국내 도매시장의 수급과 거래가격
시가역산율표는 추정 방법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
시가역산율표는 수입항 도착가격이나 감정가격에 관세, 통관비용 및 적정이윤 등을 더하여 국내도매가격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가격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산정 수단일 뿐이다. 역산 결과가 실제 시장가격과 현저하게 다르다는 유력한 자료가 있으면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추천 수입 녹두의 공시가격과 국내산 녹두의 시장가격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자료는 1kg당 12,980원이라는 역산가격이 실제 국내도매가격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유력한 자료에 해당한다.
높은 관세율이 곧 밀수품의 높은 시장가격을 의미하지 않음
미추천 수입 녹두에는 607.5%라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높은 관세율은 적법하게 수입할 경우 납부해야 할 세금의 크기를 나타낼 뿐, 밀수 녹두가 실제 시장에서 그만큼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비자나 도매상은 동일한 품질의 녹두라면 밀수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상 수입품보다 몇 배 높은 가격을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세율을 기계적으로 더하여 산출한 가격이 실제 시장가격을 현저히 초과한다면, 그 가격을 추징액으로 삼을 수 없다.
추징은 형벌적 부담을 과도하게 부과하기 위한 제도가 아님
몰수는 범죄에 이용되거나 범죄로 취득한 물건을 범인에게서 박탈하는 제도이다. 추징은 그 물건을 이미 처분하여 몰수할 수 없을 때 그 가액을 대신 받아내는 제도이다.
따라서 추징액은 피고인이 해당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가 몰수되었더라면 실제로 잃었을 경제적 이익의 범위에 머물러야 한다.
피고인이 실제로 33,775,000원 정도의 시장가치가 있는 녹두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그 녹두가 몰수될 때 잃는 경제적 이익도 그 정도이다. 이를 넘어 90,861,400원을 추징하면 실제로 박탈할 수 있었던 이익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부담시키게 된다.
파기환송심의 가격 기준
파기환송심은 밀수 녹두와 추천 수입 녹두 사이에 품질이나 거래시장의 차이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범위인 1kg당 4,825원 내지 4,850원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하한액인 4,825원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 피고인에게 추징할 수 있는 금액은 33,775,000원이었고, 공범들이 이미 납부한 10,000원을 공제한 최종 추징액은 33,765,000원이 되었다.

결론

대법원은 관세율을 반영한 시가역산가격이 실제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높다는 자료가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추징액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추천 수입 녹두의 실제 공시가격을 적용하여 추징액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였다.
  • 종전 추징액: 90,861,400원
  • 파기환송심 추징액: 33,765,000원
  • 감액된 금액: 57,096,400원
결국 이 판결은 밀수품의 추징액을 산정할 때 높은 관세율을 적용한 이론상 가격보다 실제 시장에서 그 물품이 거래될 수 있었던 객관적인 도매가격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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