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도11381 판결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국내 모회사인 주식회사 B와 그 대표이사 A
- 상고인: 검사
- 대법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 파기환송심 결과: 피고인들 각 무죄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2. 12. 선고 2018고단3448 판결
- 환송 전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2. 선고 2018노4107 판결
- 환송판결: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도11381 판결
- 파기환송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0. 27. 선고 2020노890 판결
제1심
제1심은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제1심은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0%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하면 그 내국법인을 외국법인 명의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로 보는 시행령 규정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시행령의 간주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피고인 회사와 홍콩법인 및 대만법인은 서로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별개의 회사였다. 홍콩법인과 대만법인은 현지에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었고, 피고인 회사가 각 계좌를 사실상 지배·관리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환송 전 원심
검사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환송 전 원심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환송 전 원심도 완전모회사를 해외 완전자회사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로 간주한 시행령 규정이 모법에서 예정하지 않은 새로운 신고의무자를 추가하고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인 회사가 홍콩법인과 대만법인 명의 계좌를 실제로 지배·관리했다는 사실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대법원
대법원은 시행령 규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6항은 대통령령에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목적과 완전모자회사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국내 완전모회사를 해외 완전자회사 명의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은 모법으로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시행령 규정이 무효임을 전제로 피고인 회사의 신고의무를 부정한 환송 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시행령의 완전모회사 간주 규정이 유효하다는 점을 전제로 다시 판단하였다.
그 결과 피고인 회사는 홍콩법인과 대만법인 명의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로서 객관적인 신고의무를 부담한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표이사 A가 2015년 8월 31일 현재 해외금융계좌의 월말 잔액 합계가 형사처벌 기준인 50억 원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도 다시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2998 판결 형사처벌에 관한 위임입법도 법률에서 처벌대상 행위를 예측할 수 있도록 기본사항을 정하고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면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도13426 판결 위임입법의 예측 가능성은 위임조항만이 아니라 법률의 체계와 목적, 관련 규정 및 규제대상의 성질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9807 판결 행정상 단속법규라도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다면 형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1986. 7. 22. 선고 85도108 판결 고의범이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1965. 10. 21. 선고 65도564 전원합의체 판결 행정법규 위반행위도 과실범을 처벌한다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고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확인하였다.
-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도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하며, 증명이 부족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관련 법령
- 헌법 제12조 제1항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죄형법정주의의 헌법적 근거이다.
- 형법 제1조 제1항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당시의 법률에 따른다.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8. 12. 31. 법률 제16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국제거래에 관한 조세조정과 국가 간 조세협력 등을 통하여 이중과세와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8. 12. 31. 법률 제16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1항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거주자와 내국법인 중 월말 계좌잔액이 대통령령상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사람에게 다음 연도 6월 중 계좌정보를 신고하도록 하였다.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8. 12. 31. 법률 제16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4항 계좌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다르면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각각 그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보았다.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8. 12. 31. 법률 제16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6항 신고의무자 판정기준 등 해외금융계좌 신고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8. 12. 31. 법률 제16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의2 제1항(현행 삭제)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 신고한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신고의무 위반금액의 20%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제외하였다.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2. 3. 대통령령 제26078호로 개정되어 2019. 2. 12. 대통령령 제295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 제4항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0%를 직접 또는 간접 소유하면 그 내국법인을 외국법인 명의 해외금융계좌의 실질적 소유자에 포함하였다.
- 해외금융계좌의 실질소유자 간주 범위에 대한 고시(2016. 5. 20. 기획재정부고시 제2016-12호) 외국 완전자회사가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시행하는 국가에 소재하는 경우를 시행령상 예외로 정하였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항소이유가 있으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하도록 규정한다.
현재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이 조세범 처벌법 제16조로 이관되어 있다.
사실관계
피고인 A는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였다. 피고인 회사는 홍콩 소재 C 법인과 대만 소재 D 법인을 지배하고 있었다.
홍콩법인과 대만법인 명의로 각각 해외금융계좌가 개설되어 있었고, 2015년도 매월 말일 기준 계좌잔액 중 최고 합계액은 2015년 8월 31일 현재 6,897,494,000원이었다.
피고인들은 이러한 해외금융계좌정보를 신고기한인 2016년 6월 30일까지 서초세무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일반적인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은 10억 원이었지만, 미신고에 대한 형사처벌은 미신고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적용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객관적 신고의무가 있었다는 것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구별되어야 했다.
홍콩법인의 발행주식은 총 403,335주였다. 그중 403,334주는 피고인 회사가 직접 보유하였고, 나머지 1주는 홍콩 현지 법인장 명의로 되어 있었다.
이 1주는 홍콩 법령에 따른 회사 설립요건을 갖추기 위해 법인장 명의로 보유하게 한 것이었다. 법인장이 교체되면 신임 법인장이 전임 법인장에게서 대금 지급 없이 1주를 승계하였고, 법인장이 피고인 회사의 의사와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한 적도 없었다.
대만법인의 주식은 피고인 회사가 100% 보유하고 있었다.
법리
완전모회사 간주 규정은 유효함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6항은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위임하였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불법적인 재산 해외반출과 역외소득 탈루를 억제하고 과세관청이 해외계좌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완전모회사와 완전자회사는 법인격이 서로 다르지만, 완전모회사는 내부 의사결정을 통하여 완전자회사를 직접 지배·관리할 수 있다. 완전자회사 명의 계좌가 모회사의 자금 은닉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국내 완전모회사를 해외 완전자회사 명의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로 간주한 시행령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신고의무와 납세의무는 구별됨
국내 완전모회사를 해외 완전자회사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로 본다고 하여, 그 계좌의 예금이 곧바로 국내 모회사의 소득이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과세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정보보고 제도이다. 따라서 신고의무자인 실질적 소유자인지는 소득세나 법인세의 실질적 납세의무자인지와 별도로 판단한다.
완전모회사 기준은 독립적인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임
시행령 제50조 제4항은 다음 두 가지를 별개의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으로 규정한 것이다.
- 계좌와 관련된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거나 수익을 얻고 계좌를 처분하는 등 사실상 계좌를 관리하는 사람
-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0%를 직접 또는 간접 소유한 내국법인
따라서 국내 법인이 외국법인 지분 100%를 직접 또는 간접 소유한다면, 그 국내 법인이 계좌의 입출금을 실제로 지시하거나 계좌를 직접 운용했는지를 별도로 증명하지 않아도 신고의무자가 된다.
현지 법인장 명의의 1주도 모회사의 간접소유로 인정됨
홍콩법인의 주식 403,335주 중 1주가 현지 법인장 명의였지만, 파기환송심은 피고인 회사가 홍콩법인의 주식 100%를 직접 또는 간접 소유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법인장 명의 1주는 홍콩의 회사 설립요건을 갖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배정되었다.
- 법인장이 교체될 때마다 별도의 대금 없이 신임 법인장에게 이전되었다.
- 법인장에게 독자적인 처분권이나 경제적 소유권을 부여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 법인장은 피고인 회사의 의사와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 모회사 지배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1주로 보기 어려웠다.
파기환송심은 ‘간접소유’를 반드시 다른 법인을 통하여 주식을 소유하는 경우로 한정하지 않았다. 외형상 제3자 명의로 된 주식이라도 그 명의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면 간접소유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고인 회사는 홍콩법인과 대만법인의 완전모회사에 해당하고, 두 외국법인 명의 계좌에 관하여 객관적인 신고의무를 부담하였다.
신고의무 위반죄에는 고의가 필요함
객관적인 신고의무가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형사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34조의2 제1항에는 과실범을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형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했다.
이 사건의 형사처벌 대상은 단순히 신고대상인 10억 원을 초과한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행위가 아니었다. ‘신고하지 않은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범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이었다.
따라서 대표이사 A를 처벌하려면 A가 특정 월 말일의 해외계좌잔액 합계가 50억 원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계좌잔액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과 50억 원 초과에 대한 고의는 다름
파기환송심은 A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홍콩법인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50억 원 초과 사실을 알았던 것이 아닌지 의심할 여지는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다음 사정을 근거로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 지주회사 대표이사가 해외 자회사의 매월 말일 계좌잔액까지 통상 보고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 A는 수사기관부터 파기환송심까지 월말 계좌잔액을 보고받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 홍콩법인의 이사회 결의서와 감사보고서에도 특정 월 말일의 계좌잔액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 홍콩법인의 연말 계좌잔액은 약 38억 원으로 형사처벌 기준인 50억 원에 미치지 못하였다.
- 홍콩법인과 대만법인은 현지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하였고, 각 계좌는 현지 법인장이 관리하였다.
- A가 홍콩법인의 이사 5명 중 한 명으로 등재된 것은 모회사의 지배권 확보와 대외업무의 안정을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일상적인 계좌관리에 직접 관여하기 위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웠다.
- 피고인 회사와 해외 자회사 사이의 보고체계 및 A가 실제로 보고받은 내용에 관한 증거가 없었다.
A가 월말 계좌잔액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신고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잔액이 50억 원을 초과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미확인 사실만으로 50억 원 초과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
대표자의 고의가 없으면 회사도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음
피고인 회사에 대한 처벌은 대표이사 A가 회사 업무에 관하여 신고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양벌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A에게 범죄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대표자의 범죄행위가 성립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고인 회사에도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이 사건에서는 객관적인 신고의무와 형사책임이 서로 다르게 판단되었다.
첫째, 국내 피고인 회사는 홍콩법인과 대만법인의 주식을 실질적으로 100% 소유한 완전모회사이므로 두 외국법인 명의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담한다.
둘째, 홍콩법인 주식 중 현지 법인장 명의의 1주는 설립요건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인 주식에 불과하므로 피고인 회사의 간접소유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대표이사 A가 월말 계좌잔액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과실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월 말일의 잔액 합계가 형사처벌 기준인 50억 원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넷째,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이러한 과실만으로 대표이사를 처벌할 수 없고, 대표이사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은 이상 회사에도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은 시행령이 무효라는 제1심의 법리적 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별개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 A와 피고인 회사에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최종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해외 완전자회사 계좌에 대한 국내 완전모회사의 객관적인 신고의무는 인정되지만, 50억 원 초과 미신고로 형사처벌하려면 대표자가 그 초과 사실을 인식했다는 점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계좌잔액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만으로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