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급시기 전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 허위세금계산서죄의 성립 여부

핵심 결론 실제 공급을 예정한 구속력 있는 계약이 존재한다면 공급시기보다 먼저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더라도 ‘공급 없는 가공 세금계산서’로 처벌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4도655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655 판결
조세범처벌법위반 ― 파기환송
원심: 대구지방법원 2004. 1. 14. 선고 2003노2109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회사는 2000년 10월 4일 거래상대방과 재생화이바 생산설비를 제작·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총 납품대금: 1,240,500,000원
계약금: 총대금의 40%
중도금: 총대금의 30%
잔금: 시운전 후 지급
납품기한: 계약일로부터 4개월 이내
거래상대방은 계약금 중 일부인 합계 165,000,000원을 약속어음으로 지급하였고, 나머지 계약금은 추후 지급하겠다면서 계약금 전액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구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00년 10월 31일 실제 지급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계약금 전액인 496,200,000원을 공급가액으로 하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습니다.
이후 추가 약속어음을 받았으나 모두 부도났고, 설비 제작도 약 40% 공정에서 중단되었습니다. 피고인 회사는 거래상대방의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실제 재화를 공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 거래상대방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게 하였다며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죄로 기소하였습니다.

2. 해당 법조문

가. 구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

이 사건 당시 적용된 구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행위를 처벌하였습니다.
현행법상 이에 대응하는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사람 및 이를 알선·중개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이른바 ‘자료상’ 또는 ‘가공 세금계산서’ 범죄의 근거 규정입니다.

나. 재화의 공급시기

부가가치세법 제15조

재화의 공급시기는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해집니다.
재화의 이동이 필요한 경우: 재화가 인도되는 때
재화의 이동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재화가 이용 가능하게 되는 때
위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 재화의 공급이 확정되는 때

다. 용역의 공급시기

부가가치세법 제16조

용역의 공급시기는 원칙적으로 역무의 제공이 완료되거나 시설물·권리 등 재화가 사용되는 때입니다.

라. 공급시기 전 세금계산서 발급의 특례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시기가 되기 전에 대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고 그 받은 대가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면, 일정한 경우 그 발급시기를 공급시기로 봅니다.
이 사건 당시에는 구 부가가치세법 제9조 제3항이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마. 세금계산서의 발급 및 발급시기

부가가치세법 제32조

부가가치세법 제34조

사업자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 공급받는 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야 하며, 원칙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시기에 발급해야 합니다.

3. 핵심 법적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다음 두 경우를 구별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공급계약이나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 발급한 경우
실제 공급계약은 존재하지만 세금계산서를 법정 공급시기보다 먼저 발급한 경우
특히 다음 사정만으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설비 제작을 시작하지 않은 점
실제 지급받은 계약금보다 큰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점
공급자의 자금사정과 이행능력이 불확실했던 점
결과적으로 설비 제작과 납품이 완료되지 않은 점
거래상대방이 세금계산서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은 점

4.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게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기계 제작이 시작되지 않았던 점
계약금 중 약 3분의 1만 지급받았음에도 계약금 전액을 공급가액으로 기재한 점
해당 계약이 완성도기준지급 또는 중간지급조건부 공급에 해당하지 않은 점
피고인 회사의 자금사정상 계약대로 기계를 제작·공급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던 점
결과적으로 기계가 공급되지 않았고 거래상대방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은 점
원심은 실제 공급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법정 공급시기 전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여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게 했다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5.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가. 허위세금계산서죄는 실물거래 없는 가공거래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구 조세범처벌법 제11조의2 제4항의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함이 없이 세금계산서를 교부한 자’란 실물거래 없이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이른바 자료상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실제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거래관계가 존재한다면, 단순히 세금계산서 발급시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자료상 범죄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나. 공급시기 규정 위반과 공급 없는 세금계산서는 구별해야 합니다

부가가치세법이 재화·용역의 공급시기와 세금계산서 발급시기를 정한 주된 목적은 어느 과세기간에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지를 확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급시기보다 세금계산서를 먼저 발급한 행위는 부가가치세법상 발급시기 위반이나 매입세액 공제·환급의 적정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법상 시기 위반이 곧바로 ‘재화 또는 용역을 전혀 공급하지 않은 가공거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 실제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후 사정만으로 가공거래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다음과 같은 실질적 거래징표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생산설비 납품계약이 체결된 점
설비의 종류·대금·지급방법·납품기한이 정해진 점
계약금 일부가 약속어음으로 지급된 점
이후 추가 계약금도 약속어음으로 지급된 점
설비 제작이 실제로 약 40%까지 진행된 점
약속어음 부도와 추가 자금조달 실패로 제작이 중단된 점
공급자가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정식 해제통지를 한 점
공급자도 해당 세금계산서의 매출세액을 포함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점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처음부터 재화를 공급할 의사가 없는 가공계약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이 사후적으로 해제되고 최종적인 재화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존재했던 실질적 거래관계가 소급하여 가공거래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라. 거래상대방의 부가가치세 환급만으로 범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거래상대방이 현실적인 재화 공급 전에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공급자에게 ‘재화나 용역의 공급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허위세금계산서죄의 고의를 인정하려면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당사자들에게 실제 공급의사나 구속력 있는 거래관계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매출세액을 정상적으로 신고한 점까지 고려하면 가공 세금계산서 발급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6. ‘실물거래’의 의미

이 판결에서 말하는 실물거래는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재화의 인도나 용역의 제공이 이미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재화 또는 용역을 장래 공급하기로 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 실제로 존재하고, 당사자들이 이를 이행할 의사로 거래절차를 진행하였다면 조세범처벌법상 가공거래와 구별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 거래 여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계약서의 존재와 구체성
공급대상·대금·납기·지급조건의 확정 여부
계약금이나 중도금의 실제 수수
자재구매·설계·제작 등 이행착수 여부
거래 당사자의 인력·설비 및 이행능력
회계처리와 부가가치세 신고 내용
계약이 이행되지 못한 구체적 경위
해제·정산·수정세금계산서 발급 여부
거래당사자 사이의 자금순환 또는 가장거래 여부

7. 판결의 적용상 한계

이 판결이 실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모든 선발급 세금계산서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가공 세금계산서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계약서만 작성하고 처음부터 공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경우
거래대금이 외형상 지급된 후 곧바로 반환되는 순환거래
공급할 물품이나 기술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경우
계약내용이 추상적이고 납기·수량·대금 등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공급을 위한 설계·구매·제작 등 이행행위가 전혀 없는 경우
거래상대방의 부가가치세 환급이나 대출을 위해 계약 외관만 만든 경우
세금계산서 발급 후 당사자 모두 거래를 이행하려는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사이에 가공거래에 관한 공모가 인정되는 경우
따라서 형사책임 여부는 결과적으로 공급이 완료되었는지가 아니라,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실제 거래의사와 구속력 있는 공급관계가 존재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8. 세금계산서 발급시기 위반과 형사책임의 구별

이 판결은 세금계산서 발급시기 위반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받은 계약금보다 큰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미리 발급하였다면 다음 문제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또는 발급시기 위반
매입세액 불공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의 추징
세금계산서 관련 가산세
수정세금계산서 발급 및 신고의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환급인 경우 조세포탈죄
다만 그러한 조세행정상 위반 또는 다른 조세범죄의 가능성과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않은 가공 세금계산서 발급죄’의 성립은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세금계산서 관련 형사책임에서 ‘공급의 시기’와 ‘공급거래의 존재’를 명확하게 구분한 판결입니다.
세금계산서가 법정 공급시기보다 먼저 발급되었거나 실제 수령한 대가보다 큰 금액으로 발급되었다는 사정은 세법상 위반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처음부터 거래가 존재하지 않았던 자료상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다음 사정이 중요합니다.
세금계산서 발급 당시 실제 공급을 예정한 구속력 있는 계약이 존재했는지
당사자들이 계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를 하였는지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것이 사후적인 자금난·부도·시장변화 등 때문인지
공급자가 매출세액을 정상적으로 신고했는지
거래가 조세환급만을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구성된 것인지
결국 사후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당초 세금계산서를 가공 세금계산서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발급 당시의 실제 거래의사와 이행과정이 형사책임 판단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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