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벤처투자계약상 회사의 사전동의의무 위반과 손해배상책임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다210670 판결

1. 판결의 핵심 쟁점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면서 회사의 유상증자, 중요 자산의 처분, 차입, 합병, 영업양도 또는 회생절차 개시신청 등에 관하여 사전동의권을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이 판결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 투자자에게만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약정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다.

둘째, 회사가 사전동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투자자에게 투자원금과 가산금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약정이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는 약정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이다.

셋째,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관한 투자자의 동의권이 회사의 회생신청 자체를 저지하는 절대적 거부권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과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약정이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회사 전체의 이익과 투자자의 경영감시 필요성 등에 비추어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사안의 개요

기술보증기금은 회사가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 17,850주를 약 10억 원에 인수하였다.

투자계약에는 회사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려면 투자자로부터 사전에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회사가 이를 위반하면 투자자는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회사가 2주 이내에 위반사유를 소명하거나 시정하지 않으면 투자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회사는 투자자에게 다음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주식인수대금 약 10억 원
주식인수대금 납입일부터 회수일까지 약정비율로 계산한 가산금

회사는 투자자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였다. 투자자는 회사에 소명과 시정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투자자는 회생절차에서 투자원금과 가산금 합계 약 13억 2,900만 원을 손해배상채권으로 신고하였다. 회사가 이에 이의하자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과 그 이의의 소가 진행되었다.

원심은 사전동의권 및 손해배상약정이 주주평등, 자본충실 및 출자환급금지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3.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다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르면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보유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 회사가 특정 투자자에게만 중요 경영사항에 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면 다른 주주에게는 없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차등적 취급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사전동의권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
동의권을 부여한 목적과 경위
투자유치를 위해 동의권 부여가 필요했는지
투자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에 기여한 정도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다른 주주에게 실질적·직접적 불이익을 주는지
주주총회의 권한이나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지
이사회 등 회사기관의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하는 정도
다른 주주의 동의 여부와 동의율
회사의 규모, 사업현황, 재무상태 및 지배구조
투자자의 지위와 투자목적

따라서 벤처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자 보호와 회사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

4.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대한 사전동의권도 유효할 수 있다

회생절차 개시신청은 회사의 존립과 주주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이다. 일반적으로 대표이사의 일상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고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한 중요 업무이다.

다만 정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주주총회 결의까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특정 투자자에게 회생신청에 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투자자가 약 5%의 지분을 보유하여 상당수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투자금이 회사의 유동성 확보와 자본 증가에 기여했으며, 사전동의권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회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회생절차 개시신청 전에 투자자에게 회사의 재무상황과 신청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가질 수 있다.

투자자와 회사가 회생신청 외의 대안을 검토할 기회를 제공한다.
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된 원인과 경영진의 책임을 확인할 수 있다.
회생신청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게 한다.
경영진의 독단적이거나 책임회피적인 회생신청을 견제한다.
회사와 다른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이 인정된다면 사전동의권은 단순히 특정 투자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경영감시 장치로 평가할 수 있다.

5. 사전동의권은 회사의 의사결정을 무조건 봉쇄하는 절대적 거부권은 아니다

이 판결은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관한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회사의 회생신청을 절대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권리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재정적 파탄에 직면하여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불가피하고 그 신청이 회사 전체의 이익에 명백히 부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회사가 투자자에게 재무상황과 회생신청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기 위해 합리적이고 충분한 노력을 다했는데도, 투자자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의를 거부한다면 회사는 투자자의 동의 없이 회생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회사가 형식적으로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이 인정한 사전동의권의 본질은 투자자에게 회생신청에 관한 절대적인 최종 결정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회사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투자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듣고, 동의를 얻기 위해 합리적인 설득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데 중점이 있다.

이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을 실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권리로 해석한 것이다.

중요 경영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을 권리
회사로부터 의사결정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받을 권리
대안을 제시하고 협의할 권리
회사가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도록 요구할 권리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배제되지 않을 권리
6. 이 사건에서 회사의 동의의무 위반이 중대하게 평가된 이유

이 사건에서 회사는 투자자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사후에 소명과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투자계약은 회사에 곧바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킨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절차를 마련하고 있었다.

첫째, 회사는 회생절차 개시신청 전에 투자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둘째, 회사가 사전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투자자는 위반사유의 소명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셋째, 회사에는 최고를 받은 날부터 2주 동안 소명하거나 시정할 기회가 부여된다.

넷째, 회사가 그 기간에도 소명이나 시정을 하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한다.

따라서 손해배상채권은 단순히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결과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가 사전설명 및 동의절차를 위반하고, 사후적인 소명과 시정 기회도 활용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계약구조를 투자자의 원금 회수를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회사의 사전동의의무 이행을 확보하는 장치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7. 동의권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

유효한 사전동의권이 부여되어 있다면, 회사가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약정도 원칙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회사가 투자자에게 중요사항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의무의 이행을 강제한다.
회사의 일방적인 경영행위로 투자자가 입을 손해를 배상하거나 전보한다.
경영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억제한다.
투자자가 경영감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손해배상금이 투자원금과 동일하거나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투자금 반환보장약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약정의 명칭이나 금액이 아니라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실질적인 원인이다. 회사가 어떤 의무를 위반했는지와 관계없이 일정한 시점에 투자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라면 투자금 회수보장약정에 가깝다. 반면 회사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전동의의무를 위반하고, 소명과 시정 기회까지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만 발생한다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다.

8. 배당가능이익이 없어도 손해배상채권은 성립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앞서 살펴본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금청구와 구별되는 중요한 법리를 제시한다.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은 회사재산을 주주에게 환급하는 것이므로 배당가능이익의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회사의 사전동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은 상환주식 자체에 기초한 상환금채권과 법적 성질이 다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손해배상약정이 형식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사전동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약정이라면, 이를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주주에게 출자금을 환급하는 약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의 손해배상채권이 당연히 부정되지는 않는다.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경우에도 투자자는 이를 회생채권으로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손해배상이라는 명칭만 붙이면 배당가능이익 제한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급요건이 회사의 구체적인 의무 위반과 실질적으로 연계되어 있어야 하고, 약정금액도 그 위반으로 인한 손해와 합리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9. 투자자의 주주 지위와 손해배상채권자의 지위는 양립할 수 있다

원심은 투자자가 주주이므로 회생절차에서 일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어야 하고, 투자원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인정하면 주주를 채권자로 변경하는 결과가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주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대한 모든 손해배상채권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주주는 투자계약에 따라 회사에 대해 별도의 채권적 권리를 가질 수 있다. 회사가 그 채권적 의무를 위반하면 주주는 주주 지위와 별개로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은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다음과 같은 독립적인 계약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발생하였다.

사전에 회생신청의 필요성을 설명할 의무
투자자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할 의무
동의 없이 신청한 경우 사후에 소명하거나 시정할 의무

따라서 이를 단순한 출자금 반환청구로 볼 수 없고, 주주를 부당하게 일반 채권자와 같은 지위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10. 손해배상액은 감액될 수 있다

사전동의권과 손해배상약정이 유효하더라도 약정한 금액 전부가 반드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다.

사전동의권을 부여한 목적과 경위
회사가 동의의무를 위반한 이유와 경위
회사가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투자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의 내용과 규모
투자원금과 예정손해배상액 사이의 관계
위반행위가 투자자의 지분가치에 미친 영향
약정금액이 사실상 투자원금과 확정수익을 회수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지
회사의 재무상태와 손해배상약정의 체결 당시 거래상 지위

따라서 투자원금에 일정 수익률을 가산한 금액을 일률적으로 손해배상액으로 정하면, 약정 자체가 유효하더라도 실제 손해에 비하여 과다하다는 이유로 감액될 가능성이 있다.

11. 실무상 사전동의권 조항의 설계 방향

이 판결에 비추어 보면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은 다음과 같이 설계할 필요가 있다.

가. 동의대상은 투자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사항으로 한정해야 한다

사전동의 대상을 회사의 모든 경영사항으로 광범위하게 규정하면 이사회의 업무집행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이 투자자의 지분가치나 회수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항을 중심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신주,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정관 변경 및 자본금의 증가·감소
합병, 분할, 영업양도 및 중요 자산의 처분
일정 금액 이상의 차입 또는 담보제공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핵심사업의 변경 또는 중단
해산, 청산 또는 회생절차 개시신청
나. 회사의 설명·협의·설득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단순히 “회사는 투자자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는 것보다 다음 사항을 함께 규정하는 것이 동의권의 정당성과 집행가능성을 높인다.

회사의 사전통지 기한
제공해야 할 자료와 정보의 범위
투자자의 검토 및 회신 기간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의 사후통지 절차
동의 없이 의사결정한 경우의 소명 및 시정 기간
투자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의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
회사가 합리적이고 충분한 설득 노력을 다한 경우의 예외
다. 손해배상책임은 중대한 의무 위반과 연계해야 한다

경미한 통지 지연이나 형식적 절차 위반만으로 투자원금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면 투자금 회수보장약정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회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전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사전동의 없이 실행한 행위가 투자자의 지분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경우
투자자의 시정 요구를 받고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명이나 시정을 거부한 경우
회사가 중요 사실을 은폐하거나 허위자료를 제공한 경우
라. 손해배상액은 실제 손해와의 관련성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손해배상액을 투자원금 전액과 정률수익으로 고정하면 투자금 회수보장으로 평가되거나 감액될 위험이 있다.

투자자의 지분희석, 주식가치 하락, 회수기회 상실 또는 추가적으로 부담한 비용 등 예상 가능한 손해를 기준으로 산정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원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실제 손해를 고려하여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12. 앞선 대법원 2021다293213 판결과의 관계

대법원 2023다210670 판결은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21다293213 판결과 기본 법리를 같이한다. 두 판결 모두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특정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에 해당하지만, 투자유치의 필요성과 회사 전체의 이익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이 사건은 회생절차 개시신청이라는 구체적인 동의대상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은 회생신청에 대한 투자자의 동의권을 절대적 거부권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회사가 투자자에게 회생신청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계약상 의무는 유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회사가 사전동의와 사후 소명·시정 절차를 모두 무시한 경우에는 투자자가 주주이더라도 별도의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할 수 있고, 그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법적 기반을 제시하였다.

13.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벤처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을 단순한 투자자 특혜가 아니라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경영감시 장치로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회사의 기관권한을 대체하거나 모든 경영판단을 봉쇄하는 절대적 거부권은 아니다. 그러나 회사는 계약을 체결한 이상 중요 경영사항에 관하여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필요성을 설명하며, 동의를 얻기 위해 합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회사가 이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중요 의사결정을 한 뒤 사후적인 소명과 시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한 형식 위반이 아니라 투자계약의 핵심적인 경영감시권을 침해한 중대한 채무불이행이 된다.

그에 따른 손해배상약정은 투자금 전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며, 실질적으로 동의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고 그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유효할 수 있다.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없거나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손해배상채권이 출자금 환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투자자가 회사의 합리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회사 전체의 이익에 반하여 동의를 부당하게 거부한 경우에는 회사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고, 약정된 손해배상액이 실제 손해에 비하여 과다하면 감액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벤처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은 회사의 중요 경영판단을 무조건 저지하는 거부권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설득하는 절차를 보장하는 경영감시권이다. 회사가 이러한 절차적 의무를 실질적으로 위반하면 투자자는 주주 지위와 별도로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할 수 있으며, 그 채권은 배당가능이익 제한이나 출자환급금지 원칙에 의하여 당연히 부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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