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92258 판결 [손해배상(기)등]
- 원고승계참가인: 화재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의 지위를 승계한 에이아이지손해보험 주식회사
- 피고 회사: 화재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주식회사 충청매일
- 개인 피고들: 허위 손해사정자료 제출에 관여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직원
- 피고 은행: 보험금청구권에 질권을 설정받고 보험금을 직접 수령한 주식회사 청주저축은행
- 쟁점: 보험금청구권이 약관상 상실된 경우 보험자가 질권자에게 지급한 돈을 누구에게 반환청구해야 하는지 및 허위 손해사정자료 제출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 방법
- 대법원 결과: 피고 회사와 개인 피고들의 패소 부분 파기·환송, 피고 은행에 대한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 기각
하급심
원심은 피고 회사와 개인 피고들이 윤전기 가격을 부풀린 허위 자료를 제출하여 보험자가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으므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행위는 회사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므로 피고 회사도 대표이사와 함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보험금채권의 질권자인 피고 은행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배척하였다. 피고 은행이 받은 1,500,000,000원 중 1,075,000,000원은 피고 회사에 대한 대출금채권의 변제에 충당되었고, 나머지 425,000,000원은 피고 회사에 그대로 반환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피고 은행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피고 회사와 개인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윤전기에 관하여 지급된 보험금 전액으로 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손해액은 실제 지급된 보험금에서 허위 자료가 없었더라도 정상적으로 지급했어야 할 보험금을 공제한 차액이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계약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급부가 무효 등의 이유로 법률상 원인을 잃은 경우, 급부자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계약상대방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며 계약관계 밖의 제3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7566, 7573 판결 채권질권의 제3채무자는 질권자에게 지급하기 전에는 질권설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항변으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지만, 이미 지급한 후에는 부당이득 법리에 따라 반환상대방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5다60420 판결 금전채권의 질권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제3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으면, 질권설정자의 대리인과 같은 지위에서 입질채권을 추심하고 이를 자신의 피담보채권 변제에 충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0. 7. 8. 선고 2010다21276 판결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존재했을 재산상태와 불법행위가 이루어진 뒤의 재산상태 사이의 차액이라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353조 제1항 질권자는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 민법 제353조 제2항 질권의 목적이 금전채권인 경우 질권자는 자기채권의 한도에서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 민법 제741조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
-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민법 제760조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민법 제765조 제1항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배상의무자가 배상으로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 법원에 배상액 감경을 청구할 수 있다.
- 상법 제210조 회사는 대표사원이 업무집행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대표사원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상법 제389조 제3항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권한과 책임에는 상법 제209조 제2항, 제210조 및 제386조 제2항을 준용한다.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원고 보험자와 회사 소유의 윤전기 2대, 그 밖의 기계류 및 인쇄공장 건물에 관하여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회사는 대출채권자인 피고 은행에 기존 담보를 추가하기 위해 화재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청구권에 채권최고액 1,500,000,000원의 질권을 설정하였다. 보험자는 이 질권설정을 승낙하였다.
이후 피고 회사의 인쇄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윤전기 등 기계류와 공장 건물이 소훼되었다.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기획실장 및 기획실 차장대우 등 개인 피고들은 보험자의 손해사정인에게 윤전기 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린 허위 손해사정자료를 제출하였다.
보험자는 허위 자료를 기초로 화재보험금을 1,741,111,144원으로 결정하였다. 보험자는 다음과 같이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 질권자인 피고 은행에 1,500,000,000원 지급
- 피보험자인 피고 회사에 나머지 241,111,144원 지급
피고 은행은 수령한 1,500,000,000원 가운데 1,075,000,000원을 피고 회사에 대한 대출금채권의 변제에 충당하였다.
피고 은행은 자신의 대출금채권을 초과하여 수령한 나머지 425,000,000원을 곧바로 피고 회사에 반환하였다.
화재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허위 손해사정자료를 제출한 경우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개인 피고들은 윤전기의 가격을 부풀려 보험금을 편취한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보험자는 피고 회사와 개인 피고들을 상대로 허위 자료 제출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아울러 피고 은행에 지급한 1,500,000,000원도 보험금청구권 상실로 법률상 원인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며 피고 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법리
금전채권의 질권자는 자기채권 범위에서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음
보험금청구권과 같은 금전채권에 질권이 설정되면 질권자는 민법 제353조에 따라 제3채무자인 보험자에게 직접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각 당사자의 지위는 다음과 같다.
- 질권설정자: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피고 회사
- 질권자: 피고 회사에 대출해 준 피고 은행
- 제3채무자: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보험자
질권자는 질권설정자의 대리인과 유사한 지위에서 보험금채권을 추심한 뒤 자기의 대출금채권 변제에 충당한다.
질권자에 대한 지급은 두 개의 급부관계를 동시에 실현함
질권자가 자기의 피담보채권 범위에서 제3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으면 다음 두 급부가 동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 보험자가 피고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한 급부
- 피고 회사가 피고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한 급부
보험자가 질권자에게 직접 지급했더라도 법률적으로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자의 피고 회사에 대한 지급과 피고 회사의 피고 은행에 대한 대출금 변제가 연속하여 이루어진 구조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 은행이 대출금채권 변제에 충당한 1,075,000,000원은 이러한 이중의 급부관계에 해당한다.
보험금채권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질권자에게 직접 반환청구할 수 없음
피고 회사가 허위 손해사정자료를 제출하여 약관상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했다면 보험자는 피고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하고 질권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권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보험금 지급의 법률상 원인이 없어진 것은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인 피고 회사 사이의 계약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자는 자신의 계약상대방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질권자인 피고 은행은 유효한 대출금채권의 변제를 받은 것이므로 피고 회사와 피고 은행 사이의 급부에는 여전히 법률상 원인이 존재한다.
보험자가 피고 은행에 직접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 보험계약상 위험을 계약관계 밖에 있는 질권자에게 전가하게 된다. 또한 피고 은행이 피고 회사에 대하여 가질 수 있는 항변권도 침해할 수 있다.
지급 전 항변과 지급 후 부당이득반환은 구별됨
보험자는 질권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허위 자료를 제출하여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했다는 약관상 면책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
즉 질권자는 질권설정자가 보유한 보험금채권보다 더 강한 권리를 취득하지 않으므로, 보험자는 피고 회사에 주장할 수 있는 면책사유로 피고 은행의 직접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면책사유를 알지 못한 채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급 후에는 약관상 항변이 아니라 누가 실질적 이익을 얻었고 어느 급부관계에 법률상 원인이 없는지를 기준으로 부당이득반환의 상대방을 결정해야 한다.
피담보채권을 초과하여 지급받은 부분은 원칙적으로 질권자가 반환함
질권자가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자기의 피담보채권액까지이다.
질권자가 피담보채권을 초과하여 돈을 받았다면 그 초과분은 대출금 변제에 충당될 수 없다. 따라서 초과 지급 부분에서는 피고 회사의 피고 은행에 대한 채무변제라는 급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질권자가 초과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질권자가 실질적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질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초과 지급액을 질권설정자에게 반환했다면 질권자는 반환의무가 없음
이 사건에서 피고 은행은 피담보채권 1,075,000,000원을 초과하여 받은 425,000,000원을 피고 회사에 그대로 돌려주었다.
따라서 초과분의 실질적 이익은 피고 은행이 아니라 피고 회사에 귀속되었다.
부당이득반환의무자는 형식적으로 돈을 거쳐 간 사람이 아니라 그 이익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사람이다. 피고 은행은 초과분을 보유하지 않았으므로 보험자에게 425,000,0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보험자는 이 부분도 피고 회사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허위 손해사정자료 제출은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함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은 윤전기 가격을 부풀린 자료를 제출하여 보험자를 기망하였다. 보험자는 이를 믿고 보험금을 과다하게 산정·지급하였다.
따라서 허위 자료 제출에 관여한 개인 피고들은 민법 제760조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불법행위 손해액은 실제 지급보험금 전액이 아님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다음 차액으로 산정한다.
불법행위가 이루어진 뒤의 재산상태와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상태의 차이
따라서 이 사건 보험사기의 손해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해야 한다.
허위 자료에 따라 실제 지급한 윤전기 보험금
− 진실한 손해사정자료가 제출되었더라면 지급했어야 할 정상 보험금
= 허위 자료 제출로 인한 손해액
− 진실한 손해사정자료가 제출되었더라면 지급했어야 할 정상 보험금
= 허위 자료 제출로 인한 손해액
윤전기가 실제로 화재로 소훼되어 정상 자료를 제출했더라도 일정한 보험금이 지급되었을 것이라면 그 금액은 허위 자료 제출 때문에 발생한 손해가 아니다.
보험금청구권 상실약관과 불법행위 손해액 산정은 별개의 문제임
피고 회사가 허위 자료를 제출하여 약관상 보험금청구권 전부를 상실했다면, 보험자는 피고 회사에 지급한 전체 보험금의 반환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할 때에는 사정이 다르다. 허위 자료 제출이 없었더라도 정상적으로 지급되었을 보험금은 기망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두 청구는 구별해야 한다.
- 보험금청구권 상실약관에 기초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지급보험금 전액이 대상이 될 수 있음
- 허위 자료 제출을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실제 지급액과 정상 보험금의 차액만 손해가 됨
대법원은 원심이 이 둘을 구별하지 않고 윤전기에 관한 지급보험금 전액을 불법행위 손해액으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다.
결론
보험금청구권에 질권을 설정받은 은행이 자기 대출금채권의 범위에서 보험금을 직접 수령하면, 보험자의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과 보험계약자의 질권자에 대한 대출금 변제가 함께 이루어진다.
보험계약자가 허위 자료 제출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했더라도 보험자는 원칙적으로 계약상대방인 보험계약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유효한 대출금채권을 변제받은 질권자에게 직접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피담보채권을 초과하여 지급된 돈은 원칙적으로 질권자에게 반환청구할 수 있지만, 질권자가 초과분을 보험계약자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면 실질적 이익은 보험계약자에게 귀속되므로 질권자는 반환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한편 허위 손해사정자료 제출에 관여한 회사와 임직원들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그 손해액은 지급보험금 전액이 아니라 실제 지급한 보험금에서 허위 자료가 없었더라도 지급되었을 정상 보험금을 공제한 차액이다.
대법원은 피고 은행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은 유지하였으나, 피고 회사와 개인 피고들의 불법행위 손해액을 지급보험금 전액으로 산정한 부분은 파기·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