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3. 27. 선고 2023나306180 판결은 당사자들이 형식상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더라도, 그 실질이 회사의 상장·자금조달 업무를 수행하는 데 대한 비용 및 보수 지급약정이라면 이를 독립된 주식매매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제1심인 대구지방법원 2023. 2. 17. 선고 2021가단137853 판결과 동일한 결론으로 항소가 기각되었고,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첨부 판결문
2. 사건의 기본 구조
회사의 대표이자 전체 주식을 보유한 원고는 제3자들에게 회사의 IPO 또는 SPAC 상장, 자금조달 등의 업무를 맡겼습니다. 당초에는 상장 업무에 필요한 비용과 보수를 회사 주식의 일정 비율로 지급하기로 하는 업무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당사자들은 업무수행자 또는 그 배우자 명의로 별도의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계약서상으로는 일정한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양수하는 전형적인 주식매매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식매매대금은 주식의 실제 가치에 현저히 미치지 못했고, 주식을 이전하기로 한 실질적인 이유도 독립적인 투자나 매매가 아니라 상장·자금조달 업무에 대한 비용 및 보수를 지급하고 업무수행자에게 주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원고가 업무계약을 해지하자, 형식상 주식매수인 측은 주식매매계약은 업무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므로 계속 유효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급부와 대가관계가 기준이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계약서의 제목이나 외형이 아니라 당사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무와 경제적 대가관계를 기준으로 계약의 성질을 확정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법원은 업무계약서에 ‘공동사업자’, ‘지분확인’, ‘수익분배’ 등의 표현이 있더라도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동업계약이 아니라 유상위임계약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당사자들이 공동으로 경영할 별도의 특정 사업이 존재하지 않았던 점
주식 상장이라는 공동 목적만 존재하였던 점
업무수행자들이 부담하는 비용과 보수의 범위를 주식 비율로 정한 점
업무수행자의 역할이 자금조달과 IPO 또는 SPAC 상장 추진에 집중되어 있었던 점
업무수행자도 다른 사건에서 주식매매계약이 자금조달과 상장을 조건으로 체결되었다고 진술한 점
따라서 계약의 실질은 다음과 같이 파악됩니다.
회사 주식의 이전 자체가 계약의 주된 목적이 아니라, 상장·자금조달이라는 위임사무의 수행을 조건으로 그 비용과 보수를 주식 또는 주식가치의 형태로 지급하기로 한 유상위임계약이다.
주식매매계약서가 별도로 작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실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4. 주식매매대금이 기재되어 있어도 독립된 매매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는 주식매매계약에 매매대금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주식의 무상양도나 성공보수 약정이 아니라 독립된 유상매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습니다.
첫째, 업무수행자들이 해당 주식은 상장·자금조달 업무의 대가 또는 조건이라고 진술하였습니다.
둘째, 계약상 주당 매매가격과 당시 주식의 실제 가치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셋째, 그 차액은 업무수행자가 상장 업무에 대한 비용 및 보수로 취득하기로 한 경제적 이익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소액의 매매대금이 정해져 있더라도, 주식의 실제 가치와 매매대금의 차액이 특정 업무수행의 대가라면 계약 전체를 독립적인 주식매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매매대금이 명목상 존재하더라도, 현저한 저가 양도의 원인이 용역 제공에 대한 보상에 있다면 그 실질은 ‘매매대금과 시가의 차액을 보수로 지급하는 용역계약’일 수 있다.
5. 주식매매계약은 업무계약의 종된 계약이자 해제조건부 계약이다
법원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단순히 업무계약과 경제적으로 관련된 계약이라고만 보지 않았습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이중적 성격을 인정하였습니다.
가. 업무계약의 종된 계약
주식매매계약은 상장 업무의 원활한 수행, 업무수행자에 대한 보수 지급 및 지분비율 조정을 위해 체결된 것이므로, 업무계약의 존재와 효력을 전제로 하는 종된 계약입니다.
따라서 주된 계약인 업무계약이 종료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된 계약인 주식매매계약도 존속 근거를 잃게 됩니다.
나. 해제조건부 계약
주식 이전은 상장·자금조달 업무가 계속 수행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므로, 업무계약이 해지되어 효력을 상실하는 경우 주식매매계약도 효력을 잃는 해제조건부 법률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은 업무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자 주식매매계약 역시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청구취지상 ‘무효확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처음부터 당연무효라고 본 것이라기보다 업무계약 해지라는 조건의 성취로 주식매매계약이 사후적으로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6. 위임계약은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법원은 업무계약의 실질을 위임계약으로 파악하고 민법 제689조를 적용하였습니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업무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 관한 별도의 해지 조항이 있더라도, 그 조항이 민법상 임의해지권을 명백하게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라면 위임인은 원칙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계약 변경은 서면 합의로만 가능하다는 조항도 ‘계약 내용의 변경’에 관한 것이지 ‘계약의 해지’까지 제한하는 조항으로 해석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업무위탁자가 해지 의사를 표시하면 위임계약은 장래를 향하여 종료되고, 그 위임계약에 종속된 주식매매계약도 함께 효력을 상실합니다.
7. 이미 주식양도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주주 지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위임계약의 해지는 장래효만 있고, 그 전에 이루어진 주식양도의 효력은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제조건부 처분행위의 경우 조건이 성취되면 그 처분행위가 효력을 잃고 권리가 원래 상태로 복귀한다는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5584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주식 이전이 단순한 보수 지급에 그치지 않고 업무수행자에게 주주권을 부여하여 상장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상장 업무 관계가 종료된 뒤에도 업무수행자 또는 명의대여자에게 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주식이 업무수행자의 배우자 명의로 이전되도록 약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배우자가 실질적인 거래 당사자라기보다 업무수행자에게 명의를 대여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8. 변호사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주식매매 외관과의 관계
가. 판결이 직접 변호사법 위반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위탁된 업무는 회사의 IPO·SPAC 상장 및 자금조달 업무였고, 판결은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판결을 근거로 “주식매매 형식의 용역계약은 곧바로 변호사법 위반이다”라고 정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상장 지원, 투자유치, 경영자문이나 자금조달 자체가 언제나 변호사법상 법률사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작성한 주식매매계약서의 외관에 구속되지 않고, 주식이 어떠한 업무의 대가로 이전되었는지, 주식의 실제 가치와 매매대금의 차액이 무엇에 대한 보수인지, 주식 이전이 특정 업무의 성공을 조건으로 하였는지를 심리하여 계약의 실질을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가 변호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용역보수를 ‘주식매매대금’, ‘주식 양도차익’ 또는 ‘투자수익’으로 포장하더라도, 실제로는 타인의 법률사무 처리나 법률사건 알선의 대가라면 그 외관만으로 변호사법 적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와의 관계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사건에 관하여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그 밖의 이익’은 현금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주식, 주식양수권,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주식가치 상승분도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구조라면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이 문제됩니다.
비변호사가 회사 또는 주주 사이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업무를 맡는 경우
주식매매계약의 해제·이행·정산에 관한 법률적 협상과 문서 작성을 주도하는 경우
소송 또는 중재의 수행·화해·청구권 행사 등을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경우
특정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알선하는 대가로 주식을 받는 경우
타인의 분쟁상 권리나 주식을 형식적으로 양수한 뒤 자신의 권리인 것처럼 소송 또는 법률사무를 수행하는 경우
업무 성공 시 주식 또는 주식 매각대금의 일정 비율을 취득하기로 하는 경우
대법원도 비변호사가 타인의 법률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형식적으로 권리를 양수하고 자신의 권리인 것처럼 행사한 경우에는 변호사법상 타인의 법률사건을 취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권리양도는 실질적인 법률사무 취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다. 변호사 소개·알선 대가라면 제34조 및 제109조 제2호가 문제된다
비변호사가 당사자를 특정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유인하고 그 대가로 주식 또는 주식 관련 이익을 받기로 하였다면 변호사법 제34조 제1항 및 제109조 제2호가 문제됩니다.
이 경우에도 보수의 명칭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실제 대가관계가 사건 소개·알선에 있다면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주식매매대금
투자수익
경영자문료
컨설팅 성공보수
사업개발 수수료
지분참여 보상
주식매각 차익
결국 핵심은 “주식을 취득한 원인이 무엇인가”입니다.
9.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주식매매계약의 외관이 실질적인 법률사무 용역계약 또는 사건 알선계약인지 판단할 때에는 다음 사정을 종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취득자가 실제로 지급한 현금과 주식의 객관적 가치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지
주식취득자가 독립적인 투자위험을 부담하였는지
주식 이전이 특정 분쟁의 해결, 판결, 합의 또는 채권회수를 조건으로 하였는지
업무가 종료되거나 위임이 해지되면 주식을 반환하기로 하였는지
주식의 수량이 업무성과나 회수금액에 연동되어 있는지
계약 체결 전에 별도의 용역계약·위임계약·성공보수 약정이 존재하였는지
주식취득자가 회사의 경영이나 투자에는 관여하지 않고 분쟁처리만 담당하였는지
법률검토, 내용증명 작성, 소송전략 수립, 화해협상 등 법률사무를 실제로 수행하였는지
특정 변호사의 선임 또는 사건 수임을 연결하고 그 대가를 받았는지
배우자·가족·관계회사 명의를 이용하여 주식을 취득하였는지
계약일이나 양도일을 소급하여 작성하였는지
매매대금의 실제 지급을 입증할 금융자료가 존재하는지
대상 판결에서도 소급된 계약일, 업무계약과 주식매매계약의 체결 경위, 현저한 가격 차이, 업무수행자의 다른 사건에서의 진술, 명의대여 관계 등을 종합하여 계약의 실질을 판단하였습니다.
10. 민사상 효력
실질이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법률사무 취급 또는 사건 알선의 대가 약정이라면, 형사책임과 별도로 민법 제103조에 따른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약정의 무효가 문제됩니다.
이 경우 주식매매계약의 처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주식매매계약 자체가 위법한 보수를 지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전체가 일체불가분인 경우에는 주식매매계약 전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주식매매계약이 독립된 매매가 아니라 위임계약의 보수 지급을 위한 종된 계약이라면, 대상 판결과 같이 주된 업무계약의 해지 또는 무효에 따라 주식매매계약도 효력을 상실한다고 구성할 수 있습니다.
소송상으로는 다음 청구를 선택적 또는 예비적으로 병합하는 방안이 가능합니다.
주식매매계약 무효확인
업무계약 해지에 따른 주식매매계약 효력 상실 확인
주주권 부존재 확인
주주명부 명의개서 말소 또는 원상회복 청구
주권 또는 주식 반환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다만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민법 제746조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반환청구의 법적 구성에서는 누가 위법한 구조를 주도하였는지, 급여가 종국적으로 완료되었는지, 주식의 권리가 실제 이전되었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11. 이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주식매매계약이라는 형식을 이용하여 용역보수 또는 성공보수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거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실무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주식매매계약이 독립된 투자 또는 매매인지, 아니면 특정 업무의 수행을 조건으로 보수를 지급하기 위한 수단인지는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 업무 내용, 주식가치와 매매대금의 차이, 업무성과와 주식 이전의 연계성 및 당사자의 진술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특히 변호사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법률사무 또는 사건 알선의 성공보수를 주식매매 형식으로 구성한 경우에도 동일한 실질판단 원칙이 적용됩니다. 형식상 주식매수인이 되었다거나 소액의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적법한 투자계약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상 판결은 변호사법 위반을 직접 인정한 형사판결이 아니라 주식매매계약의 실질과 효력 상실을 판단한 민사판결입니다. 따라서 이 판결은 변호사법 위반의 직접적인 선례라기보다, 변호사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주식매매 외관을 제거하고 실제 용역 및 보수관계를 확정하는 데 유력한 참고판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