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법한 명의개서와 주주총회 결의의 부존재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위법한 명의개서와 주주총회 결의의 부존재

—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18다261322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 회사는 설립 당시 총 10,000주의 주식을 발행하였고, 원고는 그중 7,000주, 다른 주주는 3,0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주주명부에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원고가 7,000주의 주주이고 원고와 제3자 사이에 주식양수도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3자를 7,000주의 주주로 주주명부에 기재하였다. 이후 피고 회사는 주금이 납입되지 않은 신주에 대해서도 신주인수인들을 주주명부에 등재하였다.

회사는 이렇게 변경된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원고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채 여러 차례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정관변경, 이사 선임·해임 등의 결의를 하였다.

대법원은 위법한 명의개서와 주금 미납에 기초하여 작성된 주주명부의 효력을 부정하고, 그 직전에 적법하게 작성된 설립 당시 주주명부상 주주인 원고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의 70%를 보유한 원고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주주총회 결의는 부존재한다고 보았다.

2. 주주명부 기재가 주주권 행사의 원칙적 기준이다

대법원은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된 자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회사도 실제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려고 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다.

반대로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자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명의개서 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된 경우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어야만 명의개서 없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판결의 중요한 전제는 주주명부의 기재가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재가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3. 주주명부 기재의 적법성은 주식의 취득 원인에 따라 판단한다
가. 신주발행의 경우

신주발행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체적 절차가 필요하다.

주식인수의 청약
회사의 주식 배정
인수인의 주금납입 또는 현물출자
인수인의 주주명부 등재

회사가 주식인수의 청약과 배정 및 주금납입 등 법률상 의무의 이행을 확인한 후 인수인을 주주명부에 기재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재는 적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주금이 전혀 납입되지 않았다면 신주발행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한 신주를 전제로 한 주주명부 기재 역시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신주인수에 따른 주금이 전혀 납입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기초로 이루어진 일련의 주주변경은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나. 주식양도의 경우

주식양도에 따른 명의개서에서는 회사가 양수인의 실질적인 권리관계까지 조사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주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명의개서 청구자가 진정한 주권을 점유하는지,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청구자가 주식을 취득한 사실을 증명하는지 등 형식적 자격만 심사하면 된다.

따라서 주식양수인이 취득 사실을 증명하여 명의개서를 청구하고, 회사가 필요한 형식적 심사를 거쳐 명의개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주주명부 기재는 적법하다. 설령 명의개서 청구자가 실질적인 주주가 아니더라도 회사가 요구되는 형식적 심사의무를 다하였다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주명부의 기재가 존중된다.

그러나 회사가 주식취득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의개서를 하였거나, 청구인이 주식취득을 증명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심사 없이 명의개서를 하였다면 그 기재는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 대표이사가 원고와 제3자 사이에 주식양도계약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제3자도 원고로부터 주식을 취득하였다는 아무런 증명을 제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3자 명의로 이루어진 명의개서는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4. 위법한 명의개서가 있는 경우 직전의 적법한 주주명부로 복귀한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법리는 명의개서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누구를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로 볼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법한 명의개서 직전에 작성된 주주명부가 존재하고, 그 주주명부의 기재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그 직전 주주명부상 주주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다음과 같은 구조이다.

현재 주주명부의 기재가 적법한지 판단한다.
현재 주주명부 기재가 부적법하면 그 기재를 주주권 행사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명의개서 직전의 적법한 주주명부가 존재하면 그 주주명부상 주주에게 주주권이 귀속된다.

이 사건에서는 제3자에 대한 명의개서와 이후의 신주발행에 따른 주주명부 기재가 모두 부적법하였다. 따라서 설립 당시 적법하게 작성된 주주명부에 7,000주의 주주로 기재된 원고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로 인정되었다.

5. 회사의 형식적 심사의무와 주주명부 기재의 효력

이 판결은 회사가 명의개서 청구에 관하여 부담하는 심사의무가 원칙적으로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는 점과, 그 형식적 심사조차 하지 않은 경우의 효과를 함께 밝힌 데 의미가 있다.

회사는 주식양도의 원인계약이 유효한지, 양도인이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 실체적 권리관계를 전면적으로 조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명의개서 청구자가 주식을 취득하였음을 나타내는 외형적·형식적 자료를 제출하였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형식적 심사의무는 다음 두 기능을 가진다.

회사가 복잡한 실체적 권리관계까지 조사해야 하는 부담을 방지한다.
아무런 취득 증명 없이 자의적으로 주주명부를 변경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 사건처럼 대표이사가 주식취득 사실이 없음을 알면서 주주명부를 변경한 경우에는 단순한 심사상 과실을 넘어 명의개서 제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므로, 그 기재에 회사법상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

6. 대부분의 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결의는 부존재한다

주주총회 소집절차의 하자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결의가 부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자의 정도에 따라 결의취소, 결의무효 또는 결의부존재로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은 대부분의 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고 개최된 주주총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립과정의 하자가 지나치게 중대하여 사회통념상 주주총회 자체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적법한 주주명부상 발행주식 총수의 70%를 보유한 주주였다. 그런데 회사는 원고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고 주주총회를 개최하였다.

이는 일부 소수주주에 대한 단순한 소집통지 누락과 차원이 다르다. 의결권의 절대다수를 보유한 주주를 배제한 채 개최된 회의는 회사의 전체 주주가 의사를 형성하는 주주총회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 결의에는 취소사유를 넘어 결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7.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확인의 이익

대법원은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문제된 결의의 존재 또는 외관으로 인해 현재의 권리·법률관계에 장애가 발생하고, 그 부존재를 확인하여 그러한 장애를 제거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확인의 이익은 소송요건이므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특정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 결의가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그 부존재확인을 구하였다. 그러나 실제 의사록에는 감사 선임 결의만 기재되어 있었고 정관변경 결의가 있었다는 외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존재한다고 볼 외관적 징표조차 없는 결의는 현재의 법률관계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으므로 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 그 부분의 소를 각하하였다.

따라서 주주총회 결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확인의 이익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등기, 의사록, 정관 또는 회사의 업무집행 등에서 그 결의가 존재하는 것처럼 취급되어 현재의 법률관계에 구체적인 장애를 일으키고 있어야 한다.

8. 이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은 주주명부 중심의 주주권 행사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그 전제로서 주주명부 기재의 적법성을 엄격하게 요구하였다.

핵심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주명부상 주주만이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원칙은 주주명부의 기재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경우에만 적용된다.

둘째, 회사는 주식양도에 따른 명의개서에서 실질적 권리관계까지 심사할 의무는 없지만, 주식취득 사실에 관한 최소한의 형식적 심사는 해야 한다.

셋째, 주식취득 사실이 없음을 알면서 한 명의개서나 주금납입 없이 이루어진 신주발행에 따른 주주명부 기재는 적법하지 않다.

넷째, 현재 주주명부의 기재가 부적법하면 명의개서 직전의 적법한 주주명부상 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한다.

다섯째, 적법한 주주명부상 의결권의 70%를 보유한 주주를 배제한 주주총회는 단순한 소집절차상 하자를 넘어 총회 결의의 부존재사유가 된다.

여섯째, 부존재확인청구의 대상이 된 결의에 외관적 징표조차 없다면 현재의 법률관계에 장애가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이 판결은 주주명부의 형식적 확정력을 존중하면서도, 회사가 의도적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하거나 주금납입 없이 명목상 주주를 만들어 기존 주주를 배제하는 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