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관에 의한 주주 자격 박탈과 주식의 강제이전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관에 의한 주주 자격 박탈과 주식의 강제이전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0다258824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 회사는 특정 마을의 주민과 위탁운영자 등을 주주로 하여 구성된 폐쇄적인 형태의 주식회사였다.

피고 회사의 개정 정관 제10조는 주주의 자격을 일정 시점 현재 해당 마을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 등으로 제한하면서, 주주가 마을 내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정하였다.

별도의 절차 없이 주주 자격을 상실한다.
해당 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나머지 마을 주주에게 균등하게 양도된 것으로 본다.
회사는 주주 자격을 상실한 사람에게 주식의 액면금액을 지급한다.

원고들이 마을에서 이주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상실하자 피고 회사는 원고들의 주식이 잔류 주민에게 이전된 것으로 처리하였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피고 회사의 주주라고 주장하면서 명의개서절차 이행과 배당금 지급 등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위 정관 조항을 주주 사이의 주식양도특약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조항이 주주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주 지위를 박탈하고 주식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내용이므로 주식회사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주요판결

2. 주식회사 정관의 법적 성질과 해석 방법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정관을 자치법규로 보았다.

정관은 이를 작성한 발기인뿐만 아니라 다음 사람들에게도 구속력이 미친다.

회사의 이사·감사 등 기관
정관 작성 이후 새로 주식을 취득한 주주
정관변경에 반대한 주주

정관은 특정 당사자 사이의 계약과 달리 회사조직과 주주 일반을 규율한다. 따라서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나 특정 주주 사이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문언과 체계 및 주식회사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객관적·규범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사건 정관 조항도 단순히 주주 사이에 체결된 주식양도계약으로 선해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 조항의 객관적 의미가 주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주권을 박탈하는 것인지에 따라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

3. 주주권은 법률이 정한 사유에 의해서만 상실된다

주주권은 주식의 소유에서 발생하는 사원권으로서 주식의 양도·소각 등 법률이 정한 사유에 의해서만 상실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주식이 소멸하거나 주주의 지위가 상실되지 않는다.

당사자 사이의 단순한 특약
주주권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
정관에서 정한 주주 자격의 상실
회사 또는 다른 주주의 일방적인 주주권 박탈
회사로부터 출자금 또는 액면금을 반환받기로 한 약정

특히 주식의 양도에는 양도인의 양도의사와 법률이 정한 주식이전의 요건이 필요하다. 정관에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주식이 자동으로 다른 주주에게 이전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하더라도, 그러한 정관 규정만으로 주식양도의 법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는 없다.

4. 주식회사에는 합명회사식 ‘사원의 퇴사’를 도입할 수 없다

합명회사나 합자회사와 같은 인적 회사에서는 사원의 퇴사가 인정된다. 사원 상호 간의 인적 신뢰관계가 회사 존립의 중요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회사는 주주의 개성보다 출자된 자본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물적 회사이다. 상법은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일방적인 퇴사나 회사에 의한 강제퇴사 제도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관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주주는 별도의 절차 없이 주주 자격을 상실하고, 그 주식은 다른 주주에게 이전되며, 회사는 해당 주주에게 출자금 또는 액면금을 반환한다.

이러한 규정은 명칭이나 표현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주식회사에 ‘사원의 당연퇴사’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물적 회사인 주식회사의 본질에 반하므로 무효이다.

5. 폐쇄회사라는 사정도 결론을 바꾸지 않는다

피고 회사는 주주가 특정 마을 주민과 위탁운영자 등 소수로 제한되어 있었고, 주주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운영되는 폐쇄회사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더라도 정관에 의한 주주권의 강제 박탈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주주의 수가 매우 적은 경우
주주가 특정 지역 주민으로 제한된 경우
주주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회사 설립의 기초가 된 경우
회사가 실질적으로 인적 결합체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경우
주주가 특정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회사 운영상 중요하다는 사정

폐쇄적인 주식회사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주식회사이므로 주식회사법의 강행적 기본원리를 따라야 한다. 회사 운영의 실질이 인적 회사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정관을 통해 합명회사식 퇴사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다.

6. 주식양도특약과 주주 자격 박탈조항의 구별

원심은 문제된 정관 조항을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다른 주주가 해당 주주의 주식을 취득하기로 한 주식양도특약”과 같은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관 조항의 객관적 내용을 근거로 이를 부정하였다.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은 구조였다.

부동산 소유권을 상실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주주 자격을 잃는다.
주주의 개별적인 양도의사 표시가 필요하지 않다.
주식은 당연히 다른 주주에게 이전된 것으로 간주된다.
회사가 액면금을 지급한다.

이는 장래의 특정 조건이 성취될 경우 당사자 사이에 주식양도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는 예약이나 조건부 양도약정이라기보다, 정관 자체의 효력으로 주주 지위를 박탈하고 주식을 강제로 이전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이를 유효한 주식양도특약으로 해석할 수 없고, 주식회사에서 허용되지 않는 사원의 당연퇴사 조항으로 보아야 한다.

7. 정관 조항의 무효와 명의개서·배당금 청구

문제된 정관 조항이 무효라면 원고들은 마을의 부동산 소유권을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주권을 잃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정관 조항만을 근거로 다른 주주 명의로 이루어진 명의개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원고들은 원래의 주주 지위에 기초하여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상 명의를 회복하는 명의개서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원고들의 배당금청구권 역시 같은 전제에서 판단해야 한다. 원고들이 여전히 주주라면 회사가 실시한 배당에 관하여 원고들의 지분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정관 조항이 유효하고 원고들이 주주권을 상실했다는 원심의 전제가 잘못되었으므로, 명의개서절차 이행청구와 2차 배당금 지급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다만 대법원이 원고들의 명의개서청구와 배당금청구를 곧바로 인용한 것은 아니다. 환송심에서는 정관 조항의 무효를 전제로 명의개서와 배당금청구에 관한 나머지 요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

8. 주주지위 확인청구의 확인의 이익

원고들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 주주지위 확인과 함께 명의개서절차 이행도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자신들이 주주임을 전제로 피고 회사에 대하여 명의개서절차 이행을 구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주주지위 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명의개서청구에서 원고가 주주인지 여부는 그 청구의 선결문제로 판단된다. 명의개서판결을 받으면 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장애도 직접 제거할 수 있으므로, 같은 회사를 상대로 주주지위 확인판결까지 중복하여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주지위 확인청구와 명의개서청구를 함께 제기할 때에는 다음을 구분해야 한다.

명의개서청구만으로 분쟁이 직접 해결되는 경우: 별도의 확인이익 부정
명의개서 외에 독립적으로 제거해야 할 주주 지위의 불안·위험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확인이익 검토
주식 귀속을 다투는 상대방이 회사가 아닌 제3자인 경우: 제3자에 대한 주주권 확인청구 가능성 검토
9.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합일확정

이 판결에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 관한 중요한 소송법적 쟁점도 포함되어 있다.

원고들은 2차 배당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청구하였다.

주위적으로 회사가 원고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가 다른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함으로써 면책되었다면, 예비적으로 그 주주가 원고들 몫의 배당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두 청구는 양립하기 어렵다. 회사가 배당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면 다른 주주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되기 어렵고, 반대로 회사가 다른 주주에게 유효하게 지급하여 면책되었다면 그 다른 주주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느 한 피고에 대한 판단이 다른 피고에 대한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모순된 결론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이 성립한다.

10. 일부 공동소송인의 항소가 다른 공동소송인에게 미치는 영향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서는 모든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를 하나의 소송절차에서 모순 없이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주위적 피고와 예비적 피고 중 어느 한쪽에 대해서만 항소가 제기되더라도, 다른 피고에 대한 청구 부분의 확정도 차단되고 항소심으로 함께 이심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회사에 대한 패소 부분에 관해서만 항소하였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배당금청구와 다른 주주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주관적·예비적 관계에 있으므로, 다른 주주에 대한 청구 부분도 함께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원심은 다른 주주에 대한 청구가 이미 확정되었다고 보고 회사에 대한 청구만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심판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판단누락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위법은 당사자가 상고이유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소송요건에 준하여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11. 판결의 핵심적 의의

이 판결의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식회사의 정관은 자치법규이므로 객관적·규범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둘째, 주주권은 주식양도나 소각 등 법률이 정한 사유에 의해서만 상실되고, 특약이나 주주권 포기만으로 소멸하지 않는다.

셋째, 정관에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주주가 자동으로 주주 지위를 상실하고 주식이 다른 주주에게 강제로 이전된다고 정하는 것은 사실상 사원의 당연퇴사제도를 도입한 것이므로 무효이다.

넷째, 회사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주주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더라도 주식회사의 본질에 반하는 정관 규정은 유효해질 수 없다.

다섯째, 무효인 정관 조항을 근거로 주주의 명의를 말소하거나 다른 주주에게 명의개서한 경우 종전 주주는 명의회복과 배당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여섯째, 회사를 상대로 명의개서절차 이행을 구하고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한 회사를 상대로 별도의 주주지위 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

일곱째, 회사에 대한 배당금청구와 다른 주주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관계에 있다면 한쪽에 대한 항소로 다른 쪽 청구도 함께 이심되며, 법원은 모든 청구를 하나의 종국판결로 판단해야 한다.

결국 이 판결은 폐쇄회사라도 정관을 통해 주주를 강제로 퇴출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주주권 회복을 위한 명의개서·배당금 청구와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처리 원칙까지 함께 제시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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