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노751 판결, 대법원 2021도9867 판결로 확정
1. 사건의 핵심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공동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부동산을 매수한 뒤, 이를 전매하여 차용금과 비용을 공제한 수익을 분배하기로 약정하였다.
다만 부동산은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가족 3인 명의로 매수하였다.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지 못한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였으므로,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수탁자들이 대내외적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등기명의자들의 위임을 받아 부동산을 분할·매각하고, 그 매매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지급받았다. 피고인이 그중 일부를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개인적인 채무 변제와 대여 등에 사용한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2. 부동산 소유권과 매매대금의 소유권은 당연히 일치하지 않는다
선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다.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가 되고, 그 부동산 자체를 ‘타인의 재물’로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는다.
그러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부동산을 처분하여 받은 대금까지 언제나 명의수탁자의 소유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과 그 처분대금은 법적으로 서로 다른 재산이다. 부동산의 소유권 귀속은 등기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판단하지만, 부동산을 매각한 후 발생한 처분대금의 귀속은 매각 경위, 당사자 사이의 내부 약정, 대금 수령의 목적 및 이후의 정산 구조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부동산 소유권이 등기명의자에게 귀속한다는 사실
= 처분대금도 반드시 등기명의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한다는 사실
3. 내부 약정에 의하여 처분대금을 공동사업체에 귀속시킬 수 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등기명의자들을 포함한 당사자들 사이에 부동산 매매대금을 공동사업체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내부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부동산을 매수하고 전매차익을 분배하기로 약정하였다.
피해자들이 매수 대상 부동산을 물색하고, 피고인이 부동산의 분할과 매각 및 대금 수령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들 모두 부동산 매각에 동의하였다.
등기명의자들은 피고인이 자신들을 대리하여 부동산을 매각할 수 있도록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제공하였다.
피고인은 등기명의자들의 대리인으로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지급받았다.
등기명의자들은 매매대금이 피고인 계좌로 입금된 후에도 그 대금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거나 반환을 요구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의 거래 구조는 매각대금에서 차용금과 비용을 공제한 후 나머지 수익을 공동사업자들이 분배하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등기명의자들이 부동산 소유자로서 처분대금을 일단 취득하더라도 그 대금을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공동사업체에 귀속시키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았다.
그 결과 피고인이 매매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지급받은 때부터 그 대금은 피고인의 개인재산이나 등기명의자들의 고유재산이 아니라 공동사업체의 조합재산으로 귀속되었다.
4. 처분대금을 받은 사람에게 형법상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된다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은 반드시 등기·등록이나 형식적인 명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법률상 또는 사실상 위탁관계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관리·지배하는 경우에도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등기명의자들의 대리인으로 부동산을 처분하였지만, 매매대금은 공동사업약정에 따라 공동사업체에 귀속시키고 비용과 수익을 정산하기 위해 자신의 계좌로 받은 것이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매매대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유자의 지위가 아니라, 공동사업의 목적에 맞게 관리하고 정산해야 하는 보관자의 지위에 있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와 같은 매매대금을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행위에 대하여 조합재산 전부를 대상으로 한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이 판단은 대법원 2021도9867 판결로 확정되었다.
5. 물권적 귀속과 채권적·내부적 귀속의 구별
이 판결은 부동산의 물권적 귀속과 처분대금에 관한 내부적 귀속을 구별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부동산 자체에 관해서는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등기명의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명의신탁자가 매수자금을 부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부동산을 명의신탁자의 소유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부동산을 매각한 이후의 처분대금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새로운 또는 별도의 약정이 적용될 수 있다. 등기명의자가 매각대금을 공동사업자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하고 이에 따라 매각을 위임하였다면, 그 약정은 부동산 소유권과 별개로 처분대금의 귀속 및 보관관계를 정하는 근거가 된다.
이를 구조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
등기명의자는 내부 약정에 따라 부동산 매각에 동의하고 처분권한을 위임한다.
당사자들은 처분대금을 공동사업체에 귀속시키기로 합의한다.
대금 수령자가 자신의 계좌로 매매대금을 수령한다.
그때부터 처분대금은 공동사업체의 조합재산으로 귀속된다.
대금 수령자는 공동사업체를 위하여 처분대금을 보관·정산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6. 내부 약정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
처분대금 보관의무는 단순히 매수자금의 실질적 부담자가 따로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명의신탁약정 자체가 무효이므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만을 근거로 명의신탁자에게 처분대금의 소유권이 당연히 귀속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분대금에 관한 별도의 귀속 약정 또는 공동사업약정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 판단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중요하다.
부동산 취득자금의 조달 구조
공동사업의 목적과 수익분배 약정
부동산의 매각을 누가 결정하였는지
등기명의자가 매각에 동의하고 처분서류를 제공하였는지
매각대금을 누구의 계좌로 수령하기로 하였는지
매각대금에서 차용금·경비를 공제하고 수익을 정산하기로 하였는지
등기명의자가 처분대금에 대한 독자적인 권리를 주장하였는지
당사자들이 실제로 처분대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분배해 왔는지
이러한 사정에 의하여 처분대금을 공동사업체 또는 특정 당사자에게 귀속시키기로 한 의사가 인정된다면, 부동산 소유권의 귀속과 무관하게 대금 수령자에게 형법상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
7. 공동사업자의 자기 지분 주장과 횡령액
조합재산은 조합원들의 합유에 속한다. 따라서 조합원 한 사람이 조합재산을 보관하다가 다른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소비하면, 자신의 내부적 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은 자신에게 분배될 수익금이 있고, 미매각 부동산의 지분을 피해자들에게 이전하였으며, 공동사업 채무도 부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이 최종적인 민사상 정산이나 양형에서 고려될 수는 있어도, 조합재산을 임의로 소비한 횡령죄의 성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정산 결과 피고인이 일정 금액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산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조합재산 중 특정 금액을 자신의 재산이라고 단정하여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8. 판결의 핵심 법리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부동산의 등기상·물권상 소유권이 특정인에게 귀속되더라도, 당사자들이 그 부동산을 처분한 대금을 공동사업체 또는 다른 당사자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하였다면 처분대금의 귀속은 그 내부 약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수 있다. 그 약정에 따라 처분대금을 수령한 사람은 대금을 공동사업의 목적에 맞게 보관·정산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소유자가 처분대금을 수령하였다는 외형만으로 그 대금을 자유롭게 처분할 권한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의 소유권, 처분대금의 최종 귀속, 대금 수령자의 보관의무는 각각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부동산 소유권의 귀속과 처분대금에 대한 보관의무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