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30. 선고 2018가합547915 판결(확정, 첨부)
1. 사실관계
원고는 스티로폼 포장용기 도매업을 운영하였다. 과세관청은 세무조사 결과 원고가 2007년경부터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제품을 무자료로 판매하고, 동생 명의의 계좌로 대금을 수령하는 방법으로 약 48억 3,200만 원의 매출을 누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과세관청은 이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 및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으로 보아 다음 처분을 하였다.
벌금상당액 합계 223,560,120원의 통고처분
10년의 부과제척기간과 40%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한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원고는 통고처분에 따른 벌금상당액을 전액 납부한 뒤 과세처분에 관하여 조세심판을 청구하였다.
조세심판원은 원고의 행위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5년의 부과제척기간과 일반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하도록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였다.
이에 원고는 통고처분도 당연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미 납부한 벌금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2. 관련 법조문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15조: 통고처분
조세범 처벌절차법 시행령 제13조: 문서의 작성과 송달
조세범처벌법 제3조: 조세포탈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
형사소송법 제254조: 공소제기의 방식과 공소사실의 특정
형사소송법 제323조: 유죄판결에 명시할 이유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반환
조세범 처벌절차법 시행령 제13조: 문서의 작성과 송달
조세범처벌법 제3조: 조세포탈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
형사소송법 제254조: 공소제기의 방식과 공소사실의 특정
형사소송법 제323조: 유죄판결에 명시할 이유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반환
3.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였다.
조세심판원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부정한 것만으로 통고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는가
통고서에 범칙행위의 구체적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면 그 절차상 하자가 통고처분을 당연무효로 만드는가
4. 법원의 판단
가. 과세처분이 경정되었다고 통고처분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조세심판원이 원고의 매출누락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실만으로는 통고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과세처분과 조세범칙 통고처분은 요건과 효과가 서로 다르다. 과세처분에서 장기 부과제척기간이나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적용이 부정되었다고 하여 통고처분의 기초가 된 모든 조세범칙행위까지 당연히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조세심판원의 과세처분 경정만으로 통고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통고처분은 실질적으로 형벌에 준하는 제재이다
통고처분은 형식상 세무행정청이 하는 행정처분이다. 그러나 범칙자가 통고된 벌금상당액을 납부하면 정식 형사절차로 이행하지 않고 사건이 종결되며, 동일한 사건으로 다시 조세범칙조사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형벌에 준하는 제재이다.
따라서 통고처분은 일반적인 과세처분보다 엄격한 절차적 적법성이 요구된다.
다. 통고서에는 범칙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15조 제1항은 통고처분을 할 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규정한다. 조세범 처벌절차법 시행령 제13조는 문서의 작성과 송달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에 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고서에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이나 유죄판결의 범죄사실 기재에 준하여 적어도 다음 사항이 구체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범칙행위의 일시와 기간
범칙행위의 방법
누락한 매출 또는 포탈세액
위반한 세목과 과세기간
적용 법조문
벌금상당액 산정의 기초
이는 통고처분을 받은 사람이 자신에게 문제 된 행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납부할 것인지 정식 형사절차에서 다툴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적 보장이다.
라. 법조문만 기재한 통고처분은 당연무효이다
이 사건 각 통고서의 범칙사항 및 위반사항란에는 ‘조세범처벌법 제3조’ 또는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1항’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범칙행위의 일시, 방법, 거래내용 및 금액 등은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러한 통고서로는 원고가 어떠한 행위로 얼마의 벌금상당액을 부담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조세범 처벌절차법령이 요구하는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므로 통고처분은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5. 납부한 벌금상당액의 반환
통고처분이 당연무효라면 국가가 원고로부터 받은 벌금상당액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국가가 원고에게 다음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반환원금: 223,560,120원
지연손해금: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당시 소송촉진법상 이율
원고가 통고처분에 응하여 벌금상당액을 자진 납부했다는 사정도 반환청구를 막지 못한다. 당연무효인 통고처분에 따른 납부는 국가가 금원을 보유할 정당한 법률상 원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6. 판결의 법리적 의미
가. 통고처분에도 범칙사실 특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통고처분은 단순히 납부금액을 알리는 행정문서가 아니다. 형사소추를 대신하여 범칙자에게 금전적 제재를 부과하는 절차이므로, 공소사실 특정에 준하는 정도로 범칙사실을 구체화해야 한다.
나. 적용 법조만으로는 처분사유가 특정되지 않는다
조세범처벌법 제3조나 제10조는 다양한 행위유형을 포함한다. 따라서 법조문만 기재해서는 범칙자가 어떤 거래, 과세기간 및 행위 때문에 제재를 받는지 알 수 없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범칙행위에 관하여 설명을 들었거나 관련 자료를 전달받았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통고처분서 자체에 핵심적인 범칙사실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면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과세처분의 위법과 통고처분의 무효는 구별해야 한다
조세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과세처분이 취소·경정되었다고 하여 통고처분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과세실체에 다툼이 있더라도 통고서 자체의 절차상 하자가 중대·명백하다면 통고처분은 독립적으로 당연무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통고처분 사건에서는 다음 두 층위가 구분되어야 한다.
조세범칙행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관한 실체적 하자
통고서가 범칙사실과 처분이유를 적법하게 특정했는지에 관한 절차적 하자
7. 실무상 검토사항
조세범칙 통고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세금포탈이나 세금계산서 위반 여부뿐 아니라 통고서 자체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범칙행위의 일시·장소·방법이 기재되어 있는가
대상 세목과 과세기간이 특정되어 있는가
누락 매출액·포탈세액 또는 공급가액이 기재되어 있는가
적용 법조와 구체적 행위가 연결되어 있는가
벌금상당액의 산정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가
복수의 범칙행위가 각각 구분되어 있는가
이 판결은 통고처분에 따른 금액을 이미 납부했더라도 처분이 당연무효라면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음을 인정한 확정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